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 그 밤 (30/50)
  • 30. 그 밤

    재현은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서 13층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다독였다.

    혜운을 바래다주고 집에 돌아가 씻고 누웠는데, 도무지 그냥 잘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차를 몰아 그녀의 동네를 찾았다.

    그녀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부담스럽거나 불편해서 피한 것이라면, 우린 친구라는 벽을 아직 넘지 못했구나, 하고 생각했을 거였다. 혜운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기에 같이 있자고 끝까지 붙잡지 못했다.

    서두를 생각은 없었지만, 지켜보고만 있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예쁘게 웃으며 자신의 품에 안길 때나 입맞춤을 할 때마다 견디기 힘들었다.

    13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그 순간 앞에 서 있던 혜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혜운아.”

    재현이 내리자 혜운이 덥석 품에 안겼다. 재현은 그녀의 동그란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추운데 왜 나와 있었어.”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어.”

    자신의 귓가에 소곤소곤하는 혜운의 목소리가 너무도 간지러워서 재현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했다.

    재현은 혜운을 번쩍 안아 들었고, 혜운은 그의 골반 위에 두 다리를 교차해 단단히 고정한 후 재현의 목을 두 팔로 감싼 채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다.

    혜운에게서 좋은 향기가 났다. 달콤한 샴푸 향과 보디로션 향이 코에 닿았고, 아직까지 촉촉하게 젖어 있는 머리칼이 자신의 목덜미를 스쳤다. 등허리가 곧게 설 만큼 아찔한 순간이었다.

    혜운의 집에 들어선 재현은 혜운의 신발을 벗겨 현관에 던져두고, 자신의 신발도 급히 벗은 후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거실에 놓인 넓은 매트 위에 혜운을 눕혀 두고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혜운의 작은 손이 재현의 뺨을 감쌌다. 손끝으로 조심스레 턱 선을 따라 내려가더니, 엄지로 지그시 입술을 눌렀다. 입술을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듯 세차게 뛰었다.

    손끝을 따라 미세하게 움직이던 그녀의 눈동자가 서서히 올라와 자신과 눈을 마주한 순간, 재현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젤리처럼 말캉한 촉감이 이성을 빨아 당기는 것 같았다. 재현은 따뜻한 숨이 새어 나오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파고들었고, 그 순간 혜운은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재현은 그녀의 긴장을 풀어 주려 어깨에서부터 손끝까지,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입맞춤이 깊어질수록, 혜운은 간간이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사이사이에 작은 신음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그럴수록 재현은 그녀의 입술을 집요하게 탐했다.

    재현은 혜운의 입술을 지나 턱과 목덜미에도 자잘한 입맞춤을 남겼다. 나른하게 뒤로 젖혀지는 그녀의 목덜미에서 좀처럼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쇄골을 따라 내려가다가 얇은 티셔츠에 길이 막혀 다시 입술로 돌아갔고, 그와 동시에 조심스레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흣.”

    자신의 손이 혜운의 맨살에 닿자 그녀가 숨을 흡 들이키며 긴장했다. 재현은 그녀의 허리를 손바닥으로 감싸며 부드럽게 쓸었다. 그러자 자신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손에서 힘이 스르륵 빠져나갔고, 서서히 내려와 그의 팔 위에 얹어졌다.

    “불편하면 얘기해.”

    재현의 말에 혜운은 고개를 저으며 옅게 웃었고, 오히려 그녀가 고개를 들어 먼저 입을 맞췄다. 자신의 입 안으로 밀고 들어와 이리저리 헤엄치는 작고 귀여운 혀를 덥석 잡아 옭아매자 혜운이 큭큭 소리 내어 웃었다.

    혜운이 재현의 눈을 빤히 바라보더니 티셔츠 안으로 살금살금 손을 밀어 넣었다. 그의 맨살에 그녀의 손끝이 스칠 때마다 미칠 것만 같았다.

    재현은 결국 입고 있던 니트와 티셔츠를 한꺼번에 벗어 던졌고, 혜운은 부끄러운 듯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재현은 그녀의 턱을 손끝으로 살며시 당겨 다시 눈을 맞췄다.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더니 혜운의 자신의 맨 어깨와 쇄골을 따라 조심스레 만져 보았다.

    이내 그녀의 손이 자신의 가슴 위에 얹어졌고, 볼이 점점 발그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너… 심장 되게 빨리 뛴다.”

    “터지기 일보 직전이야.”

    재현의 대답에 혜운이 웃으며 자신의 손을 잡아 그녀의 가슴 위에 살짝 얹어 놓았다.

    “나도.”

    봉긋 솟아오른 그녀의 가슴을 차마 그러쥐지 못한 채 그 위에 어정쩡하게 얹은 자신의 커다란 손이 이렇게 이상해 보일 수가 없었다. 비록 옷과 속옷 아래 감춰져 있긴 하지만 처음으로 닿은 그녀의 가슴은 재현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재현은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옷 안으로 손을 밀어 넣고 조심스레 허리를 쓰다듬다가 서서히 위로 움직였다.

    손끝에 브래지어가 닿자 재현은 손가락을 활짝 펴 그녀의 둥근 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작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재현은 그녀의 등 뒤에 손을 넣고 호크를 푼 후, 브래지어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말랑하고도 부드러운 살결이 손바닥에 감기는 순간, 재현도 가쁜 숨을 내쉬었다. 볼록 솟아오른 정점이 재현의 손바닥 한가운데에 닿자, 혜운은 어깨를 틀며 재현의 팔을 꼭 움켜잡았다.

    재현은 손가락마다 골고루 힘을 줘 혜운의 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가 놓기도 하고, 엄지와 검지로 정점을 굴리기도 하다가 조금 더 힘을 줘 그러쥐기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혜운은 자신에게 더욱더 바짝 안긴 채 매달리며 입맞춤에 집중하려 애썼다. 처음으로 듣는 혜운의 나지막한 신음에 그의 분신이 점점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가슴을 욕심껏 탐하던 재현의 손이 점점 아래로 향하자, 그녀는 또 한 번 긴장했다.

    재현은 그녀의 옆구리와 허리 라인을 손바닥으로 살살 쓰다듬다가 골반과 엉덩이, 허벅지까지 천천히 내려갔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파자마 바지를 끌어 내리는 순간, 혜운은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희고 가는 혜운의 다리에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재현은 그녀의 종아리부터 허벅지, 엉덩이와 골반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연신 입을 맞췄고, 혜운은 견디기 괴로운 듯 이리저리 다리를 틀며 힘을 줬다.

    그럴수록 재현은 그녀의 무릎을 힘주어 잡아 더 이상 오므리지 못하도록 열어, 자신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유지했다.

    “불 끌까?”

    재현의 물음에 혜운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재현은 일어나 불을 끈 후,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비닐 봉투에서 콘돔을 꺼내 돌아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혜운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아까 편의점이라고 내가 말했잖아. 맥주 사면서 혹시나… 하고.”

    “와! 하재현 정말…. 졌다, 졌어.”

    혜운은 그의 등과 팔을 찰싹 소리가 나도록 몇 번이나 때리며 웃었고, 재현은 바지를 벗어 둔 후 그녀의 옆에 마주 보고 누웠다. 혜운의 미소가 점점 잦아들 무렵, 재현은 그녀의 티셔츠를 머리 위로 벗겨 냈다.

    가슴에 살짝 걸쳐 있던 브래지어도 빼자,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혜운의 뽀얀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현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재현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가슴 위에 입을 맞췄다. 그녀의 손가락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왔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크게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욕심껏 움켜쥔 채 다른 한쪽 가슴을 입에 한가득 머금었다. 혀끝에 닿는 정점을 이리저리 굴리고, 혀로 둥글게 감싸며 깊게 빨아 당기자 혜운의 숨소리는 점점 더 짙어졌다.

    “하아….”

    혜운의 은밀한 곳과 딱 맞닿아 있던 자신의 분신은 이미 커질 대로 커져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녀의 비밀스러운 곳에서 내뿜는 따뜻한 온기에, 이미 그녀의 몸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재현의 손이 혜운의 허리와 엉덩이를 지나 허벅지로 향했다. 그럴수록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는 힘이 들어갔고, 동시에 자신의 골반을 조였다.

    재현은 멈추지 않고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자신의 것과 맞닿아 있던 그녀의 팬티 안으로 천천히 손을 넣었다. 예민한 그곳에 닿는 낯선 감촉 탓에, 혜운의 몸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재현은 고개를 들어 혜운에게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 손끝으로는 톡 솟아오른 정점을 둥글게 굴리며 길쭉한 길을 따라 내려가 입구를 살살 건드렸다. 이미 촉촉하게 젖어 든 은밀한 그곳을 확인하는 순간, 혜운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썹을 구기며 숨을 들이쉬었다.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달했다. 당장 그녀의 몸 안에 들어가고 싶다며 아우성인 자신의 분신에게 자유를 줘야 할 것 같았다. 재현은 혜운의 팬티를 벗겨 옆에 두고, 자신의 속옷도 벗었다.

    혜운의 위에 몸을 포갠 채,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옆으로 살짝 밀어 공간을 만들고, 한껏 몸집을 키운 자신의 남성에 콘돔을 씌웠다.

    “힘들면 말해.”

    “말하면… 달라져?”

    차마 아니라고 대답할 수도, 응이라고 대답할 수도 없었다. 그런 재현을 향해 혜운이 슬쩍 웃으며 혀끝으로 슬쩍 입술을 핥아 올렸다.

    재현은 자신의 남성을 손에 쥐고 그녀의 입구에 가져다 대고 아주 천천히 문지르며 밀어 넣을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혜운이 입술을 꾹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고, 재현은 혜운에게 입을 맞추며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아읏….”

    “하아….”

    혜운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두 사람의 입술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가쁜 숨이 쏟아졌다.

    그녀의 안은 너무 좁았다. 조금의 틈도 없이 가득 차 버려, 차진 살덩이 사이를 가르고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남성에 찰싹 달라붙어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아 간신히 밀어 넣었지만, 그마저도 절반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였다.

    많이 아팠는지 혜운은 재현의 입맞춤을 피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신음을 삼켰다. 새하얀 목덜미에 핏줄이 솟아올랐고, 이마는 금세 땀으로 젖은 채였다.

    “괜찮아?”

    “어… 괜찮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현과 눈을 맞췄다. 살짝 갈라진 혜운의 목소리가 귀에 닿는 순간, 조금 참고 기다리기로 했던 다짐은 머릿속에서 흩어져 버렸다.

    뒤로 살짝 물렸다가 이번에는 끝까지 밀어 넣으려 하자, 혜운이 재현의 어깨를 꽉 움켜쥐며 허리를 틀었다. 아까보다 더 힘든지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재현아, 잠깐만. 그대로 잠깐만….”

    달콤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밤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것일까.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재현은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같이 좋아야 하는데 좋기는커녕 너무 많이 아파하는 것 같았다. 능숙하지 못하면서 서두르기만 한 자신의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아냐, 이제 괜찮아. 계속해도 돼.”

    오히려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혜운의 모습에, 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의 몸속에서 빠져나온 재현은 무릎을 꿇은 채 콘돔을 벗기다가, 손에 묻어난 액체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몸속에서 새어 나온 붉은 피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왜 그래?”

    혜운의 부름에도 재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완전히 오므리지 않은 그녀의 그곳에도, 매트 위 이불에도 약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안고 싶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그녀를 배려하지 못한 제 자신이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재현이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던 혜운은 재현의 팔을 붙잡아 당겼고, 이내 상황을 파악한 후 멋쩍어하며 웃었다.

    “아, 이거…. 이게, 피가 이렇게…. 괜찮아! 그렇게 많이 아프거나 하진 않았는데….”

    재현보다 더 당황한 듯, 혜운은 횡설수설하기까지 했다. 재현은 이불을 그녀의 맨어깨 위에 둘러 주고 감싸 안았다.

    “우리, 같이 씻을까?”

    재현의 제안에 혜운의 귀가 빨개졌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뺨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췄다.

    “그건 좀 창피할 거 같은데…. 우리 집은 욕실 조명이 너무 밝아.”

    “그래서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니고….”

    재현은 혜운을 이불에 돌돌 말아 감싼 채로 번쩍 안아 욕실로 데려갔다.

    “오늘 밤에는 꼭 안고만 잘게.”

    괴롭고 긴 밤이 되겠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반성하는 의미에서 하루 정도는 도를 닦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재현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 혜운이 그의 두 뺨을 양손으로 감싸며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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