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20/51)

19. 

이중 커튼을 달아 놓은 방 안은 매우 어두웠다. 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들어오는 거실의 불이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빛의 전부였다. 입술을 부딪친 채로 침대까지 이동한 두 사람은 동시에 푹신한 매트리스 위로 풀썩 쓰러졌다. 윤신의 파자마 상의에서 콘돔과 윤활제도 함께 침대에 굴러떨어졌다.

삐걱. 세헌이 자세를 고칠 때마다 침대에서 외설적인 효과음이 일었다.

짙은 키스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열기가 서로에게 스몄다. 제 입 안을 모두 세헌에게 내주는 바람에 윤신의 턱을 타고 타액이 흘러내렸다. 숨 막혀 하는 윤신을 배려하려는 건지, 아니면 단지 또 다른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었는지 그가 입을 떼어 냈다. 그러고는 긴 목 위로 코끝을 묻어 체향을 모두 채집하듯 향기를 맡았다.

“흐응, 응. 간지러워요.”

그의 머리를 끌어안은 윤신이 나지막하게 신음했다. 그걸 신호로 여기기라도 한 양 세헌이 파자마의 단추들을 풀어냈다. 상의를 벗기고, 하의까지 마저 쑥 탈의시키더니 이내 제 목 폴라 니트도 벗어서 침대 아래로 던져 버렸다. 그뿐만 아니었다. 윤신의 마른 손을 이끌어다 제 강직된 앞섶 위를 지그시 문지르게 만들었다.

단단한 촉감 때문에 부끄러워진 윤신의 희멀건 얼굴이 벌게졌다. 이미 거의 최대치로 딱딱해진 성기의 양감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부끄러운 마음에 손을 움직이기를 주저했다. 그러다 이내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 위를 주도적으로 만졌다. 언젠가 커다랗게 손에 꽉 찼던 세헌의 것을 되새기며 더듬다가 서둘러서 그의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지익. 마치 솟구치듯 곤두선 성기가 좁은 공간에서 탈출하듯 도드라졌다. 드로어즈 위로 그것을 연신 지분거리던 윤신이 벌써부터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뭐부터 하실 거예요? 아, 알고 당해야죠.”

“선택권을 줄게. 뭐부터 당할래.”

몸이 달아올랐음을 증명하는 조바심 가득한 음성이 세헌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는 대답과 함께 기세를 몰아 확, 윤신을 뒤집어 버렸다. 그러고는 벌게진 귀에 속삭이듯 덧붙였다.

“순서가 어떻게 되든 넌 전부 당하긴 할 거야.”

그는 뒤이어 윤신의 판판한 복부 아래로 손바닥을 밀어 넣고, 하체를 일으켜 세웠다. 상체는 엎드린 채 둔부를 치켜든 형국이 된 윤신이 노골적인 자세에 식겁해서 그를 힐끗 돌아보았다. 그러자 세헌이 바로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그는 제 전신의 하중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듯 마른 몸을 감싸고는 요란하게 키스하며 윤신의 속옷을 벗겼다.

마침내 제 버클 풀린 바지와 속옷까지 벗어 던진 그가 서로의 하체를 맞댔다. 그와 동시에 엉덩이 사이에 그의 일어선 성기가 꽂히는 느낌이 든 윤신이 자지러졌다.

“하윽, 수, 수석님, 아!”

신음이 커질수록 그의 행동은 더욱 집요해졌다. 세헌은 둔부의 골을 가르듯이 제 발기한 성기의 기둥을 문질러 댔다. 그의 모든 행동이 과도하게 에로틱했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든 윤신이 자신도 모르게 침대 밑으로 눈길을 돌렸다. 눈앞이 흐려져서 여러 번 깜빡이다가 엉망으로 흩어져 있는 제 파자마, 그의 옷가지, 그리고 두 사람의 속옷들이 널브러진 걸 발견했다. 두 개의 드로어즈가 겹쳐진 모양새마저 매우 야릇했다.

드디어, 정말로 그와 잠자리를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번뜩 현실감이 든 윤신이 입술을 달싹였다.

바로 그때였다. 본인이 아닌 다른 곳에 시선이 팔려 있는 게 못마땅했던 모양인지 세헌이 좀 더 바짝 나신을 기대 왔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성기를 밀부에 찔러 넣듯 쿡, 선단을 회음 부위에 짓눌렀다.

“어딜 봐. 집중 안 해?”

“읏, 다, 다른 데 본 거 아니에요.”

입을 열수록 자꾸 입 안이 말라 가는 느낌이 들었다. 속에 불이나 체온이 오르는 듯했다. 방화범은 등 뒤의 세헌이었다. 그는 마치 이불을 덮듯 마른 몸 위에 버티고서 윤신의 매끈한 어깨부터 가슴팍까지의 윤곽을 나긋하게 쓸어내렸다. 그러기를 잠시, 마사지하는 것처럼 양팔을 세게 쥐락펴락했다. 이 온도 차가 윤신의 몸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힘겹게 신음하며 바르작거리는 모양새를 죄다 보고 있을 세헌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뒤통수부터 발목까지 그 뜨거운 기운이 전부 느껴졌다. 그가 주는 쾌감으로 인해 몸이 부풀어 가는 기분과, 창피해서 허벅지가 간지러운 감각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저 좀 어떻게 해 주세요…….”

결국 애타는 애원이 붉은 입술을 가르고 공기 중에 흩뿌려졌다. 기다렸다는 듯 세헌이 바로 허리를 깊숙하게 숙여 윤신의 겨드랑이에 제 얼굴을 처박았다. 보드라운 살결을 콱 깨물고는 이내 혀끝을 뾰족하게 세워 천천히 밑으로 끌어 내렸다. 질척한 살덩이로, 마치 붓질을 하듯 굴곡진 선을 길게 핥았다.

한참을 타고 이어 가던 그 선로의 끝에 윤신의 늘씬한 허리춤이 있었다. 세헌은 그 매끈한 옆구리 위를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면서도 앞면의 판판한 복부와 일어선 성기를 은근슬쩍 매만져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반대편 허리까지 죄다 괴롭힌 그가 마침내 윤신의 몸을 원상태로 되돌렸다.

털썩, 천장을 향해 눕게 된 윤신이 헐떡이며 세헌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그는 기꺼이 머리를 기울여 제 어깨를 붙들 수 있게 도와주고는, 정성스럽게 입 맞췄다. 곧이어 본격적으로 목부터 하나하나 뜯어 삼키듯 착실하게 유린하기 시작했다.

세헌의 고른 치아가 윤신의 목울대 부분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하, 하윽! 윽!”

그 행위는 단 한 번으로도 치흔이 선연하게 생길 만큼 강렬했다. 큰 통증을 느낀 윤신이 턱을 덜덜 떨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사수해야겠다고 느낀 건지 두 다리마저 오므렸다.

그는 그걸 두고 봐줄 수 없다는 양 그대로 무릎뼈를 이용해 가랑이 사이를 난폭하게 벌렸다. 동시에 치아 자국과 그 주변 새빨갛게 달아오른 자리를 혀로 핥으면서 목울대의 도드라진 부분까지 함께 애무했다. 그리고 그건 그저 시작일 뿐이라는 걸 알리듯 점점 더 아래로, 아래로 방향을 옮겨 갔다.

퍼억! 베개 위에 제 한 손을 짚은 그가 윤신의 위에 차양처럼 드리웠다. 뒤이어 윤신의 어깨 주변 도드라진 뼈들을 거침없이 깨물어 댔다. 온몸을 죄다 찢어 놓기라도 할 심산인지 시종일관 난폭하고, 사나웠다. 덜컥 겁이 난 윤신이 세헌의 팔을 붙잡았다.

“진정해요. 아파요.”

가쁜 숨을 몰아쉬던 세헌이 그제야 윤신의 말간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치자, 윤신은 그의 안색이 아주 위험한 빛깔로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세헌이 제게 성욕을 느끼고, 그걸 분출할 방법을 찾다가, 이런 식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사정 욕구가 돌연 치밀었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윤신이 마른침을 삼키고 덧붙였다.

“싫다는 건 아니고요. 아파.”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목 주변을 비롯해 치아 자국과 손자국으로 군데군데 벌게진 보드라운 피부 위를 꼼꼼하게 훑어보던 그가 이내 긴 호흡을 내뱉으며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여전히 머리카락에 핀이 꽂혀 훤히 드러나 있는 윤신의 이마에 쪽, 하고 입 맞췄다. 스스로를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천만다행히 조금 진정이 된 모양인지 다시 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하는 그의 행위가 미세하게 다정하게 변했다. 가슴팍으로 내려간 그의 입술이 귀엽게 솟아오른 한쪽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축축한 입 안에 유실을 가두고 치아 사이에 노골적으로 끼워 잘근잘근 씹으면서 성감을 북돋웠다.

이와 동시에 그는 한쪽 손으로 반대편 유두 또한 집요하게 희롱했다. 도드라진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굴리다가, 그 주변 유륜을 동그라미 그리듯이 문질러 주었다. 그 덕분인지 가뜩이나 뻣뻣해져 있던 윤신의 것이 핏줄이 죄다 설 정도로 발기했다. 자연스럽게 나란히 곤두선 두 개의 성기가 상대방의 허벅지를 찔렀다. 윤신의 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하, 읏, 저 자위하고 싶어요.”

희롱하고 있던 유두를 놓아준 그가 힐끗 아래를 쳐다봤다. 꺼떡거리는 두 개의 성기가 복부를 향해 치솟아 있는 모습을 보곤 입술을 감쳐물었다. 세헌은 도로 시선을 아래 깔린 윤신을 향해 돌리곤 온 말간 얼굴을 전체적으로 훑듯이 깨물었다. 이마와 눈두덩, 관자놀이와 뺨, 코끝은 물론이고 입술과 턱까지 골고루 키스의 비를 내렸다.

마침내 다시 눈이 마주쳤을 때 그는 깡마른 두 팔을 겹쳐 쥐어 윤신의 머리 위로 확, 올려 버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참아.”

“아, 잠깐만, 놔주세요. 할래요.”

“하고 싶다고 하면 해 주기 싫은 게 당연하잖아.”

아연해진 윤신이 발끈했다.

“하나도 안 당연해요!”

“좀 더 괴로워해.”

은근하게 유혹하듯 속삭인 그가 강직된 제 성기를 윤신의 것 위에 얹듯이 건드렸다. 곧이어 기둥끼리 매우 야릇하고 아슬아슬하게 문질렀다. 이미 한계치로 예민해져 있는 살갗에 세헌이 흥분했다는 증거가 맞닿자, 윤신은 정말이지 까무러칠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요의가 일면서 사정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한데 뭔가 부족했다.

“아, 이거 싫, 좀 더 세게 해 주세요.”

요구하는 정반대로만 할 셈인지, 그가 허리 짓을 좀 더 느릿하게 바꿨다. 아울러 성기끼리 그저 부딪치게 할 뿐 만져 주지도, 직접 만지길 허락지도 않았다. 세헌이야말로 당장 사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기둥이 딱딱해져 있는 상태였는데, 가공할 인내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목을 슬쩍 뒤로 젖히고 신음성을 토해 내던 윤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좀 더 그에게 바짝 닿아서 표피를 거칠게 문지르고 싶은 욕망이 거세졌다. 그걸 참아 내지 못하고 결국 허리를 들썩이며 서로의 것을 비볐다. 그러자 세헌이 슬쩍 허리를 뒤로 물리며 도망쳤다.

“으응, 수석님, 제발, 제발요!”

“이대로 싸. 내가 그게 보고 싶어.”

자유로운 한 손으로 유두를 건드리는 그의 손길이 노련해서 더 안달 나 미칠 지경이었다.

“아……! 아흡!”

다리를 배배 꼬며 움찔거리던 윤신이 결국 제대로 압박을 해 주지도 않았는데 쿠퍼액에 이어 정액까지 쏟아 냈다. 아직 토정하지 않은 세헌의 성기와, 그의 탄탄한 복부에 희뿌연 액체들이 죄다 튀었다. 그는 잔뜩 지쳐서 숨만 겨우 쉬는 윤신의 두 손을 뒤늦게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제 살결에 튄 정액들을 윤신의 마른 손가락으로 훔치게 만들었다.

“핥아.”

정액이 묻은 제 손을 핥으라는 소리인 줄 알고 검지와 중지를 입 안에 넣으려고 하자, 세헌이 바로 머리채를 잡아 뒤로 끌며 반복 명령했다.

“핥으라고, 빨지 말고.”

영문을 몰라 멀거니 쳐다보던 윤신이 제 검지의 왼편에 혀를 댔다. 그러자 세헌이 바로 얼굴을 숙여서 오른편을 핥았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혀끝이 길쭉한 손가락을 가운데 두고 몇 번이나 부딪쳤다. 물컹한 살덩이의 느낌이 그 어떤 감각보다도 저속하고 선정적이었다. 이 별거 아닌 키스가 너무 짜릿해서, 윤신은 금세 다시 발기할 것만 같았다.

눈이 반쯤 풀린 윤신이 계속 혀를 날름거렸다. 그러자 그가 돌연 못 참겠다는 듯이 마른 손목을 끌어 내리고 그대로 혀를 거칠게 얽었다.

“읏! 으음!”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도 세헌의 행위는 굼뜬 부분 없이 매우 노련했다. 위로는 키스하면서도 아래로 아직 사정하지 않은 상태의 딱딱한 성기를 윤신의 것에 지분거렸다. 그러다가 허벅지 사이에 끼워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꾹꾹 눌러 댔다. 흔들리는 음낭과 그의 선단이 부딪쳤다. 그 바람에 마치 처음처럼 윤신의 것도 고스란히 도로 강직됐다.

그 반응을 감지한 건지, 세헌이 입술을 떼어 냈다.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쉬는 윤신의 입술 안에 중지를 넣었다. 그러고는 혀를 쿡쿡 쑤시고, 짓누르고, 어루만져 가며 살갗에 타액을 발랐다. 이윽고 입 안에서 꺼낸 손가락의 질척한 침들을 죄다 빨아 삼켰다.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채 그 모습을 올려다보는 윤신의 얼굴이 걷잡을 수 없이 붉어졌다.

“하, 원래 이렇게, 상스럽게 섹스하세요?”

“네가 좋다니 기뻐. 더 노력하지.”

가만히 그를 쏘아보던 윤신이 차마 대답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이 세헌에겐 대답이었던 모양이었다. 한창 무르익은 분위기를 새로이 달구듯, 늘씬한 두 다리를 허공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뒤이어 발목부터 종아리, 허벅지에 이르기까지 두 손바닥으로 쭉, 상승고도를 타고 올라가며 문질렀다.

마침내 윤신의 골반쯤에 다다라, 두 다리를 있는 대로 벌렸다.

헙, 기겁한 윤신이 손바닥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눈으로 열심히 그를 향해 부끄럽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들어 줄 세헌이 아님을 이미 알고는 있었다. 도리어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는 그의 태도가 제 침대 위에 있는 사람이 강세헌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학습 능력이 없는 모양이네. 말을 꺼내면 들어주기 싫다니까.”

입에서 손을 떼어 낸 윤신이 항변했다.

“그래서 아무 말 안 했어요!”

“눈도 얘기해. 가끔은.”

“순 자기 좋을 대로.”

“다리 좀 더 벌려. 너 유연성 이것밖에 안 돼?”

귓전에 꽂히는 음험한 음담도, 온몸에 와 닿는 저속한 행위도 모두 수줍어서 본능적으로 허벅지가 달라붙었다. 한데 세헌은 그걸 두고 봐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책을 펼치는 것처럼 더 각도를 크게 해 윤신의 두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세우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사타구니 안쪽에 뜨거운 시선을 고정한 채 입구를 주시했다.

날카로운 눈매가 제 음부만 오직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윤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당황해서 그의 어깨춤에 손을 얹었다. 툭 도드라진 견갑골과 촘촘하게 자리 잡은 등 근육이 손바닥에 예민하게 느껴져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만 좀 봐요.”

그 말이 기폭제가 된 듯 그는 여봐란듯이 노골적인 태도로 입구 주변에 입 맞췄다. 그러고는 혀를 내어 회음 부위 전체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음낭을 혀끝으로 핥고, 성기의 뿌리를 입술로 무는 것으로도 모자라 까칠한 음모를 입 안에 가득 넣어 젖게 만들었다.

“읍, 으읍, 윽!”

도저히 더는 못 보겠다 싶어진 윤신은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수치심을 동반한 아찔한 교성이 터져 나올 때마다 소리들이 가능한 한 멀리 퍼지지 않도록 입술을 감쳐물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세헌이 찐득한 오일을 회음 부위에 뿌리는 모양인지 아래에서 차갑고 미끄덩한 촉감이 느껴졌다. 얼굴을 가린 손을 반쯤 끌어 내려 입 주변만 막은 윤신이 아래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콘돔 박스에서 낱개 하나를 꺼내 포장지를 까고 있었다. 성기에 끼우려는 건가 싶었다. 나름대로 도와주려 손을 뻗는데 그가 바로 밀어냈다.

의아해하는 시선을 전부 받아 낸 세헌은 윤신의 혀를 괴롭혔던 젖은 손가락에 콘돔을 끼웠다. 그러고는 끝부분을 묶듯이 감싸 엄지로 고정하더니 그 위에도 오일을 흥건하게 발랐다. 대충 뒷일이 상상이 간 윤신이 입을 열고 뭔가 말을 하려던 때였다. 눈을 형형하게 빛낸 그가 뭐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비밀스러운 입구 안으로 곧은 손가락을 푹 밀어 넣었다.

“으응! 하! 아흑!”

차마 탄성을 막지 못한 신음성이 천장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그걸 들은 세헌의 손짓이 미친 듯이 거칠고, 빨라졌다. 안쪽으로, 더 안쪽으로 침투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흥분한 기색이 손끝에서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끝내 반쯤 이성을 놓은 그가 한 손가락으로 좁아터진 밀부를 연신 벌렸다. 그러다 마음이 급해진 듯 손가락을 쑥 빼냈다. 이윽고 그는 살갗에 씌운 콘돔을 벗기더니, 두 개를 신중하게 넣는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손가락 세 개에 오일을 잔뜩 발라 밀부에 퍽 쑤셔 박았다.

“아! 흐응, 응!”

그 뒤로는 마치 피스톤 운동을 하는 듯했다. 그는 무게를 실어서 제 손의 일부를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내부를 넓히는 효과와 윤신을 자극하는 효과가 동시에 일었다. 하나 당장 세헌의 성기를 넣을 수 있을 정도까지 공간을 벌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최대치로 통증을 분산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영악한 그는 바로 노선을 바꿔 윤신의 방광근막 안쪽 전립선의 위치를 찾아 손을 더듬었다.

“이론상 이쪽……. 그렇게 멀진 않고.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맞나?”

“뭐, 뭐가요?”

“기분 좋으면 얘기해. 아마 이쯤?”

“아! 아! 서, 서, 선배 거기, 잠깐만요!”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어느 한 부분을 지그시 누르자, 별안간 윤신이 온몸을 바들거렸다.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는 모양새를 본 세헌이 매우 흥미롭고, 또 흥분되는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보다 더 노골적으로 그 부분을 짓이겼다. 윤신은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안 돼, 아, 으응! 흣! 안 되겠어, 아!”

“뭐가 안 돼. 기분은 짜릿해 보이는데.”

“수석님 제발, 제발 천천히……!”

“하지 말라고는 안 하고. 역시 좋은가 보네. 혼자 즐기니까 좋아? 응, 도윤신.”

“아, 선배, 세헌 선배!”

느긋한 어투와 달리, 세헌의 손은 거짓말을 못 했다. 그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꽤 거칠게 밀부 안쪽을 눌러 댔다. 그러면서도 윤신이 바르작거리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눈에 담았다.

“그거 알아? 네가 내 이름 부를 때 쌀 뻔했어.”

“아아! 아! 아!”

그의 말이 들리기는 하는 건지, 윤신은 꽤나 힘들어하며 낭창해진 몸을 연신 들썩였다. 곧고 길쭉한 손끝을 타고 전류가 흘러 전신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듯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좀 더 강렬한 자극을 구하게 됐다. 손가락만으로도 이렇게 미칠 것 같은데, 훨씬 딱딱하고 커다란 그의 것이 제 안에 들어오면 어떤 느낌일까를 끊임없이 그려 봤다.

그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서 구역질이 치밀어 오를 정도였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은 윤신은 좀 더 세게 해 달라고 애원하기 위해 세헌의 허리춤을 붙들었다. 한데 입 밖으로 내면 꼭 들어주지 않고 반대로 했던 지금까지의 짓궂은 태도 때문에 선뜻 원하는 바를 털어놓기가 꺼려졌다. 그저 헐떡거리며 입을 벌리자, 머리를 뒤로 젖힐 때마다 투명한 타액이 입술 옆으로 흘렀다.

이를 놓치지 않은 세헌이 허리를 숙여 흐르는 침을 핥았다. 그와 동시에 다시 한번 윤신이 느끼는 자리를 힘껏 눌러 주었다. 욕망을 참아 내던 윤신이 끝내 그에게 지고 말았다.

“이제 그만 괴롭히고…… 제발요.”

역시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그 순간부터 세헌은 윤신이 까무러치는 자리만 피해 가며 내부를 다시 착실히 넓혀 갔다. 초조함이 배가된 마른 몸이 그의 손가락이 좀 더 익숙한 자리에 박히도록 유도하자, 놀리듯이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간 자리만을 눌러 댔다. 그때마다 벌름거리는 내부의 쫀득한 살결이 세헌의 손가락을 감쌌다. 괴로워하던 윤신이 결국 입을 다시 열었다.

“어떡해야 돼요? 이러지 마요. 수석님도 힘들잖아요.”

“애원해 봐. 듣고 결정할 테니까.”

“얼른 들어와요.”

“좀 더 야한 말이 듣고 싶어. 예를 들면, 당신의 좆을 네 구멍에 처박아 달라든지.”

쪽, 그가 한껏 예민해진 귀 위에 입 맞추곤 이어 속삭였다.

“안이 꽉 차서 흘러내릴 때까지 정액을 싸 달라든지.”

“으응, 응! 흣!”

“찢어질 때까지 쑤셔 달라거나, 허벅지에 좆 비벼 주세요, 같은 건 어때. 아무거나 좋아.”

정확히 자신이 느끼는 자리만 피해서 끊임없이 손으로 내벽을 희롱하는 그 때문에 윤신은 울컥했다.

“내가 그럴 정신 있어 보여? 세운 거 빨리 박아 달라고, 이 개자식아!”

떨리는 붉은 입술을 가르고, 애타 하는 목소리가 흔들리는 파동 위에 얹혀 흘러나왔다.

윤신이 버럭 소리치자, 웃을 듯 말 듯 그의 입 주변이 미세하게 실룩거렸다. 뒤이어 목을 좌우로 움직여 어깨의 긴장을 푼 세헌이 그때서야 손가락을 밀부에서 쏙 빼냈다. 그러고는 새 콘돔 포장지를 까서 이미 아까부터 바짝 약이 올라 있던 제 성기에 돌돌 말아 끼웠다.

그러는 동안 어설프게 상체를 일으킨 윤신이 이 모습을 기대 반 우려 반의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세헌은 그런 윤신의 목덜미를 잡아채 내동댕이치듯 침대에 다시 누였다.

“윽……!”

마치 먹잇감을 정복한 짐승처럼 마른 몸 위에 올라탄 그가 선단을 입구에 조준하듯 맞췄다. 그러고는 가라앉은 음성으로 문제를 내는 양 차분히 물었다.

“내 이름.”

“강세헌……. 세헌 선배. 빨리요. 빨리 넣어 줘.”

까득, 이를 간 그가 윤신의 성기를 그러쥐었다. 몇 번 위아래로 쓸어 흥분감을 극대화시켰다. 그렇게 윤신이 앞쪽의 쾌감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쯤, 오일로 미끄덩해진 내부에 제 것을 있는 힘껏 박아 넣었다.

“아윽……!”

퍽! 딱딱한 성기가 단숨에 반 정도 틀어박혔다. 내부는 좁고, 그의 것은 커서 한 번에 그 이상은 진입이 버거웠다. 특히 꿰뚫린 윤신이 힘겨워했다. 그래서 세헌은 미리 위치를 확인해 둔 전립선 위를 뭉개듯, 아주 지그시 제 것으로 짓이겼다. 고통으로 신음하던 윤신이 차츰, 까무러칠 기세로 교성을 흘렸다.

“아! 아! 아! 수석님, 아!”

그렇게 앞뒤로 느릿하게 피스톤 운동 하던 세헌이 간 보기를 멈추고 그대로 푹 선단부터 깊이 꽂았다. 단번에 뿌리까지 비좁은 안에 박혀 들었다. 일순 턱 끝까지 숨이 막힌 윤신이 슬며시 벌어져 있던 두 다리를 파르르 떨었다. 이내 연신 표류하다 겨우겨우 붙들 지표를 찾은 것처럼 절박하게 세헌의 등허리를 늘씬한 종아리로 감쌌다.

제대로 위치 균형을 맞추게 된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양 간절히 서로에게 매달려 키스했다. 입 안의 점막을 죄다 헐게 만들겠다는 듯 끈질기게 내부를 탐했다.

엇박이 정박이 되면서 행위는 점점 거칠어졌다. 튼튼한 침대마저 아주 요란하게 삐걱거렸다. 이미 끝까지 박았는데도 모자라다는 양 세헌이 더욱 아득한 자리를 찾아 성기를 밀어 넣었다. 뒤로 한껏 허리를 뺏다가 하반신을 죄다 박아 버릴 기세로 다시금 안으로 퍽 꽂자, 자연히 탄탄한 둔부에 그의 음낭이 강렬하게 부딪쳤다.

“아흑! 아! 너무 깊어요.”

“더 안쪽?”

“깊다고요! 아파.”

“더 안으로. 거기도 좋아? 귀두로 찔러 줄게. 얼른 잡아먹어. 네 거야.”

“으응! 하……! 아흡!”

그들은 완전히 서로에게 몰두했다. 세헌의 인터코스가 거칠어질수록 반사적으로 윤신의 신음 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

윤신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바르작거리는 동안, 위의 세헌은 반쯤 넋을 잃고 제 아래 깔린 깡마른 성을 함락해 갔다. 탄탄한 살갗이 마주할 때마다 철벅거리는 외설적인 소리들과, 뼈가 부딪치는 난잡한 소리들이 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차츰 땀이 차오르기 시작한 닿은 자리들이 미끌거렸다.

거친 상하 운동을 이어 가던 세헌은 깊숙한 자리에서 제 것을 빼냈다. 윤신의 불안하고도, 아쉬워하는 젖은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그는 윤신의 달아오른 온 얼굴에 비 내리듯 키스해 주면서 마른 몸을 뒤집어엎었다. 그러고는 머리채를 쥐어 확, 당기면서 통증을 일으키더니, 윤신이 거기에 관심을 쏟는 찰나 다시 제 것을 쑥 처넣었다.

“윽! 아!”

확실히 처음보다 훨씬 잘 들어갔다.

단말마처럼 짧게 탄성을 내뱉은 윤신이 곧 입만 뻥긋거렸다. 앞에서 박을 때보다 훨씬 더 그의 것이 깊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꿰뚫린 윤신은 내장이 위로 밀려나는 오묘한 느낌이 두렵고도 짜릿해 미칠 것 같았다. 서로에게서 풍기는 야릇한 정액 냄새에 질식할 지경이었다. 속눈썹을 덜덜 떨면서도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눈을 깜빡였다. 이마에서 땀이 뚝 떨어졌다.

투명한 액체가 베갯잇을 적신 순간, 그가 뒤에서 짐승이 교미하듯 미친 듯이 성기를 처박기 시작했다.

“하, 도윤신! 젠장! 목구멍에 혀 찔러 넣고 싶어, 입 벌려.”

“천천히! 너무 빨라요! 아!”

세헌은 윤신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쑤셔 박았다. 그러면서 늘씬한 허리를 단단히 붙든 채로 퍽퍽, 제 것을 욱여넣었다.

“읍! 윽!”

무릎을 세우고 버티고 있던 윤신은 지지대를 찾아 손을 앞으로 뻗었다. 침대 헤드를 붙잡고 그가 위, 아래에 모두 삽입하는 대로 흔들거리다가,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어져 고개를 흔들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얼굴의 민감한 살갗이 서로에게서 떨어져 나간 순간, 열락에 빠져 제게 열중하고 있던 세헌의 관능적인 눈동자를 마주했다.

성욕으로 눈이 벌게진 그는 꼭 다른 사람 같았다.

평소 냉정을 잃지 않는 모습이라거나, 까다로운 태도,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자세나,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우고 타이를 바르게 맨 꼿꼿한 장면 따위들이 뇌리에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강세헌다운 모든 순간들이 지금은 모두 허상 같았다.

그의 저런 얼굴을 이끌어 냈다는 사실 때문에 미친 듯이 만족감이 치밀었다. 당장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복부가 딴딴하게 굳는 느낌이 들면서, 건드리지 않아도 쌀 듯한 토정 욕구를 느꼈다. 반사적으로 밀부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것을 자신도 모르게 조였다. 그 압박감이 세헌을 더 끓어오르게 한 건지 그가 낮게 목 울림 소리를 내며 신음했다.

“하, 으, 제기랄!”

당황한 윤신은 도로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입술만 달싹였다. 그러자 그가 다시 한번 머리채를 확, 잡아 끌어당기더니 윤신의 시선을 제게로 이끌어 갔다.

“침대 위에 뭐 있어?”

“창피해서……. 아파요. 이거 놔요.”

“얼굴 숨기지 마. 나한테 박혀서 사정하는 네 얼굴 보여 줘야지.”

그가 핏줄이 도드라진 성기를 민감해진 내벽에 쑤셔 박았다. 쫀득거리는 표피 위를 찔러 대는 동안 필연적으로 전립선이 짓눌렸던 것 같았다. 눈앞에 별이 스친 느낌이 들더니, 윤신은 그대로 쿠퍼액을 푹 쏟아 냈다.

간헐적으로 액체가 흐르는 느낌으로 아연해졌다. 놀란 윤신이 터져 나오는 교성들을 꾸역꾸역 삼키고 입을 다무는 동안, 세헌은 제 탄탄한 몸을 좀 더 아래로 눌러 압박했다.

자연히 윤신의 몸이 접히면서 그 위에 그라는 그늘이 드리웠다. 벌어진 허벅지 사이와 잔뜩 성이 난 성기가 들락날락하는 밀부가 죄다 따끔거렸다. 마치 영역을 확장하듯 이곳저곳을 짓이겨 대는 그의 선단은 어떤 모양인지 알 수 있을 것처럼 그 촉감이 적나라했다.

“아! 아흡! 아!”

윤신의 흔들리는 성기가 전립선이 자극될 때마다 정액들을 토했다. 세헌도 막판 스퍼트를 올리듯이 음경 뿌리까지 죄다 박힐 정도로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그의 허리 짓이 극도로 난폭해서 아래 깔려 버티고 있는 윤신은 무릎이 다 까질 지경이었다.

최후의 방책으로 뒤로 손을 내밀어 세헌의 허리를 잡자, 그게 새로운 자극이 됐던 모양인지 움직임이 더욱더 거칠어졌다.

퍽, 퍽! 골반의 앞뒤끼리 닿으면서 찐득한 마찰음이 연신 일었다. 두 사람이 빚어내는 신음 소리와 숨소리가 뒤엉킨 조화는 야릇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윤신의 땀 찬 목을 손바닥으로 단단하게 붙들고는 고개를 제 쪽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곧이어 몇 날 며칠 굶주린 양 게걸스럽게 키스했다.

그와 동시에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뻣뻣한 기둥을 콱, 찔러 넣었다.

“읍, 선배, 너무 흔들, 흔들지 마요. 아흑!”

“윽! 하…….”

마침내 세헌이 사정한 순간. 풀썩, 하고 두 개의 몸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겹쳐져 침대 위로 쓰러졌다.

거친 섹스에 완전히 지친 윤신은 제 허리 아래의 감각이 거의 사라진 듯한 착각마저 느꼈다. 제 안에 여전히 담기듯이 박혀 있는 단단한 성기가 꿈틀거리는 게 민망했다. 점점 묵직한 느낌이 더해졌다. 꿀렁거리는 정액이 콘돔 끝에 고이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이 매우, 흥분되고 떨렸다.

벌게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 등 뒤의 그를 느끼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세헌이 천천히 음부에서 성기를 쑥 빼냈다. 그는 뒤이어 정액이 고여 축 늘어진 콘돔을 성기에서 벗겨 침대 아래에 휙 던졌다. 그러고는 윤신의 가랑이 사이에 젖은 선단을 몇 번 문질렀다. 성기가 금세 다시 곤두서는 게 서로에게 전이됐다.

이윽고 그가 다시 포장지 하나를 깠다. 체력이 좋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황망해하는 윤신의 미심쩍은 시선이 세헌을 힐끗 향했다.

“우리 안 쉬어요?”

“너 그렇게 한가해?”

“힘들어요. 조금만 쉬었다가…….”

“얌전히 누워 있어. 박혀서 쉬면 되겠네.”

중구난방으로 흩뿌려진 윤신의 정액들 때문에 시트 일부분이 젖어 있었다. 그걸 확인한 세헌은 윤신의 마른 몸을 좀 더 깨끗한 오른편으로 옮겨 주었다. 곧 정자세로 누이고는 마치 오토바이를 태우듯 엉덩이 쪽에 성기를 대고, 그대로 제 위에 끌어 내렸다.

천천히 입구에서 귀두를 깔짝거리자, 이미 한 번 벌어진 밀부의 공간이 그를 초대하듯 반갑게 벌름거렸다. 안쪽의 쫀득한 살결을 기억하는 세헌이 선단을 슬쩍 넣었다가 빼내면서 윤신을 자극했다. 입구에 앞부분만 꽂아 서로를 연결해 둔 그가 둥그렇게 그 주변을 건드리듯 굴렸다. 끝내 윤신의 젖은 입술 사이로 뜨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으응, 응…….”

지그시 미간을 찌푸린 세헌은 윤신을 일으켜 제 허벅지 위에 그대로 앉혔다.

순차적으로 전부 다 당하긴 할 거라던 말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던 모양인지, 그는 난이도를 높여 가듯 체위를 바꿨다. 정상위에서 후배위로, 후배위에서 지금의 앉은 자세로 한 단계씩 넘어갈 때마다 세헌의 성기가 보다 적나라하고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그 덕분에 이미 몇 번이나 사정을 했는데도 윤신의 것은 다시 서서히 발기했다.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는 제 것을 내려다보고 황망해진 윤신이 입술을 슬며시 벌렸다. 의아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불편한 자세로 세헌을 응시했다.

때때로 그렇듯 세헌은 말로 답해 주진 않았다. 대신 행동으로 응답했다. 그는 윤신을 안은 채로 턱을 쥐고 흐르는 투명한 타액을 핥으며 키스했다. 동시에 허리를 들썩이며 제 것을 능숙하게 안쪽으로 콱 박아 넣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앞으로 커다란 한 손을 뻗어 다시 곤두서기 시작한 윤신의 것을 대신 자위해 주었다.

“아…… 이 자세 너무 깊게 들어와요.”

“좋아?”

“수석님이 제가 좋아 미치겠는 거겠죠. 내가 그렇게 좋아요?”

콱콱. 성기를 쑤실 때마다 서로의 골반과 둔부가 닿아서 철벅거렸다. 매끈한 알몸이 부딪히는 매 순간, 치열하게 전류가 흘렀다. 흔들리던 윤신은 지친 몸을 그에게 기대며 세헌의 목을 감싸듯이 끌어안았다. 한데 겹쳐진 몸이 들썩였다.

서로의 눈동자가 분명한 위치에서 마주쳤다.

그가 답이 없어서, 윤신이 반복해 물었다. 조금 더 분명해진 어투였다.

“내가 그렇게 좋냐고, 강세헌.”

이미 한 번 입을 다물고 있었던 터라 끝내 대답을 들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세헌은 마치 홀린 듯한 눈빛을 전혀 숨기지 않고 나지막하게 대꾸했다.

“좋아해.”

밀려오는 통증과 쾌감의 혼합으로 창백하게 질려 있던 윤신의 뺨에 발그레하게 홍조가 올랐다. 희고 마른 두 팔이 세헌을 와락 끌어안았다.

더는 대화가 필요치 않았다. 그들은 이 세상에 서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양, 상대방에게 오롯이 몰두했다. 그의 움직임이 난폭해질수록 침대도 거세게 삐걱거렸다. 헐떡이는 윤신의 신음과, 낮게 뱉어 내는 세헌의 가쁜 숨소리가 맞물려 뭉쳐 들었다. 사락, 사락. 시트가 지저분하게 헝클어졌으나 두 사람 모두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는 왜 서로를 모른 척하지 못했던 걸까.

혼자였던 각자의 삶이 두 사람의 몫으로 분명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불안하고도 설레는 감각이 그들의 머리에 동시에 스쳤다.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는 애틋한 몸의 대화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 * *

일요일 오전, 윤신은 느지막이 눈을 떴다. 옆자리엔 세헌이 없었다. 새벽녘 전쟁을 치렀어도 잠은 자야 해서 겨우 침대 시트만 다른 걸로 깔고 누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갔나.’

힐끗 본 침대 밑은 여전히 엉망이었다. 파자마, 속옷, 그리고 휴지통에 제대로 던져 놓지 않은 콘돔 껍질들이 축 늘어져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자신을 씻겨서 고이 누여 주는 그런 배려는 기대도 안 했다. 최소한 본인 정액이 가득 찬 콘돔 정도는 치워 주지 않았을까 했는데 예상을 벗어나는 방 안의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제 몸에 비한다면 저건 사정이 나았다. 그가 핥고, 물고 씹어 놓은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다. 붉고 푸른 멍, 생채기, 손자국에 이르기까지 온 동네 벌레들이 죄다 쥐어뜯어 놓은 듯한 모양새가 애처로웠다. 무엇보다 허리 아래가 끊어질 것 같았다. 그런 와중 제 옷은 바닥에 잔뜩인데 세헌의 것은 싹 사라져 있는 게 괜히 배알이 꼴렸다.

할 짓 다 해 놓고 나를 혼자 두고 갔다 이거지.

“와, 이거 진짜 장난이 아니네.”

이론과 실전은 천양지차였다. 밑 빠진 느낌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윤신은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를 침대 아래로 뻗어 보았다. 후들거리긴 했으나 간신히 설 수 있을 정도는 됐다.

갈증이 나고 목구멍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그것보단 씻는 게 우선이었다. 비척비척 일어나 겨우 욕실로 들어간 윤신은 최단 시간에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서 샤워를 했다. 천만다행인 건 세헌이 콘돔이 다 떨어진 뒤로는 자신을 놓아주어서 밀부에 남아 있는 정액을 긁어내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겨우 씻고 침실로 되돌아 온 윤신은 알몸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머리를 말릴 힘도, 가운을 걸칠 여력도 없어서 젖은 상태로 나왔다. 얼마쯤 걷다 보니 도저히 힘들어서 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픽, 쓰러지듯 어젯밤 대강 벗어 놓은 파자마 위에 쓰러졌다.

“망할. 또 씻어야 되나.”

기운이 다 빠진 채로 머리를 주억거리다 이내 편안하게 벌렁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민무늬 천장을 올려다보는데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

“개새끼. 어떻게 이런 날도 그냥 쏙 가냐. 내가 무슨 섹스 토이야? 그래, 꺼지든가.”

푹, 얇은 파자마 천에 뒤통수를 문지르며 짜증스럽고 허탈한 숨을 뱉고 있는데 돌연 인기척 같은 것이 들렸다. 강도인가. 아니면 누나인가. 너무 놀라서 적극적으로 대처도 못 하고 삐걱거리는 고개만 겨우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반쯤 열린 문 틈에 매우 기다란 그림자가 새어 들어왔다. 한데 이윽고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는 이는, 놀랍게도 세헌이었다. 어젯밤과 다른 평상복 차림인 것으로 미루어 집이든 어디든 다녀오긴 한 모양이다. 황급히 파자마들을 끌어다가 몸을 가린 윤신이 그를 불렀다.

“변호사님?”

“개새끼는 나인 것 같고. 섹스 토이는 너야?”

멋쩍어진 윤신이 어색하게 대꾸했다.

“역시 그 반대인 편이 나았을까요? 수석님이 섹스 어쩌고인 쪽이…… 더 좋은 거 하세요.”

세헌이 기가 막힌다는 듯 눈살을 구겼다.

“넌 참 숨 쉬듯이 건방을 떤다. 지난번에도 뒤에서 내 욕 하다 걸리지 않았어?”

“그게 언제 적 얘긴데요.”

“그 뒤로는 하신 적 없다?”

속으로든 겉으로든 혼자 매일 세헌의 흉을 보긴 해서, 차마 더 변명할 수가 없었다. 윤신은 부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가신 거 아니었어요? 삐질 뻔했거든요.”

“영 찝찝해서 씻고, 옷 갈아입으러 집에 갔던 거 맞고. 아침 사서 다시 왔고. 들어와 봤더니 넌 씻길래 도우미 아주머니한테 와 달라고 연락하고 기다렸어. 한 시간 뒤에 와서 치워 줄 거야. 지금이라도 다시 꺼져? 간절히 원하시는 거 같던데.”

윤신은 득달같이 대꾸했다.

“아뇨. 가지 마요.”

“…….”

“가지 마세요.”

쯧, 혀를 찬 세헌은 조금 더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슬쩍 허리를 숙여 윤신의 다리 사이에 동공을 또렷하게 고정했다. 체온이 닿지도 않았는데 눈으로 훑는 자리마다,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 만큼 세헌의 눈빛이 야하고 노골적이었다. 집요하고 끈질겼다. 그 시선만으로도 윤신은 몸이 달아오를 것 같았다.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진짜 변태 같아요.”

“너 지금 가랑이 사이 다 보인다. 밝은 데서 보니까 엉덩이 모양이 예술이네.”

제대로 가려지지 앉은 하반신을 마저 덮으려고 손을 움찔거리자, 거침없이 마저 다가온 세헌이 파자마를 쏙 빼앗아 가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침대 위의 시트마저 돌돌 말아 반대편으로 휙 던졌다. 졸지에 몸을 가릴 게 없어진 윤신이 몸을 웅크렸다.

“사디스트 맞는다니까.”

“그런 걸로 하든지.”

그가 대놓고 정면에서 보고 있는데 일어설 수도 없어서 진퇴양난이었다.

“자리를 잠깐 비켜 주시든가, 아니면 뭐라도 덮을 것 좀 주십시오. 매우 창피합니다.”

“내가 왜. 지금 딱 보기 좋아. 침실의 다비드.”

“사랑해요.”

매우 뜬금없는 순간 튀어나온 고백인지라, 그는 잠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윤신을 내려다볼 따름이었다. 수천 개의 단어들이 그 깊은 동공 안에 담겨 있는 듯했으나, 세헌은 마른침을 겨우 삼킬 뿐 내내 침묵했다.

그 고요한 눈길을 고스란히 받아 내면서도, 윤신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창피해서 미간을 슬쩍 구기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지금 이 순간 이상할 정도로 간절하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것마저 또 자신이 먼저 했다는 게 조금 걸리긴 했으나, 후회는 안 했다.

“뭐라고 말 좀 해요.”

윤신의 독촉에, 푹 잠겨 조금 갈라진 음성이 뒤늦게 응답했다.

“비싸게 구시더니. 쉽다.”

“그러게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쉬운데. 저 원래 안 그래요. 진짭니다.”

“내가 그렇게 잘하데? 사랑이 샘솟을 정도로?”

이번엔 윤신 쪽에서 입 다물고 물끄러미 그를 보았다. 그러다 이내 기어들어 가듯 말했다.

“네. 좀 거칠긴 했는데요. 좋던데.”

“…….”

“저는요. 잘해요?”

몹시 어이없다는 양 헛웃음을 토한 세헌은 어깨를 으쓱했다. 칭찬을 기대하고 눈을 반짝거리던 윤신은 그러면 그렇지, 하듯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툴툴거렸다.

그 모습을 귀여워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그가 침대에 걸터앉아 두 팔을 뻗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윤신이 자연스럽게 세헌의 품에 안겨 들었다. 그러자 그가 곧바로 늘씬한 몸을 번쩍 안아 들어 탄탄한 다리 위에 태웠다. 윤신은 그에게 하중을 기댔다. 그는 이에 화답하듯 젖은 알몸을 으스러져라 안은 채로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지금 너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어. 다시 씻는다, 주방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씻겨 주시나요?”

“내가 네 보몬 줄 알아?”

“해 달라고 하면 결국 해 줄 거면서 꼭 그렇게 말하더라.”

정곡을 찔린 그가 목을 뒤로 슬쩍 젖혔다. 윤신은 웃으면서 그의 도드라진 울대뼈 위에 입을 맞췄다. 간지러웠던 모양인지 그가 윤신의 허리춤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살다 살다 별짓을 다 한다, 내가. 갑자기 연락 안 되면 안 하던 짓 하다 죽은 거니까 그렇게 알아.”

“세헌 선배.”

“응. 도윤신.”

“저 두고 죽지 마요.”

“…….”

“고마워요. 저 내버려 두지 않으신 거요.”

차분하게 내뱉는 음성에 떨림은 없었다. 하지만 말로는 절대 형언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차곡차곡 실려 있다는 것을 세헌은 모르지 않았다. 쪽. 젖어서 여전히 물기가 가득한 머리카락 위에 입을 맞춘 그가 낮은 한숨을 뱉어 냈다. 그러다 그것으론 왠지 모자라게 느껴졌던지, 품 안의 윤신을 더욱 힘주어 안고는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역시 아침을 먹는 게 낫겠다. 너 너무 말랐어.”

세헌의 말에 윤신은 그러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계속 너른 품에 어린 캥거루처럼 안겨 있었다.

그가 털끝만큼이라도 다치는 건 자신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낮은 승률에 달려들어 싸워 줄 만큼 배짱 두둑한 사람도, 진심으로 의지가 되는 사람도. 제게 손해 감수하고 백지 수표 같은 걸 써 줄 사람도. 무엇보다 설사 진다 해도 자신이 원망하지 않을 만큼 신뢰가 가는 사람도 오직 그밖에 없었다.

차오르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억지로 억누르다 보니, 새로운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건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였다.

그에게 기댄 채로 숨만 쌕쌕 내쉬던 윤신이 조용히 흐느꼈다. 이 변화를 눈치챈 건지 머리 위에서 세헌의 한숨이 아득한 꿈결처럼 흩어졌다.

“나 이거 짜증 나던데.”

“안 울어요.”

우는 모습을 그에게 들켰을 때마다, 제겐 힘든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꼭 그래서만은 아니었다. 도리어 안심이 되어서였다. 그동안 혼자 너무 힘들었다. 무서운데 어디 말할 곳이 없어서 속내가 뒤숭숭하고, 어수선했다. 여태까지 삶에서 딱히 고비가 없었던 탓에 더욱 제 향방을 찾기가 요원했다. 줄곧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 덕분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할 일에 열중하며 하루하루를 나는 동안 윤신은 끊임없이 걱정에 휩싸였다.

정말 누나가 시키는 대로 입 다물고 스스로나 보전하는 게 최선일까. 사돈댁에서 권력을 쥐고 그녀의 삶을 억누르려는 건 아닐까. 심한 경우 영영 조카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면 어떡하지. 또 자신은 안전할 수 있을까. 매형은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쩐 일인지 말하지 않는 이 모든 불안을 세헌은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닿아 있는 손끝에서, 입술에서 그 마음이 전해졌다. 필연적으로 점점 서러움이 북받쳐서 울음 끝이 거세어졌다. 그런 윤신을 토닥여 주는 그의 숨이 무거웠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너 되게 애처럼 우는구나.”

베개 쪽에 떨어져 있는 노란색 머리핀을 손으로 끌어온 세헌이 윤신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축 늘어져 있는 앞머리를 올려서 고정한 뒤 핀을 꽂아 주었다.

눈물로 흥건해진 얼굴을 들어 그를 보는 윤신의 동공이 흔들렸다. 세헌이 뺨에 흐른 물기들을 핥아 주곤, 눈두덩 위에 입 맞췄다.

“이러니까 눈이 그렇게 붓지.”

오묘한 시간이 흘렀다. 우주에 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빛을 등진 채로, 또 다른 빛을 떠안는 느낌이었다. 울컥한 윤신이 세헌을 놓칠 수 없다는 양 끌어안고 숨을 골랐다. 인내심 있게 등을 쓸어 주는 그 손길이 눈물이 날 만큼 다정했다.

윤신은 이 순간 세헌으로부터 받은 따뜻한 느낌을 아무리 정확히 설명해도, 그 어떤 누구도 믿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더 가치 있고, 좋았다. 오직 자신만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강세헌은 상냥했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말이다. 사람들이 모를 뿐이다.

그런 그가 좋았다.

이 마음이 지나칠 정도로 뜨거워서, 윤신은 온몸이 열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3권에서 계속〉1684761417258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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