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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59화 (58/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59화

제59화

펜던트에서 빛이 난 건 그 순간이었다.

찬란한 연보랏빛 광휘는 펜던트를 공중으로 띄웠다.

모두가 그 광경에 넋을 잃었고, 나 또한 그러했다.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타피스의 주인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건…?

갑자기 느껴지는 정체불명의 시선.

그것은 나를 한없이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만들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얼음땡 요정. 찬란한 약속을 지켜라."

[3등성, '얼음땡 요정'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스타피스가 일시적으로 봉인이 해제됩니다.]

[해당 군주의 자격을 개화하지 못했습니다.]

[일부 능력만 사용 가능합니다.]

콰득. 콰드득.

갑자기 왼손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얼려버릴 것 같은 차가움이 그곳에 깃들었고,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드워드가 그중 한 명이었다.

"이럴 수가. 나도 사용하지 못하는 걸 어떻게…?"

김수정은 어안이 벙벙한지, 입을 벌린 채 멍하게 보고 있었다.

기사들과 견소룡 또한 마찬가지.

띠링-!

[☆스타피스, '얼음 땡 요정' 의 왼손]

등급: 성유물

사용 제한: 친절한 인내의 군주

건강+30 민첩+30

*얼음 땡! - '얼음!' 이라고 외치면 시전자와 닿은 부분을 20초간 빙결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땡!' 이라고 외치면 모든 얼음이 녹을 것입니다. (마력 소모 2%)

*봉인된 스킬입니다.

*봉인된 스킬입니다.

-아직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목걸이는 어느새 '왼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얼음 땡!] 스킬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런 기능이 있었던 건가.

데미지는 없는 듯했지만, 20초간 녀석을 얼릴 수 있다면 충분했다.

고르바가 포효한 건 그때였다.

"크롸라라라-!"

녀석의 몸에서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진득하고 무거운 기운이 우리들을 위압하는 듯했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러했다.

고르바의 목걸이가 어두운 빛을 내기 시작하자 모두가 뒤로 물러섰다.

한 기사가 말했다.

"오크가 어떻게 저런 힘을…!"

그만이 아니라 모두가 몰랐다.

지금 고르바가 저렇게 된 것도, 저런 힘을 내는 것도 사실은 목걸이에 있는 구슬 조각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영감. 약점은 말 안 해줘도 알겠지?"

"그래."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파가 퍼져 나오는 고르바를 향해 한걸음씩 움직였다.

모두가 그 기세에 얼굴을 가리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만은 움직일 수 있었다.

아마 이것 때문인 것 같았다.

[스타피스의 기운이 당신을 보호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걸까.

솔라에게 빙의 되어 따라오는 녀석을 보며, 처음 튜토리얼을 했을 때가 떠올랐다.

가이아를 만나고, 스타 프루츠를 얻고, 왕이 되어야 한다는 그 말.

그땐 실감이 안 났었지만, 이젠 실감이 났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프로메테우스가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을 처리하고 나면 해줄 이야기가 많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들어주마."

그런 내 말에 피식 웃는 프로메테우스.

그와 동시에 나는 고르바를 향해 달렸다.

어느새 포효는 그쳤고, 나를 발견했는지, 고르바는 마주 달려오고 있었다.

"혜안."

[사도스킬: 혜안을 사용합니다.]

[1분간 공격의 경로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고요한 적색의 눈동자와 함께 고르바의 잔상이 보였다.

지금이라면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가라. 영감."

[사도 버프를 받았습니다.]

[30분 간 모든 능력치가 20% 증가합니다.]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수정이에게 버프를 받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그녀와는 꽤 멀어진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고르바를 향해 뛰어올랐다.

오른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주먹.

나는 재빨리 왼손을 뻗어 스킬을 시전했다.

"얼음!"

콰드드드득!

피어나는 먼지 속에서 얼음 꽃이 피었다.

땅과 하나가 되어 얼어버린 고르바의 오른 손이 꽁꽁 묶여버렸다.

고르바는 당황했는지, 발버둥 쳐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나는 그의 뒤로 돌아가 '얼음!'을 외치고 있었다.

"얼음!"

콰자자작!

왼손이 닿을 때마다 고르바의 다리가 얼어갔다.

오른 다리는 어느새 땅과 하나가 되었고, 남은 것은 왼다리와 왼손뿐이었다.

고르바가 또 한 번 괴성을 질렀다.

"크워어어억-!"

"얼음! 얼음!"

한 번 쓸 때마다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은 어느새 3분의 1이 없어져 있었다.

회복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모량이었다.

나는 이어서 왼다리를 얼리기 시작했다.

"얼음!"

콰과과과과-

아직 얼리지 못한 왼손이 날뛰었지만, 혜안이 있어서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혜안을 써도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힘내라고 외칩니다!]

…이 녀석은 뭐냐. 대체.

응원을 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뭐하는 녀석인지 모르겠다.

나는 이따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왼다리도 꽁꽁 얼렸고, 저 멀리 견소룡이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츠츠츠츳-!

다리에 푸른 번개를 감고 나타난 견소룡.

그는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

"이놈의 사지를 얼릴 거야. 왼손을 좀 유인해주겠나?"

빙결은 20초의 지속시간이 있었다.

어느새 처음 얼렸던 오른손이 흔들리고 있었다.

견소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맡지요."

그와 동시에 사라진 견소룡.

다시 봐도 느끼는 거지만, 엄청난 속도였다.

그는 어느새 고르바의 왼손으로 뛰어올라 번개 주먹을 난사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오른손으로 돌아와 다시 얼렸다.

"얼음! 얼음!"

그렇게 한번 얼렸던 곳을 다시 얼리고 난 후, 견소룡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마비 기능이 있는지, 번개 주먹이 닿을 때마다 찌릿찌릿 하는 고르바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씩 웃으며, 왼손으로 뛰어 올랐다.

"얼음!"

콰콰콰콰콰-!

왼손마저도 얼어버리자, 고르바가 괴성을 질렀다.

사지가 몽땅 제압당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이제 이 녀석을 마무리하시죠."

그는 내게 고르바의 목숨을 끊자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부감이 든 것은 왜였을까.

갑자기 오크마을이 떠올랐다.

…이 녀석이 죽으면 오크 마을은 없어지겠지.

아마 그들은 터전을 잃고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보았던 오크 아이들도, 그 아이들의 어머니도, 놀이터도 모두 폐허가 되어 없어질 것이다.

나도 알고 있다.

몬스터에게 이런 감정을 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이다.

하지만 그는 단지 라그너스에게 조종을 당했던 것이었다.

순간, 고르바의 눈에서 희미한 눈물자국을 발견했다.

"……."

어쩌면, 아주 어쩌면. 그에겐 마지막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 선택으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질지라도 말이다.

…제기랄.

차라리 오크 마을을 보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죽이지 않겠네."

"예?"

파라라락! 콰아아앙-!

나는 재빨리 어깨를 타고 올라가 목걸이를 걷어찼다.

폭발의 여력에 구슬조각은 힘없이 떨어졌고, 그 순간, 뒤에 보이던 어두운 아우라는 사라졌다.

고르바가 머리를 부여잡고 두통을 호소했다.

"크르륵. 여긴…?"

나는 그에게 말했다.

"고르바.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 * *

싸움이 일단락되자 수정이는 곧장 로그아웃을 했다.

나는 영주 에드워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 저 녀석을 용서해주자고? 진심이야?"

"예. 대신 이곳의 재건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고르바와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기억은 라그너스를 만났을 때로 멈춰있었고, 그 뒤의 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고르바에게 윈디아를 습격한 일에 대해 설명했고, 자신이 조종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개한 고르바는 사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 수 없는 힘에 조종을 당해서 그랬다! 정말 미안하다!"

쿵!

이마를 찧는 고르바의 모습에 영주를 포함한 모두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에드워드가 입을 열었다.

"네가 한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야! 알아?"

"알고 있다! 취이익. 하지만! 용서를 구한다!"

"너는 우리의 터전을 부쉈어!"

"그것도 알고 있다! 미안하다! 취이익."

고르바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예상대로 그는 훌륭한 지도자였다.

오만방자했던 고블린 지그마와는 다르게 제법 대범한 구석도 있었다.

그렇게 용서를 받은 고르바는 돌아갈 준비를 마쳤고, 나는 영주에게 말했다.

"제가 그를 따라가 약속을 지키는지 살피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잘 설득해주십시오."

"알았어. 다녀와."

어느새 일어난 케레노스가 기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나타났다.

"결국 해내셨군요."

"그래. 네 덕이지. 시간을 잘 끌어주었다."

"저야 뭐, 당연히 할 일을 한 건데요."

그때, 평원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말발굽 소리도 들렸고, 철부츠가 움직이는 소리도 들렸다.

수많은 발자국 소리와 병장기 소리가 이곳을 향하고 있었고,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군대가 몰려오는 소리가 같은데."

"예…? 전 안 들리는데요."

"쯧쯧. 어째 젊은 놈이 귀가 그리 안 좋냐."

사실은 초감각 능력치로 인해 올라간 청력 탓이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생색을 내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아무튼 귀찮은 일은 사절이니 여기 일은 알아서 정리하거라."

"알겠습니다."

"사람들에게도 내 얘긴 꺼내지도 말고."

"예?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렇게 해.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건 뮬란 때로도 족하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케레노스를 뒤로하고, 견소룡에게 다가갔다.

"다시 한번 정말 고맙네."

"아닙니다. 제가 아니었어도, 어르신은 잘 하셨을 겁니다."

"겸손한 친구로군. 껄껄."

나는 그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예의 바른 행동이며, 말투며, 쓸 만한 싸움 실력과 인성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 신청을 했다.

견소룡이 빙긋 웃었다.

"영광입니다."

[유저 '견소룡' 님이 친구로 등록되었습니다.]

왠지 그와 나는 제법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친구로 등록하자마자 견소룡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르신."

"어르신은 무슨. 형님이라고 부르게."

입 꼬리를 올린 견소룡이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형님,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뭐냐, 말해봐라."

제법 진지하게 얘기하는 그의 모습에 내심 어떤 부탁을 할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오크가 있다!"

"가즈아! 윈디아를 구하자!"

"어서 방송을 준비해!"

역시 예상대로 그 발소리는 군대였다.

NPC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유저들이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몰라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나는 재빨리 가면을 꺼내 쓰며 영주에게 인사했다.

"가보겠습니다."

"그래, 아버님의 유품을 부탁할게."

왼손은 어느새 펜던트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10분이 지나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이 한계인 것 같았다.

나는 에드워드에게 유품을 돌려주려했지만, 고르바를 감시해야하니 내가 가지고 있으라고 했다.

나는 고르바의 어깨에 올라탔다.

"가자, 고르바."

"알겠다. 취이익."

고르바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지름길인 북쪽으로 향했는데, 거대한 몸이 움직일 때마다 지진이 일었다.

그렇게 로크산맥의 입구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귓속말이 왔다.

-견소룡: 형님.

"음…?"

아까 전에 헤어졌는데 그새 뭔 일 있나?

아, 그러고 보니 부탁이 있었다고 했었지.

순간 얘기를 듣지 못하고 온 것이 떠올랐다.

…이거 미안해지는데.

-잭슨: 미안하다. 아까 부탁이 있다고 했었지? 내가 정신이 없었다.

-견소룡: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잭슨: 껄껄. 그래, 말해봐라. 아끼는 동생인데 들어줘야지.

잠시 뜸을 들인 견소룡이 입을 열었다.

-견소룡: 형님이랑 싸우고 싶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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