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다 젊은이 084화
제84화
온통 하얗던 설원은 완전히 까맣게 물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하얀 눈은 이제 없었다. 오직 칠흑의 정경만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그때, 앞에서 어떤 형체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짙은 살기가 그곳에서 느껴졌다.
먹이에 굶주린 맹수의 붉은 눈이 우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맹수는 하나 남은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며 울었다.
"크어어어엉-!"
엄청난 위압감.
잠깐의 포효였을 뿐이지만, 짜릿한 살기가 등줄기를 관통했다.
거대한 늑대는 연보라색의 아우라에 휘감겨 있었다.
성좌들이 내뿜는 영성(靈星)에도 나름 등급이 있는데, 3등성은 푸른색. 2등성은 연보라색. 1등성은 전부 붉은색을 띠었다.
그리고 그는 2등성의 성좌였다.
[2등성, 흑야의 나그네가 <흑야 강림> 를 선포합니다!]
[주변 100미터의 땅이 조금씩 흑야로 물들어 갑니다.]
[흑야의 영역에서는 어둠의 힘이 2배로 강해집니다.]
"…젠장. 처음부터 이걸 사용하다니."
흑야 강림은 레무스의 특기 중 하나였다.
사방 100미터를 흑야로 조금씩 잠식하면서, 어둠의 힘을 끌어올리는 권능.
어둠 속성을 가진 누구라도 이 안에서는 힘이 2배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것은 레무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그게 아니다.
김수정이 당황하며 물었다.
"저, 저게 뭐야? 어둠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데요?"
…젠장. 결국 저것도 나오는 건가.
흑야랑(黑夜狼).
흑야 속에서 사는 레무스의 충직한 신하들이 나타났다.
칠흑 같은 어둠의 늑대들이 우리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펜릴의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버님! 저희들입니다! 못 알아보시겠습니까! 저 펜릴입니다!"
[늑대성, 로믈라나가 눈물을 흘리며 레무스를 바라봅니다.]
제길, 이럴 시간 없는데.
누가 봐도 지금의 레무스는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만약 이성이 남아 있었다면 벌써 진명(眞名)을 드러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레무스는 날카로운 이빨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냉독이 깃든 이빨이었다.
…우선 이곳을 벗어나야 해.
아무래도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
지금 통찰로 살펴본 레무스의 능력치는 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통찰 정보]
진명(眞名): 레무스
레벨: 450+50
천성(天星): 가련한 사랑의 군주
힘 400+50 민첩 600+50
건강 300+50 지식 500+50
성좌 스킬: 흑야 강림(영웅), 흑야랑 소환(영웅), 냉독(전설), 흑야의 권능(전설) 야수의 본능(전설)
약점: 어둠 속성이라 빛 속성에 약합니다.
*판도라의 힘에 이성을 잃고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올라간 상태입니다.
"이건 뭐 말도 안 되는 녀석이네."
아마 로믈라나도 이것과 비슷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역시 1등성을 넘보던 성좌의 수준은 달랐다.
그들이 지금 힘을 반씩 나눈 상태임을 감안해도 입이 떡 벌어질 수준이었다.
"아버지! 저 펜릴입니다!"
"야 이놈아! 우선 도망가자! 저 녀석 이성을 잃은 상태라고!"
흑야랑들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수가 자그마치 100마리에 이르렀다.
이 자식. 원래 이만큼 많이 소환한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녀석의 힘이 강하다고 느껴졌다.
그때, 레무스의 한쪽 눈에서 짙은 보랏빛이 뿜어져 나왔다.
불에 그슬린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아마 알데바란에게 당한 상처인 듯했다.
그곳엔 눈동자 대신 판도라의 조각이 빛나고 있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녀석의 눈에 있는 구슬 조각을 빼야한다고 말합니다.]
"안다, 이놈아! 근데 무슨 수로…."
"커엉!"
"…젠장."
흑야랑들이 일제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다리도 역시 짧았지만, 누구보다 재빨랐다.
나는 펜릴을 재촉했다.
"이놈아! 빨리 움직여! 여기서 다 같이 죽을래?!"
펜릴을 포함한 웰시 울프들은 충격을 받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아마 자신의 아버지가 이런 모습으로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나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펜릴의 등에서 내려왔다.
그때였다.
[늑대성, 로믈라나가 당신에게 힘을 빌려줍니다.]
[해당 성좌에 맞는 천성(天星)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좌 스킬: <백야랑 소환> 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성좌 스킬: <백야 강림> 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웰시 울프족이 아니라서 <야수의 본능> 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구원의 동아줄을 받은 기분이었다.
레무스에게 흑야 강림이 있다면 로믈라나에겐 백야 강림이 있다.
둘은 빛과 어둠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치명적이기도 했다.
만약 부부싸움을 한다면 둘 중 하나는 끝장이 날지도 모르는 것이다.
"백야 강림."
파아아앗-!
어두운 구름 사이로 백야가 쏟아져 내려왔다.
[성좌 스킬, '백야 강림'을 사용합니다.]
[백야 속에서 빛의 힘이 강해지고 어둠의 힘이 약해집니다!]
[현재 <흑야 강림> 이 선포된 지역입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게 되며, 속성에 따른 힘의 증가가 사라집니다.]
[시전자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10분간 지속됩니다.]
내 몸이 새하얀 빛에 휩싸이며, 정경이 뒤섞이는 것이 보였다.
어둠은 빛으로, 빛은 어둠으로.
서로 상반된 이질적인 기운들이 뒤섞이며 작은 스파크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놀라운 눈으로 나를 보았지만, 나는 곧장 백야랑 소환도 사용했다.
[성좌 스킬, '백야랑 소환'을 사용합니다.]
[시전자의 레벨이 너무 낮습니다.]
[백야랑 소환 개체 수가 20마리로 제한됩니다.]
[백야랑은 시전자의 10%에 해당하는 능력치를 가집니다.]
"…빌어먹을."
백야랑 소환은 아무래도 제한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순간적인 백야 강림에 레무스를 포함한 흑야랑들이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적들을 가리켰다.
"가라!"
"아우우우우-!"
백야랑(白夜狼)들이 포효와 함께 달려들었다.
그곳은 이미 아비규환이 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물고, 할퀴고,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었다.
[늑대성, 로믈라나가 우선 도망치라고 말합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펜릴도 갑작스런 백야에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그의 등에 올라타며 말했다.
"이제야 말귀를 좀 알아먹겠구만."
"…미안하다."
"우선 가지."
"어디로 말인가?"
"저기로."
나는 레무스가 튀어나온 커다란 동굴을 가리켰다.
펜릴이 말했다.
"제정신인가?"
"나 아직 치매 아니니까 일단 달려라. 썩을 놈아."
동굴은 짙은 흑야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아무래도 결계에 의해 입구가 가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처음부터 저곳으로 들어가 스타 프루츠를 찾으려 했었는데, 일이 꼬여버렸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로믈라나의 스타피스라도 받아 오는 건데.
[주먹성, 레이트라가 미친 거 아니냐고 말합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조용히 하라고 뒤통수를 때립니다.]
…시끄러워 죽겠네.
별다방의 작은 소란 속에서 일행들이 웰시 울프의 등에 올라타자, 우리들은 재빠르게 달렸다.
동굴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뒤는 아직도 빛과 어둠의 늑대들이 싸우고 있었다.
철저하게 백야랑들이 짓밟히고 있었지만, 10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백야 강림이 지속되는 한 백야랑들은 끊임없이 일어설 테니까.
[늑대성, 로믈라나가 조금만 버티면 자신이 가겠다고 말합니다.]
"뭐…? 여길 오겠다고?"
설마 그녀가 직접 오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어쩌면 로믈라나도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 깨달은 것 같았다.
…아마 이게 그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거겠지.
어쨌든 지원군이 온다는 건 기쁜 일이다.
그럼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옳았다.
나는 펜릴을 타고 거대한 동굴 속을 내달렸다.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잠시 뒤, 도착한 곳은 거대한 흑색의 크리스탈들이 빛나는 곳이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레무스가 만든 흑빙석인가…."
북극의 쌍왕(雙王).
로믈라나와 레무스는 이렇게 불렸다.
그들이 북극에 있는 성좌들 중 유일하게 '왕'이라는 칭호를 가진 것은 그들이 한 가지 속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레무스는 어둠과 얼음 속성을, 로믈라나는 빛과 얼음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성좌의 힘을 나누지 않았다면 능히 1등성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힘을 나누었다.
둘의 사이가 얼마나 좋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원치 않게도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군. 빌어먹을.
김수정이 뒤에서 물었다.
"저 여기 왜 왔는지 알아요. 스타 프루츠를 찾으러 오신 거죠?"
"그래. 맞다. 두 사람은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어요."
"물론입니다. 형님."
믿음직한 두 사람의 대답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펜릴과 함께 이곳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도 다른 웰시 울프들과 흩어져 스타 프루츠를 찾았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
[2등성, 흑야의 나그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캬오오오-!"
살기 어린 포효가 동굴 안을 가득 울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목소리였다.
"…환장하겠네."
"아버님! 위험한 거 아니에요?"
"형님! 어떻게 합니까?"
제길, 벌써 올 줄은 몰랐는데….
어쩔 수 없지. 이판사판이다.
"너희들은 계속 스타 프루츠를 찾아라! 내가 시간을 끌어보겠다!"
"어쩌시려구요?!"
"형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생각이 있으니 걱정 마라!"
나는 걱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익숙한 것을 꺼냈다.
"설마 이걸 여기서 쓸 줄은 몰랐는데."
나는 불 뿜기를 사용해 뮬란에서 얻은 폭약에 불을 붙였다.
잠시 뒤, 휙- 하고 던지자 요란한 굉음과 함께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콰쾅!
바위가 내려앉으며 입구를 막기 시작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신의 임기응변에 감탄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당신의 치밀한 준비성을 칭찬합니다.]
여하튼 이걸로 잠깐의 시간은 더 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벌 수 있느냐는 건데….
콰아아앙-!
작은 지진 소리와 함께 무너졌던 바위들이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오래 버티진 못할 것 같았다.
"…망할 놈이 힘은 더럽게 좋아요."
나는 거미줄 스킬을 접착제처럼 이용했다.
바위들끼리 더 끈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도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
아까 들은 지진 소리가 좀 더 연속적으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쾅! 쾅! 콰앙!
문 뒤에서 여러 늑대들이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 설마….
[2등성, 흑야의 나그네가 <흑야랑 소환> 을 사용 중입니다.]
"이성은 잃은 놈이 머리는 왜 이렇게 좋아…?"
내 입은 투덜거렸지만, 발은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힘의 공세에 막힌 입구가 조금씩 뚫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막혔던 입구가 뚫리고 말았다.
콰아아아앙-!
나는 재빨리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우리들은 모여서 전투태세를 갖추었고, 안타깝지만 펜릴을 포함한 웰시 울프들도 체념한 듯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붉은 보랏빛 눈이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보았다.
…오금이 다 저려오는군.
어느새 다리엔 해 오름을 전개한 상태였지만, 도저히 피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만큼 레벨과 능력치 차이, 아니 격의 차이가 났다.
레이트라의 도움으로 얻은 뇌보법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레무스와 우리 사이엔 그만큼 커다란 벽이 있는 것이다.
"아버님…?"
"왜 그러냐."
"우리 이제 죽은 거죠?"
"…아마도?"
그 순간. 레무스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냉독이 깃든 발톱과 이빨의 한기가 여기까지 느껴졌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순간 헛숨을 들이켜고 말았다.
나는 속으로 '여기까지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피하세요!]
순식간에 나타난 거대한 하얀 늑대가 레무스를 덮쳤다.
콰콰쾅!
내가 아주 잘 아는 늑대였다.
나는 그녀를 향해 외쳤다.
"로믈라나!"
[여긴 제가 맡을 테니 어서 피해요! 펜릴! 저들을 여기서 대피시켜라!]
"하지만 어머니!"
[난 괜찮으니 어서!]
로믈라나가 아주 제시간에 와주었다.
설마하니 벌써 도착할 줄이야.
명광계 성좌들은 빛살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던데, 사실인 것 같았다.
반면 레무스같은 칠흑계 성좌들은 은밀함이 특기였다.
소리 소문 없이 움직인 레무스의 이빨이 순식간에 로믈라나의 목덜미를 물었다.
콰직!
같은 냉독을 타고난 몸이라 위험하진 않겠지만, 날카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핏자국이 보였고, 아무래도 상처를 입은 듯했다.
두 맹수가 서로 뒤엉키며 근처의 크리스탈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콰콰쾅! 콰쾅! 쾅!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로믈라나를 응원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번개털을 거머쥐며 진땀을 흘립니다.]
옆에 있던 견소룡이 말했다.
"완전 괴수들의 전쟁이군요."
"…원래 성좌들의 싸움이란 그런 법이지."
"갑자기 레이트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군요."
"너 그 녀석 얼굴 본적 없냐?"
"네. 아직 본 적 없습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아주 잘생겼다고 말합니다.]
…미친놈.
아마, 그는 아직 레이트라와 대화를 나눠보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펜릴의 등에 올라타며 말했다.
"천둥벌거숭이다."
"예…?"
"그렇게만 알아."
그때, 김수정의 외침이 들려왔다.
"찾았다!"
순간 모두의 고개가 그쪽을 향해 돌아갔다.
그녀의 손엔 익숙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무언가가 들려져 있었다.
나는 재빨리 그녀를 향해 달려가 그것의 정보를 확인했다.
스타 프루츠
등성: 3
사용 제한: 없음
3등성에 해당하는 성좌들과 계약할 수 있다. 악을 봉인하는 힘이 담겨져 있다.
내가 먹었던 스타 프루츠와는 설명 자체가 조금 달랐다.
그때는 사용 제한이 나로 되어있었지만, 이번 것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3등성? 이러니 판도라에 잡아먹히지.
레무스와 로믈라나는 2등성에 해당하는 성좌였다.
판도라의 힘을 감당하기 위해선 최소한 2등성에 해당하는 스타 프루츠가 필요했다.
"젠장, 이걸론 레무스를 감당하지 못할 텐데."
사실 지금 들고 있는 스타 프루츠로 레무스의 눈에 있는 판도라의 기운을 조금 잠재워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3등성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김수정이 물었다.
"이거 저 주려고 찾으시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다. 이걸로 레무스를 조금 약화시킬 생각이었어."
"…그럼 차라리 먹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2와 3이라는 숫자는 1의 차이밖에 없었지만, 성좌들 사이에서 그것은 꽤나 많은 힘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로믈라나가 벽에 부딪히며 동굴이 크게 울렸다.
"크르륵. 어머니!"
펜릴과 다른 형제들이 그녀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각자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아버지인 레무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일어나지 않은 비극을 막기 위해 나섰지만 그들은 아직 어렸고, 힘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김수정에게 말했다.
"먹어라."
"네…?"
"시간 없으니까 먹으라고!"
나는 그녀의 입에 스타 프루츠를 쑤셔 넣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