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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58화 (158/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58화

제158화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나는 고삐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능력이라니.

도대체 어떤 능력을 말하는 걸까.

[바람의 신수, '풍희'의 새로운 능력 각성이 임박합니다.]

또 한 번 도착한 메시지.

나는 골몰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풍희가 한 차원 더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조금씩 능력을 각성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올로스처럼 되어 있을 테지.

"어르신. 안 가십니까?"

"음? 어어. 가야지."

조셉의 말에 상념이 깨지며 냉정을 되찾았다.

우선 가보면 알 것이다.

직접 가서 봐야겠군.

"가자. 누렁아."

"음모오!(알겠다!)"

터벅터벅.

이 녀석이 또 천천히 가네.

아무래도 다시 빨리 가자고 해야겠다.

그런데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꽤 많은 숫자.

나는 초감각을 끌어올리며 어둠 속으로 시야를 넓혔다.

"수정이…?"

다시 마차를 멈추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조셉과 드레인에게 말했다.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라. 마을 사람들이 올 것 같다."

"아,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조셉의 말에 곧장 드레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손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멀미가 심한 모양이군.

"가자."

"예."

나는 조셉과 함께 앞으로 달렸다.

얼마 가지 않아 수정이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걸 보니, 아무래도 힘을 꽤 많이 쓴 모양이다.

"아버님."

"고생 많았다. 어떻게 된 일이냐."

"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한밤중에 들이닥쳐서는…. 아, 그보다 케레노스가 위험해요. 자기가 혼자 막을 테니, 저보고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도망치라고…."

나는 다시 쓰레기촌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환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이봐. 헬레나는?! 헬레나는 어디 있지??"

"뭐? 너랑 함께 뒤따라오던 것 아니었어?!"

"아니야. 난 먼저 가라길래. 앞으로 갔었어. 그런데…."

"초, 촌장님도 안보이셔!"

"이 바보야! 촌장님부터 챙겼어야지!"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효심이 지극한 그녀의 성격상 아버지를 챙겼을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직 저기에….

"여길 부탁한다. 수정아."

"네. 여긴 걱정 마세요. 저도 이제 제법 강해졌으니까요."

"조셉도 여기 남거라. 수정이를 좀 도와주고."

"음, 아쉽지만 알겠습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 참. 아버님. 이거 받고 가세요."

"응?"

그녀가 손에 형화의 침을 만들어내더니, 빠르게 손을 놀렸다.

내 몸 이곳저곳에 침이 동시에 꽂혔고, 그것은 빠른 속도로 내 몸에 흡수되었다.

[성좌스킬, '신성 형화 침술'을 맞았습니다.]

[온몸에 혈액순환이 빨라집니다.]

[머리가 맑아지고, 힘이 증가합니다.]

[30분간 모든 능력치 5%가 상승합니다.]

아, 맞다. 이것도 있었군.

신성 형화 침술엔 이런 기운을 북돋는 침술 또한 존재한다.

속도가 빠른 걸 보니, 그동안 꽤 많이 연습했나보다.

"고맙다."

"건투를 빌어요."

"그래. 뒤에 드레인이나 좀 봐줘라. 혈색이 안 좋아 보이니까."

"네. 그럴게요."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우선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헬레나와 촌장 아이노를 구출하는 것.

그리고 최종 목표는 최불룡.

그 망할 놈의 대갈통에 포크 숟가락을 꼽는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 썩을 놈아."

* * *

최불룡은 휘몰아치는 바람에 당황했다.

얼마나 많은 마력이 담겼는지, 바람이 연녹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모여 만들어 낸 것은 너무나 의외의 것이었다.

"…뭐야. 꽃인가?"

눈앞에 두둥실 떠 있는 것은 확연한 꽃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4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꽃.

줄기는 없는 것을 보면 뭔가 싶긴 하지만, 연녹색으로 된 걸 보면 분명 바람의 마력을 품은 것 같다.

화염의 마력을 품으면 붉은 기운을 띠는 것과 같은 원리.

근데 저걸 갑자기 왜 만들어낸 거지.

"풍. 푸우웅!"

아무래도 저 하얀 쥐 같은 녀석이 만든 것인 모양이다.

어떤 능력인진 모르지만, 제법 희귀한 펫인 건 틀림없다.

후후. 저 쥐새끼는 죽이지 말고 뺏어야겠군.

"큰형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동생들 몇몇이 걸어오고 있다.

근데 그들은 누군가와 함께 오고 있었다.

호리호리한 남자 한 명과 여인 한 명.

그 호리호리한 남자의 등에는 회색 띠로 눈을 가린 늙은 노인이 업혀 있었다.

동생들이 자신의 앞에 도착했다.

"큰형님. 헬레나라는 년을 찾았습니다."

"그래? 용케도 찾았구나."

"예. 아쉽게도 그 수정이라는 년은 잡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쯧. 어쩔 수 없지. 고생했다."

몇몇 인원은 나눠서 아까 그 김수정이라는 년을 쫓아가도록 했다.

근데 생각보다 저항이 거셌다.

어디서 얻은 힘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범위의 보호막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형광색의 불빛.

그것을 본 최불룡은 소름이 돋았었다.

'…사로잡아서 영감탱이를 불러내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그 여자가 있던 걸 보면 분명 그 영감탱이도 이곳과 무슨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불태워 버린다면 영감탱이에게도 타격이 있을 터.

확실한 복수는 아니라도 소소한 복수는 될 것이었다.

'후후. 망할 영감탱이. 이날을 오래 기다렸다.'

복수가 머지않았다.

영감탱이를 죽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자신을 포함한 동생들 모두 화염에 대한 내성을 한계까지 끌어올렸고, 최불룡은 직업 특성상 100%까지 올릴 수 있었다.

동생들은 50%가 간신히 넘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이프리트의 팔찌를 꼭 되찾고 말 테다."

최불룡은 작게 중얼거리며 그들의 앞으로 걸어갔다.

당연하겠지만, 무릎 꿇고 있는 저 여자가 에이단이 의뢰했던 헬레나일 것이다.

사진으로 봤던 얼굴과도 일치했으니까.

"네가 헬레나로군."

"…내 이름을 아는군요. 누가 시킨 일이죠?"

"그건 비밀이다."

에이단은 누가 의뢰한 것인지 비밀에 붙일 것을 원했다.

물론, 최불룡은 그 말을 지킬 생각이다.

중요한 돈줄이니까.

"…대충 짐작이 가는군요. 에이단인가요?"

"……."

어떻게 안 거지.

말하지도 않았는데.

"정말 그 남자는 인간말종이군요. 이런다고 대선에 뿌려질 사진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하지만 우리는 이 마을을 부숴버릴 생각이다. 그리고 주민들도 모두."

최불룡이 입꼬리를 올리자, 헬레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쨌든 잘 가라. 이곳은 우리들이 잘 접수해주지."

대검을 높이 들었다.

이제 이 여자의 목을 베고 사업이 탄탄대로를 걷는 일만 남았다.

그렇게 차근차근 자금을 모아 불룡 그룹을 세우리라.

하지만 그때였다.

"야, 이 썩을 놈아."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았다.

하지만 동시에 머리에 무언가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콕.

[치명적인 피해! 방어 무시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당신의 생명력이 6% 감소합니다.]

'뭣이…!'

최불룡은 재빨리 대검을 휘둘렀다.

거리를 벌렸지만, 날아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얀 거미줄의 세례.

퓨퓨퓨퓻!

'으으윽. 젠장. 이건…!'

익숙한 거미줄이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저 망할 거미줄 때문에 낭떠러지에 떨어졌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최불룡은 수많은 거미줄의 향연 속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크윽!! 영감탱이!!!"

"허허. 오랜만이구나. 아니, 또 보는 건가?"

"으으으으!!!"

이윽고, 그것이 멈췄을 땐 온몸이 거미줄로 찐득거렸다.

최불룡은 영감탱이를 노려봤지만, 영감탱이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더 열 받는다.

"뭘 가만히 서 있어. 새끼들아!! 어서 죽여!!!"

갑작스런 상황에 멍하니 있던 동생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들이 영감탱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라. 영감탱이!!!"

"오직 이날만을 기다렸다!!!"

"으랴아아아!!!"

하지만 영감탱이는 태연해 보였다.

그래도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췄으니까.

저번처럼 불꽃 발차기에 당할 염려는 없….

콕.

"으억!"

"?????"

뭐지 저건?

콕콕.

"으어억! X발! 대체 뭐야. 이거!!"

콕콕콕콕.

영감의 손에 쥐어진 것이 움직였다.

그것은 빠른 속도로 동생들의 가죽 방어구 곳곳을 찔렀다.

무기인가 싶어 자세히 봤는데 아니다.

저건 바로….

"숟가락…?"

미친.

숟가락으로 동생들을 때리고 있다.

진짜 미친 영감탱이다.

저번에는 현실에서 그러더니 이번엔 가상현실인데, 무슨 숟가락으로 동생들을 이긴다고….

[파티원, '칠십일불이'가 사망하였습니다.]

"시발…?"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혹시 아까 그 방어 무시 데미지가 들어왔던 게 저 숟가락으로 때려서 그런 건 아니겠지?

그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최불룡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콕콕콕콕콕.

영감탱이가 엄청난 관절기를 사용해 동생들의 몸 이곳저곳을 숟가락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흡사 저번에 응급실에서 마주쳤던 그때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파티원, '삼십팔불이'가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구십한불이'가 사망하였습니다.]

……

"미, 미친…!"

* * *

[칭호, '정의의 연쇄 살인마'가 발동합니다.]

[살인자들에게 50% 추가 데미지를 입힙니다.]

나는 오랜만에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어렵게 헬레나를 찾았는데, 최불룡이 앞에 있었다.

그래서 그림자 놀이를 사용해 녀석의 뒤에 나타났고, 대갈통에 포크 숟가락을 꽂았다.

인질의 구출이 먼저였기에 어쩔 수 없이 놈의 부하들과 자웅을 겨뤄야 했고, 나는 포크 숟가락을 역수로 잡고 놈들을 향해 덤볐다.

팔, 허벅지, 목, 머리. 어깨. 방어구의 틈새를 요리조리 찔렀다.

놈들도 강해진 듯했지만, 내가 더 강했다.

나는 각종 관절기로 놈들을 하나씩 로그아웃시켰다.

콕콕. 콕. 콕!

살짝 뒤편을 보니, 두 사람의 입이 쩍 벌어져 있다.

장님인 아이노를 제외한 키스와 헬레나.

나는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

"이 망할 영감탱이야!!!"

"어허. 이놈이!"

나는 펄럭 날아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이놈들이 잊은 모양인데, 내 주특기는 발차기다.

곧장 넘어진 놈의 이마에 포크 숟가락을 꽂았다.

콕.

"어으윽. X바알…."

[살인자, '백두불이'님을 죽였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1,000 상승하였습니다.]

"으으윽."

"이 미친. 영감탱이…!"

많은 데미지를 입었는지, 대부분 땅을 기고 있다.

왠지 저번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는 광경이다.

쯧쯧. 한심한 놈들 같으니라고.

"어이. 영감."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곳엔 하얀 불꽃을 휘감은 채 서 있는 최불룡이 보였다.

온몸을 구속하던 거미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고, 녀석은 불타는 대검을 내게 겨누었다.

"이 날만을 고대하며 기다렸다."

"…난 별로 안 기다렸다만."

"스벌 나랑 장난해? 순순히 이프리트의 팔찌를 내놓지?"

"아직도 그 소리냐? 이쁜이들 팔찌가 뭐가 좋다고 쯧. 이름도 구리구만."

"이프리트 팔찌라고!!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야!!!"

그 말과 동시에 최불룡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띠링-!

[바람의 신수, '풍희'가 새로운 능력 '아네모네'를 각성하였습니다!]

주변의 바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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