소설리스트

92화 (9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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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만찬회가 끝나고, 킹슬리가 사저 응접실로 일행과 자리를 옮겨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파에 앉은 그의 외숙모 세노윅 부인과, 모친 셸던 자작 부인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킹슬리는 팔짱을 낀 채 성이 나서 응접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선대 공작 부인인 세노윅 부인이 있었다.

    “외숙모께서 어젯밤만 해도 분명 그리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공작 각하… 아니, 외숙부께서 저를 고를 거라고요.”

    “…….”

    세노윅 부인은 생각을 정리하는 듯 보였다. 킹슬리의 모친, 셸던 자작 부인은 그녀의 손을 잡아 주고는 말했다.

    “오늘 유독 조용하시네요.”

    그녀는 염려 섞인 표정으로 세노윅 부인을 훑으며 이었다.

    “…저희가 잘못한 거라도 있었나요, 부인?”

    그 말에 세노윅 부인의 표정에 희미한 냉소가 어렸다.

    “아니요. 따지자면 잘못은 에드문드 콜트 그놈이 했겠지요.”

    “예?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해 주세요.”

    셸던 자작 부인이 세노윅 부인에게로 가까이 당겨 앉으며 말했다.

    “오늘 선대 공작께서 선택을 바꾼 것과 연관이 있는 일이라면, 저도 알고 싶어요.”

    “그래요. 당신들도 이 사실에 대해서는 알아 마땅하니까.”

    그리고 킹슬리는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서 세노윅 부인이 한 말을 들었다.

    요는 에드문드 콜트가 다아트로 제국의 암흑가 보스이며, 감옥에 있는 뤼드빅 렉스는 그의 연막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킹슬리의 낯빛이 삽시간에 변했다.

    처음에는 기가 찼다. 제가 앞장서서 평민의 피가 흐른다며 무시하고 낮춰 보던 그 에드문드 콜트가… 그 악명 높은 ‘다아트로 패밀리’의 수뇌라고?

    저를 꼬박꼬박 형님이라고 불렀던 그놈이.

    그래. 겨울에 그자가 비비안느 영애를 데리고 영지에 왔을 때의 대화가 선연했다.

    “네가 마침 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넌 엠머하임 공화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글쎄. 제가 뭘 알겠습니까, 형님.”

    놈은 모든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서글서글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런데 친히 물어 주신다면, 이쯤은 말씀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어진 놈의 짐작은 무섭도록 정확했다.

    전운이 천천히 감돌며 역사상 가장 냉기 어린 봄이 대륙을 휩쓸자, 소형 화기 연합에 속했던 대표들은 제 조언을 듣고 너무 빨리 기업을 매각했다며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기업들과 제 주식 지분을 사들인 게 암흑가 사람이라면.

    ‘날 망하게 한 게 에드문드 콜트 그 자식이었다고…?’

    붉으락푸르락했던 킹슬리의 얼굴이 곧 두 귀부인에게 향했다.

    “…다들 뭐 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의 목소리 끝에는 분노가 넘실거렸다.

    “이걸 당장 수상 각하께 알려야지요! 선대 공작께선 그러지 않는 걸로도 모자라서 그 새끼한테 이 세노윅 영지를 넘긴 겁니까?”

    “그랬다간 무슨 보복을 당할지 알고요?”

    그 목소리에 셸던 모자의 시선이 세노윅 부인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의 눈을 차례로 번갈아 본 세노윅 부인은 예의 냉한 목소리로 이었다.

    “에드문드, 그자의 정적마저도 사형당했는데 그런 위협을 감수하기에는 나나 내 남편이나, 너무 나이가 들지 않았나요.”

    “…….”

    “물론 킹슬리, 자네에게 그럴 만한 패기가 있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만.”

    “…왜, 왜. 더 일찍 알려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려 했었죠.”

    킹슬리의 목소리와 대비되게 세노윅 부인의 목소리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그런데 에드문드 그 작자가 나를 찾아와서 정중하게 말하더군요.”

    “…….”

    “만일 내가 쓸데없는 일을 벌이려 한다면 그치가 공작이 되자마자 할 일은, 셸던 자작 부인의 세노윅 의료 재단 이사장직을 박탈하고 그 자리를 어머니께 넘기는 거라고.”

    “…….”

    “그래서 나는 입을 닫기로 했죠. 내가 셸던 자작 부인을 꽤 아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니까.”

    “…….”

    “이견이 있으면 이야기해도 좋아요.”

    그 말에 셸던 모자는 입을 다물었다. 킹슬리는 제 분에 못 이겨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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