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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틀 뒤, 목요일.
다아트로 제국의 황제는 제 옆 의자에 앉는 수상에게 말했다.
“이제 7일 후면 뤼드빅 렉스의 재판이라지.”
오늘은 수상이 정기적으로 황제를 알현하여 국무를 논하는 날이었는데, 대화의 화두는 역시 뤼드빅 렉스인 모양이었다.
수상은 답했다.
“예. 사건이 사건이다 보니 공판 기일이 일찍 지정된 모양입니다. 거기다 피고인이 자백했으니 재판도 빠르게 진행되겠지요. 당일에 결과가 나올 거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이 일로 자네 정당의 지지율이 하늘을 찌른다는데.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로 만들었으니, 그럴 법도 하지.”
“…감사합니다, 폐하.”
수상은 밝아 보이는 표정이 아니었다. 황제는 그의 낯빛을 훑고는 첨언했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자네의 공로에 고마워하고 있네.”
“폐하.”
“요즘 엠머하임 공화국의 행보도 심상치 않은데 내국의 문제에만 돈을 쓰다가는 다아트로가 어떻게 되겠나?”
“예. 저도 그 부분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상은 말을 삼켰다. 그때 마침 황제가 말을 꺼냈다.
“그래서 이번 일이 끝나면 자네에게 훈장을 내릴까 생각하고 있네.”
“…….”
“물론 경시청의 노고도 치하해야 하겠지만, 이 결과까지 이르는 데에는 자네의 결단력과 통찰력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겠나?”
“영광입니다.”
수상은 그렇게 답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결단력과 통찰력.
그 직감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저로 되돌아온 수상은 집무실에 틀어박혀 책상 서랍을 열었다.
분명 경시청의 수사는 무결해 보였다.
암흑가를 키운 것은 내국인 책사가 아니라, 보스였다.
그리고 그 보스는 뤼드빅 렉스로, 그는 비비안느 메르고빌을 협박해 저의 악명을 뒤집어쓰게 하고, 렉스가를 대변해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했다.
언젠가 제 아들 에드문드가 설명한 것과 얼추 들어맞았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레이디 메르고빌은 진짜 암흑가 책사를 가리기 위한 시끄러운 연막에 불과했다더군요. 거기다 렉스 가문이 암흑가 세력에 관여한 게 맞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같은 날, 비비안느 영애가 진술한 그대로였다.
“약혼자에 대해서라면 아는 것이 없습니다. 가끔 사업차 동행해서 그가 내미는 계약서에 서명을 해 주긴 했습니다만 계약 내용은 보여 주지 않아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편지에 쓰여 있는 게 사실이라는 것뿐입니다.”
수상은 책상 서랍 안에서 편지를 꺼내 손에 들고는 읽고 또 읽어 보았다.
그건 언젠가 제 아들이 연임 선물이랍시고 비비안느 영애에게서 가로채 건넨 것이었다.
다아트로 암흑가의 보스이자 제 약혼자의 상사께,
첫 줄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꼭 다아트로 암흑가의 보스와 뤼드빅 렉스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영애가 약혼자의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니 뤼드빅 렉스가 암흑가의 보스라는 것도 몰랐다는 건 설명이 되겠다만.’
수상은 정보국을 통해 받아 본 렉스 재단이 경영하는 사업체들 목록을 집어 들어 읽어 보았다.
‘다아트로의 보스가 군함을 만드는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군수 기업들은 싹 빠져 있군.’
다아트로의 보스가 2월에 연 선상 파티는 그의 군수 업체에서 만든 거대한 유람선을 공개하는 자리라고 들었다. 그런데 소문과는 달리 렉스 재단 하에 있는 것은 고작 살렌너 호텔, 암흑가의 카지노와 경마장, 마권 업소 등의 잔챙이뿐이었다.
혹시 뤼드빅 렉스가 거짓 자백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암흑가 보스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수상이 그쯤 생각했을 때, 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나.”
문이 열리고, 수상은 자신을 찾는 사람이 정보국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상 각하, 확인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오늘 정보국 측으로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자료가 배달되어 왔는데, 직접 보시지요.”
정보국장이 벌게진 얼굴로 쉴 틈 없이 말을 꺼내 놓았다.
“리스트에 없는 군수 기업을 소유한 ‘진짜’ 보스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수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