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렇다 할 사과 없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 지 한 달, 무명은 활기를 되찾았다. 볼살도 올랐고 서인을 보며 기절초풍하던 것도 차차 호전되었다. 성낼 일이 없으니 서인도 일찍 귀가하는 편이었다.
“형 왔어.”
요즘 서인의 즐거움은 퇴근 후 현관 앞에서 저를 반기는 무명이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연락해두면 문을 열자마자 스프링처럼 튀어나오는 게 꽤 볼만했다.
오늘도 그 자그마한 이벤트를 기대하고 연락했건만 무명은 그가 직접 문을 열고 들어왔음에도 나와 볼 기미가 없었다.
“…….”
다시 혼자 토라져서는 입을 꾹 닫았을까 봐 피곤함이 몰려왔다. 이번에는 무슨 문제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무명 상대로 여유로움을 잃고 싶지 않은 서인은 TV를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는 그를 뒤로하고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기민한 놈이 기척을 느끼지 못했을 리도 없는데 삐쳐도 단단히 삐친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TV를 보며 무시하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전원을 끄려고 다가간 서인은 화면 속 펭귄을 보며 순수한 아이 같은 표정을 지은 무명을 보고 멈칫했다.
그는 그제야 무명이 일부러 무시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허탈하게 웃었다.
“명아, 형 왔어.”
“어! 형!”
펭귄에 집중하던 무명이 서인의 부름에 응하며 그의 목을 와락 껴안았다. 한참 안겨있던 무명은 서인을 흘끔흘끔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소원 써도 돼요?”
“맨날 묻기만 하고 안 쓰잖아.”
“이번에는 쓸 거예요….”
무슨 소원을 빌지 안 들어도 뻔했다. 서인은 펭귄을 입양하게 해달라는 미친 부탁에 어떻게 응수해야 할지 미리 준비해두었다.
“펭권 보러 동물원에 가고 싶어요! 형이랑 같이요.”
“겨우? 그게 소원이라고?”
명색에 재벌 애인인데, 스케일이 우스웠다. 동물원쯤은 사 줄 의향이 있었던 서인은 별거 아닌 일에 소원권을 써버리는 무명을 가엾게 여겼다. 시야가 좁고 여러 경험을 못 해본 무명에게는 TV 속 동물원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했다.
“동물원에 가면 펭권 볼 수 있는 거 맞죠? 형은 본 적 있죠?!”
무명은 이름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펭귄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서인은 고개를 저었다. 크게 관심도 없었고 그도 학대 속에 자라왔으니 흔한 동물원도 가보지 못했다.
“그럼 형이랑 저랑 첫 경험하는 거예요!”
“…….”
무명은 이따금 서인을 머리가 썩어 빠진 놈으로 만들었다. 실컷 이상한 말을 해놓고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서인은 그를 희롱할 기운도 나지 않았다.
무명은 동물원, 동물원 노래를 불러대며 서인을 껴안았다.
“언제가요? 언제 가는 거예요?”
“지금 가든지.”
“정말요?! 펭권 만나는데 무슨 준비는 안 해도 돼요? 우선 깨끗하게 씻고 올게요!”
“그래라.”
“가는 거 맞죠? 형도 가는 거죠?”
“가야지. 그럼 너 혼자 갈래?”
“아니요!”
약물의 상용화가 진행되면 앞으로 더 바쁠 테니 지금밖에 시간이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언제 동물원에 가냐며 징징거릴 일이 뻔해 서인은 오늘 하루를 희생하기로 했다. 승낙하기 무섭게 무명이 쏜살같이 욕실로 뛰쳐들어갔다.
서인은 동물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그 분위기를 알기에 벌써 한숨이 샜다. 시끄럽고 더러우며 사람이 많은 건 딱 질색인데, 동물원이 하필 삼박자를 모두 갖춘 장소였다.
[동물원 입장권 예매 좀 해, 두 장.]
[네.]
살다 살다 대욱에게 이런 명령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전시회장도 박물관도 아닌 동물원이라니. 대욱에게서 온 답장은 짧고 무덤덤했지만, 서인은 제 입으로 동물원을 언급하는 자체가 창피했다.
“형, 저 다 씻어가니까 먼저 가시면 안 돼요!”
무명은 그런 서인의 속도 모르고 먼저 가면 안 된다며 요란하게 굴었다. 갈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인 서인은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모자와 마스크까지 챙겼다.
동물원, 연인들의 흔한 데이트 장소다. 지독히도 안 어울리는 곳에 도착한 서인은 사람이 득실득실한 꼴을 보고 냅다 욕을 했다. 빨리 해치우고 싶어서 예매했는데, 차라리 빌릴 걸 그랬다는 후회가 막심했다.
“사람이 많아요….”
서인만큼은 아니지만, 무명도 사람이 많은 게 달갑지 않았다. 동물원에 도착하자마자 움츠러들어 서인의 손을 붙잡으며 달라붙었다. 하필 주말이라 더 붐볐다.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돌아다니면 더 오래 있어야 하니 서인은 표정을 관리하며 무명을 이끌었다.
“저기 토끼나 보자.”
“사람들이 저를 쳐다봐요.”
“착각이야.”
도끼 병도 아니고 무명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켓 행사도 참여하고 사람 많은 곳이 처음도 아니지 않냐고 묻자 그는 마켓 사람과 이곳 사람은 다르다는, 뜻을 알 수 없는 대답을 건넸다.
“…못 하겠어요. 무서워요….”
“그쪽 사람이나 이쪽 사람이나 다 똑같아. 못 하겠다고? 그건 네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거겠지.”
서인은 해보지도 않고 울먹이기만 하는 무명이 답답했다. 마켓이나 여기나 다 똑같은 인간인데 무섭다고 덜덜 떠니 병아리처럼 약해 보였다.
무명을 꾸짖으며 짜증을 내던 서인의 시선이 구슬 아이스크림 판매대에 꽂혔다. 알록달록하고 자그마한 게 어린아이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무명은 성인이지만, 정신연령이 아이와 다를 바 없으니 서인은 뭐라도 입에 물려주려 했다.
“그럼 뭐 좀 먹을래?”
서인은 거추장스럽긴 했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무명을 울리고 싶지 않았고 마켓의 사랑 방식을 몰라 두들겨 팼던 날처럼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아 참으려 노력했다.
“이게 뭐예요?”
“아이스크림. 그러니까 차가운 과자.”
아니나 다를까 무명은 제 머리카락처럼 부푼 솜사탕과 동그란 구슬 아이스크림을 보며 반쯤 자지러졌다. 솜사탕이 입에 넣자마자 사라진다면서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그 덕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서인은 그의 입에 아이스크림을 쑤셔 넣었다.
“이런 거 처음 먹어봐요….”
구석진 곳으로 무명을 끌고 온 서인은 여기 와서도 먹여줘야 하나며 신세 한탄을 해댔다. 저 혼자 먹는 게 미안했던 무명은 음식 파는 곳을 가리키며 서인을 바라보았다.
이런 곳에서 싸구려 음식을 계산하는 일조차 낯부끄러운 서인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재빨리 계산했다.
“자, 처먹어.”
꼬치를 손에 쥐여주자 무명이 배시시 웃으며 서인의 손으로 다시 옮겼다. 보모 역할에 익숙해져 자연스레 먹여주려던 서인은 그가 몸을 뒤로 빼자 험악하게 인상 썼다.
“사달라면서 안 처먹어?”
“형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미쳤어? 안 먹어.”
서인은 제발 먹어달라고 사정사정하는 무명을 노려보다가 음식에 시선을 뒀다. 위생에 신경 쓰기도 하고, 이런 질 떨어지는 고기는 먹지 않는 서인은 대외적인 자리도 아닌 곳에서 음식을 강요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의 속을 모르는 무명은 음식이 서인의 입으로 들어가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하….”
안 먹으면 죽상을 하고 징징댈 게 뻔해서 한 입 베어 물자 짠맛이 입안을 지배했다. 길거리 음식이라 위생도 걱정되고 마켓의 고기도 아니라 속도 울렁댔다.
한 입 먹고 버리려고 했건만 무명이 다 먹지 않으면 자리를 뜨지 않겠다는 되지도 않는 고집을 피워서 한 번 더 씹어 넘겼다.
“형? 어디 가세요!”
한 입 내외로는 그래도 참을 만했는데, 그다음에는 비린내와 역함이 속을 뒤집었다.
표정이 굳은 서인은 쓰레기통에 음식을 버리고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무명은 펭귄은커녕 토끼조차 보지 못했는데, 차에 올라타는 서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발을 동 동 굴렀다.
“가지 마세요. 펭권, 원숭이, 토끼도 아직 못 봤는데….”
이렇게 금방 가버릴 거라면 소원은 왜 들어주겠다고 한지 모르겠다. 무명은 서인을 붙잡으려다가 일회용 칫솔 세트를 들고나온 그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이리 와.”
서인은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인 무명의 손목을 붙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 물을 쓰지 않고 생수를 사용하여 열심히 양치와 세수를 하는 서인을 가만히 지켜보던 무명은 조용히 손뼉을 쳤다. 저렇게 위생에 신경 쓰는 사람이 노동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드는 마켓의 고기는 어떻게 먹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양치를 끝낸 서인은 그동안 평온했던 관계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화를 참아냈다.
“이거 토끼한테 줘.”
무명이 징징거리기 전 어느새 토끼 먹이를 가져온 서인이 한숨을 쉬며 무명에게 건네주었다.
“토끼한테 줘도 되는 거예요?”
“응, 네가 줘. 나는 안 해.”
동물 먹이를 건네받은 무명은 빨빨 돌아다니는 토끼에게 조심스레 내밀었다. 토끼는 냄새를 맡기 무섭게 달려와 무명의 손에서 풀과 먹이를 받아먹었다. 머리를 만지고 쓰다듬어도 도망가지 않았다.
자그마하고 토실토실한 몸뚱이가 190㎝가 넘는 거구의 무명을 설레게 했다.
“귀여워요! 형도 해봐요! 네?”
“됐어.”
서인은 귀여운 토끼를 마치 바퀴벌레 보듯 보았다. 복슬복슬하니 순하고 예뻐 무명을 닮긴 했지만, 만지고 싶지는 않았다. 무명은 그런 서인을 잡아끌고 이쪽저쪽 돌아다니며 동물을 구경했다.
“행복해요….”
급기야 버스까지 타고 기린과 사자를 구경한 무명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서인을 잡아 흔들어댔다. 서인은 기린이 다가오면 눈을 질끈 감기 바빴다.
“펭권은 어디에 있어요?”
“마지막 코너에. 원숭이 새끼나 마저 봐.”
“네!”
원숭이가 갇힌 커다란 철창 앞에 선 무명은 팔을 사용하여 돌아다니는 장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인간과 가장 흡사한 형태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원숭이에게 먹이를 먹여주던 무명은 정신없이 달려온 남자아이가 우리를 향해 쓰레기를 집어 던지자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다. 원숭이도 끽끽 대며 화내고 있었다.
“동물 괴롭히는 거 아니야, 안 돼.”
부모가 곁에 있어서 금방 정리되었지만, 무명의 미간은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인은 원숭이를 괴롭히는 아이에게 달려가려는 무명을 붙잡았다.
“명아. 하지 마.”
서인 덕에 분을 가라앉힌 무명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철창에 손을 뻗었다. 철창이 넓긴 해도 긴 팔을 이용해 돌아다니는 원숭이에게는 턱없이 협소했다.
“이게 뭐야….”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 따윈 없어도 원숭이가 답답해하고 있음은 확실히 알았다. 작은 눈동자가 나가게 해달라고 풀어달라고 아우성을 지르고 있는 것 같아 무명은 눈물 한줄기를 뚝 떨어뜨렸다.
[나가게 해주세요! 이 방은 싫어요!]
[잘못했어요, 답답해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흐, 흐윽….]
철창을 쥐고 흔드는 원숭이에게서 부패한 고기가 가득한 감옥에 갇혔던 어린 시절 제 모습이 보였다. 꺼내 달라고 해봐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끔찍했던 날.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말을 배우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했던 게 생생하게 떠올랐다.
“너…. 울어?”
무명은 저 원숭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소리 내는 법을 배우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서인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해진 무명은 주저앉아 철창을 흔들어댔다.
“꺼내줘요, 원숭이 꺼내줘요! 꺼내줘! 흐, 아아아! 아아!”
무명이 난동을 부리자 서인은 젖 먹던 힘을 다해 그를 질질 끌어당겼다. 화를 내지 않으려 했던 건 잊은 지 오래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명을 차에 태운 서인은 안전띠로 칭칭 감아 묶어둔 뒤 곧바로 운전대를 쥐었다.
“내가 돌았지, 씨팔! 내가 미친놈이지!”
저는 잘해주겠다고 노력하는데, 자꾸 이렇게 배은망덕하게 구니 서인은 지긋지긋했다. 소원과 첫 데이트를 완벽하게 망친 무명은 꺼내 달라고 애원하며 창문에 머리를 박아댔다.
“흐아, 형, 꺼내주세요. 저 답답해요! 답답해, 흐….”
“하…. 넌 매번 이렇게!”
갓길에 차를 세운 서인은 주먹으로 핸들을 내리쳤다. 질질 짜는 걸 보고 있자니 꼭지가 돌았다. 차 문을 열고 뒷좌석으로 넘어간 그가 무명을 짓누르고 손을 들었다.
“흐, 흐…. 철창 답답해, 그냥 이럴 거면 말도 배우지, 흐, 말걸…. 나는 고기가 되고 싶지 않아, 꺼내주세요, 말 잘 들을게요. 실수 안 할게요!”
맞기 싫어서 나온 대답이 아니었다. 트라우마에 잠식된 무명은 감옥과도 같았던 밀폐된 방에 갇힌 상태였다.
서인은 이대로 성질 못 죽이고 주먹을 휘두르면 예전과 다를 게 없으니 시트를 쥐어뜯으며 진정하려 안간힘을 썼다. 손등과 이마에 핏대가 서고 턱 근육이 땅겼다.
“하….”
질질 짜는 걸 보고 있자니 도무지 진정이 안 됐다. 서인은 어쩔 수 없이 무명을 잠시 안에 두고 바람을 쐬며 생각 정리를 했다. 사랑으로 물고 늘어졌을 땐 감이 오질 않았는데, 철창이라는 키워드가 있는 지금은 대충 알만했다.
무명이 철창에 갇혀 고문당했음을 예상한 서인은 다시 그의 곁으로 가 어깨를 감싸 안았다. 누군가를 달래본 적도 없고 달래는 법도 몰라서 강제로 안는 게 최선이었다.
“흐으, 흐….”
되는대로 악을 지르고 비명을 쏟아내며 발악하던 무명도 서인이 이곳저곳 쓸어주며 만져주자며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무명의 가슴팍을 보고 있던 서인이 턱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우, 읍….”
언제나 그렇듯 서인의 키스는 과격했다. 숨을 쉴 틈조차 없이 몰아치는 입맞춤에 무명이 헐떡거리며 가슴팍을 밀어냈다.
서인은 성욕을 해결하지 않은 지 오래돼서 달랠 목적의 접촉에도 터져나가기 직전처럼 발기했다. 온몸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던 무명의 시선이 그의 아랫도리로 향했다.
“…사랑, 사랑해주세요. 제가 실수했으니까 사랑받아야 해요.”
서인의 추측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무명은 서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니 끝까지 숨기려던 것을 저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명아.”
제가 서인을 화나게 했으며 소원도 날려 먹었고 데이트까지 말아먹었으니 그 죄를 사랑으로 보답하려는데 급급했다. 사랑은 강제로 성기를 핥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봉사하는 일이라고 결론 내렸던지라 그 단어를 직접 언급해도 예전만치 무섭진 않았다.
긴장한 무명의 손이 서인의 바지 위로 향했다. 하지만 곧 비릿한 액이 흐르는 성기를 핥고 목구멍이 막히리라는 걸 알기에 망설여졌다.
“하지 마.”
“저 목구멍 끝까지 넣을 수 있어요. 사랑받을 수 있어요!”
서인은 분명 흥분했고 성욕 해소도 급했지만, 빨아주겠다는 무명을 마다했다. 잠자리 상대의 쾌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그로선 엄청난 변화였다. 단호한 거절에 무명이 일어났다 앉기를 되풀이하며 횡설수설 이상한 말을 해댔다.
“형 성기 맛있는데, 할 수 있는데…. 혀 움직여서 빨 수 있어요….”
“윽…. 됐다니까.”
무명은 참느라 힘든 서인의 성기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입술을 축였다. 과정이 힘들긴 해도 사랑받는 건 더 두렵지 않은데 어째서 거절하는지 몰랐다. 그는 다시 운전석으로 넘어가려는 서인의 옷을 잡아당기며 혀를 내밀었다.
“하, 진짜.”
서인도 제가 이렇게까지 인내심이 강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당장 머리를 잡고 처 박아넣고 싶은 걸 간신히 감내했다. 무명이 겁먹어서 우는 게 꼴 보기 싫다는 까닭에서였는데, 사실 그는 그딴 게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게 해주세요, 사랑하게 해주세요!”
사람들이 저를 두려워하면 좋은 일이고 울면 입을 틀어막아 어디에 가둬버리는 게 평상시 일하는 방식이면서, 서인은 지금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이며 합리화하려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남을 배려하는 이 징그러운 짓거리를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었다. 서인의 붉어진 낯이 흥분 탓인지 수치심 탓인지는 본인만 아는 일이었다.
“형, 사랑하게, 사랑받게 해주세요, 제발! 이렇게 부탁할…. 응!”
서인은 앵알앵알 절박하게도 떠드는 무명의 머리채를 붙잡아 더는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아버렸다. 치아가 아프게 부딪히고 입술이 찢어져 피 맛이 나는데도 그만두지 않았다.
“우, 응…. 흐, 읍! 으!”
안 그래도 붉은 입술이 깨물린 덕에 더 짙어졌다. 잠시 몸을 무르고 무명을 응시하던 서인이 상체를 숙여 목까지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으, 읏! 아파, 아파요….”
그는 들은 척도 않고 더 힘을 주었다. 무명의 어깨가 움찔움찔 떨리는 것이 퍽 보기 좋았다.
흉포하게 박아넣고 허리를 흔들고 싶은데 뒤에 손을 가져다 대니 그가 엉덩이를 슬금슬금 뺐다. 만지지도 못하게 하면서 만족이니 뭐니 떠들어댄 게 다시 생각해봐도 가소로웠다.
“아파요….”
아프다고 쫑알대기에 그의 아랫도리를 확인해 본 서인은 성기를 빳빳이 세우고 헐떡이는 걸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게 야해 빠져서 작정하고 유혹해댔다.
“아픈데 섰네.”
“아, 앗! 형이 만져서….”
검지로 성기를 툭 건들자 무명이 불룩 튀어나온 허벅지 부근을 가리려고 니트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니트가 아무리 늘어난다고 해도, 이미 몸에 딱 맞아서 더는 가리지 못하는데도 필사적이었다.
“좆은 안 만졌는데, 거짓말쟁이네.”
“아니에요….”
서인은 쾌감에 젖은 무명의 모습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손가락 하나로도 무명을 자지러지게 할 수 있었지만, 동물원 쪽에서 나오는 차가 몰려들어서 더 물고 빨지 못했다.
“이제 그만 울고 벨트 해. 집에 가게.”
“어…. 끝이에요?”
“그럼 끝이지, 시작이겠니?”
무명은 대놓고 실망한 티를 냈다. 그는 빨아주겠다고 사랑을 외치며 불안해하더니, 몇 번 만져주자 흐물흐물해서는 그것도 다 까먹어버렸다.
“하지만….”
“만져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고 해도 무명은 성난 채로 속옷에 갇힌 성기가 불편했다. 차라리 쪼끄마한 크기였다면 덜 불편했을 텐데 허벅지가 터져나가려고 해서 주머니로 빼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흐…. 응, 흣….”
서인이 더 만져주지 않고 운전에 집중하자 무명도 잠자코 가만히 있으려 했다. 분명히 그랬는데, 차 바퀴가 과속방지턱을 넘으니 성기에 자극이 와서 야한 신음이 나왔다.
“…야, 조용히 해.”
“하, 흐…. 네, 에…..”
한 발도 빼지 못해 힘들어 죽겠는데 무명이 앙앙거리자 서인은 운전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엎어놓고 질펀하게 박아버리고 싶어 죽을 맛이었다.
무명은 밑바닥 인생이니 길바닥에서 떡을 쳐도 상관없겠지만, 서인은 잃을 게 아주 많은 사람인 데다가 딸린 애새끼까지 책임져야 하는 마당이니 좆이 터질 것 같아도 참아야만 했다.
“으, 웁!”
서인은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무명을 현관으로 밀치며 탐했다. 무명도 어설프게나마 입을 벌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부은 입술이 아파 신음하자 서인이 녹일 듯 달콤한 키스를 퍼부었다. 무명은 색다른 쾌감에 몸을 흠칫흠칫 떨며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으응, 흣…. 푸딩 같아요….”
표현력이 그리 풍부하지 않은 무명은 입 안에 따뜻하게 데운 푸딩을 넣어놓고 굴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인이 움직일 때마다 다리 사이가 간질거리고 화끈댔다. 한계에 달한 무명은 어색하게 고개를 꺾으며 혀를 좀 더 깊게 느끼려 했다.
“후…. 가만히 있어.”
그러나 그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열중하던 서인이 움직여대는 그를 막아섰다. 무명은 키스가 좋아서 서인이 화를 내는지도 몰랐다.
“우응….”
손도 크고 성기도 크고 몸집도 큰 서인은 혀마저도 보통 사람보다 컸다. 두툼하고 뜨거운 혀가 고른 치열을 훑자 무명이 숨을 힘겹게 쉬며 하체를 들썩였다. 발기한 성기가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서인의 셔츠에 짓눌렸다.
“웅, 으읏, 응….”
“더럽히면 안 돼. 알겠지?”
“네에….”
무명은 혀가 엉키고 타액을 나누는 행위에 온몸에 힘이 풀려 벽에 기대어 섰다. 고작 키스에 혼이 나가자 서인이 저도 모르게 그의 턱을 아프게 움켜쥐었다.
“아! 아파요, 아….”
“하…, 씨발.”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서인은 고통을 호소하는 무명을 보기 무섭게 몸에 열이 올랐다. 목을 조르며 사정했던 순간도 함께 떠올랐다.
“형…. 왜 그러세요?”
피학성애자인 제가 어째서 학대 충동을 느끼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과거 회원제로 운영되던 SM 클럽에서도 재미 삼아 사람을 가축 취급하며 여러 번 때려봤지만,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때부터 자신이 피학성애자임을 확신하고 살아왔는데, 지금 와서 고개를 든 가학성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아!”
착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다시 한번 주먹으로 무명의 가슴을 때려보았지만, 흥분은 여전했다.
키스가 더 하고 싶은 무명을 앞에 두고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서인은 요 몇 년간 성향을 숨기고 원치 않은 체벌을 일삼은 게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아니, 대표님을 이 클럽에서 뵙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니까요?]
[바텀에 섭만 넘쳐나지 간혹 있는 사디들은 영 꼴리지 않더라고요.]
사회적 위치나 분위기로 당연한 듯이 그를 돔이나 가학성애자로 단정 짓는 회원들 때문에 서인은 비밀보장이 확실한 클럽에서마저도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다.
탈 없이 성욕은 해소하고 싶으니 다가오는 남자들이 원하는 가학적인 관계를 맺으며 사정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가물에 콩 나듯 흥분한 적이 있어도 즐겁지 않았기에 성향을 의심해본 적도 없었다.
[시, 싫어요…. 하지 마세요, 윽!]
[아파요, 흐….]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아파하며 우는 무명에게 벌써 두 번이나 반응했고 더 고통을 주고 싶었다. 단언컨대 그를 만나기 전엔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학대 충동이었다.
“형, 형! 왜 그러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서인이 진정해보기 위해 한숨을 내쉬자, 무명이 다급하게 손을 붙잡고 흔들어댔다. 제가 고개를 꺾어 키스를 방해해 서인의 심기를 거슬렀나 심히 걱정하며 초조해했다.
“아….”
“사랑해주세요, 사랑 잘 받을 거예요, 할 거예요!”
갑자기 서인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자 급격한 불안이 찾아왔다. 실컷 진정하게 했더니 다시 급해진 무명이 대리석 현관에 무릎을 아프게 꿇으며 입을 쩍 벌렸다.
“넣으세요! 빨리요!”
“아니, 잠깐….”
“흑…. 잘 빨 수 있어요!”
어쩐지 일이 쉽게 돌아간다고 했다. 자연스레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괜찮은 줄 알았던 서인은 잘못된 사랑을 들먹이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이마를 짚었다. 죽어도 진심 어린 사과는 못 하겠는데, 무명에게 다른 트라우마를 심어준 장본인이 된 건 또 영 불편했다.
“일어나.”
서인은 우선 장소부터 옮기려 했다. 아무래도 위아래가 있는 관계이니 차가운 바닥에 앉혀놓고 나누는 대화는 설교밖에 되지 못하니 말이다.
“이제 잘하는데…. 연습했는데….”
“연습? 네가 그걸 뭐로 연습했는데.”
우선 들어가서 천천히 오해를 풀려던 서인은 연습했다는 말에 눈이 뾰족해졌다. 제가 좆을 물려주질 않았는데, 뭐로 연습을 했는지 알아야 했다.
“당근이요….”
“…….”
“오이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잇자국이 난 당근과 오이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채소를 열심히 물고 빨아댔을 장면을 상상하자 웃음이 났다. 크기가 비교도 안 되는데, 쪽쪽 빨고 있으면 뭐가 달라지냐고 묻자 무명이 새빨개졌다.
“그러니까 이제 빨아드릴…. 으응!”
서인은 빨아주겠다고 옹알거리는 무명의 유두를 꼬집었다. 미안하다는 말은 못 하겠는데 입은 다물게 하고 싶으니 쾌감을 주는 게 가장 확실했다. 아니나 다를까 온몸이 성감대인 무명은 바로 신음하며 말을 멈췄다.
“사랑은 네가 아는 그런 뜻이 아니야.”
“사랑은 한 가지 뜻밖에 없어요.”
무명은 단호했다. 이제 그 문제로 얼굴 붉히고 싶지도 않았고 이미 다 결론 내린 일을 다시 언급하는 서인을 막아서고 싶었다. 그가 화만 내지 않으면 성기 정도는 얼마든지 빨아줄 수 있는데 왜 다시 거짓말을 하며 넣어주지 않는지 이해되질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
“형, 됐다니까요? 그런 거짓말 안 하셔도 돼요. 빨리는 게 싫으면, 어…. 제 거 빠세요!”
“나더러 지금 네 좆 대가리를 빨라고?”
“그게, 그게 아니라….”
서인이 딱히 화낸 것도 아닌데 무명은 바짝 졸아서 우물쭈물했다. 연습도 했으니 그냥 넣어주면 좋을 텐데, 자꾸 거부해대니 마음이 급해서 말이 헛나왔다. 무명은 감히 제 좆을 빨라고 실언한 것을 용서받기 위해 서인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윽…. 너, 진짜.”
아무리 이성이 앞서고 있다고 한들, 서인은 무명의 얼굴에 약하고 펠라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적극적으로 밀어내지 않았다. 바지 위로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얼굴을 비벼대니 눈 밑이 절로 떨렸다.
“벗겨도…. 돼요?”
무명은 서인의 바지를 훌러덩 내리기 전, 허락을 구했다. 저도 모르게 끄덕인 서인은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는 무명을 간신히 붙잡았다. 정말 바지가 내려갔다면 이대로 또 박아넣었을 게 뻔했다.
“씨발, 진짜 미치겠네.”
“왜, 왜요?”
약 실험도 지겹게 반복하는 와중에 무명과의 갈등까지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인은 그를 힘으로 일으켜 세워 소파에 앉혀놓았다.
영문을 모르고 끌려온 무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서인의 옆모습을 흘끔대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평소처럼 훌쩍이는 과정도 없이 무슨 신생아 울음처럼 빽빽 울어댔다.
“형이, 흐, 자꾸 거절하니까, 어떻게,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랑은 하나밖에 없는데, 성기 핥아주고 바닥 기어 다니는 건데! 왜 다른 뜻이 있다고 해요, 왜 또 나를 힘들게 하려고 해요! 흐으, 흐…. 좋았잖아요, 처음으로 행복했는데!”
서인은 제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았고,
“우리가 언제 좋았는데?”
억울해하던 무명의 말을 돌려주었다. 반전된 상황에 잠시간 침묵이 오갔다.
서인은 뭐가 문제였는지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한숨만 푹푹 쉬었다. 타인에게 이렇게까지 마음이 쓰이는 게 처음인 데다가 자신을 낮추고 사과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동물원도 갔고, 흑…. 형도 일찍 집에 왔고… 같이 밥도 먹었구….”
고작 동물원에 놀러 가고 일찍 귀가해서 저녁을 함께하는 기본적인 일상을 무명은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지랄한다, 안 해주면 징징거리니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해야 했는데, 서인은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
마음이 울렁이고 가슴이 따끔거리는 낯선 감각이 다시 찾아왔다. 서인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제 가슴을 움켜쥐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명을 때리고 밀치며 화내고 싶지 않은 건 확실했다.
“그건, 당연한 일….”
서인의 입이 남을 배려하고 안 하던 짓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떠들었다. 안 하던 짓을 하는 게 언제부터 당연해졌는지 모를 일이다. 평소처럼 때리고 화내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자 그는 마른세수하며 침묵했다.
“형, 그냥 평범한 사랑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
말문이 꽉 틀어막혔다. 언쟁이 있을 시 상대가 찍소리도 못하게 짓눌러버리는 게 서인이었는데, 지금은 말하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무명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부탁드릴게요….”
무명의 시선에서 평범한 사랑은 유사성행위를 강제하는 일이었다. 아니길 기대했지만, 서인이 그 자그마한 바램을 박살 냈으니 책임은 그에게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론을 들이밀며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려던 서인은 고민 끝에 무명을 감싸 안아주었다.
“으응….”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면 행동으로 각인하면 되는 일이다. 잘못된 사랑을 평범한 사랑이라고 주장하고 서인에게 용서받으려던 무명은 간단한 포옹에 눈을 게슴츠레 뜨고 쾌감을 느끼듯 좋아했다.
“이제 다 준비됐으니까 사랑해주셔도 돼…. 웁!”
서인은 앵무새처럼 잘못된 사랑을 갈구하는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붙잡고 강제로 키스하자 무명이 분주하게 코로 숨 쉴 준비를 했다. 서인의 키스는 언제나 격렬하니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아예 호흡이 곤란했기 때문이다.
“흐….”
무명이 코로 숨을 쉬자 서인은 본격적으로 입속을 훑고 혀를 깨물며 진득하게 애무했다. 성기 대신 혀를 깊이 넣고 입안을 탐하던 그는 살짝 눈을 뜨고 손을 공손히 모은 채 흐르는 타액을 받아마시는 무명을 응시했다.
“아읏!”
장난스레 입천장을 쓸자 무명의 몸이 튀어 올랐다. 그 덕에 온 신경을 기울여서 내쉬던 호흡이 뚝 끊겼다. 놀란 그가 격하게 몸을 흔드니 열심히 애무하던 서인이 실수로 제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읏….”
무명은 그가 피를 훔쳐내며 괴로워하자 사색이 되었다. 숨을 쉬지 못해 무서워서 그랬다고 열심히 변명하는데 서인은 들을 생각도 없이 그의 가슴을 만지며 입술을 핥아주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다정하고 부드러운 애무에 무명이 순순히 입을 벌렸다.
“우,응…. 으….”
울퉁불퉁한 입천장을 간지럽히고 고른 치열을 훑으며 입안을 배회하자 무명이 끙끙 앓으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부끄러우니 최대한 참았는데, 유두와 허리를 쓸어내리는 손길을 견딜 재간이 없었다. 무명은 서인이 무릎으로 성기를 누르며 서서히 몸을 눕히자 바르르 떨며 사정했다.
“후, 흐아, 아…. 으….”
서인은 절정을 맞는 그의 얼굴을 뜯어내기라도 하듯 빤히 바라보며 목덜미를 아프게 깨물었다. 애무 축에도 못 끼는 손장난에 잔뜩 풀어져서 사정하는 얼굴이 미치도록 음란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무명의 뺨을 감싸 쥐고는 협박하듯이 말했다.
“야, 사랑해.”
“네에….”
상당히 건방지고 특이한 방식의 고백이었다. 얼굴을 붙잡혀 볼살이 눈 밑까지 차오른 채로 고백을 듣게 된 무명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랑이라는 단어에 그 어떠한 기대도 품지 않게 되었으니 고백에도 놀랄 이유가 없었다.
“사랑한다고.”
“네…. 감사합니다.”
대충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직접 들으니 썩 좋지 않았다. 서인은 제 잘못은 쏙 빼놓고 홍주원이 더러운 걸 가르쳐놨다며 그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여태까지 네가 배워왔던 사랑이 뭐든 상관없어, 그냥 잊어버려.”
“…….”
“이제부터 형이 가르쳐주는 것만 사랑이야.”
무명은 몸을 다정하게 어루만져주며 짧게 입을 맞추는 서인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이미 체념한 상황에서 다시 마켓의 사랑이 잘못되었다고 하면 혼란스러웠을 텐데, 잊어버리라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해주니 적어도 불안하지는 않았다.
“너한테 사랑 줄 수 있는 건 형뿐이야.”
“…….”
“알았어, 몰랐어. 왜 대답이 없어?”
“알았어요…. 근데, 마켓이랑 다른 사랑이에요?”
“그래,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제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게 서인 하나뿐이라는 점이 좋았다. 홀로 상처받고 체념하고 있던 무명은 다시 한번 마음의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마켓과 다르다고 하니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럼 성기 안 빨아도 돼요?”
“형이 뭐라고 했어. 잊으라고 했지?”
“네….”
이제 괜찮다고, 잘 빨 수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 무명은 구강성교가 죽기보다 더 싫었다. 받는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해주는 사람은 전혀 좋지 않았다. 먹은 게 역류할까 봐 걱정되고 턱이 빠져나가는 통증에 입을 벌리기도 힘들었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오늘 잘 못 놀았으니까 소원 사용은 없던 거로 해줄게.”
“정말요?!”
“그래. 또 동물원 가자는 것만 아니면 돼.”
다시 가는 건 무명도 사절이다. 그는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평생 동물원에 발 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아무것도 모를 땐 즐거웠지만, 원숭이를 보는 순간 독방에 갇혀 자유를 박탈당했던 제 처지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와닿아서 끔찍했다. 오로지 인간들의 재미를 위해 그 작은 우리에 평생을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게 기괴하기도 했다.
“으으….”
동물원을 떠올리자 원숭이의 처절한 울음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괜찮다가 다시 불안해진 무명은 혼자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판단해 서인의 눈치를 보며 그를 불렀다.
“형….”
“뭔데.”
“한 번만 더 아까처럼 안아주시면 안 될까요?”
서인에게 안겨있을 때만큼은 나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껏 받아 왔던 사랑과 공포를 잠시 잊을 수도 있을 만큼 안정감이 들었다.
“안고 싶으면 안으면 되지 뭘 그런 걸 물어.”
사랑으로 더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서인은 알아서 하라며 그를 잡아당겼다. 품에 안긴 무명은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귓가에 울리던 원숭이 울음이 점점 멀어지고 떨림도 멎었다.
“좋아해요….”
무명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의 사랑이 뭔지 모르겠고 마켓에서 받았던 사랑을 쉽게 잊을 순 없다고 생각했지만, 새로 받게 될 사랑에 자그마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처음으로 기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형, 좋아해요! 반짝반짝해요, 예뻐요, 귀여워요!”
가슴 벅찬 무명은 긍정적인 표현을 모두 쏟아내며 고백했다.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긴 어려웠어도 그와 비슷한 좋아한다는 말은 몇 번이고 할 수 있었다.
“그래, 너도 귀엽다.”
서인은 성욕을 해결하지 못해 기분이 언짢았는데, 무명은 저 혼자 신이 났다. 대충 받아주자 무명은 코끝이 시큰하고 눈두덩이 욱신댄다고 하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흐윽, 흐…. 좋아해요….”
“알았다니까.”
하루 이틀 흘리는 눈물이 아니니 서인은 그러려니 했지만, 무명은 평소와 다른 감정에 그를 붙잡고 징징댔다. 무섭고 서러워서 우는 일은 많았어도 지금처럼 기분이 좋고 마음이 울렁여서 우는 건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좋아해요….”
“아, 그래. 나도 좋아한다고!”
서인이 지금처럼 짜증을 내는데도 무명은 이 행복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랐다.
♦ ♢ ♦
다시 호전된 관계에 서인은 그동안 쌓아두었던 성욕이 폭발했다. 평소와 같이 집에 돌아온 그는 자신을 반기는 무명을 냅다 뒤집어 엎어놓고는 엉덩이부터 깨물었다.
“항문에는 성기를 넣는 게 아니라니까요!”
서인은 그가 뭐라고 떠들거나 말거나 계속 만져댔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니고 뭘 할 때마다 하나하나 가르쳐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냥 이대로 자연스럽게 박아넣을 생각이었다.
“전에도 한 번 해봤잖아. 좋아 죽더니만.”
천천히 풀어주기도 하고 큰맘 먹고 빨아주기도 했건만 곧 죽을 것처럼 거부하니 서인은 황당했다.
“형은 왜 자꾸 항문에 집착하세요?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부위예요! 더럽다고요!”
무명은 그때 몇 번이나 사정하고 기절까지 한 주제에 싫다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엉덩이를 숨겼다.
“다른 놈 건 더러워도 네 건 안 더러워. 쫀득하고 말랑한 데다가 잘 조이는데, 뭐가 더러워?”
말도 안 되는 주접처럼 보여도 서인은 정말로 무명의 항문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온종일 쑤셔도 모자랄 판에 자꾸 숨기니 속이 답답하고 안달이 났다.
“형이 더 좋게 해줄게. 그때도 좋았잖아.”
“그건 그런데….”
“더 좋게 해줄게. 안 아프게 다 풀어줄게.”
무명은 서인과 달리 양심 있는 사람이라 싫었다고는 하지 않았다. 느끼다 못해 기절하기까지 했으니 아니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그래도 항문은 안 돼요.”
무명의 시선에서 뒤를 풀고 성기를 삽입하는 행위는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넣어보고 싶으시면 같이 마켓에 갈까요?”
“뭐?”
곰곰이 고민해보던 무명이 마켓에 있는 노동자들을 떠올렸다. 주원이 가지고 노는 노동자에게는 마음껏 삽입해도 문젯거리가 될 게 없었다.
“마켓에 가면 항문에 삽입해도 되는 노동자들이 많아요!”
마켓에 가는 게 내키지 않아도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장소이며 유일하게 서인에게 도움이 될 기회이니 무명은 적극적이었다.
“…….”
서인이 그들의 몸을 만진다는 게 질투가 나긴 해도 직접 대줄 자신은 없으니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한 번 넣어보실래요? 마음대로 하셔도 좋아요!”
무명은 서인에게 마음껏 삽입하라고 큰소리쳤다. 졸지에 뒷구멍에 환장한 놈이 된 서인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형?”
“아니…. 난 네 구멍만 좋다니까.”
“그게 그거죠. 항문은 다 똑같아요.”
“다르지. 그럼 너 형이랑 키스 안 하고 이 비서랑 키스할래?”
“아악! 싫어요!”
“다 똑같은 입술인데 뭐 어때. 지금 불러줄게, 해 봐.”
다른 놈에게 박아보라기에 똑같이 되돌려주었을 뿐인데 무명은 치를 떨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며 버럭버럭 소리 지르기도 했다. 그제야 제가 실수했음을 깨달은 그는 제 뒷구멍을 만지작거리며 한숨 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 될 거 같아요.”
무명은 서인을 반강제로 수절하게 만든 주제에 끝까지 뒤를 내주지 않으려 했다.
두 달 내도록 구멍에 자물쇠를 건 무명 때문에 서인은 밖에서라도 해결해보려 했는데, 발기부전이라도 왔는지 성기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다 벗겨놓고 체벌하는 장면을 봐도 요지부동이고 약의 힘을 빌려도 열만 오를 뿐 박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무조건 무명이 대줘야 하는 상황이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이제는 사랑까지 주는데, 받기만 하고 주는 게 없으니 제법 서운했다.
“안 되는 게 어딨어? 이리 와.”
“아, 싫어요! 싫어어!”
다리를 오므리고 엉덩이를 막은 손을 치워내자 거친 반응이 돌아왔다. 전처럼 막무가내로 때리지 않는 이상 서인은 저보다 덩치가 크고 몸 쓰는 일에 익숙한 무명을 제압하기 버거웠다.
“가만히 있어!”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서인은 그의 다리를 활짝 벌려 성기를 잡고는 대충 손으로 문질러 그대로 제 입속에 욱여넣었다. 뒤를 벌려주지 않겠다면 그럴 마음이 들 때까지 괴롭히면 될 일이었다.
“흐, 아아!”
서인이 만져줄 때를 빼면 성기에 손대지 않았던 무명은 오랜만에 받는 자극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수절한 건 그도 마찬가지라 빨리는 순간 사정할 뻔했다.
“흐으, 흐….”
무명은 제 성기를 문 채로 움직이는 서인의 머리통을 보며 이 행위가 새로운 사랑일까 궁금해했다. 마켓의 사랑을 아직 잊지 못했으니 이래도 되나 싶어서 무섭기도 했다.
“아, 턱 빠지겠네….”
남의 물건을 물고 빠는 게 익숙하지 않은 서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성기를 뱉어냈다. 턱이 아파 잠시 쉬던 그는 혀를 내밀고 입을 크게 벌린 뒤 다시금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처박았다.
“흐, 아! 아….”
“큭!”
참아보려던 무명은 성기가 목구멍에 닿는 순간 반사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항상 가만히 받기만 했던 그의 움직임을 예상치 못한 서인이 기침하며 짧게 구역질했다.
안 그래도 무식하게 커서 담고 있기만 해도 힘든데, 쿵쿵 박아넣기까지 하니 숨이 막히고 속이 울렁였다. 눈물이 맺히고 기침이 절로 터져 나왔지만, 그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더 정성껏 애무했다.
“으, 이상해요, 이상해, 아….”
서인은 널찍한 혀로 뿌리 끝부터 귀두까지 길게 핥고 볼 안쪽 살에 가져가 비비며 맛을 보기도 했다.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머리통을 붙잡고 있던 무명은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다가 서인의 머리채를 짓눌렀다.
“후…. 욱!”
이렇게 무식하게 박아대면 다음 날 말도 못 할 정도로 목이 아플 것 같아 서인은 몸에 힘을 풀고 목구멍을 열었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해줄 텐데, 무명은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풀지 못했다.
“아, 아…. 으읏! 혀, 형 이거 좋아요! 이상해,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 흣, 맞아요? 흐으….”
“컥, 으, 욱….”
무명은 제 입에 성기를 쑤셔 넣었던 서인을 흉내 내며 물었다. 사랑을 받게 되었으니 그에 열렬히 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인은 성기에 혀가 짓눌려 대답도 하지 못하고 컥컥댔다. 성욕이 고조된 얼굴이 보기 좋았지만, 어쩐지 흥분되기보다는 다리 사이에 짓눌려 있는 게 기분 나빴다.
“이거, 이상해요, 아니야, 아, 좋아, 좋아….”
무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인의 입 안 가득 사정했다. 몸이 예민해져서 모든 감각이 끔찍하게만 느껴져도 그는 허리를 멈추지 않고 싸질러놓은 제 흔적을 윤활제 삼아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아래가 녹아버릴 것 같았지만 못하겠다고 울면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았다. 못하겠다고 하면 항상 벌을 받았으니 겁이 나기도 했다.
“하, 아아! 아!”
“씹….”
서인은 무명이 자지러지며 침대로 엎어지기 무섭게 정액을 뱉어냈다. 참아보려 했건만 혀에 닿는 순간 끼친 역함에 구역질이 났다. 그는 성기를 축 늘어뜨린 무명을 뒤로하고 욕실에서 입을 헹궜다.
“하, 씨발…. 욱!”
남의 걸 입에 담아 본 적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정액을 마셔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당연히 맛이 없을 건 알았지만, 무명이 예쁘니 한 번 해봤는데 역시 역겨웠다. 꿀꺽꿀꺽 잘 받아마신 그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하아…. 하….”
다시 방으로 돌아오자 무명은 정액도 닦지 않은 채로 늘어져 있었다. 정액의 역함에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혼 빼놓고 박는 작전은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다.
서인은 허리를 배배 꼬는 무명을 보며 자위했다. 구멍을 만지지 못하게 할 때부터 반쯤 서 있던지라 무심한 손길에도 금방 발기했다. 아래가 서지 않던 게 거짓말 같았다.
“흣….”
“자위해. 가르쳐줬지?”
서인이 자위하라고 명령하자 무명이 억지로 움직였다. 번들번들한 성기가 손에 갇혀 이리저리 움직이자 무명이 다시금 허리를 흔들었다.
“꼴에 달린 놈이라고. 너도 박고 싶어?”
“형, 서인이 형, 허리가 자꾸 움직여요, 흣, 아아….”
“손 멈추지 말고. 옳지, 그래.”
서인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누웠다. 흥분에 젖은 상태인 무명은 흐물흐물 녹아 서인을 따랐다.
“그거 계속 잡고 있어. 알겠지?”
“아아, 이상해요, 쓰려요…. 아!”
서인은 이상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무명을 옆으로 껴안고 젤을 바른 채 허벅지를 단단히 모아쥐었다. 무명은 성기를 놓지 말라는 명령을 들어야 했기에 제 물건을 붙잡고 흔들었다.
“아, 씹….”
구멍 대신 허벅지 사이에 성기를 쑤셔 박은 서인이 신음 같은 욕설을 내뱉었다. 무명의 다부지고 따뜻한 허벅지는 내벽 못지않게 성기를 잡아 뜯으며 조였다. 아찔한 감각에 서인의 눈꺼풀이 경련했다.
“하…. 씨발, 너 여기로 해본 적 있어?”
“아, 좋아…. 형, 아!”
그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허리를 흔들며 허벅지를 조이는 무명을 의심의 눈초리로 흘겨보았다.
쾌감에 잠식된 무명이 대답하지 않자 서인은 아무래도 좋다고 웃어넘기며 그의 두 다리를 움켜쥐고 거칠게 움직였다. 얼떨결에 허벅지를 내어주게 된 무명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제로 다물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후….”
“하아, 이상해, 이상, 아! 아!”
이상하다고 소리치는 입과 달리 그의 몸은 안쓰러울 정도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발기해서 힘든데 서인의 뜨거운 성기가 회음부를 스치고 음낭을 찌르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흐윽, 끅, 흐…. 아파, 아파요, 허벅지 쓸려요…. 형!”
허벅지를 붙들고 무식하게 박아대는 서인의 턱에 힘이 실렸다. 제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행위였기에 그는 무명의 고통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싫어! 싫어, 간지러워요, 응….”
“싫기만 해?”
무명의 음란함은 타고난 것이 틀림없었다. 뒤에 넣지도 않았는데 질질 싸고 있으니 말이다.
서인이야 탄탄하고 따뜻한 허벅지가 성기를 쥐어짜 삽입하는 것과 별다를 게 없었지만, 무명은 간헐적으로 음낭이 짓눌리고 성기에 비벼지는 것이 전부였다.
“흐아, 아…. 웅, 응! 이상해요, 이상해….”
서인이 안쪽으로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무명의 성기가 크게 움찔거렸다. 서인은 무명의 몸이 경직되어 삽입하기가 불편해지자 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하여 성기를 만져주었다.
다리 사이에 틀어박힌 탓에 안 그래도 괴로웠던 그는 서인의 손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다가 질척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자 자지러지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아! 아, 흐…. 아아!”
서인은 무명의 몸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허벅지가 가끔 벌어질 때면 허리를 더 깊게 밀어 넣었고 손은 성기를 부러뜨리기라도 할 기세로 움켜쥐고 주물렀다.
“시, 싫…, 응….”
“싫기만 하냐니까, 응? 여긴 이렇게 질질 싸는데?”
목을 깨물고 빨아대니 흰 피부 곳곳에는 꽃같이 붉은 자국들이 생겨났다. 희고 예쁜 무명이 밑에 깔려 헐떡이는 모습은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대답해 봐, 응?”
서인은 애처롭게 신음을 흘릴 뿐 원하는 대답하지 않는 무명을 괴롭히기 위해 움직임을 멈췄다.
사정하기 직전까지 몰아붙이고 갑자기 멈추는 건 고문에 가까웠다. 정신없이 신음하던 무명이 숨을 크게 들이켜며 애원했다.
“제발, 제발….”
“뭘? 제발 그만할까?”
허벅지 사이에서 흘러나온 젤이 무명의 다리 사이를 더럽혔다. 무명이 아무리 순진해도 지금 이 상황이 성행위라는 건 알았기에 쉽게 애원하지 못했다.
“불에, 불에 타들어 가는 것 같아요, 으…. 뜨거워….”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흐, 흑… 계속, 하던 거….”
“박아주세요. 해봐.”
서인은 얼굴을 붉힌 채로 입을 꾹 다문 무명이 괘씸해 손을 둥글게 말아 그의 성기를 세게 움켜쥐었다.
“아아! 형, 형…. 아아….”
성기를 쥐어짜자 무명이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신음을 흘렸다. 서인의 부드러운 손에 성기가 박혀 들어가고 뒤로 무를 때마다 길쭉한 손가락이 귀두를 정성껏 애무했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허리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하아! 아!”
“박아달라고는 못 하면서 허리는 잘도 흔드네.”
삽입하지 않았는데도 미치도록 좋았다. 박아넣을 때마다 더 조이도록 힘을 주는 허벅지가 꽤 마음에 들었다.
“아, 아, 간지러워요, 허벅지에, 흐으, 허벅지에 박아주세요…. 아, 아!”
허공에 손을 허우적대던 무명은 쾌감을 감당하지 못해 엉엉 울며 애원했다. 그러면서도 쉴 새 없이 허벅지를 가르고 들어오는 단단한 물건을 피해 도망치려 했다.
“하지 마! 아, 아!”
다시 자극이 오자 그가 손을 뒤로 뻗어 서인을 밀어내며 헐떡였다. 살갗이 까질 정도로 세게 문질러지자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질렀다. 삽입 섹스와 별다를 게 없을 정도로 침대 시트가 정액으로 엉망이 되었다. 서인의 눈은 허벅지 사이를 가르고 들어가는 제 성기에 집중되어있었다.
“아! 으윽, 하아, 아아! 응!”
무명이 신음하며 허리를 배배 꼬자 서인이 이를 악물고 사정했다. 꽉 다물린 허벅지 사이로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서인의 사정은 지나치리만큼 길었다. 많은 양의 정액이 사정없이 흘러 무명의 다리를 덮어도 여전히 성난 소처럼 들이받기 바빴다.
두어 번 더 움직이던 그는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무명을 옥죈 팔에 힘을 풀었다.
“흐윽, 흐, 힉….”
무명은 혹사당한 허벅지를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경련하며 나가떨어졌다. 슬쩍 벌려본 허벅지 사이는 붉게 쓸린 상처가 남았다. 그러게 좋은 말로 할 때 뒷구멍을 쑤시게 뒀으면 이렇게까진 안 했을 텐데 서인은 그의 미련함에 혀를 끌끌 찼다.
“흐, 시러…, 못해에….”
허벅지를 내줬으니 오늘은 이만 봐주기로 했다. 여전히 만족할 만큼은 아니어도 싸기는 했으니 머리가 한결 맑아졌다. 서인이 씻겨줄 생각으로 허리를 감싸자 무명이 매섭게 손을 쳐내며 입술을 삐쭉거렸다.
“왜.”
“허벅지 아파요!”
“알아.”
“뻔뻔해요!”
“그것도 알지.”
무명이 칭얼대며 제 억울함을 표현해봐도 서인에겐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웃는 얼굴로 손을 뻗자 삐친 티를 내던 무명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아프게 했으니까 형이 씻겨줘야 해요.”
“언제는 내가 안 씻겨줬어?”
“…몰라요.”
무명은 그 큰 덩치를 서인에게 기대며 애교를 피웠다.
어깨에 이마를 비비고 몸을 비비적대며 욕실로 향한 그는 허벅지에 물이 닿을 때마다 야릇한 소리를 내며 서인을 또 자극했다.
“다시 박히고 싶어서 이래?”
“아니에요….”
다시 박히고 싶으냐는 말에 같이 욕조 속에 얌전히 앉아 무명은 허벅지를 씻기는 서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형, 저 졸려요….”
무명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느릿느릿 끔뻑였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데다가 서인이 만져주기까지 하니 잠이 쏟아졌다.
그때 서인의 눈에 제 허벅지가 들어왔다.
“명아.”
“네….”
“이것 좀 봐.”
무명의 허벅지 사이를 닦여주며 사심을 채우던 서인은 꾸벅꾸벅 조는 그에게 제 허벅지를 들이댔다. 박아 넣으라는 줄 알고 깜짝 놀라던 무명은 제가 남긴 흔적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건 어쩔 수가 없었어요! 형이 도망쳤잖아요? 형이 저를 배신하려고 해서, 그래서!”
그동안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서 제가 저질렀던 만행을 까맣게 잊었던 무명은 열심히 변명했다.
그때는 서인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사람인 줄도 몰랐고 제 구역이라는 특이점이 있어서 광기 넘치는 행동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기에 무명은 안절부절못했다.
“누가 뭐래?”
“화내시는 거 아니에요?”
“아닌데.”
“그럼 왜 보여주신 거예요?”
“…….”
“형? 무섭게 왜 말을 안 하세요….”
무명은 서인에게 얻어맞는 것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가 지금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였다. 인상이 차가워서 그런지 멍하니 생각에 잠겼을 땐 꼭 화가 난 사람처럼 보여서 괜히 안절부절못하곤 했다.
“그냥, 아무 의미 없었어.”
그 무서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만 기다리던 무명은 의미 없었다는 말에 벌떡 일어났다. 그는 서인이 하고 싶은 말을 숨길 성격도 아니고 눈치를 볼 사람이 아님을 잘 알아서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거짓말, 거짓말! 알려주세요!”
무명은 뭐든 좋으니 서인의 분노가 허벅지에 남은 각인에 향하지 않길 바랐다. 다른 건 몇 대 맞고 빌면 용서받을 수 있지만, 되돌리지 못할 흉터에 화났다면 용서는 불가능하니 말이다.
“다 씻었으면 나가자. 형 피곤해.”
서인이 피곤하다는 말과 함께 욕조를 벗어나 가운을 걸치자 무명이 급히 욕조에서 나와 앞을 막아섰다. 이대로 나가버리면 서인이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서 필사적이었다.
“제가, 제가 죄송해요!”
그는 성기를 내보이는 창피함도 불사하고 어떻게든 용서를 비는 데에만 집중했다. 욕실 바닥에 냅다 무릎 꿇고 울다가 서인을 바라보며 감당할 자신도 없는 말을 내뱉어버렸다.
“뭐든 할 테니까 용서해주세요, 제발요….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요!”
듣는 사람이 다 서러워지는 목소리에 서인이 그제야 눈길을 주었다. 원하는 대답을 듣게 된 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무명을 일으켜 세웠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그의 웃는 얼굴을 마주한 무명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잔뜩 긴장했다. 평소였다면 웃는 게 예쁘다고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꿍꿍이가 가득해 보여서 좋아할 상황이 아니었다.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저리 좋아하는지 몰라 무서운 수준이었지만, 어쨌든 무명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었다.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자 서인이 그를 거실로 이끌었다. 소파에 반강제로 앉게 된 무명은 제 허벅지를 쥐고 만지작거리는 손길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가 좋겠네. 너, 많이 맞아봤으니까 고통 잘 버티지?”
서인은 뭘 할 건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선 고통을 잘 버티냐는 무서운 질문을 했다. 아무리 많이 맞아봤어도 아픈 건 변함없는데, 그는 무명이 잘 버틸 거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혹시 저도 각인하는 건가요?”
분위기상 각인하려는 것을 예상한 무명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저는 서인을 떠날 일도 없고 도망칠 마음조차 없다고 확신하는데도, 왜 각인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는 도망칠 이유가 없는데 왜 각인을 하는….”
“묻는 말에나 대답해.”
서인은 당황해하는 무명의 말을 뚝 잘라먹고 제 할 말만 해댔다. 동의 없이 몸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길 예정이면서 아주 뻔뻔했다. 거부했다가는 죽이기라도 할 분위기를 풍기자 무명이 머뭇대다가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잘 버틸게요. 저는 형이 주는 거라면 뭐든 괜찮아요….”
진심이 가득한 대답에 서인이 픽 웃었다. 저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뭐든 괜찮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
“정말이에요!”
“그래, 그럼 조금만 기다려봐.”
서인은 한 번 더 강조하는 무명을 두고 최 박사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무명은 전화로 지금 와도 된다고 말하는 서인을 흘끗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자신 있다고 말하긴 했어도 겁이 나는 건 변치 않았다.
“아, 얌전한 편은 아니니 묶을 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흐….”
안 그래도 무서운 상황인데, 묶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은 무명은 구석에 처박혀 훌쩍였다. 반항이 우려되어 묶어야 한다고 하니, 마취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하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다.
“흐, 흑….”
“왜 질질 짜?”
통화를 마친 서인은 숨죽여 우는 무명을 보고 인상을 썼다. 자신만만했으면서 갑자기 울어 재끼니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대답 없는 무명에게 손을 올리려다가 뺨에 입을 맞춰주었다.
“뭐 해줄까, 사랑한다고 해줘?”
입 꾹 닫고 있던 무명은 애정을 받자 서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뺨을 비벼댔다. 울던 것도 잊어버리고 좋다고 달라붙으며 열심히 애교를 부려댔다.
“왜 울었는데.”
“각인 아플까 봐 무서워서 울었는데, 형이 안아주면 괜찮을 거 같아요…. 안아주실 거죠?”
각인이 아프기야 하겠다만 지금처럼 서인이 안아준다면 버텨볼 만도 하다고 느낀 무명이 안아 달라고 졸라댔다.
“우선 방에 들어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기다려. 아래는 입지 말고.”
“네….”
허벅지를 후벼팔 거니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무명은 안아주겠다는 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대답해주기 전까지는 갈아입지 않겠다고 고집 피우려 했지만, 괜히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억울해도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언제 나가야 하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다소곳이 앉아 기다리고 있던 무명은 서인이 한참 지나도 부르지 않자 문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문 틈새로 본 거실에는 의사 가운을 입은 낯선 이와 이동식 침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형….”
문밖을 훔쳐보던 무명은 서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아무리 도망쳐봤자 결국은 질질 끌려 나와 소파에 앉아야 했다.
“흐….”
무명은 낯선 도구를 훔쳐보며 바들바들 떨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허벅지를 소독하자 급기야 흐느끼기까지 했다.
“아니, 뭘 그렇게까지 무서워해?”
아무 말 없길래 괜찮은 줄 알았던 서인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무명을 보고는 당황했다. 살면서 더 험한 일도 당했으면서 고작 타투에 벌벌 떠는 꼴이 가엾기도 하고 조금은 꼴리기도 해서 자꾸 웃음이 났다.
“몇 분이나 걸려요? 얼마나 아파요?”
“간단한 거라 얼마 안 걸려.”
무명이 살짝 일어나 보려 했지만, 서인이 몸으로 가로막은 탓에 옴짝달싹 못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제 운명을 받아들이고 침울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놓인 도구들을 살펴보았다.
“저걸로 하는 거예요?”
“어.”
당연히 흉흉하고 날카로우리라 생각했던 무명은 마켓이나 작업대에서 쓰던 물건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귀여운 외관을 보고는 어리둥절했다.
“그럼 안 무서워요!”
그는 저런 자그마한 기계가 주는 고통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며 다리를 활짝 벌렸다. 꼴에 허세가 가득해서는 서인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목에 힘을 주고 고개를 번쩍 들기도 했다.
“대표님,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네, 자신 있다네요.”
아무리 마켓에서 사용하던 도구와 다르다고 한들 고통이 없는 작업은 아닌데, 서인은 뭣도 모르면서 센 척하는 무명을 보며 킬킬댔다.
“편히 계시면 금방 끝날 겁니다.”
“…왜, 왜 소리가 나요?”
자신 있다고 소리쳤던 무명은 최 박사가 타투 머신을 작동하자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처음 보는 기계인데 이상한 소리까지 나니 자신감이 사라지는 게 당연했다. 그가 긴장했음을 알아챈 최 박사가 서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시술자가 긴장하면 작업이 어렵습니다, 대표님.”
“그럼, 잠깐만.”
서인은 이대로라면 무명이 소리 지르고 발악할 게 뻔해서 최 박사를 잠시 내보내고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무명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곧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왜 울어. 할 수 있다면서.”
서인은 화내지 않고 달래며 뺨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는 여전히 경직된 채로 눈만 깜빡이는 무명에게 제 허벅지를 보여주며 듣기 좋은 말로 포장했다.
“형이랑 같은 부위에 하는 거야.”
정도를 따지자면 타투보다 서인의 허벅지에 남은 흉이 몇 배는 더 고통스럽고 흉측하다. 레이저 치료를 받아도 살 자체가 패여서 평생 사라지지 않을 자국이었다.
머릿속에 커플 타투 같은 개념이 없는 무명은 그러거나 말거나 안 하면 안 되냐고 졸라댔다.
“아프기 싫어요….”
“별로 안 아파. 면허 있는 의사도 불러왔잖아.”
“하지만, 하지만….”
“형이랑 같은 게 싫다는 거야? 우리 연인 아니야?”
“연인…?”
무명은 연인이라는 말에 눈물을 훔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서인은 이때다 싶어 커플 타투의 의미를 설명하며 열심히 구슬려댔다.
“각자 몸에 서로의 표식을 남기는 거야. 도망갈 수 없게.”
“안 도망갈 거예요, 전….”
“그건 모르는 일이지. 예방 차원에서 새겨.”
“정말 안 도망가요!”
서인은 사실 그가 도망치지 않으리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도망쳐봐야 다시 잡아 오면 그만이라 굳이 몸에 흔적을 남길 필요도 없지만, 무명을 탐할 때마다 온몸에 제 흔적을 찍어두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신체 훼손에는 흥미가 없으니 저만 볼 수 있는 곳에 각인을 새김으로써 소유욕을 충족하길 바랐다.
“안 도망간다는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
서인이 관심도 없는 도망 이야기로 괜한 트집 잡는 걸 알 리가 없는 무명은 죄 없는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다가 그에게 작업하는 내내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할게요…. 대신 손 잡아주시면 안 돼요?”
“손? 왜.”
“무섭고 아파도 형이랑 연결되어 있으면 괜찮아요!”
무명은 용기 내서 한 말이었는데, 서인의 굳은 표정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서운한 마음에 그의 가슴팍을 아프지 않게 밀치며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아픈 거 하면서…. 손도 안 잡아주고 너무해요….”
“후…. 그래, 알았어. 잡아줄게.”
서인은 우선 알겠다며 다시 최 박사를 안으로 들였다. 다시금 머신을 작동하자 무명이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고 서인은 대충 손을 잡아주었다.
“아, 아악! 아파!”
“금방 끝납니다.”
무명은 바늘이 피부에 닿기 무섭게 소리 지르며 아파했다. 그나마 서인의 손을 잡고 있길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최 박사를 후려쳤을지도 몰랐다. 서인은 제게 맞을 때보다 더 괴로워하는 무명을 보며 작업을 이어나가는 최 박사를 저지했다.
“좀 덜 아프게는 안 됩니까?”
“지금도 고통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겁니다. 조금 따가운 정도예요.”
서인 본인은 걱정하는 게 아니라 무명이 징징대는 게 듣기 싫을 뿐이라고 생각했으나 제삼자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를 오랫동안 봐 온 최 박사가 당황할 정도이니 말이다.
“아파요, 아파요!”
“금방 끝난다니까. 가만히 있어.”
“정말 아픈데, 흐으….”
살이 많은 허벅지는 시술 부위 중 아프지 않은 편에 속했는데, 무명은 엄살이 꽤 심했다. 그 덕에 서인은 자기 새끼 아프게 할까 봐 죄 없는 의사에게 눈치 주는 사람이 된 꼴을 면치 못했다.
“대표님, 많이 걱정되신다면 다음번에 다시 오겠습니다.”
“걱정이요? 제가 왜 걱정을 합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걱정이라는 말에 서인이 황당하다는 듯이 웃으며 부정했다. 그는 단지 무명이 징징거리는 게 듣기 싫었을 뿐이라며 되려 타인의 시선에 걱정으로 보였다는 사실을 불쾌히 여겼다.
“상관없으니 계속하세요.”
서인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괜히 모질게 말하자 무명의 눈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주먹을 쥐고 꾹 참던 그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제 걱정을 왜 안 하세요? 명이는 형아 걱정만 하는데, 형아는 왜 안 해요! 정말이에요? 저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서러웠던 적은 없어요!”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서러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난리를 피워댔다. 서운하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대변하듯 서인이 고치라고 했던 나쁜 습관들이 정신없이 튀어나왔다.
“입 다물어.”
“…….”
서인은 꼴에 바락바락 대드는 무명의 어깨를 짓눌러 앉히고 이마를 세게 밀어버렸다.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면 더 이상해 보일 테니 가까스로 분을 억누르고 최 박사에게 다시 작업을 요구했다.
“예. 시작하겠습니다.”
“너무해요….”
무명은 너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투덜댔다. 사랑은 나쁜 게 아니라며 소중하게 대해준다고 해놓고서는 걱정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
서운한 티를 내며 입을 삐쭉 내밀어봐도 서인이 꿈쩍하지 않자 무명이 그의 손을 잡아당겨 깍지꼈다. 미울 땐 미워도 좋아하는 마음은 변치 않으니 손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다시 작업하겠습니다.”
“하, 으으! 응!”
최 박사가 허벅지를 단단히 움켜쥐고 머신을 작동시키기 무섭게 무명이 몸을 움츠렸다. 차라리 칼로 각인하는 게 낫다고 느낄 정도로 기분 나쁜 고통이었다. 바늘이 피부를 찌를 때마다 발가락이 절로 곱았다.
“흐으, 읏! 아, 읏!”
“…….”
“하읏, 아! 아파, 아파요! 아, 형! 아!”
“조용히 안 해? 왜 이렇게 엄살이 심해!”
그런 무명을 잠자코 지켜보던 서인은 침대에서 보였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에 머리를 때리며 윽박질렀다.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은 했으나 그가 자꾸만 음란한 소리를 내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손이 먼저 나갔다.
“아! 왜 때려요? 어?”
난데없이 얻어맞은 무명이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말거나 서인은 입술을 깨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흥분을 가라앉히려 숨을 길게 내쉬자 눈치 없는 무명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형 왜 얼굴이 빨개요? 어, 왜 발….”
“타투 한 번 더 했다간 아주 싸겠다, 싸겠어. 씨발.”
허벅지를 흘끔대던 무명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전혀 발기할 상황이 아니니 그가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 어? 어디 가세요! 형? 형?!”
무명은 서인이 손을 뿌리치고 등을 돌리자 깜짝 놀라 다시 그를 붙잡으려 했다. 곁에 있어도 무섭고 힘든데 아예 나가버리려고 하니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입 닥치고 얌전히 받고 있어. 따라오면 죽여버릴 줄 알아.”
“무서운데 혼자 두고 가면 어떡해요! 싫어요, 형, 형!”
서인은 따라오면 죽여버리겠다고 단단히 일러두고 도망치듯 거실을 벗어났다. 최대한 어기적어기적 걷지 않으려 노력하는 제 꼴이 한심스러워서 웃음이 났다. 타투 한 번 더 하면 싸겠다는 말로 무명을 조롱해봐도 정작 성기를 세우고 헐떡댄 건 제 쪽이라 수치심이 몰려왔다.
“씨발, 씨발!”
현관에 서서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려던 서인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아예 집 밖으로 나와버렸다. 신경질적으로 차에 올라 핸들을 마구 내리치고 악을 질러도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흥분할 상황이 아닐 때 흥분한 것보다 더 기분이 나쁜 건 남의 손에 몸을 맡긴 무명에게 이상한 분노를 느끼는 제 꼴이었다. 최 박사를 부르고 바지를 벗고 다리를 벌리게 한 것도 제 쪽인데 그는 이상하게 무명이 남의 손에 몸을 맡긴 모습이 불쾌했다.,
기분이 나쁜 수준을 넘어서 단순히 작업하러 온 최 박사를 무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 미치겠네.”
서인의 머릿속은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가 하는 의문으로 가득 찼다. 누가 봐도 질투에 사랑인데, 평생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 없고 받아 본 적도 없는 그는 세뇌당했던 시절의 무명처럼 굴었다. 그러니 서인의 시름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 갔다.
“흐윽, 흐….”
2시간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무명을 마주했다. 달래주지 않으면 들들 볶으며 귀찮게 한다는 걸 알지만, 둘만 있는 게 아니니 대충 훑어보고 최 박사와 대화를 나눴다. 그러자 무명이 최 박사를 악에 받친 눈빛으로 노려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작업은 끝난 겁니까?”
“네, 다행히도 얌전히 계셔서 수월했습니다.”
서인은 시술 부위가 덧나지 않게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듣고 있는데, 토라진 그는 바닥에 컵을 집어 던지며 철없이 성이나 내고 앉아있었다. 아무리 티를 내도 서인이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무명은 소리를 빽 지르며 쿠션을 집어던져 댔다.
“하….”
쿠션이 바닥에 나뒹굴다가 발치에 뚝 떨어지자 서인이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이상한 제 감정변화에 기분이 좋지 못했던 서인은 최 박사를 배웅한 뒤 무명의 볼을 세게 잡아 꼬집었다.
“아, 아아!”
“전문적으로 해 줬는데 왜 이 지랄이야?”
물론 조금 따갑기야 하겠지만, 서인은 이렇게까지 엉엉 울며 성질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혼자 두고 나간 것도 무명이 자처한 일이었으니 전혀 미안하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저 그가 시선을 피하며 달라붙지 않는다는 게 거슬릴 뿐이었다.
“다리 가리지 마. 보여줘.”
“아, 싫어, 싫어요!”
서인은 반항하는 무명을 억지로 잡아당겨 다리를 벌려놓고 발갛게 부은 허벅지를 살폈다. 상처 가득한 살갗 위를 뒤덮은 제 이름 석 자는 손끝이 저릿할 정도의 흥분을 선사했다. 서인은 보기 드물게 상기된 얼굴로 무명의 뺨을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예쁘다, 명아.”
“헉….”
단단히 삐쳐서 서인과 일주일간 이야기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무명은 그의 황홀한 표정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시선을 피했다. 입을 틀어막아도 감탄사는 숨겨지지 않았다. 자주 보기 힘든 표정이라 심장이 쿵쿵 뛰다 못해 휴대전화처럼 진동처럼 마구 떨렸다.
“형 안 볼 거야?”
“몰라….”
“왜 반말해.”
“요….”
서인은 붉게 달아오른 무명의 목덜미와 귀를 보고는 그의 화가 전부 풀렸음을 눈치챘다. 제 감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반말과 존댓말을 반복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 귀여워서 서인은 일부러 얼굴을 더 들이대며 놀려댔다.
“그럼…. 저는 이제 형 거예요?”
“뭐 원래는 아니었나?”
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애정을 읽은 무명은 용기 내 물었다. 이미 허벅지에 이름까지 박아넣었음에도 그는 서인과 관련된 모든 일에 확신을 바랐다. 서인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웃자 무명도 덩달아 웃으며 좋아했다.
“형, 기분 좋아요?”
“그래. 그러니까 잘해.”
그는 오늘따라 잘 웃는 서인이 좋았다. 비열한 웃음이 아닌 정말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 보여서 가슴이 설레었다. 지금이라면 그가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만 같은 이상한 확신도 들었다.
“그럼 저 소원권 쓸래요!”
무명은 아껴두었던 소원권을 제시하며 서인의 손을 붙잡고 예쁜척했다. 그러지 않아도 그의 얼굴만 보면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처럼 발딱발딱 서는데 예쁜 척까지 하니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뭔데, 쓸데없는 거면 혼나.”
“쓸데없는 거 아니에요!”
“그럼 써.”
“정말요!?”
“그래.”
서인이 싫다고 할 줄 알았던 무명은 허락을 받자마자 눈을 밟은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었다. 소원을 사용함으로써 서인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게 벅찼다. 잠시 심호흡한 그는 서인의 두 눈을 마주하며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소원권을 사용했다.
“그럼, 저! 형한테 박게 해주세요!”
“…뭐? 뭘?”
“성기요! 그때 형이 해줬던 그거, 저도 하고 싶어요!”
기껏해야 예뻐해달라고 할 줄 알았던 서인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말문이 틀어막혀 잠시간 멍하니 허공만 응시했다. 결국, 이번에도 무명이 좋았던 분위기를 깨버렸다.
“아, 골 때리네, 너 사람 웃기는 재주도 있었어?”
정신을 차린 서인은 말도 안 되는 소원을 비는 무명을 보며 박장대소했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잠자리를 가져봤지만, 그는 누구와도 이런 이야기를 나눠본 적 없었다. 서인이 위를 차지하는 게 어겨선 안 될 법과 같았으니 말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생각해볼 일이 없었던 주제를 들먹이는 무명의 이마를 밀며 웃었다.
“안 돼요?”
“당연하지. 된다고 생각해?”
“왜요? 뭐든 들어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무명이 성적으로 무지하니 각자 정해진 역할이 있다고 설명해주었지만,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을 해도 무명이 계속 졸라대자 서인은 당황했다. 삽입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던 그가 왜 갑자기 이상한 고집을 피우는지 모를 일이었다.
“너, 인터넷으로 이상한 거 봐?”
무명이 이런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연락용으로 주었던 휴대전화뿐이었다. 서인은 어떻게 인터넷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진한 사람을 다 더럽혀 놓았다며 혀를 끌끌 찼다.
“네? 그냥 저도 해보고 싶어요! 넣고 싶어요!”
“무명아, 넌 허락해도 못해. 움직이는 것도 기술이 필요, 윽….”
무명은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려는 서인을 다짜고짜 벽으로 밀고 정신없이 입술을 탐했다. 그는 말로 싸워봤자 논리 부족한 제가 패배할 게 뻔하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 했다. 서인에게는 타당한 논리와 근거가 있었지만, 제게는 그저 고집밖에 없다는 걸 그도 알고 있으니 몰아붙여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미친, 뭐 하는 짓이야?”
하지만 무명의 실력은 경험이 차고 넘치는 서인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좋지 못했다. 서인은 냅다 혀를 집어넣고 움직이는 분위기도 뭣도 없는 키스에 그를 떼어내고 타액을 훔쳤다.
서인은 제 성향이 마조히스트라고 한들 플레이 주도권은 항상 제 손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니 마음대로 하게 놔두지 않았다.
“하아, 흐…. 기분 좋았단 말이에요! 형이 해주는 거 좋아서, 좋아서, 그래서!”
“그럼 해줄 테니까 벌려. 좋으면서 왜 네가 한다고 지랄인데?”
“흐으, 흐….”
“또 짜? 내가 육아를 하는 건지, 연애하는 건지 모르겠다.”
무명은 키스가 아예 통하지 않자 언제나 그랬듯 질질 짜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허벅지를 내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서러웠는데, 공을 들인 키스에 서인이 전혀 흥분하지 않으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서인의 말마따나 삽입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뒤따라오는 쾌감을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니 이 쾌감을 서인도 함께 알았으면 했다. 돈도 없고 가진 게 없는 제가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 가능한 일부터 차근차근해보려는 기특한 소원이었지만, 서인이 그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형한테도 해주고 싶어요!”
“미안하지만…. 아니, 미안하지도 않다. 난 그쪽이 아니라서.”
“약속 안 지키는 남자는 고, 고자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아? 누가 그러던데?”
“공일이 형이요.”
오랜만에 튀어나온 공일 타령이었다. 그는 서인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눈치 없이 비교질을 해대며 눈물을 훔쳤다.
무명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싫어하던 동물원도 함께 가주고 저는 평생 모으지 못할 막대한 돈까지 줄 수 있다면서 아무것도 아닌 삽입은 왜 못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세요? 정말 고자인가 뭔가 그거예요? 고자예요? 고자냐고요!”
“…….”
나중에 후회할 막말과 비하를 상대할 필요 없다고 판단한 서인이 아예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무시하자 무명은 발을 쿵쿵 찧더니 온갖 막말을 퍼부으며 울어댔다. 기분 좋게 해줄 수 없다는 게 서러워서 미칠 지경이라며 은근히 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약속도 안 지키고, 너무해! 나는 좋게 해주고 싶었는데, 형 좋아하니까 그랬는데, 왜 제 마음을 몰라주세요! 흐윽, 흐…. 미워요!”
서인이 대응하지 않으니 무명은 아주 머리끝까지 기어올랐다. 소리를 지르는 건 기본에 서인을 향해 쿠션을 집어 던지는 등 온갖 난리를 피워댔다.
“아, 씨발….”
울부짖는 소리가 커지자 서인이 성큼성큼 다가와 무명의 아래턱을 짓눌러 입을 강제로 벌리고 혀를 쑤셔 넣었다. 무명은 언제나 그랬듯 예고 없이 시작된 키스를 따라가기 바빴다.
“우응, 응…. 으흐….”
때아닌 상황에 흥분하는 건 서인이나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명은 화내고 질질 짜던 것도 잊어버리고 입을 벌리고 열심히 키스에 응했다. 입을 다물게 하려는 목적의 키스였는데, 그는 서인의 목을 감싸 안고 비비며 제가 더 안달 냈다.
“아!”
서인은 건방지게 대들고 까불어놓고서는 혼자 느끼는 무명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술을 아프게 물어뜯었다.
“하아, 하…. 아프잖아요! 으읏, 흐….”
“응, 미안.”
그는 실컷 물어놓고선 아프다고 하니 천천히 달래며 피 흐르는 입술을 핥아주었다. 조금 전과는 다른 다정한 애무에 아프다고 징징대던 무명이 순순히 입을 벌리며 서인을 껴안았다.
그는 본격적으로 혀를 엉켜오며 유두를 매만지는 손길에 고개를 젖히며 제 손을 서인의 유두 근처로 가져다 댔다.
“저도, 저도 해줄래요…. 말랑말랑해요. 저도 좋게 해주고 싶….”
“너나 좋아 죽으려 하지. 형은 별로야.”
서인은 제 가슴을 주무르며 서툴게 애무하는 무명의 손을 가차 없이 쳐냈다. 손길이 불쾌하다거나 싫은 게 아니라 아무리 만지고 주물러도 성기 한 번 핥는 것만 못해서 굳이 만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거짓말! 악!”
“너처럼 젖탱이로 처 느끼는 사람은 드물거든.”
무명이 눈을 부라리며 바락바락 대들자 서인이 그의 유두를 꼬집어 비틀이며 저급한 말로 희롱했다. 가슴이 성감대인 사람도 물론 많기야 많겠지만, 서인이 여태껏 만나왔던 사람 중 남녀 통틀어서 이렇게 손만 대도 자지러지는 사람은 무명이 유일했다.
“흐, 아, 아마 모든 사람이 좋아할 거예요! 형이 몰라서 그렇지! 그리고 젖탱이라뇨!”
“젖탱이가 뭐.”
“TV에서 본 재벌들은 안 그랬어요!”
“그런 거 다 거짓말이야. 뒷구멍에서 난교파티나 처하고 앉아있는 놈들보단 내가 낫지.”
무명은 가슴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젖탱이라는 천박한 단어를 사용하는 서인 탓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TV에서 봤던 돈 많은 사람은 모두 고상했는데, 서인은 이상하게 조폭 영화에서 나오는 천박한 말들을 쓰니 무명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형, 조폭이에요?”
“무슨 헛소리야, 하….”
그는 입을 열 때마다 서인의 말문을 틀어막았다. 가슴으로 느끼지 못함으로 시작한 대화 주제가 난데없이 조폭으로 튀자 그는 급격한 피로감에 무명을 밀어내고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너, TV랑 휴대전화 박살 내버리기 전에 작작 봐. 어디서 이상한 걸 보고 와서는.”
요즘 공부도 하긴 하지만, 휴대전화에 빠져있다는 보고가 있었으니 서인은 그의 헛소리를 TV나 휴대전화에서 배워왔다고 생각했다. 박살 내버리겠다고 경고하자 무명이 버럭 성질을 내며 고집을 피웠다.
“갑자기 왜 그 이야기를 해요? 우리 원래 하던 이야기 안 끝났잖아요! 가슴 만지게 해주세요!”
“…넌 진짜, 그 면상 달고 태어난 걸 축복으로 여겨라.”
서인은 아니었다면 정말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는 뒷말을 생략했다. 설득을 포기했으니 알아서 그만할 줄 알았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가슴을 만지는 무명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 안 때린다면서요….”
“네가 자꾸 손버릇 나오게 하잖아. 맞을 짓 했으면 맞아야지.”
“세상에 맞을 만한 사람은 없다고 그랬어요! TV에서! 만지게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아무 느낌 없다는 말을 믿지 못한 무명은 죽어도 서인의 가슴을 만지려 들었다. 안 해봐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우기자 서인이 정색하고 경고했다.
“적당히 해.”
“저는 잘못한 거 없어요. 왜 그러시는 거예요?”
이번만큼은 제 잘못이 아니라고 확신한 무명은 서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항의했다. 저만 좋으면 다 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된 기분을 알 리 없는 서인이 미웠다.
저는 돈도 없고 잘난 것도 없어서 줄 수 있는 게 쾌감뿐인데 그마저도 할 수 없으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주기로 했잖아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요! 그것밖에 안 돼요? 적어도 공일이 형은 약속은 잘 지켰어요! 형보다 공일이 형이 더 나아요!”
무명은 제 억울함을 어필하다가 그만 선을 넘고 말았다. 서인이 지독한 비교와 차별 속에 살아왔다는 걸 알면 하지 않았을 말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감정이 격해져서 저지른 실수였다.
“아, 하하…. 이 씨발.”
서인의 입에서 사나운 욕이 튀어나오자 무명이 그제야 입을 틀어막았다. 그 역시도 서인을 화나게 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던지라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시, 실수….”
“한번 해 봐. 그럼.”
“네?”
무명의 반문을 끝으로 짧은 침묵이 오갔다. 그는 뭘 해보라는 건지 몰라서 우선 무릎을 꿇고 빌고 봤다. 두 손을 싹싹 비비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자 서인이 무명의 머리채를 잡고 강제로 일으켰다.
“해보라고.”
“아악! 아파요! 뭐, 뭘요? 뭘 해봐야….”
“그렇게 자신 있으면 쑤셔보라고. 씨발.”
머리끝까지 화가 난 서인은 무명을 침대로 질질 끌어당겼다. 대줘도 못할 놈이 고작 삽입 하나로 이 난리 치는 상황이 답답하고 피곤해서 일찌감치 제 한계를 일깨워주려 했다.
“형, 잘못했어요….”
그는 무명이 잘못했다고 빌어도 들은 척도 않았다. 만일 박지 못하면 구멍이 찢어질 때까지 삽입하겠다고 경고하자 무명이 바들바들 떨었다. 평소에도 성인용품으로 괴롭히고 주먹을 넣을 기세로 쑤셨는데, 찢어지게 만든다니 상상만으로도 무서운 말이었다.
“형,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서인이 말없이 가운을 풀어헤치자 무명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애무는 물론 삽입까지 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으나 막상 허벅지 사이나 구멍을 보니 무서워서 손을 대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성기가 몸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자 소름이 끼쳤다.
“우, 욱!”
서인은 저 혼자 난리를 치다가 이제는 구역질까지 하는 무명의 성기를 짓누르고 마구 짓밟았다. 어차피 평생 박지도 못할 텐데 쓸데없이 왜 큰 걸 달고 있느냐는 말에 무명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엉덩이를 빼고 큰소리쳤다.
“흐, 아니에요! 저도 할 수 있어요!”
“그럼 해보라니까?”
망설이던 무명은 자존심을 벅벅 긁어대는 말에 누워있는 서인의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성기를 만지기엔 부끄러웠고 구멍을 더듬긴 무서우니 가장 만만한 가슴부터 공략했다.
“…왜, 왜 아무 소리도 안 내요!”
열심히 만지고 빨아도 원하는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인이 소리도 내지 않고 무표정으로 천장만 응시하자 무명은 점점 의기소침해졌다.
“야, 나 좋게 해주려거든 그냥 좆이나 만져.”
서인이 차라리 아래를 만지라며 손을 끌어당기자 무명이 가슴에서 입을 떼고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손이 닿기 무섭게 서인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렀다.
“형, 좋아요?”
몸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를 만지니 신음한 것뿐인데 무명은 제가 혹시 성관계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졌다.
“지랄. 뭘 했다고 좋아?”
노력하는 모습을 봐서라도 대충 좋다고 하면 될 것을 서인은 형편없다며 무명의 자존심을 짓뭉개버렸다. 뭘 하기만 하면 욕을 먹으니 속이 상한 무명은 눈물이 가득 차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서인의 성기를 애처롭게 보고만 있었다.
“못 하겠어? 응?”
서인은 곧 울기 직전인 얼굴을 올려다보며 무명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명백한 조롱임에도 무명은 정말 아무것도 못 했다. 가슴을 매만지던 손은 결국 갈 곳을 잃고 허공을 배회했다.
서인은 그가 상처받든지 말든지 아예 평생 박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자존심을 팍 꺾어놓으려 했다. 이대로 자연스레 삽입까지 할 목적으로 다리로 무명의 허리를 감싸 안아 제 몸쪽으로 잡아당겼다.
“응, 으응!”
“으응? 온몸이 성감대야?”
성기가 단단한 배에 문질러지자 무명이 신음하며 고개를 젖혔다. 서인은 약한 자극에도 참지 못하고 반응하는 그의 성기를 복부에 비비며 신음을 우스꽝스럽게 흉내 냈다. 갈 곳 잃은 무명의 손은 사타구니와 가슴께를 배회하다가 아래로 뚝 떨어졌다.
“형 따먹는 건 벌써 끝났어?”
“으, 흐윽…. 흑, 흐….”
조롱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억지로 일어나 서인의 시선을 외면한 무명은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저는 서인에게서 셀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을 받아봤는데, 해보라고 해도 쾌감을 주지 못하니 서러워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명이 울어요?”
우는 무명을 비웃으며 몸을 일으킨 서인은 그의 허리를 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탐스러운 가슴을 주물렀다. 무명은 기분이 좋긴 좋아도 토라져 있는 상태이니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힘겹게 신음을 참았다.
“안 울어요!”
먹먹한 목소리로 소리친 무명이 침대맡 서랍에서 젤을 꺼내 들었다. 그는 드디어 서인의 구멍을 쑤시기로 마음먹었다. 체구가 큰 고기를 손질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색다른 인체탐험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도 같았다. 그는 보란 듯이 서인의 다리를 활짝 벌리고 손에 젤을 듬뿍 짰다.
“아직도 모르겠어? 넌 못 한다니…. 윽! 씹!”
무명은 도축이나 의뢰받은 일을 처리할 때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선 서인의 다리를 옆으로 벌려 짓누르고 귀두 끝을 구멍에 비비기 시작했다. 젤을 하도 많이 발라서 번들번들한 구멍에 성기가 미끄러지자 무명이 눈두덩을 경련했다.
“아아, 아….”
“놔, 이 씨발! 놔!”
“흐아, 저도 할 수 있어요, 아, 흐….”
서인은 반쯤 눈이 맛 간 그의 턱을 밀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못 하리라 확신했고 실제로도 못하고 있었으니 아무 걱정 없었는데, 갑자기 돌변해서는 마구 밀어 넣으니 온몸에 털이 쭈뼛 설 만큼 소름이 끼쳤다.
“우, 윽!”
“흐, 아아!”
무명이 귀두를 욱여넣기 넣기 무섭게 서로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인은 이물감과 뒷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지는 감각에 괴로워했고 무명은 귀두가 녹아내리는 것 같다며 환장을 해댔다.
그러면서도 죽어도 뺄 생각은 안 하고 허리를 천천히 앞으로 밀며 더 깊이 삽입했다. 불거진 핏줄이 내벽을 긁고 조이자 비명을 질러댔다.
“흐아, 아, 형, 흐, 으응! 흐아, 혀, 형…. 안 들어가요! 아, 아!”
열심히 움직여보던 무명은 더는 들어가지 않자 귀두를 오물오물 씹어먹는 구멍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두렵고 무섭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막상 삽입하자 기분이 너무 좋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더 들어가고 싶은데 사정없이 쥐어짜는 탓에 깊이 삽입하기 쉽지 않아 이걸 어쩌면 좋으냐는 얼굴로 서인을 보며 끙끙댔다.
“욱, 우욱….”
그는 무명은 어떻게 해야 더 깊이 넣을 수 있는지를 알려달라고 졸라댔다.
“혀엉, 흐, 제 성기 잘려요, 빨리, 빨리….”
“비켜, 씨발, 놔! 놓으라고!”
서인이 이를 악물고 죽어라 밀어내봤지만, 무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어찌어찌 몸을 움직여보다가 옆에 놓인 젤을 퍼붓고 허리를 움직였다. 자신이 아파할 때마다 젤을 구멍에 짜 넣던 서인을 보고 배운 행동이었다.
“흐아, 아아, 응!”
“윽!”
젤의 도움으로 삽입이 깊어지자 무명은 허리를 파드득 떨었다. 마침내 뿌리 끝까지 삽입을 성공한 그는 감히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이를 악물고 숨을 괴롭게 몰아쉬며 서인의 몸 이곳저곳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열심히 애무해봐도 서인은 이물감과 제가 억지로 당한다는 심리적인 충격에 연신 구역질만 해댔다.
“윽….”
“흐아, 아….”
반항해봐야 밀어붙이는 힘만 더 세진다는 것을 깨달은 서인은 제 구멍을 탐하는 무명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구멍은 무언가를 삽입하려고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고 할 땐 언제고 그는 발정제를 처먹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아, 윽!”
“하아, 아, 앙! 응! 좋아, 좋아해요, 형도, 으, 흐…. 좋아요? 좋아요?”
그러나 박힐 때와 별다를 것 없는 얼굴에 서인의 아랫배에 힘이 실렸다. 마주한 무명의 눈빛에 정복감과 희열이 담겼으리라 예상했던 그는 사랑을 갈구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달아올랐다. 딜도에 꿰뚫리며 제게 매달리던 때와 같은 꼴에 서인이 그의 유두를 매만졌다.
“우응, 아!”
“윽!”
무명은 위아래로 닥치는 쾌락에 힘이 풀려 그만 서인의 몸 위에 엎어지고 말았다. 그 덕에 성기가 뿌리 끝까지 삽입되어 둘은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멈췄다. 구멍은 젤 덕분에 충분히 풀어졌지만, 호흡하기가 버거웠다.
“흐, 흐으, 흐, 흐아앙!”
엉겁결에 좁디좁은 내벽을 억지로 벌리고 들어온 쾌감을 견디지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더 움직였다가는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서인의 머리 옆 침대 시트를 쥐고 악을 질러댔다.
“아악! 너무, 너무 아파, 아, 뜨거워, 흐…. 무서워, 무서워요, 무서워요!”
감당하기 어려운 쾌감을 무명은 고통과 헷갈리고 있었다. 그는 손발이 찌릿찌릿하다고 떠들다가 차라리 박히겠다며 급히 몸을 무르기 시작했다.
“아, 으으! 형이 넣어요. 나 뺄래. 뺄래. 안 빠져! 하아! 아.”
“씨발…. 뺄 거면 빼고 처 움직일 거면 움직여!”
젖 먹던 힘을 다해 몸을 뒤로 당겨봐도 서인의 내벽이 성기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무명은 늪에 빠진 사람처럼 정신없이 허우적대다가 갑자기 신음하며 느껴댔다. 조금 전과 달리 천천히 움직이자 허리 밑이 저릿했다.
“어? 흐으, 흐…. 뭐야, 뭐…. 아, 아응….”
뜨겁게 달군 젤리 같은 내벽이 기둥을 감싸고 잡아당기자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금 움직였다. 아예 멈추고 있으면 잘려나갈 정도로 아팠는데, 적당한 속도로 허리를 흔드는 지금은 쾌감만 가득했다.
“큭!”
무명이 무게를 실어 박아대는 탓에 서인의 몸도 위아래로 흔들렸다. 안 그래도 큰 성기에 꿰뚫려 속이 울렁이는데 제 의사와 관계없이 몸이 움직이기까지 하자 눈앞이 뱅뱅 돌았다.
“흐아, 아, 으응! 좋아, 으…. 나, 이거 아, 으응, 형, 좋아요….”
움직임에 점점 속도가 붙자 무명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제대로 움직이는 법을 몰라 헤맸던 그는 한 번 감을 잡자마자 작정한 사람처럼 움직였다. 세게 내리찍는 힘에 서인의 몸이 뒤로 밀리자 무명이 그의 다리를 좀 더 잡아당기고 퍽퍽 맞닿는 소리가 날 정도로 박아댔다.
“아, 아! 개씨발…. 좆 같네….”-
서인은 성기가 드나드는 결합부만 응시하며 정신없이 박아대는 무명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 제 성기를 움켜쥐었다. 무명의 얼굴을 볼 정신이 없는 지금은 흥분은커녕 속만 울렁거려서 자위해서라도 쾌감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하…. 빨리 좀 싸라. 윽….”
손에 힘을 주고 위아래로 쓸어봐도 뒤를 쾅쾅 찧어대는 기둥의 이물감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뒤로 박혀서 신음하는 것들이 신기할 정도로 불쾌하고 고통스러웠다.
“으으, 응, 하아, 아…, 형, 아! 어, 어?”
서인은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팔을 뻗어 무명의 복무와 가슴께를 매만지며 애무했다. 성기만큼이나 빨딱 선 유두를 꼬집고 문지르자 움직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당한 사람처럼 박아넣던 무명이 우뚝 멈췄다.
“아으, 으…. 혀, 형 하아…. 왜, 왜 나 안 봐요? 네?”
“으, 윽…. 무슨 헛소리야?”
과한 쾌감에 멈춘 줄 알았던 서인은 왜 저를 보지 않느냐고 소리치는 무명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과정은 험난했지만, 어찌 됐건 천하의 권서인이 몸까지 대주고 있는 상황인데, 무명은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해댔다.
“저 보면서 이름, 흐으, 이름 불러주세요!”
“씨발, 지랄하지 말고 빨리 처 싸기나 해!”
아파 죽겠는데 눈을 보며 이름을 불러 달라니. 서인이 죽었다 깨어나도 들어줄 리 없는 요구였다. 무명은 지랄하지 말라는 욕설에 크게 충격받은 얼굴을 하더니 상체를 숙여 서인에게 체중을 실었다.
“우윽, 씨발…. 못 박겠으면 비켜!”
“저 봐주세요! 왜, 왜, 눈 감아요! 저, 흐으, 슬퍼요! 형이 좋았으면 해서, 읏, 흐, 이렇게 아픈데도 열심히 하는데, 흐….”
“누가 좋대? 좆 같으니까 빼, 씨발 놈아!”
“씨, 씨발 놈이라뇨? 너무해요….”
더 들어갈 곳이 없을 정도로 꽉 찬 안을 짓누른 무명은 저 역시도 결합부만 보며 즐겼던 주제에 아닌 척 서인을 못된 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그에게도 꽤 뻔뻔한 면모가 보였다.
없는 쾌감을 쫓아 힘겹게 자위하는 사람에게 눈 뜨고 저를 보라고 징징거리던 무명은 상황이 제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자 이를 악물고 안을 거칠게 쑤셔댔다.
“흐 좋아! 아! 아! 뜨거워요, 아래가 아까부터! 너무, 하, 앗!”
“윽! 아!”
무명이 제 성기가 보통 크기가 아니라는 자각 없이 마구 박아넣자 신음을 참던 서인의 입술에서 피가 터졌다. 그는 내장이 파열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워도 그 빌어먹을 자존심을 지키고자 주먹을 꾹 쥐고 그만두라는 애원을 삼켰다. 자존심이 어찌나 센지 터진 입술에서 피가 흘러도 눈을 부릅뜨고 견뎌냈다.
“아, 아…. 윽! 아!”
[후…. 좋아 죽겠지?]
[응, 형도 좋아….]
평소 서인은 잠자리에서 신음을 내지 않는 타입이라 무명이 착각할 만도 했다. 아프다고 소리를 지른다면 바로 멈췄겠지만, 격해진 숨소리에 그는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침대 기둥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참아내던 서인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뒷구멍에 힘을 주며 무명의 사정을 도왔다.
“아, 좋아, 아…. 하아, 으…. 좋아요, 아!”
“하, 아…. 아, 씨발…. 빨리 싸기나 해, 이 지루 같은 새끼야…. 윽!”
지루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저를 껴안아 주는 손길에 흥분한 무명은 턱이 아플 정도로 힘주고 치미는 사정감을 억눌렀다. 둘의 잠자리는 항상 서인의 사정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이대로 제가 사정해버리면 더는 기쁘게 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아, 안 쌀 거예요, 흐 …. 더, 더 잘할 수 있어요….”
그러니 최대한 늦게 사정하면 서인이 기뻐하리라는 크나큰 착각에 빠졌다. 계속해서 움직이다가 움푹 팬 또 다른 지점을 찌른 무명은 갑자기 확 조여오는 내벽에 손등을 깨물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아, 뭐야! 아, 아! 윽, 씹…. 이상, 해….”
제 밑에 깔렸던 놈들이 항상 했던 말을 내뱉은 서인은 땀을 뚝뚝 흘리며 느끼는 무명을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아까는 아프고 괴롭기만 했는데, 지금은 아랫배가 간지럽고 허벅지가 경련했다.
처음 박혀봤다고 한들 무슨 반응인지 모를 리 없는 서인은 허리를 움직여 조금 전 그 지점을 찾으려 했다.
“야, 하아, 아…. 아래로 움직여 봐.”
“네? 이렇게, 흐아, 아, 이렇게요? 응, 흐….”
“윽, 그래, 아…. 씨발, 무슨 성교육도 아니고….”
서인이 허리를 함께 움직여주자 무명이 충혈된 눈으로 구멍을 응시하며 각도를 틀었다. 젤을 좀 더 넣을까 고민하던 그는 꿈틀거리는 서인의 허벅지 근육을 보고 자지러지게 좋아했다.
“여기가 좋으세요? 하아, 아….”
그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던 무명은 오른쪽 아래를 짓누를 때마다 반응하는 것을 깨닫고 계속해서 같은 부위만을 집중적으로 짓눌렀다. 서인은 그제야 차오르는 만족감에 무명의 멱살을 쥐어 당겨 입을 맞췄다.
“읏, 흐…. 으읏….”
“하, 미치겠네….”
서인은 이러나저러나 더 느끼는 건 무명 쪽이니 최대한 즐기기 위해 그의 가슴을 마구 주물렀다. 그러면 그럴수록 무명도 불이 붙어 엉덩이 살이 짓눌러 퍼질 만큼 세게 박아넣었다. 뒤로 길게 물렀다가 한 번에 틀어박던 그는 아예 깊숙이 박은 채로 빠르게 움직였다.
“흐, 윽…. 큭, 아! 아!”
그제야 서인에게서 비음 섞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 기쁘게 했다는 사실에 무명이 방긋 웃자 서인이 손을 뻗어 그의 목을 졸랐다.
눈 씻고 찾아봐도 연인 사이의 다정함은 보이지 않았다. 섹스하는 건지 싸움하는 건지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로 격하고 폭력적인 성관계였다.
“하아, 아…. 응, 흐… 허억, 허….”
하나의 놀이라며 서인과 관계 맺을 때마다 목을 졸려왔지만, 시키는 대로 해봐도 목숨의 위협을 느껴 무섭기만 했었지 쾌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는 숨이 막히면서도 서인의 안이 따뜻하고 좋아서 쉬지 않고 움직였다.
“후, 으, 끅…. 읏, 흐….”
숨통이 틀어막혀 눈앞이 흐릿해지고 맥이 쿵쿵 뛰었다. 서인은 이런 플레이에 지식이 있으니 안전하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무명의 입장에서는 목숨이 걸린 상황인데, 그는 그 와중에도 한 손으로 목을 조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성기를 매만지는 서인의 모습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고 느꼈다.
“하아, 아…. 윽!”
서인은 반쯤 눈을 감은 채 점점 행동이 느려지는 무명을 응시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첫 경험에 뒤로 사정하긴 어려우니 무명의 배에 성기를 함께 비벼댔다. 숨통이 틀어막히자 무명의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으, 끅, 으….”
그가 눈을 까뒤집고 쓰러지려 할 때 서인이 목을 조르던 손에 힘을 풀었고 무명은 온몸을 경련하며 사정했다. 숨통을 옥죄는 손아귀에서 벗어났음에도 그는 제대로 숨 쉬지 못했다. 서인은 언제나 그랬듯 비교적 조용한 절정을 느끼며 무명의 호흡을 도왔다.
“흐으, 흐…. 하아, 하, 흐….”
“하…. 괜찮아?”
목을 조르던 시간이 꽤 길었던 탓에 서인이 상체를 반쯤 일으키자 내벽이 의도치 않게 무명의 성기를 쥐어짰다.
“흐, 아아아! 아! 아!”
아직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시 한번 절정을 느낀 무명은 허리를 부르르 떨며 정액을 줄줄 싸질렀다. 사실 정액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묽어서 침대 시트와 사타구니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하, 씨발….”
분수가 터져버린 무명은 소리도 못 내고 입을 벌린 채 몸만 떨었고 서인은 제 안에 정액으로도 모자라 물까지 질질 싸대는 그를 후려쳐버렸다.
“흐, 형, 무서워…. 안아줘요, 안, 안, 흐, 흐….”
서인은 멋대로 온갖 물을 다 싸대는 성기를 발로 차며 무명을 비웃었다. 박히면서 짓이겨진 건 제 쪽인데, 혼자 질질 싸대며 느끼는 모습이 귀여워서 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아주세요, 흐, 웃지 마세요…. 무서워요.”
실컷 싸지른 무명은 주변을 손으로 더듬으며 휴지로 닦아보기까지 했다. 첫 경험이라면 대부분 보이는 진부하고 귀찮은 반응인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를 일이었다.
“오줌, 흐….”
무명은 제가 서인의 안에 오줌을 싸버린 사실에 충격받아 소리 없이 몸을 둥글게 말고 울었다. 서인을 기쁘게 해주기는 무슨 그냥 확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아무리 어른스러운 척하고 서인을 위해도 그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이 한심했다.
“형, 구멍에 흐, 흑, 흐…. 오줌 싸서 죄송해요, 좋아서, 흐, 좋아서 화장실 못 참았나 봐요, 흐으, 흐….”
“그래, 다 큰 놈이 소변 실수를 하면 어떡해?”
서인의 놀림에 무명은 불쌍하리만큼 몸을 떨며 대답하지 못했다.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의 몸 안에 오줌을 쌌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서인은 제 앞에 무릎 꿇은 무명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뭐 해? 씻자.”
무명은 혼자 있고 싶기도 했고 한시라도 빨리 제가 싸지른 오줌을 치우고 싶어서 손사래 쳤다. 서인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바닥을 닦기 시작한 그를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귀여워서 놀렸을 뿐인데, 무명이 과하게 두려워하니 또 마음이 쓰였다.
“네가 안 치워도 돼.”
“서, 설마 실장님이 치워요!?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오줌은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계속 쌀 건데 뭐가 문제야?”
“아, 안 쌀 거예요!”
서인은 어린애처럼 우는 무명을 먼저 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반항을 멈췄다고 한들 저를 억지로 취한 놈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는데 자연스레 달래주는 제가 미친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품 안으로 안겨드는 그를 더 끌어안았다.
“형, 싸서 죄송해요, 소독, 흐, 소독….”
“됐어. 좋아서 싸는 거야. 오줌 아니야.”
“정말?”
성 지식이 아예 없는 무명이 믿을 거라곤 서인뿐이었다. 그는 철석같이 제가 오줌을 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아니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듣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형, 저 되게 좋았어요….”
“좋았으니까 쌌겠지.”
무명은 서인도 신음하고 사정했으니 좋았으리라 생각하고 더는 묻지 않았다. 물론 좋았다는 말을 듣고는 싶었지만, 계속 캐물으면 서인이 화낼 것 같아서 눈치껏 다문 편에 더 가까웠다.
“형도 좋고 형 안에도 좋아요….”
“알았으니까 좀 다물어.”
“다음에도 또 하고 싶어요….”
무명은 어떻게든 또 하고 싶다고 강조했고 서인은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무명이 능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제대로 박혀 들었을 때는 눈앞이 번쩍번쩍할 정도로 좋았던 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형?”
“몰라, 시끄러워.”
게다가 처음에는 미치도록 자존심이 상했지만, 자지러지면서 분수까지 싸지르는 꼴을 보니 그를 함락하고 정복하는 건 어쩌면 이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멍도 두 개고 좆도 두 개인데 한 군데만 쓰라는 법도 없으니 서인은 조금 더 고려해보기로 하고 대답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