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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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진 1권

프롤로그

“제, 제발 이러지 마, 마세요! 하, 하지…….”

하도 얻어맞아서 그런지, 이젠 입술 떨리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파르르 떨며 내 앞으로 다가온 바짓단을 움켜쥐고 애원했다. 내 잘못이 뭘까, 가만히 생각해봤다. 노엘을 밀어내려고 했던 거? 도망치려고 했던 거?

다 틀렸다. 내가 노엘의 앞에 나타난 것 자체가 잘못이고 죄악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손대라고 했어. 이 개새끼야.”

“제, 제발, 흐윽!”

짜악! 짝!

우악스러운 손바닥에 연달아 뺨이 돌아갔다. 별이 번쩍하며 귀가 먹먹해졌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자, 노엘이 내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팔뚝에는 내가 낸 잇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것 때문에 혼나는 건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또 한 번 손찌검이 날아들었다.

“눈 돌리지 마, 유진.”

내 턱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턱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에 작게 신음 뱉으며 눈을 떴다. 그러자 시야 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노엘의 모습이 들어왔다. 노엘은 웃고 있었다.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뚝뚝 눈물 흘려도 매끄러운 입꼬리는 여전히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이러지 마세요, 제발…….”

“그럼 더 애원해야지. 좀 더 애절하고 처절하게 부탁해야 내가 들어주지 않겠어?”

“아윽!”

노엘이 나를 바닥 위로 집어 던졌다. 쿵― 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등허리 위로 고통이 밀려왔다. 아프다는 소리를 내뱉기도 전에 노엘의 구두가 내 발목을 콱 짓이겼다.

애원하려고 했다. 제발 나 좀 내보내 달라고, 날 놓아달라고 빌기라도 하려 했다. 하지만 노엘은 애원조차 듣지 않겠다는 듯이 비릿하게 웃으며 가져왔던 목줄을 내 목에 채울 뿐이었다.

“제, 제발…….”

철컥, 하는 소리에 소름이 돋아났다. 정말 벗어날 수 없는 악몽 속에 갇혔구나 싶은 마음에 발버둥 쳤다. 그러나 노엘이 목줄을 끌어당기는 탓에 속절없이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눈 하고 보내 달라 하는 건 너무 하지 않나.”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목줄에 질질 끌려다니면서도 노엘의 발목을 붙잡고 애원했다. 역시나 그는 듣지 않았다. 노엘은 내가 입고 있던 셔츠 단추를 뜯어내듯 풀어버리고는 쇄골 위로 이를 박아넣었다. 극심한 고통에 쾌락 한 번 느낄 수 없었다. 헐떡거리기도 전에 밀어내자, 또 한 번 손바닥이 날아왔다.

“이건 네 잘못이야, 유진.”

“흐, 제발 하, 하지 마세요…….”

“네가 그런 눈으로 쳐다보니까 서버렸잖아. 잘못했으니까 구멍 보이게 다리 벌려.”

“제발, 오늘은 하지 말아 주세요.”

“하나.”

“노엘, 제발…….”

“둘.”

노엘이 셋을 세면 나는 또 얻어맞는다. 수치스러움보다 공포심이 앞서 나갔다. 통증은 싫다. 살이 떨어질 듯 얻어맞는 건 질색이다. 등 돌려 무릎을 꿇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비부를 벌려 요구사항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형제라는 관계를 가진 우리가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언제부터인지 가만히 떠올리려 할 때쯤, 노엘의 성기가 안으로 난폭하게 비집어 들어왔고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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