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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에필로그 (50/50)

50. 에필로그

계절이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하는 길목에 접어들자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혜운은 인도에 나뒹구는 낙엽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걸음을 재촉했다.

퇴근이 늦어질 것 같다는 재현의 연락을 받자마자 혜운은 집 대신 민영의 식당으로 온 참이다. 가벼운 열감기가 들어 몸이 으슬으슬한 탓에, 그녀가 끓여 주는 뜨끈한 곰탕이 오늘 온종일 먹고 싶어서였다.

저녁 식사 시간대라 식당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으로 가득했다. 혜운을 가장 먼저 발견한 영철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겨 주었다.

“아버님, 저 왔어요.”

“아이고. 어서 오세요, 우리 며느님.”

“날이 쌀쌀해서 그런가 손님 엄청 많네요?”

“그래도 우리 혜운이 앉을 자리는 있지. 이리 와”

영철의 손짓에 그의 뒤를 따라가니, 카운터 뒤편에 2인석이 비어 있었다.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네. 아버님이랑 어머님은요?”

“우린 아까 네 시쯤 먹었어. 저녁 챙겨다 줄 테니까 앉아 있어라.”

“아니에요, 아버님!”

“아빠가 갖다 줄게.”

“어머니한테 인사도 드려야 하니까 제가 다녀올게요.”

혜운은 재킷을 벗어 빈 의자에 걸어 두고 서둘러 주방으로 향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에게도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고 들어가, 뽀얀 곰탕이 펄펄 끓고 있는 가마솥 앞에 선 민영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아이고 깜짝이야! 언제 왔어?”

“방금 왔어요.”

혜운이 민영의 손을 잡으며 배시시 웃자, 민영은 손에 들고 있던 국자를 놓아두고 혜운을 살갑게 감싸 안았다.

“재현이가 오늘 늦는다고 해서, 곰탕 먹고 가려고 들렀어요. 저 한 그릇만 주세요.”

“잘했어, 잘했어. 엄마가 금방 갖다 줄 테니까 가서 앉아 있어.”

“아니에요. 제가 받아서 갈게요.”

“뚝배기 무거워서 안 돼. 손목 상해.”

“에이. 제가 얼마나 튼튼한지 아시면서! 명색이 홍성곰탕 며느리인데, 뚝배기 무거워서 못 들고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웃어요, 어머니.”

혜운이 소매를 걷어 올리며 여봐란듯이 주먹을 불끈 쥐자, 민영을 비롯한 주방 직원들이 소리 내어 웃었다.

“하재현이나 신혜운이나, 어쩜 그렇게 애 같은지. 하하하.”

민영은 뚝배기 하나를 올려 국을 담고, 양지 고기도 한 주먹 듬뿍 넣어 불 위에서 한 번 더 팔팔 끓였다. 혜운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까 점심때 곰탕이 너무 먹고 싶어서 회사 근처 식당에서 사 먹었거든요. 근데 우리 가게 곰탕 맛이랑 비교도 안 되게 맛이 없는 거예요. 냄새도 비릿하고…. 그래서 몇 수저 먹다가 말았어요.”

“엄마한테 전화를 하지! 멀지도 않으니까 한 그릇 후딱 갖다 주고 오면 되는데.”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왔어요.”

“그럼 점심도 거의 안 먹은 거잖아? 배고파서 큰일 났다!”

민영은 서둘러 밥 한 그릇을 퍼 혜운이 들고 갈 쟁반 위에 놓아두고,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도 받침에 받쳐 놓아 주었다.

“뜨겁다. 조심히 들고 가.”

“잘 먹겠습니다.”

“가서 먹고 있어. 엄마 저것만 내주고 갈게.”

혜운이 쟁반을 들고 조심조심 테이블로 향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철이 냉큼 다가와 혜운의 쟁반을 건네받고 테이블까지 가져다주었다.

“이것만 있어도 되겠니? 반찬 더 갖다 줄까?”

“곰탕만 있으면 돼요.”

카운터에 앉아 있던 영철은 완전히 혜운을 향해 돌아앉아 국에 밥 마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음식을 앞에 두고 있으니 갑자기 허기가 밀려들었다. 혜운은 국물부터 일단 한입 떠먹고 국에 만 밥도 곧장 입에 넣었다.

뜨거운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게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비어 있던 속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혜운은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이번에는 양지 고기를 양념장에 콕 찍어 입에 넣고 밥과 국물을 함께 떠서 입에 넣었다. 절로 웃음이 나는 맛이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주방에서 나온 민영은 혜운의 맞은편에 앉아 섞박지와 겉절이를 먹기 좋게 잘라 주었다.

“여보, 오늘은 일찍 문 닫고 들어가서 쉬어야겠어요.”

민영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하품을 쏟아 냈다.

“어머니, 많이 피곤하세요?”

“그게 아니라, 어제 꿈자리가 시끄러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좀 피곤하네.”

“무슨 꿈 꾸셨는데요?”

“네 아버지 따라서 냇가에 놀러 갔는데, 팔뚝만 한 물고기 수십 마리가 첨벙첨벙 뛰는 거야. 그게 욕심이 나가지고, 밤새도록 건져 올렸다는 거 아니니. 하하, 나 참….”

영철은 이미 민영의 꿈에 대해 들었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혜운도 덩달아 웃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에 멈칫했다.

지난달 재현이 꿈에서 밤새도록 귤을 땄다며, 혹시 태몽 아니냐고 설레발을 떨기에 아니라고 말해 줬더니 시무룩해하던 그의 표정이 떠오른 것이다.

말로는 아이를 천천히 갖자고 해도, 그게 진심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아이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이를 갖고 출산하는 과정을 직접 겪어야 하는 건 혜운이기에 자신이 마음의 준비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혜운도 딱히 임신을 미루고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지금부터 아이 갖자!’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생기길 바랐다.

주변에서는 올해 막 파트장으로 승진했는데 바로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모두 다 자신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혼한 지 이제 겨우 석 달이 지났을 뿐이니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부담도 갖지 않을 생각이었다. 일과 결혼 생활 모두 잘 해내고 싶은 게 지금의 욕심이기에 일단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싶었다.

재현은 퇴근길에 민영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혜운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에 거의 다 다다랐을 때쯤, 혜운은 재현의 팔을 붙잡으며 편의점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편의점에 잠깐 들렀다 가자.”

“너 또 사탕 사려고 그러지?”

혜운이 멋쩍어하며 웃자, 재현은 혜운의 손을 꼭 잡고 만지작거렸다.

“오늘도 자두 맛?”

재현이 차를 세우더니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었다.

“내가 가도 되는데.”

“또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응.”

차에서 내린 재현은 성큼성큼 뛰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멋진 재현의 모습에 혜운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지금처럼 말끔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그의 모습도 좋지만, 집에서 반쯤 헐벗고 다닐 때도 혜운의 눈엔 그저 멋져보였다.

가끔씩은 자신이 함께하지 못했던 그의 이십 대가 너무나 궁금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땐 얼마나 더 빛이 나고 아름다웠을까….

금세 자두 맛 사탕 한 봉지를 사 들고 돌아온 그가 차에 오르자마자 혜운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

“그게 그렇게 맛있어?”

“어.”

혜운은 사탕 봉지를 뜯어 사탕 한 알을 꺼내 입 안에 넣었다. 상큼한 자두 향에 한 번, 달콤한 사탕 맛에 또 한 번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렸다. 사탕 하나에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아져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단거 좋아해도 사탕은 잘 안 먹더니…. 자두 향이 좋은 거야, 아니면 사탕이 좋은 거야?”

“그냥 자두 맛 사탕이 좋은 거야.”

혜운은 재현의 입에도 사탕 한 알을 넣어 주고, 수고비로 가벼운 입맞춤도 건넸다.

“여름 되면 자두 많이 사 줄게.”

재현은 혜운의 두 볼을 양손으로 감싸고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춘 후에야 다시 차를 몰았다.

혜운은 옆으로 돌아앉아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잘생겼단 말이지…. 재현이를 닮은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재현은 늘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아 달라고 했지만, 혜운은 오히려 재현을 닮은 아이를 낳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현이 어렸을 때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혜운이기에, 그의 어린 시절과 꼭 닮은 아이가 우리의 아이로 세상에 태어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물론 인간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란 걸 알지만, 이 바람만큼은 꼭 이뤄졌으면 싶었다.

집에 돌아온 혜운이 먼저 샤워를 하는 동안, 재현은 간단히 청소를 하고 아침에 출근하기 바빠서 미뤄 두었던 설거지도 마쳤다.

정확하게 살림을 분담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나눠서 하게 되었다. 재현이 요리를 하면 그녀가 설거지를 하고, 그가 청소를 하면 그녀가 세탁기를 돌렸다.

분리수거를 하고 오면 혜운이 찐한 뽀뽀를 해 주기 때문에 그것만큼은 재현이 전담하고 있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진정한 소꿉놀이의 현실 버전이 아닐까 싶었다.

“빨래할 거 있으면 가져와.”

“세탁기에 넣어 놨어.”

샤워를 마치고 나온 혜운은 자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흐뭇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오구 착해라.”

혜운이 자그만 손으로 재현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재현이 적극적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그녀는 못이기는 척 볼에 입을 맞춰 주었다.

그녀로부터 이런 식의 칭찬이 듣고 싶어서 재현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척척 하곤 했다.

물기에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말간 얼굴이 너무 빛나고 예뻐서, 재현은 저도 모르게 혜운의 뒤를 따라 세탁실로 향했다.

그녀는 세탁기 안에 세탁물을 넣고 몇 개의 버튼을 누르고 돌아서다가, 앞을 가로막고 선 재현을 보곤 깜짝 놀랐다.

“또 왜 이러실까.”

재현은 대답 대신 혜운을 번쩍 안아 간이 테이블 위에 앉히고, 샤워 가운을 어깨 아래로 슬며시 끌어 내렸다. 그러자 혜운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재현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나 청소했는데.”

“잘했어.”

“그게 다야?”

재현의 재촉에 혜운은 마지못해 입을 맞춰 주었다.

“됐지?”

재현이 고개를 가로젓자 낌새를 눈치 챈 혜운이 테이블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재현은 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양쪽 무릎을 손에 쥔 채 혜운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느릿한 손길로 샤워 가운의 매듭을 풀었다. 옷깃을 살짝 젖히자 얇은 속옷 한 장 걸치지 않은 그녀의 새하얀 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혜운의 탐스러운 가슴을 움켜쥐었다.

“흣….”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숨소리에 자신의 분신이 벌떡이며 반응했다. 재현은 그녀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좀 더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재현아.”

“응?”

“여기 좀 춥다.”

혜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현은 혜운은 안고 침실로 데려갔다.

함께 산 지 백일이 조금 지나고 나니, 집 안 거의 모든 곳에서 그녀를 안아 본 것 같았다. 눈만 마주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짐승처럼 달려들었고, 그럴 때마다 혜운은 마다하지 않고 받아 주었다.

혜운과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잘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었다. 이렇게 해 보고, 저렇게 해 보면서 서로의 성적 취향을 알아 가는 중이었다.

재현은 혜운을 침대에 눕히고 서둘러 옷을 벗어 던졌다. 마음이 급해서 자꾸만 헛손질을 하자, 혜운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천천히 해. 안 도망가.”

“얘 때문에 마음이 급해.”

속옷을 벗자 퉁, 하고 튀어 오르는 그의 남성을 확인하곤, 혜운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제 그렇게 커졌지?”

“너 샤워할 때부터.”

혜운은 부끄러운 듯 이불을 끌어 올려 눈만 내놓았다. 재현은 이불 안으로 파고 들어가 그녀의 위로 올라갔다.

“다시 칭찬해 줘.”

재현의 부탁에 혜운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아래로 뻗어 페니스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동그랗게 말아 쥔 손가락에 살짝 힘을 준 채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지만 재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호흡을 골랐다.

“누워 봐.”

혜운이 재현의 어깨를 옆으로 밀며 바르게 눕히더니, 자신의 위로 올라와 이불 아래로 쏙 들어가 버렸다.

재현의 다리 사이로 들어온 혜운이 다시 남성을 움켜쥐었고, 이내 따뜻하고 촉촉한 그녀의 입술로 그것을 머금었다. 말랑한 혀로 감싸며 입술을 모아 빨아 당겼다가 놓아주고, 뜨거운 숨을 쏟아 내길 반복할수록 재현은 머릿속이 하얘지는 듯했다.

“하아….”

재현은 가쁜 숨을 뱉으며 이불을 옆으로 걷어 냈다.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상체는 앞으로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분신을 입 안 가득 머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재현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혜운아.”

재현이 그녀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그녀는 슬쩍 웃을 뿐이었다. 달콤한 막대 사탕을 핥아 먹듯이, 혀끝을 세워 귀두부터 뿌리까지 길게 핥아 내렸다가 볼이 불룩 튀어나오도록 입 안에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녀의 입 안에 사정을 하게 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졌다. 재현은 혜운을 억지로 끌어당겨 자신의 골반 위에 앉게 한 후, 단번에 그녀의 몸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아윽….”

혜운은 고개를 젖히며 두 손을 뒤로 뻗어 자신의 허벅지를 붙잡고 중심을 잡았다. 재현은 그 자세 그대로 서서히 허리를 돌리는 혜운의 허리를 붙잡은 채, 엉덩이를 치켜들고 빠르게 찔러 넣었다.

한층 깊어진 삽입에 그녀는 잔뜩 눈썹을 구기며 괴로워했다. 재현은 상체를 일으켜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기댄 채, 손을 뻗어 반동에 출렁이는 그녀의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혜운이 재현의 목을 두 팔로 감으며 가슴을 가까이 내밀었다. 재현은 그녀의 가슴을 한입 크게 베어 물며 혜운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올 때까지 빨아 당겼다.

혀끝으로 유두를 굴리다가 이를 세워 살짝 깨물고, 혓바닥으로 넓게 핥아 올리기를 반복하자 드디어 듣기 좋은 신음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하응….”

재현의 어깨 위로 더운 숨이 쏟아졌다. 재현은 그녀를 다시 눕혀 두고 골반을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은 채 빠르게 허리를 튕기며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붉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음핵을 엄지로 지그시 누르다가 쓸어 올리자, 그녀가 바르작거리며 허리를 비틀었다. 재현은 그녀가 절정에 도달할 때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재현이 무릎을 세우고 일어나자, 활짝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음부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빠듯하게 채운 입구에는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애액과 타액이 질척하게 엉겨 붙어 있었고, 그녀의 몸속을 드나들고 있는 자신의 성기에도 번들거리는 애액이 뒤덮여 있었다.

빈틈없이 맞닿아 있는 은밀한 그곳에서 만들어 내는 야릇한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릴 때 쯤, 혜운이 재현의 팔뚝을 강하게 비틀며 몸을 뒤로 젖혔다.

“으읍!”

먼저 절정에 다다른 그녀의 허벅지 안쪽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그녀의 여성이 자신의 분신을 꽉 물어 버렸다.

그 순간, 재현도 파정을 맞았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그녀의 몸속에 사정을 한 후, 재현은 페니스를 빼지 않은 채로 혜운의 옆에 쓰러지듯 누웠다.

“칭찬이… 이렇게 힘든 거였나?”

혜운의 푸념에 재현이 옅게 웃으며 그녀의 팔과 어깨에 자잘한 입맞춤을 퍼부었다.

“내일은 주말이니까, 하루 종일 착한 일만 해야겠다.”

그럼 하루 종일 칭찬받을 수 있겠지.

재현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바라보던 혜운은 눈을 질끈 감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재현은 그런 혜운을 품 안에 바짝 끌어안으며 뽀얗고 매끈한 등에 입을 맞췄다.

“재현아.”

“응?”

“사랑해.”

혜운은 재현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사랑을 말했다. 그녀는 지금처럼 종종 관계 후에 사랑을 고백하곤 했다.

누군가는 잠자리 직후의 사랑 고백은 진정성이 없는 거라고도 말하지만, 재현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두 사람에게는, 뜨겁고 열정적으로 서로의 몸을 탐미한 후의 사랑 고백은 완벽한 마침표를 찍어 주는 한마디였다.

“내가 더 사랑해.”

재현은 혜운의 귓가에 속삭이며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빠르게 두근대고 있는 혜운의 심장 박동이 그녀의 등에 맞닿은 자신의 가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럴 때마다, 재현은 그녀의 진심이 마치 자신의 심장에 그대로 전달되는 기분이 들었다.

재현은 혜운을 다시 만나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아니 처음 태어나자마자 친구로 만났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날들이 감사했다.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을 지나, 이렇게 일상의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매일 되뇌고 있었다.

재현은 어느새 곤히 잠든 혜운의 머리카락에 조용히 입을 맞추고 눈을 감았다.

마음껏 사랑을 말할 수 있고 언제든 안아 줄 수 있어서, 사소한 대화를 나누고 함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했다. 같은 미래를 꿈꾸고 같이 늙어 갈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옆에서 잠드는 이 순간마저도, 재현에게는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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