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다 젊은이 291화
제291화
마법과 과학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파르타 공국.
이곳은 기계 문명이 크게 발달한 곳이었다.
이곳은 누군가를 통치하는 왕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오로지 마공학의 정수가 담긴 거대한 에너지 코어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서 각종 로봇들이 파르타 공국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파르타 공국은 들키지만 않는다면, 비밀리에 불법적인 일을 하기엔 무척이나 적합한 곳이었다.
"끄아아악-!"
그리고 그런 파르타 공국의 어느 폐건물 지하.
익숙한 남자의 비명소리가 지하 연구소를 가득 울렸다.
그것은 고문을 가하는 소리와도 비슷했다.
"끄흑…!"
하지만 정작 고문을 당하는 남자는 충혈된 눈으로 이를 악물며 버텨내고 있었다.
그는 바로 브라질의 비스트 마스터라 불리는 사내.
카를로스였다.
"후후. 카를로스. 어떤가. 버틸만한가?"
PCC의 보스 윌리안이 의미심장한 미소로 웃었다.
그런 윌리안을 노려보며 카를로스는 작게 으르렁거렸다.
지금 주변에는 다양한 기계들이 움직이며 자신의 신체를 자르고 붙이며 신체개조를 감행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버틸…만합니다."
"놀랍군. 아직까지 정신을 잃지 않다니."
지금 카를로스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는 지난 월드 대항전에서 무참한 패배를 했기 때문이었다.
카를로스는 가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PCC의 협박을 받았고, 역시나 브라질 최대의 마피아 조직을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그는 현실에서 납치를 당해 끌려옴과 동시에 의외의 제안을 윌리안에게 받았다.
'…꼴이 우습군. PCC의 꼭두각시라니. 윽!'
다시금 뼈를 자르는 듯한 고통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카를로스는 이를 악물었다.
"대단해. 정말이지 놀라운 신체 재생력이야. 하하하-!"
윌리안이 카를로스를 보며 호탕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는 이번에 솟구친 빛의 정체가 스타 프루츠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비밀 병기를 만들고 싶었다.
'영감탱이. 반드시 복수해줄 테다…!'
그리고 이 제안은 당사자인 카를로스에게도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자신이 PCC의 꼭두각시가 된 것은 약하기 때문이었다.
그 원흉은 모두 최춘택이라는 늙은이.
"크와아악-!"
짜릿한 통증과 함께 전신이 감전된 것 같은 감각이 온몸을 뒤덮었다.
등 뒤의 기계 팔에서 빛을 쏟아내는 것이 아무래도 용접을 하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모습은 웨어울프가 되었다가 크레센트 문 베어가 되기도 했다.
"허억. 헉."
몸 안에 내재된 모든 비스트들이 날뛰는 느낌.
어쩌면 자신이 지금 견뎌낼 수 있는 것은 모두 비스트들이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정신을 잃었을 테지.
"자, 나의 비밀 병기. 카를로스. 신체개조는 이제 시작이야.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라고. 흐하하하-!"
윌리안의 공포감 어린 웃음소리가 지하에 길게 메아리쳤다.
동시에 기계 팔이 무언가를 얼굴로 뿌려댔다.
카를로스는 잠이 몰려오는 듯 몽롱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윌리안의 목소리가 멀거니 들려왔다.
"…이번에 발견한 그 에너지를 써보자고."
"네. 준비하겠습니다."
뭐지.
대체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하지만 그것이 카를로스가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천천히 고개가 떨어지며 잠에 빠져드는 것이 느껴졌다.
카를로스는 그저 악몽만 꾸지 않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 * *
불칸 화산지대, 송화산 부근.
그때쯤 나는 바람을 타고 송화산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역시나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화산지대 특유의 유황이 뒤섞이며 달려드는 뜨거운 바람.
후우욱-.
"어후. 냄새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의 바람을 차단하는 막을 형성했다.
그리고는 다시 안쪽 바람을 움직여 시원하게 돌게 했다.
안 좋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악취를 정화함과 동시에, 차갑고 신선한 공기로 바뀔 수 있도록 마력을 조작했다.
이른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 시원하네?"
효과는 대만족이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신의 행동을 싫어합니다.]
"내가 네 녀석처럼 불의 신인 줄 알아? 난 인간이야. 이 녀석아. 어후, 덥구만 더워. 완전 여름이네."
아무리 내가 화염에 대한 내성이 100%라도 더위는 어쩔 수가 없는 거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일명 '에어컨 보호막'을 치우라며 메시지를 질러댔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애써 무시했고, 다시금 아크스타그램을 열어 팔로워 수를 확인해 보았다.
최춘택(69세)[한국]
[게시물 0][팔로워 7,869][팔로잉 38]
-염병하네.
"…그새 또 1,500명이 늘었네. 거참."
정말이지 멈출 줄을 모르는 폭주 기관차처럼 올라가는 팔로워였다.
나는 아까 전 미도에게 배운 맞팔이란 것을 하며 백무열과도 맞팔을 했는데, 견소룡은 물론이고, 나와 친한 사람들 전부 걸고 나니 팔로잉은 38명이 되었다.
그중엔 제우스 길드 놈들을 비롯해 이카루스 길드의 그 호랑말코들과 한국 대표팀 일행이 몇 명 섞여 있었다.
"음?"
그러다 문득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금방 올렸는지 백무열의 글이 가장 상단에 올라와 있었다.
이건 또 뭔 사진이여.
[(사진)이건 꽃다발도 아니고, 목검도 아니여.jpg]
♡최미도 외 4,921명이 좋아합니다.
@백무열_ 최춘택 나쁜 새끼.
#꽃보다할배 #인싸 #힘들다
#최춘택 #만나면죽일거임 #구름이싫다
-댓글 3,861개 보기
"허어. 미도가 아까 자세히 가르쳐준다더니 그새 다 배웠나 보네."
기계치인 이 녀석이 미도가 알려준 해시태그인지 뭔지를 할 정도면 꽤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다.
나도 아까 잠깐 미도에게 배웠는데, 자세한 건 만나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우선 만나서 얘기하자나 뭐라나.
어쨌든 무열이 놈에게 미운털 하나 제대로 박혔다.
나를 만나면 죽이겠다니.
허허. 웃기는 놈일세.
"혹시 라레투사가 괴롭히고 있나…?"
그저 추측일 뿐이다.
마지막에 #구름이싫다 라는 해시태그 때문이다.
"뭐, 그래도 이게 있으니 괜찮겠지."
나는 손에 끼워진 솔로몬의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아까 전 백무열을 팔아넘기기 전, 나는 그를 '우정의 동반자'로 등록했다.
이것은 원래 솔로몬의 반지에 있던 기능 중 하나.
-[액티브]우정의 동반자: 우정을 나눈 단 한 명의 전우를 소환합니다. 단, 동성만 가능합니다. 현재 등록된 전우: '백무열'.
어쨌든 정 위험하면 이걸 쓰면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제부터 나는 무척 바빠질 예정이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여 라레투사가 알려준 송화산 꼭대기에 있는 '영혼의 미궁' 입구를 발견했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동굴 입구를 보며 심호흡을 골랐다.
그녀의 말이 맞다면 이 너머에 아틀라스가 있을 것이었다.
"어디보자. 종이 어딨더라…. 아, 여깄네."
보통은 영혼이 아닌 산 자를 만나면 아틀라스가 죽일 것이라고 했지만, 라레투사가 준 이 종을 보여준다면 아틀라스는 경계심을 풀고, 죽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게 100년에 한 번씩 만나는 부녀간의 약속이라나 뭐라나.
어쨌든 프로메테우스가 있지만, 그래도 보험이 많으면 좋은 거니까.
종은 아틀라스를 만나면 자동으로 흔들릴 것이라고 했으니 문제는 없다.
"흐음. 사흘이 걸릴 거랬지."
구름으로 이루어진 영혼의 미궁은 무척이나 복잡하다고 한다.
죽은 영혼들이 명계로 가기 전 미궁을 통과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세상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는데 잘은 모르겠다.
어쨌든 그곳은 사흘을 꼬박 새워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고 했다.
"뭐, 나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안 그러냐, 프로메테우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코웃음을 칩니다.]
내겐 아주 훌륭한 내비게이션이 있다.
절대 길 잃어버릴 염려 따윈 없는 거다.
"하루 만에 돌파해주지."
그렇게 나는 영혼의 미궁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 * *
파르타 공국 서쪽 끝 망자들의 땅.
"……."
루이 카셀은 손에 쥐어진 빛을 발하는 조각들을 보았다.
그것은 판도라의 추종자라며 찾아온 이들이 준 것.
그들은 각기 흩어져 망자들의 땅에 흩어진 구슬 조각들을 모아왔고, 그것을 모두 자신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곤 사라지기 직전 이렇게 말했다.
"어둠과 죽음의 신인 플루토의 힘이 담긴 구슬이라…."
그들은 '판도라'라고 명명된 구슬에 얽힌 과거를 들려주었다.
어둠과 죽음의 신 플루토는 이것을 이용해 유피테르에 맞서 싸웠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자신의 직업인 리치왕의 후예가 바로 이 '플루토'에게서 비롯된 직업이란 사실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이 말하길, 판도라의 조각은 지금 자신이 가진 죽음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조각을 모으면 모을수록 더욱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지만, 애초에 리치왕의 후예인 자신의 직업은 이런 죽음의 힘에 통달해 있기에 부작용조차 없다고 한다.
그들이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
판도라의 힘으로 세상을 죽음으로 물들이고, 하늘의 신인 유피테르를 죽이는 것.
더 나아가 자신을 이 세상의 신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무척이나 매혹적인 제안이었다.
[판도라의 조각 x 38개]
루이 카셀은 다시금 손에 쥐어진 판도라의 조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판도라의 조각은 총 108개.
망자들의 땅인 이곳에 가장 많은 수가 있고, 나머지는 세계 곳곳에 퍼져있다고 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걸 다 모으면 죽음의 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진짜인지는 믿어 지지 않는다.
그들은 정 의심이 된다면 이것의 힘을 먼저 느껴보라고 했는데, 그러면서 흑색의 매 한 마리를 자신에게 줬다.
생각이 있다면 흑매를 통해 연락을 달라고도 했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옆에는 해골에 부리를 쪼는 흑매가 있었다.
탁. 탁.
구룩-?
흑매가 자신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만 있으면 파르타 공국을 무너트릴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은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엄청난 힘이었다.
일개 개인이 한 나라를 통째로 무너트릴 힘을 갖는다는 것이었으니까.
"뭐, 잠깐 느껴보는 것 정도는…."
정말로 죽음의 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욕망이 루이 카셀의 마음속에서 조금씩 싹텄다.
그는 판도라의 조각을 움켜쥐며 죽음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판도라의 조각은 하나가 되었고, 아직은 모자란 부분이 듬성 있었지만, 그래도 보관하기에는 아주 용이한 수준이었다.
"후후후. 마이클, 최춘택, 견소룡. 너희들을 반드시 내 밑에 꿇리고 말겠다."
루이 카셀은 음험한 웃음을 흘리며 품속에 판도라의 구슬을 보관했다.
그리고 천천히 구슬의 힘을 느꼈다.
마치 끝없는 어둠이 자신을 직시하는 듯한 기분.
그것은 아까 전 찾아온 판도라의 추종자들의 힘과 비슷했다.
'아니, 그 이상…!'
콰아아아-!
더욱 강한 죽음의 힘이 루이 카셀의 주변으로 터져 나오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것은 어두운 빛이 되어 칠흑의 하늘을 꿰뚫었다.
루이 카셀은 끝없이 차오르는 죽음의 힘에 원인 모를 쾌감을 느꼈다.
'아아, 이 힘이라면 정말 신이 될 수도 있겠구나…!'
쿠구구구구-!
망자들의 땅 일대에 지진이 일기 시작했고, 구름을 꿰뚫고 내리쬐는 달빛이 검은 구름을 집어삼켰다.
그 사이로 비친 것은 망자들의 땅을 뒤덮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죽음의 군단이었다.
그아아아-!
죽음이 메아리친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