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카파로 가자-22화 (22/107)

22화

은준과 퉁야 그리고 은준이 고용한 마을 주민들은 낫과 괭이 따위를 가지고 벤시몽 저택앞 말 울타리 길 건너편의 땅을 개간했다. 개간한 땅의 넓이는 300평 쯤으로 가로 세로 길이가 약 30m쯤 되는 작은 밭이었다.

이들이 이렇듯 직접 괭이와 낫을 가지고 밭을 일구게 된 이유는, 애초에 존이 약속했던 쟁기의 도착이 생각보다 좀 더 늦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은준을 기다려주지 않아 더이상 지체해서는 아무리 큰 쟁기가 있다 하더라도 이번 옥수수 농사는 짓지 못할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존이 호언장담을 하고 떠났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군부대의 창고에서 빼돌리는 물건이라 그런지 시간이 거리는듯 했다.

은준은 그래도 좌절하진 않았다. 사실 은준으로서는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그냥 이대로 먹고 살 생각만 한다면 놀고먹어도 문제 없었다. 다만 여타 여가생활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건물의 보수 혹은 가전기구등의 재구입 등을 생각한다면 수익활동을 통해 충분한 돈을 모아야했다. 그래서 그가 옥수수농장을 개간하게된 이유였다.

그래서 은준은 이왕 이렇게 된 것, 긍정적으로 풀어나가기로 했다.

"일단 이번 여름엔 시험삼아 작게 해보는거지. 그리고 겨울이 지난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대규모로 재배를 하고. 차라리 잘 됐어. 처음부터 한번에 왕창 심었다가 전부 못쓰게되면 더 아깝잖아? 게다가 그만한 옥수수와 옥수수대를 저장할 창고도 없고. 이참에 창고도 지어야지!"

은준이 하려는 것은 밭 몇 평 짜리 옥수수 농사가 아니다. 당장 2000핵타르 전부를 개간하진 않더라도 옥수수밭 한 고랑이 1km쯤 되는 밭을 여러개 만들 계획이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작은 광 따위로는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옥수수 대로는 겨우내 소 먹이로 쓸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버리지 말고 전부 모아둬야했다. 그러려면 역시 그만큼 큰 창고가 필요했다.

벤시몽의 여름은 낮엔 화창하여 일조량이 풍부하고 밤엔 비가 자주 내렸다. 또한 땅은 물빠짐이 좋아 매일밤 비가 내리더라도 지표면에 물이 고이는 일이 별로 없었다. 충분한 물과 충분한 일조량이 있으니 옥수수를 심기가 무섭게 줄기가 우후죽순처럼 자라났다. 아예 우후죽순이 아니라 우후옥순(?) 이었다.

그렇지만 매일 주민들을 데려다 일을 시킨것도 아니었다. 처음 풀밭이었던 곳을 뒤엎고 옥수수를 심는 일에나 사람 손이 필요했지, 그 뒤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스트라이가라는 잡초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다음 농번기때도 사람을 데려다 쓰려면 주기적으로 교류를 통해 연결고리를 이어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은준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퉁야를 보내 사람을 데려다 풀을 뽑게 했다.

옥수수 농사는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큰 일 없이 진행되어 은준이 특별히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월했다. 오히려 좀이 쑤신 은준이 괜히 괭이를 짊어지고 나가 잘 자라고 있는지 한바퀴 밭을 돌아보고 와도 괭이에 흙 한점 뭍어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은준은 남는 시간에 이곳 토착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토어를 배우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물론 공부에 큰 취미가 없는 그로서 문법책과 단어장을 들고 외워가며 소토어를 배우지는 않았다. 애당초 그럴 위인이었으면 아프리카까지 오게되지도 않았을 터였다. 대신 자기합리화나 정당화 같은것은 잘 했다.

"원래 말이란 책으로 배우는게 아니지. 회화. 회화가 중요한 거라고.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부터, 흥미위주로!"

은준이 생각한 방법은 즐쩍 야의 주변을 배외하며 그의 눈에 들어오는 사물을 그녀에게 물어보는것이었다.

"야, 이건 뭐라고 해?"

"letswai"

"아하. 소금, letswai. letswai, letswai..."

그리고는 계속 그걸 집어들고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것이다. 거기에 응용하여 이렇게도 써먹었다.

"kofi... KE batla kofi?"

이렇게 하면 완전히 틀리지만 않는다면 야가 적당히 알아듣고 커피를 가져온다. 그런것을 보면 은준의 방법도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닌듯 했다. 아니, 효과가 있어야했다. 정말로 영어를 배울때처럼 하루에 수십, 수백개씩 단어를 외우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은준으로서는 다행히 야도 이것저것 물어보는 은준이 귀찮지는 않은듯 보였다. 오히려 재미있어 하는 편으로 은준이 엉뚱한 단어를 말한다거나, 엉터리 문법으로 막무가내 소토어를 주절댈때면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바람에 나뭇잎만 흔들려도 웃음이 터진다는 감수성 풍부한 소녀이니 이제 막 말을 배우고 있는 은준이 너무 재미있었던 것이다.

"킥킥."

또 은준도 그런 야의 모습이 보기 나쁘지 않아 일부러 더 소토어를 남발하고 있었다.

주말이되자 셋은 새벽 댓바람 부터 트럭을 타고 뉴-카파로 향했다. 퉁야는 교회를, 야는 동생인 얌과 함께 성당엘 가는 날이었다.

둘을 내려준 은준은 자신도 시장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도시를 걸어다니다 한국으로치면 일종의 PC방인 곳을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최고급 PC와 안락한 의자 그리고 어두침침한 한국의 PC방과는 다른, 입구부터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PC방인지조차 모를 정도인 그곳은 흡사 관공서에 비치된 기다리는 주민을 위해 설치해놓은 컴퓨터들을 보는 것 같은 수준이었다. 맨 시멘트 바닥에 합판을 짜 만든 낡은 책상. 그리고 얼룩진 모니터와 컴퓨터.

'이런 컴퓨터 본지가 대체 언제지?'

하지만 이곳이 아니라면 인터넷을 자유롭게 할 곳도, 그것 외에 달리 할 일도 없었던 은준은 돈을 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에 접속해 메일을 확인했다.

매우! 무척! 느린 로딩 시간을 거쳐 멈춘게 아닐까 의심이 들때쯤 확인되는 메일들을 하나씩 확인해 지울건 지우고 읽을건 읽었다.

대체로 광고성 메일이 많았지만, 친구나 가족들에게 온 메일도 있었다. 전화를 매일 할 수가 없으니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은준도 내용을 확인하고는 답장을 보내며 시간을 보냈다.

별거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사실 별로 한게 없는게 맞았다. 다만 지독하리만큼 작업 하나 하나가 오래 걸렸을뿐. 그러다 시간이 되자 은준은 퉁야와 야를 태우러 교회와 성당에를 들렀다.

성당 앞에는 벌써 야와 얌이 나와 있었다. 둘은 무척이나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주말마다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떼를 쓰거나 우는 모습을 보이진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야가 차에 올라타자 얌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는데, 은준은 얌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마주 손을 흔드는 야를 보며 자신이 착각한 것이리라 생각하며 엉뚱한 생각을 지웠다. 차에 탄 야의 손에는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건 뭐야?"

은준은 호기심에 슬쩍 고개를 빼어 봉투를 보며 물었다.

"이거요?"

야는 은준의 물음에 봉투를 더욱 감췄다. 그러자 더 호기심이 생기는 은준이었지만, 혹시나 여자들만의 비밀스러운 무언가를 건드린 것은 아닐까 하고 이내 생각에서 지우려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야의 말에 은준은 벤시몽으로 돌아가는 내내 봉투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해야했다.

"선물이에요. 돌아가서 드릴께요, 기대하세요!"

'선물이라니? 얘가 왜 내게 선물을? 설마 내게 반했나? 하지만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데... 물론 야가 어리고 귀엽기는 하지만, 그거야 아직 어릴 때니까 어린맛에 귀여운거고. 혹시 내 재산(?)을 노리고 꼬리치려는건가! 아니면...'

하지만 이런 은준의 망상은 벤시몽에 도착하고선 금세 깨고야 말았다.

"여기 아까 말씀드린 선물이에요!"

"어? 어..."

은준은 야가 내민 봉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접혀있던 봉투를 열어 안에 있던 것을 꺼내자 얇은 책 두어권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지?"

은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헌책 때문에 혼자 중얼거렸고, 야는 그 말을 들었는지 어쨌는지 은준이 책을 꺼내들자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글을 배울때 쓰는 책이에요. 제가 썼던 것이지만, 요즘 열심히 공부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준비해봤어요. 헤헤."

야가 쑥쓰러운듯 몸을 꼬며 웃었다. 은준은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에 깜짝 놀라 책을 후루룩 넘겨보니, 정말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러다 한쪽 구석에 그려진 낙서를 보고는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야는 수업시간에 교과서에 낙서하는 학생이었구나?"

"네에? 그, 그땐 전부 그런거에요! 이건 1학년때 책이라구요!"

============================ 작품 후기 ============================

우후옥순 ㅋ 옥수수를 한자론 위수수니 우후위순이라고 해야하는걸까요? ㅋ

서비스님 안녕하세요

사랑이란님 안녕하세요

크리아센님 안녕하세요

도그드림님 안녕하세요. 바로 써서 바로 올리는거라 연참은 어려워요 ㅜㅜ치야님 안녕하세요. 비축분 아닙니다 ㅎㅎ진찰주님, 안녕하세요. 저답지 않다니 ㅜㅜ

정근님 안녕하세요

전모삽님 안녕하세요

bayy님 안녕하세요. 문피아의 갈랑을 말하시는거면 저 맞습니다 ㅋ아, 감기에 걸렸습니다. 독한 감기는 아닌데, 열과 두통을 동반해서 글을 전혀 못썼습니다. 거의 누워있다싶이 했고, 두통때문에 글을 쓸 여력이 안됐답니다.

지금도 100%회복은 아니지만, 손이 근질거려서 써봤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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