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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70화 (70/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70화

제70화

우리들은 폐광을 휩쓸었다.

미도가 바디 페인팅 스킬로 버프를 걸어주었고, 나는 불꽃 발차기로 몬스터들을 유린했다.

미도는 흉흉한 칼로 내 보조를 확실하게 했는데, 역시 핏줄은 못 속이는 것 같았다.

처음 합을 맞춰본 것인데도 이렇게 잘 맞을 줄이야.

"우리 호흡이 되게 잘 맞는 것 같은데요?"

"그렇군…요."

잠깐이지만 옛날 생각이 났다.

무열이와 함께 일련의 무리들을 가로 지르던 그때 그 시절.

거친 상황 속에서도 우리들은 환상의 콤비를 자랑했다.

그때의 우리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다.

지금처럼.

"저기 또 오는 것 같아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달려 나가 그들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콰쾅! 쾅-!

-미친. 여기를 몰이사냥하고 있네.

-늑대가면 대체 레벨 몇임?

-와 컨트롤 죽인다. 발차기 실력 무엇?

콜로서스에서 그렘린으로, 그렘린에서 쌍칼해골로 움직일 때마다 아이템이 떨어졌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놈들을 없애며 아이템을 줍는 것은 미도의 몫이었다.

[유저, 미도 님이 해진 그렘린의 신발을 획득하였습니다.]

[유저, '?????' 님이 콜로서스의 거대한 다리뼈를 획득하였습니다.]

[유저, 미도 님이 낡은 글라디우스를 획득하였습니다.]

미도가 놀란 표정으로 물은 건 그때였다.

"어? 왜 식재료를 주우세요?"

-그러게 그걸 왜 줍지 갑자기. 가방만 차지할 텐데. 무겁기만 하고.

-설마 요리하려는 건가 ㅋㅋ

-에이 아니겠지 설마.

-지금 요리사 없잖아?

-ㅇㅇ 맞음.

나는 말했다.

"요리사입니다."

"네…?"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미도가 그랬고, 시청자들이 그랬다.

모두가 내 말에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미도가 입을 열었다.

"요리사… 라구요? 진짜요??"

"네."

"에이, 무슨 요리사가 이렇게 잘 싸우…."

"날씨 요리술."

화아아악-!

"나 불렀냐! 주인아!!"

오른손에서 솔라가 나타나자, 미도가 깜짝 놀랐다.

"세상에 소환술까지…?"

-미쳤네. 요리사가 소환술까지 부린다고?

-거짓말 아니야? 무슨 요리사가 소환술에 격투술까지….

-늑대가면 뻥쟁이.

뻥쟁이라니. 이놈들이….

나는 솔라를 이용해 그렘린 고기를 구워서 미도에게 주었다.

와그작. 하며 한입 베어 물더니, 맛있다고 말하는 그녀.

나는 흐뭇한 미소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물론 그녀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을 테지만.

"와, 태양의 가호라는 버프가 걸렸어요! 혹시 저 소환수가 태양이에요?"

"그렇습니다."

"우와…."

-요리에 저런 버프가 있었다고?

-지금껏 요리에 저런 버프달린 건 처음 봄.

-태양으로 굽는 고기라니 어떤 맛일까.

-그보다 진짜 요리사라니 미쳤네.

-특종이다. 특종.

-저번에 오크도 그럼 요리로 길들인 건가?

-ㅇㅇ 그럴 가능성이 높음.

손녀 앞에서 자랑을 하려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거렸다.

그때, 구독자 수가 순식간에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5만이었던 구독자가 10만에서 20만, 30만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미도가 당황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이, 이게 갑자기… 구독자 수가?"

-여기가 그 여신 미도님 방송인가요.

-아.스.라 커뮤니티 보고 왔습니다.

-인성 파괴자 늑대가면이 여깄다면서요.

인성 파괴자…?

갑자기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들이 마구잡이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자들에게 내가 했던 일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그 기자 놈들이 탈출을 한 모양이다.

제길, 어떻게 나온 거지.

"여러분, 진정해주세요. 그래도 늑대가면님은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절 구해주셨으니 나쁜 분은 아닐 거예요."

손녀의 말에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시청자들.

-우리 여신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임.

-와 진짜 예쁘시네.

-오늘부터 팬 합니다. 구독 꾹.

[여신미도 님이 별사탕 1,000개를 선물하였습니다.]

…어이가 없네.

갑자기 이렇게 태도를 바꿀 줄은 몰랐다.

만약 손녀의 외모가 예쁘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마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며, 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손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봅시다."

"그래요."

폐광은 미로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나는 바닥에 표시를 하며 움직였고, 가는 곳마다 몬스터들이 득실거렸다.

…젠장, 또 있네.

나는 다시 한번 달려 나가 그들을 공격했다.

발차기를 할 때마다 해 오름의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

만약 이번 위기를 넘긴다면, 더 이상 사냥을 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30분이 지나야 해 오름을 다시 쓸 수 있었으니까.

어느새 남은 횟수는 50 이하가 되어 있었다.

"그워어어억!"

쿠우우웅!

콜로서스가 바닥을 내리쳤고, 지진이 일었다.

나는 잠깐이지만 발차기를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몬스터들이 덤벼왔다.

"딱딱딱딱!"

"우리의 먹이가 되어라!"

"흐흐흐! 죽어라!"

다른 몬스터들의 날카로운 공격.

다행히 요리를 할 때마다 초감각이 조금씩 올랐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혜안을 썼어야 했을 것이다.

옆에서는 미도가 방송을 하며 말하고 있었다.

싸우는 와중에도 방송을 하는 여유라니, 내 손녀지만 대단하다.

"여러분 진짜 끝도 없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전에는 안 이랬는데!"

-끝도 없이 싸우는 여신님이 더 대단.

-사실 늑대가면이 다 잡은 거지.

-이게 요리사와 화가의 파티라니.

-늑대가면이 요리사라고요??

-아, 방금 오셔서 모르나본데 둘 다 생산 직업임.

-ㅇㅇ 맞음.

-이거 실화인가요.

-미친 ㅋㅋㅋㅋㅋ

마침내 모든 몬스터들이 쓰러지자, 우리들은 제자리에서 약간의 숨을 골랐다.

해 오름의 쿨타임이 돌아가는 것이 보였고, 아무래도 이제 그녀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사냥을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이건 또 뭔 소리래.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길 안내를 시작합니다.]

이 자식이 다짜고짜 내비게이션부터 켜네.

하긴, 이 녀석이 얘기 안하고 키는 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속도를 좀 높여야겠습니다."

"네? 여기서 더 높인다구요? 어떻게요?"

나는 익숙하게 하얀 펜던트를 꺼냈다.

[스타피스가 찬란한 약속을 이행합니다.]

[일시적으로 봉인이 해제됩니다.]

[해당 군주의 자격을 개화하지 못했습니다.]

[일부 능력만 사용 가능합니다.]

콰드드득-!

펜던트가 사라지며 순식간에 얼어버린 왼손.

미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스, 스타피스??"

-미쳤네. 저건 또 어디서 구한 거임.

-저걸 어떻게 구했데.

-돈 주고 산 거 아닐까.

-아니, 진짜 레벨 몇이지?

-스타피스 지렸다.

…그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네.

스타피스 '얼음 땡 요정'의 손.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스타피스의 주인은 네 번째 사도를 수호하던 성좌의 것이었다.

어째서 에드워드의 아버지가 이걸 갖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 후로 시간은 500년이 흘렀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부터 뜁니다. 잘 따라오세요."

"사냥을 안 하구요?"

"그렇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나는 프로메테우스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서 뛰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왼쪽을 가리킵니다.]

크워어억-!

나는 다가오는 몬스터 무리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얼음!"

콰콰콰콰콰-!

…이거 생각보다 범위가 엄청난 스킬이었네.

지금 앞에 있는 몬스터들의 크기는 고르바 녀석과 비교하면 절반은 작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건 콜로서스라는 거인 몬스터뿐이었다.

그래도 고르바가 조금 더 컸지만 말이다.

"후우우우-!"

솔라가 그들을 향해 화염을 내뿜으며 얼음을 녹여버렸다.

이 자식이 기껏 얼려놨더니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솔라. 몬스터들은 공격하지 말고 그냥 지나쳐라."

"알겠다! 주인아!!"

솔라는 활기차게 대답했다.

-불이랑 얼음이랑 완전 자유자재네.

-아니, 진짜 요리사 맞아요??

-미쳤다. 미쳤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 대체.

-무슨 요리사가 스타피스를….

시청자들이 별사탕을 마구 쏘기 시작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미도가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렸다.

그녀가 물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나도 모르겠습니다."

"네…?"

콰드드득-!

몬스터를 얼리자마자 또 뛰었다.

프로메테우스가 다음 방향을 가리켰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오른쪽을 가리킵니다.]

"아니, 어디가는지도 모르는데 왜 가시는 거예요?"

"가보면 알겁니다."

그렇게 5분 뒤, 우리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미도가 당황하며 물었다.

"여긴 막다른 곳이잖아요?"

"그렇군요."

"왜 여기로 온 거예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이 자식, 왜 여기로 데려온 거지…?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벽 뒤에 뭔가가 있다고 말합니다.]

벽 뒤에 뭔가가 있다고?

나는 조심스럽게 벽으로 다가갔다.

"저기요. 내 말 듣고 있는 거예요?"

"쉿."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자, 미도가 입을 삐죽 내민 것이 보였다.

가슴 아프지만, 그녀를 달래줄 여유는 없었다.

나는 옆으로 움직이며 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벽에 무슨 장치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북파공작원 시절 배웠던 것들 중에는 분명 이런 함정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때 어떻게 했었더라…?

화륵!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솔라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잠깐만. 바람이라고…?

나는 솔라의 얼굴을 잡고 램프처럼 활용했다. 다행히 주인이라서 뜨겁지는 않았다.

솔라는 우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프다! 주인 놈아!"

"시끄럽다. 이놈아."

-저 솔라라는 소환수 귀엽다. ㅋㅋㅋ

-둘이 케미 좋은 듯ㅋㅋㅋ

-갑자기 개그물이 됐네ㅋㅋㅋ

-빨간게 토마토같이 생김.

-졸귀닼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웃었지만, 그냥 넘겼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여깄군."

벽의 가장 끝에 살짝 들어간 벽돌이 있었다.

바람은 그 근처에서 부는 듯했다.

솔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기 뭔가가 있는 모양인데?

-설마 비밀 던전 같은 건가?

-헐. 이거 최초 공개 아님?

[비밀던전가즈아! 님이 별사탕 9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철컥.

쿠구구구구.

벽돌을 밀자 벽이 움직였다.

살짝 밀려나는 듯하더니 오른쪽에 없던 틈이 생겼다.

나는 미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시죠."

"…여기에 비밀 문이 있단 걸 알고 계셨어요?"

"아뇨. 몰랐습니다."

"근데 어떻게 아신 거예요……?"

"우연입니다."

"……."

미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어쩌겠어요. 미로라서 돌아가는 길도 잊어 버렸어요."

"돌아가는 길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어떻게요?"

"포탈을 열어드리죠."

"헐."

-역시 게임은 템빨.

-자본주의가 낳은 늑대가면.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지.

-자낳늑 클래스.

순식간에 나는 사치를 부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리들은 곧장 안쪽을 향해 움직였고, 내려가는 길은 어두웠다.

다행히 솔라가 있어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들은 마침내 모든 계단을 내려왔다.

"여긴 어디죠…?"

"모르겠습니다."

주변은 부서진 돌들이 즐비했다.

저 멀리 하얀 돌로 지어진 특이한 건축물들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았다.

우리들은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여기 왠지 익숙한데….

잠깐만 여기 혹시?

"누구냐, 감히 이 몸의 단잠을 깨운 녀석이!"

쿠구구구구.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미도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고, 뒤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느끼며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Lv.320 폭염의 미노타][우마왕의 아들]

"…젠장. 여기가 바람의 신전이었구나."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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