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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31화 (231/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31화

제231화

"아아아아아-!"

수만 관중들의 안타까운 소리가 장내를 떠들썩하게 울렸다.

그들 중 몇몇은 예상했다는 듯.

"역시 저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내뱉는 이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사회를 보는 MC는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도 이런 뜸들이기를 자주 했었던 인사였다.

"호호. 저 MC는 언제나 저렇게 장난을 친다니까."

"그래도 너무 짓궂어."

최강현과 김미경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히죽 웃었다.

바로 옆에 앉은 정도는 못마땅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상을 받은 MC가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이 짜증났기 때문이었다.

"에이, 식상해. 대체 언제까지 저걸 우려먹는 거야."

뭐, 사람마다 차이는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처음 겪어보는 것이라 그저 너털웃음을 지으며 무대를 바라볼 뿐이다.

띄워진 화면에 보이는 선수들도 웃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하게도, 미도가 제일 예쁘다.

다른 놈들은 전부 오징어 같이 생겼다.

-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당신은 이미 리듬의 노예….

거대한 스크린 화면에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고, 약 30초 정도 진행된 리듬 게임과 관련된 화려한 춤꾼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이윽고 광고가 끝나자, 두 번째 광고가 튀어나왔다.

- 마카롱, 먹지 마세요. 이젠 귀에 양보하세요. 당신의….

마카롱이라는 건 저번에 며느리가 사와서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는 빵이었다.

엄청 달아서 먹으면서도 세상에 무슨 이런 빵이 다 있냐며 감탄했었던 그런 빵.

그런데 왜 귀에 양보하라는 거지.

광고주가 드디어 미쳤나.

- 음질 빵빵. 사운드 빵빵. 성신 마카롱 헤드셋이 단돈 9,900원…!

…아, 저 헤드셋이 마카롱처럼 생겨서 그런 거였군. 근데 성신 그룹 놈들이 만든 건가? 재수 없는 놈들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네.

나는 악담 아닌 악담을 속으로 퍼부으며 광고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광고가 끝나자, 긴장감 넘치는 배경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심장을 파고드는 드럼 소리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과연, 이번 국가 대표 선발전 최종 본선의 종목은 무엇일까요?"

…빌어먹을 놈. 또 뜸들이고 있네.

"지금 제 손에 그 결과가 적혀 있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드럼 소리가 마치 맥박처럼 뛰는 것 같았다.

그 사이로 나직한 사회자의 음성이 들렸다.

"그것은 바로…."

에이, 시부럴 놈.

빨리 좀 말해라.

"배틀필드입니다!"

그러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배틀필드가 무엇이기에 저들이 이리도 떠드는 것일까.

그 의문에 답하듯 스크린 화면이 새롭게 전환되었다.

사회자가 말을 이었다.

"많은 분들이 배틀필드를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혹, 모르는 분들을 위해 제가 설명해 드리지요. 이것은…."

사회자의 긴 설명이 이어졌다.

쉽게 요약하자면 아크스타가 오픈하기 전 배틀필드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아크스타가 오픈하는 바람에 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니온이 인수를 했는데, 하는 김에 유니온에서 배틀필드와 비슷한 선발전 전용 맵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사회자가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50명의 참가자는 각기 제주도를 본떠 만든 섬 곳곳에 랜덤한 곳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곳에서 모두 동일한 능력치로 싸우게 될 것이고, 팀을 이루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물론, 만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참가자들은 섬 곳곳에서 각기 어떤 방식으로든 생존을 해야 한다.

처음 시작 시 첫 상자를 개봉하면 파워스톤과 함께 3개의 스킬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으며, 유저를 죽일 때 나오는 파워스톤을 먹으면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해서 강해질 수 있는 그런 룰이었다.

"그래서 결국 최종적으로 남는 사람이 우승입니다. 선수들이 보여준 플레이는 전부 감독님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길 것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는 이들이 일어나서 가볍게 인사를 했다.

화면이 전환되고, 다시 사회자가 말했다.

- 그럼 선수분들. 이제 캡슐에 접속해주십시오.

* * *

미도는 캡슐 안에 들어서며 가볍게 숨을 골랐다.

이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자신으로써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것이 이 먼 곳까지 찾아와준 가족들에 대한 예의일 테니까.

[접속을 환영합니다. '미도' 님]

홍채를 스캔하며 아이디를 확인한 시스템의 메시지가 보이더니 이어서 주변이 밝아졌다.

미도는 어떤 갈대밭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여긴 어디지? 일단 상자부터 찾아볼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는 미도.

아까 사회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맵의 곳곳에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각종 아이템들이 상자에 들어 있다고 한다.

그것은 포션이 될 수도 있고, 무기가 될 수도 있으며, 또는 마법 스크롤일 수도 있었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 상황에서는 없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엇, 찾았다."

미도는 교묘하게 갈대 사이에 숨겨진 상자를 열어젖혔다.

[나무 목검]

등급: 일반

공격력: 10

나무로 만든 목검이다.

"오, 목검이네."

그곳에는 나무로 된 목검 하나와 자그마한 붓 하나가 들어있었다.

포션만 들어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무기가 들어있었다.

미도는 한 손엔 붓을, 다른 한 손엔 목검을 거머쥐고 허공에 소리를 내며 휘둘렀다.

부웅부웅.

"익숙하니까 좋네."

최근까지도 미도는 백성찬과 수련을 했었다.

당연히 그 수련용 무기는 목검이었고, 지금의 그녀에게 목검은 피의 도살자보다 익숙한 무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건…."

그녀는 환한 빛이 감도는 돌을 집어 들었다.

[파워 스톤을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첫 상자를 개봉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임의로 3개의 스킬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바디 페인팅 / 2. 웨폰 드로잉 / 3. ……]

미도는 잠깐의 고민 끝에 2개의 스킬을 골랐다.

사실 몇 개 없기도 했지만, 서포터인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현재 상황에서 두 가지 정도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바디 페인팅'과 '웨폰 드로잉'.

바디 페인팅을 이용하면 미약하겠지만 자신의 몸에 버프를 걸 수 있을 것이고, 웨폰 드로잉은 목검에 작게 그림을 그리면 공격력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은 무엇으로 해야 할 것인가….

"이걸로 해야겠다."

마지막 스킬을 누르자 메시지가 떴다.

[3개의 스킬이 당신에게 생겼습니다.]

[스킬: '바디 페인팅'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웨폰 드로잉'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스케치 마인드'가 생성되었습니다.]

스케치 마인드(Sketch Mind).

최근 새롭게 배운 화가 스킬 중 하나다.

검술을 익히며 붓과 파레트를 쓰는 일이 적어진 그녀에게는 꽤나 유용한 스킬.

이것은 그릴 수 있는 도구라면 무엇이든 공중에 띄워 자신의 곁을 따라다니게 만들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옮겨 그림으로 표현하는 스킬이었다.

이 말이 무엇인고 하니….

"흡!"

콰직!

미도는 눈앞에 있는 상자를 힘껏 짓밟으며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자가 분해되어 널따란 나무판자가 여럿 떨어지자, 그것을 모두 주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작게 말했다.

"스케치 마인드."

왼손에 쥔 붓이 허공에 떠오르며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미도는 머릿속으로 사람을 때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자 붓이 저절로 움직이며 미도의 목검에 조그맣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때리는 것은 '귀티'라는 고양이 캐릭터였다.

[목검에 인간 공격력이 +1 추가됩니다.]

"됐다."

이어서 미도는 신발에 날개가 달린 것을 상상했다.

허공에 있는 붓은 발목으로 움직이더니, 복숭아뼈에 상상과 똑같은 그림을 그려냈다.

이윽고, 완성되자 아까와 비슷한 메시지가 뜨며 이동속도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보였다.

"좋아. 준비 완료."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녀는 양손을 귀엽게 불끈 쥐며 필승을 다짐했다.

그리고 아까 상자를 부숴서 얻었던 나무판자를 '스케치 마인드'를 사용해 허공에 띄웠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지형을 살피기 시작했다.

* * *

- 선수들이 한 명씩 상자를 열고 있습니다.

- 모두가 무기를 하나씩 든 것 같군요.

- 최미도 선수도 마지막으로 무기를 얻었습니다.

나는 해설자라고 소개된 이들의 설명을 방송으로 들으며 스크린 화면에 집중했다.

다른 놈들을 보여줄 때는 별로 탐탁지 않았지만, 미도가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시작하자마자 주변을 열심히 뒤져 상자를 찾기 시작했고, 가장 늦게 찾았지만 그래도 마침내 불굴의 의지로 상자를 찾고야 말았다.

과연 안에 들어있는 것은 파워 스톤 하나와 나무 목검.

그리고 붓이었다.

아까 해설자의 말에 따르면 첫 상자에서는 무조건 직업에 맞는 무기가 나오기 때문에 붓이 나온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최미도 선수가 목검을 휘두르다 말고 고민에 빠집니다.

- 과연 어떤 스킬을 선택할까요.

- 화가로서 그녀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눈을 빛내며 그녀의 선택에 주목했다.

그리고 미도가 선택을 했다.

- 아, 과연 예상된 선택입니다.

- 최미도 선수의 주특기인 바디 페인팅과 웨폰 드로잉은 서포터로 활약하는 그녀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주력 스킬들이죠.

이어지는 화면은 미도가 스케치 마인드를 사용해 허공에 띄운 붓으로 발목에 신발 그림을 그리고, 목검에 귀티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었다.

그것을 보며 해설자들이 웃었다.

- 최미도 선수의 귀티에 대한 사랑은 유명한 편이죠. 파이팅을 다지는 모습이 아주 귀엽습니다.

- 하하. 그렇군요. 저도 최미도 선수의 방송을 종종 찾아보곤 합니다. 최근 다크울프 덕에 더욱 유명해졌다죠? 뭐, 그래도 최미도 선수의 미모가 워낙 뛰어난 편이라 팬도 상당히 많다고 들었습니다.

- 그런데 마지막 스킬은 좀 의왼데요. 스케치 마인드…? 저걸 대체 왜 고른 것일까요. 굳이 손으로 그려도 될 걸 저걸 고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른 도움이 되는 스킬도 많을 텐데요. 예를 들면 기초 스킬이지만 '파레트 던지기'라던가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서포터인 그녀에게 꽤 유용한 스킬 같습니다만….

그때, 해설자의 말이 끊어지며 곧이어 놀란 탄성이 이어졌다.

- 아~! 최미도 선수가 갑자기 상자를 부수기 시작합니다!

- 대체 저걸 부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요?!

- 심사위원들이 그녀의 행동에 주목합니다!

- 앗, 상자에서 부서진 나무판자에 '스케치 마인드'를 사용합니다!

- 그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갑작스러운 미도의 돌발행동에 나를 포함한 관중들.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눈을 빛내며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스케치 마인드를 이용해 나무판자에 무언가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화면이 확대되며 그녀가 그리고 있는 것의 정체가 밝혀졌다.

- 아~!! 지도 입니다! 최미도 선수가 나무판자에 지도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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