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13화 (13/110)
  • 03.

    “요즘 왜 이리 자주 보이는 것 같죠?”

    찾으려는 사제는 보이지 않고 성녀만 자주 마주치자 그녀는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리첼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카일을 만나러 오는 영애들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당연히 솔레아 신께 기도 드리러 왔어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고요?”

    “그래 보이나요?”

    리첼은 아닌 척 대답하며 성녀에게 못마땅한 눈빛을 보냈다.

    “네. 자주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금 불쾌해요.”

    그러자 성녀는 뻔뻔한 얼굴로 무례한 말을 내뱉었다.

    “아니! 뭐라고요?”

    리첼이 화내기도 전에 같이 온 비아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너무 흥분하지 마.”

    리첼은 일단 비아를 진정시켰다. 눈치를 보며 일단 참은 듯했지만 비아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

    “대체 뭐가 불…쾌하다는 거죠?”

    리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흥분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먼저 시비를 거는 건 성녀였지만 신성한 신전에서 성녀와 다툴 순 없었다.

    “나 성력 있는 거 알죠? 당신에게선 불길한 검은 기운이 느껴져서 제가 썩 기분이 좋지 않아요.”

    “지금 그 소리 몇 명에게 한 거예요? 지금 나보고 신전에 오지 말라고 협박하는 건가요?”

    불길한 기운이라니. 성력이 없는 리첼도 그 소리가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걸 알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신전을 자주 들락거렸으니 그녀에게 그런 악한 기운이 있을 리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대신관님의 멱살을 잡으며 사기꾼이라고 외쳐야 할 판이었다.

    “아뇨? 제가 그런 기운을 감지한다고요. 그렇게 느껴지는 몇몇 분들이 있어요.”

    “혹시 그 몇몇 분이 모두 여성은 아니겠죠?”

    “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고요.”

    의심의 눈빛을 보내자 속으로 찔렸는지 성녀는 리첼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눈동자를 옆으로 굴리며 대답했다.

    “그럼 정화해주세요.”

    “네?”

    말을 받아치자 놀란 성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아하니 저런 헛소리를 하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여긴 영애들이 그 즉시 기분이 상한 상태로 돌아갔던 모양이다.

    “당신은 성녀잖아요.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면 정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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