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하지만 그는 곧 어느 댓글에서 한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뉴월드비전의 비리에 대한 성토,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됨으로서 후원을 그만두게 된 사연글에 달린 댓글이 바로 그것이었다.
┗Re : 그냥 저는 제대로된 후원은 근처 동사무소에서 소년소녀가장 에게 조금씩 꾸준하게 후원하는거라고 생각함. 외국에 후원하는건. 등하불명이 따로 없다고 생각함
“이것도 맞는 말이지. 굳이 멀리 볼 것 없이 우리 주변에도 어려운 이웃은 많으니까. 그런데 나는 그 이웃이란 이들이 아프리카란 말이지... 그나저나 동사무소라...”
만약 그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이 댓글처럼 동사무소 등에 도움을 주는 방법도 좋았을 것이다. 이따금 그런 지원 사업의 구멍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이야기나, 지원금 등을 뒤로 빼돌리는 괘씸한 공무원에 대한 뉴스가 나오기도 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리라 그는 생각했다.
“설마 전부가 다 그랬으면 문제가 크게 터졌겠지. 또 뉴스에 나올 정도면 그게 흔한 일은 아니라는 거 아닐까?”
은준은 신문, 뉴스등에서 내보내는 소식은 그것이 이슈가 될 만한 것들임을 알고 있었다. 신기술, 신정책, 흔치 않은 사건과 사고 등. 만약 이런 것들이 매일 일어나는 것이라면 그것이 사람의 관심을 끌고 뉴스에 나올 수 있을까?
은행원이 입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원이 고객의 돈을 빼돌렸다면 그것은 뉴스에 나온다. 흔치 않은 일이고 또 범죄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동사무소 직원의 비리도 노상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게 은준의 생각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엔 또 다른 난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이곳의 정부도 한국에서처럼 어려운 이웃이나 아이들에 대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 정책, 사업도 없는데 은준이 돈을 싸들고 가서 맡긴다면 그 돈이 들어갈 주머니는 정해져있는 것이다.
“쉽지 않아, 쉽지가...”
그런 그에게 다가온 것은 야 였다.
- 달그락
“잘 마실게, 고마워.”
꿀과 우유가 듬뿍 들어간 달달한 홍차를 받아든 은준은 그의 옆데 기대어 앉는 야에게 웃어보이며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야 또한 자신의 것으로 가져온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어 살살 돌리다 입을 열었다.
“또 무슨 일이 있나요? 힘든 일이에요?”
은준이 농장 문제로 고민하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이었다. 그녀와 함께 땅을 돌아보고 오면서 그 문제에 대해 해결된 듯 얼굴이 한결 폈던 그였는데, 또 무슨 문제가있는지 고민하는 기색이 옆에서 보기에도 역력했던 것이다.
그런 야의 걱정에 은준은 한결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낭랑한 소녀의 목소리는 치유의 힘이 있는 것일까? 특별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도 아닌데도 그 목소리 만으로 불끈불끈 힘이 솟는걸 느꼈다.
은준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한 팔을 들어 야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야도 못이기는척 쓰러지듯 그의 어깨에 기대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들지 못하면서도 그의 어깨에 옆머리를 부벼왔다.
그도 그런 야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마셨다.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향기로운 샴푸내음이 그를 더 흥분시켰다. 아마 야의 목소리에 불끈한 것은 따로 있었나보다.
“야...”
“킴...”
은준은 그녀를 부르며 반대쪽 손으로 야의 턱을 살며시 잡아 들며 입술을 가볍게 부딪혔다. 야도 붉어진 얼굴로 그를 부르다 입술을 모아 호응했다.
- 쪽. 쪽...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던 두 입술은 조금씩 맞닿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더니 이내 떨어질줄 모르고 혀가 엉켜들어갔다. 이미 두 사람이 들고 있던 찻잔은 탁자에 내려놓은지 오래였다.
“하아...”
한참을 서로의 입 안을 탐색하던 둘은 가쁘게 호흡을 몰아쉬며 떨어졌지만, 그 사이에도 서로 떨어지기 싫은지 이마로, 양 뺨으로 서로를 부비며 한 몸인 듯 엉겨있던 그들은 다시금 입술을 햝으며 서로의 입 안을 파고들었다.
힘이 빠지며 늘어지려는 야를 한 팔로 허리를 감싸 안아 가까이로 끌어당긴 은준은 다른 손으로 야의 팔을 쓸어내렸다. 민소매의 가벼운 원피스 차림이었던 야는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팔딱팔딱 뛰어올랐고, 다시 반대쪽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이 원피스 뒤 지퍼를 내리며 움푹 들어간 등골을 따라 쓸어내릴때에는 참지 못하고 도리질치며 꿈틀거렸지만, 흘러내린 상의로 목을 타고 가슴으로 내려간 은준의 입술이 뭉글뭉글한 가슴 위에 도드라짐을 잘근잘근 물어오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쇼파에 누워 잘게 떨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야의 등을 받치고 있을 필요가 없게된 은준의 손은 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종아리에 닿는 하늘하늘한 원피스의 스커트는 이미 흐트러져 허벅지까지 올라와 있었고, 그것을 발견한 은준의 손은 까끌거리면서 부드러운,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스타킹을 함께 쓰다듬으며 조금씩 치마를 들어올렸다.
“아, 안돼요... 아직 낮, 낮인데... 누가 와요. 응접실에서... 들켜 버려요...”
눈도 뜨지 못하면서 야가 웅얼거렸다. 아직은 가벼운 터치일 뿐인데도 이미 숨은 거칠고 눈은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은준이 이끄는대로, 입 안에 들어오는 것이 그의 혀인지 손가락인지도 모르고 빠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은준은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한가한 겨울이고, 퉁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쉬사네가 있지만, 그는 퉁야처럼 벤시몽 저택에서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저택에 들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대낮이지만, 그의 집을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은준은 갑자기 형성된 분위기긴 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전례를 남기면 앞으로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질 것이다.
대낮의 정사. 은준의 목표는 저택 뒷마당의 수영장에서 환한 태양 아래 야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었다. 해가 진 뒤의 방 안에서의 정사도 좋지만, 밤에만 하기엔 낮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은준은 이미 정신없이 쓰러져있는 야를 그대로 눕히고 다리를 붙잡아 세웠다. 아프리카인과 유럽인의 혼혈인 야는 혈통 덕분인지 다리가 곧고 길었다. 뿐만 아니라 특별한 운동 없이도 근육에 탄력이 있어 흔히 말하는 각선미가 살아있었다.
특히 동양인의 특징인 허벅지와 엉덩이의 경계가 애매모호한 것과 달리 탄력있는 허벅지와 엉덩이는 말 그대로 힙 업 되어있어 별개의 것처럼 나뉘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붙잡아 모아 세운 두 다리의 끝에서부터 아래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야의 체취를 느꼈다. 그리곤 다시 손으로 스타킹 신은 다리를 매만지며 감촉을 즐기고는 허벅지를 조이고 있는 스타킹의 밴드 부분에 집중했다.
손가락을 넣어 밴드를 따라 돌려보며 이리저리 눌리는 허벅지살과 밴드의 경계를 즐겼다. 한참을 다리에 신경을 쏟아 즐기던 은준은 이윽고 허벅지 위로 뱀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듯 손을 미끄러트려 야의 팬티를 잡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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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 감사합니다~
묘사가 너무 진한건 아닌지...이번편은 조금 걱정됩니다. 15금에 맞춰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