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은준이 이렇게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큰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 같은 대오각성을 했다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는 가사 한 벌에 끼니를 떼우는 것에 만족할 생각도 없었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남에게 나눠줄 자비와 아량도 없었다. 오른뺨을 맞으면 경찰을 불러야 속이 시원했다. 그저 단순히 지금껏 살아오면서 생각지 못한 큰 돈을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돈을 벌 예정이니 써도 써도 줄지 않을 부에 부담을 느끼는 정도에 불과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은준의 부라는 것은 진짜 부자가 보기엔 가소로워 보일 수준이었다. 그네들의 취미라 할 수 있는 슈퍼카 수집이라던가, 세계 곳곳의 별장과 고성들, 대도시의 빌딩, 요트, 전용기 등등 어느것 하나 지금의 은준이 넘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은준 스스로의 경제 규모는 이러한 것들에 비하면 너무나 소소해, 집 앞 슈퍼에서 50% 할인을 하는 500원짜리 막대 아이스크림을 봉다리채 사와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는다거나, 누네띠네 2.5kg벌크 사이즈 과자를 인터넷에서 구매하며 택배비 2,500원을 추가해 11,400원에 사먹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이였다. 수십억대 자산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동네 청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부의 재분배에 대해 생각하게 되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유니세프’였다.
“그러고보니 나 어렷을 때 보면 집으로 유니세프에서 고지서 같은게 날아오고는 했었는데.”
20대에 들어서 대학에 다니고서 부터는 집을 떠나와 있어 보지 못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유니세프 활동 내용이 담겨진 책자와 같은 것들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발송되어왔던 것이 새록새록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버지 어머니도 유니세프에 기부를 하고 계셨던 걸까?”
어렷을적의 은준은 그런 우편물이 집에 와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것이 뭔가 하고 떠들어 보기는 했지만, 그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정기적으로 집으로 그런 우편이 오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부모님은 넉넉지 않은 삶 속에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지 않았나 싶었다.
실제로 그는 어렷을적 그의 집은 라면을 먹을때도 사람수대로 끓이지 못하고, 라면에 국수를 넣고 같이 끓여 양을 늘려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그의 집도 돈이 남아서 기부를 했던 것은 아니었을 터였다.
즉시 인터넷에 들어가 유니세프에 대한 검색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만큼 빠른 인터넷이 아닌지라 페이지가 열리는 것이 느렸는데, 그래도 인마셋 기기를 연결한 뒤로는 그 전에 비해 월등히 빨라져 있었다.
“아, 아이 개개인에게 후원할 수도 있구나! 상품을 사면 그 수익금으로 돕는 방법도 있고.”
은준은 새로운 사실을 알고 탄성을 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학교 다닐때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우표같이 생긴 씰이나 카드를 팔기도 했었는데. 그건 적십자였던가? 요즘에도 학교에서 하나 모르겠네.”
정보를 찾다보니 하나둘 예전의 기억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겨울이 되면 사거리 같은 곳에서 구세군이 나와있으면 나도 천원이고 얼마고 내곤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했던게 언제였지?”
은준은 마지막으로 구세군 냄비에 돈을 넣었던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어렷을적에 얼마 되지 않는 돈인데도 그것을 전부 냄비에 넣었던 기억만 떠올랐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런것에 냉담해지고 삭막해졌던 것이다. 애써 경제탓을 해보았지만, 마음만 있었더라면 커피 한잔 덜 마실 돈으로 기부를 했을수도 있는 일임에 그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성금, 상품, 후원... 대충 이 세가지 방법인건가? 이 성금 내는 것이 가장 쉽고 간단해보이기는 한데 그냥 돈만 내는 것이 어쩐지 정 없어 보이기도 하고, 상품은... 뭐 별거 없네? 종류도 몇 가지 없고 내가 쓸만한 건 더 적고. 그렇다고 티셔츠나 컵 같은 것을 수십개씩 사서 창고에 묵혀둘 수도 없고 말이지. 후원? 아, 후원이랑 성금이 같은거였구나. 성금을 내면 그것으로 유니세프에서 물품을 전달하는...”
후원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단발적으로 하는 일시 후원이나, 정기적으로 하는 후원이 있었고, 그렇게 입금된 돈은 겨우 2만원이면 영양실조인 아이 열 명에게 하루 세 번 고단백영양식을 준다거나, 5만원이면 어린이 700명에게 구강수분보충염을 줄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이었다.
뿐만아니라 정기적으로 에이즈, 기초교육, 보호, 권리, 긴급구호등 아이들을 돕는데 후원 할 수도 있었다.
관심이 없었기에 이런 것들이 있는지도 몰랐던 은준은 유니세프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이런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이번엔 ‘뉴월드비젼’이라는 기관이었다.
“어? 여긴 조금 방법이 다르네. 직접 후원할 아이와 1:1로 연결해서 돕게 되는 것 같은데?”
여러 방향으로 국제구호사업이나 국내에서도 사랑의 도시락 같은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은준의 시선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아동후원이었다.
이 아동후원을 하게 되면 자신이 후원하게 된 아동의 사진과, 매년 아동의 발달 상황, 또 연말이나 크리스마스에는 편지나 선물을 보내거나 직접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게 뭔가 보람이 있겠는데?”
그냥 돈만 내면 끝나는 것도 물론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의 손길이 될 테지만, 자신의 도움으로서 누군가가 어떻게 변해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은준은 무척 마음이 끌렸다.
그렇게 마음이 정해졌을때쯤, 은준은 또 각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도움의 손길에 대한 영상 및 보고서도 볼 수 있었는데, 말라리아에 죽어가는 마을, 어린 아이임에도 에이즈에 고통받는 모습, 학교에 가지 못하고 열 살도 안 된 여자아이가 손이 새카맣게 되도록 기름을 퍼나르는 모습 등에 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자신이 살고 있는 이 곳은 그래도 이 아프리카에서 살만한 동네라는걸 느꼈다. 그의 이웃에 살고 있는 원주민중에 기아로 굶어 죽는 아이도 없었고, 먹을것이 없어 배가 뽈록하게 튀어나온 아이도 없었다. 물이 없어 냄새가 나는 고인 물을 떠다가 가라앉혀 마시지도 않았다.
비록 학교가 있어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방학때가 되면 찾아오는 얌이 어설프지만 선생님 노릇을 하며 글자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것은 아이들을 대단한 학자로 만들어주지는 않겠지만, 글을 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 힘이 되어줄 터였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엑?”
은준은 즐거운 마음에 그 단체들의 활동을 검색해보던중 찬물을 끼얹는 기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뉴월드비젼이 NEW라이트 계열이라고?”
그도 뉴월드비젼은 몰랐어도 NEW라이트가 뭔지는 들어는 본 사람이었다. 평소 정치나 종교에 관심이 없었던 그도 NEW라이트가 친일, 역사교과서 사건과 연관된 단체라는 것은 워낙 이슈가 되었던 일이라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달아올랐던 머리가, 가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져내렸다. 게다가 검색하면 할수록 나오는 안좋은 이야기들, 후원금중 일부가 교회를 짓는데 들어가고 있다던가, 후원 아동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내용들이 속속 튀어나오자 처음 생각했던 결정을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믿을 사람이 없네. 후원을 하자니 내 돈이 다른데로 센다는데 찝찝하고, 한편으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는 것 같기도 하고. 차라리 내가 직접 주변에서 찾아볼까? 야와 얌도 고아원 출신이니 그런 아이들이 없으리란 법도 없고. 하지만 이런 일이 돈만 있다고 될 일이 아닐 텐데...”
은준은 머리가 아파왔다. 돈이 있고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앞장서서 그런 아이들을 돕겠다는 단체들이 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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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선추코 감사드리며~땅콩감자님 : 물 웅덩이를 키워보는건 어떨까요.. 하셨습니다~-> 땅콩감자님 댓글대로 그 물 웅덩이가 지하수가 올라와 생긴 웅덩이라면 물론 좋겠지만, 제가 생각한 이 웅덩이는 지하수가 지나는 곳은 아니고요, 단순히 움푹 파인 곳에 우기에 비가 오면 물이 차오르고, 건기엔 물이 마르는 웅덩이일 뿐이랍니다. 그리고 강에서 물 끌어오는 것은 몇 화에서였던가;;; 언급했었죠. 농장 쪽으로 수로를 내는 것으로요 ㅎㅎ방랑가객님, 서비스님, : 농장에 재투자가 필요!
-> 후에 일정 부분 투자는 나올겁니다. 기존 장비로는 더 늘어난 지역을 제 때 커버하기 어려울테니까요.
도로는 개인이 하기엔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용문제도 있고, 쥔공 본인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지요(라고 쓰고, 작가가 필요를 못느끼고 있다고 읽습니다!)지금은 이전부터 차가 왔다갔다 하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흙길을 이용하고 있지요. 달리면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ask29 : 땅 더 ㅅㅅ!
->이것도 위와 같이 쥔공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보면 됩니다. 이미 현재 가진 땅에서 나오는 수익금 + 앞으로 개간할 땅의 수익금만 해도 어마어마! 한거죠. 지출이 수익을 앞지르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당분간 부동산왕으로의 계획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