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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45화 (44/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45화

제45화

나는 거미 반찬(?)을 측은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이이잇… 시이잇…."

"노릇노릇하게 구워졌구만."

일어설 힘도 없는지 퀸 스파이더는 미약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왠지 좀 불쌍했지만 자비 따위는 없었다.

"네놈이 먼저 공격한 거다. 그치?"

대한민국에선 선빵을 친 사람이 무조건 더 잘못이다.

이유야 어떻든 나는 녀석에게 당당 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작아진 솔라가 라그너스의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이놈! 저리가라! 키이익!!"

지팡이를 휘둘러도 사라지지 않는 솔라를 보며 라그너스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녀석은 솔라의 패시브 스킬 '태양의 저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었다.

골치 좀 썩을 거다. 껄껄.

[태양의 정령 '솔라'의 태양 에너지가 5% 남았습니다.]

"음?"

솔라도 무적은 아닌 모양이군.

사실 솔라의 에너지가 바닥이 난 이유는 아까 전 있었던 대폭발 때문이었다.

라그너스가 쏜 불덩어리들을 흡수해 더욱 강한 데미지로 돌려주기 위해선 상당 부분의 태양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좀 더 나중의 일이었지만 말이다.

"저 녀석 요즘 기력이 딸리나? 보양식을 좀 먹여야겠는 걸."

물론 재료는….

씨익.

눈앞에 있는 퀸 스파이더였다.

"그럼 마무리를 해볼까?"

* * *

휙! 휘익!

"저리 가라! 저리 가란 말이다!"

라그너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망할 불덩어리를 향해 계속 지팡이를 휘둘렀지만,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났기 때문이다.

물론 태양 에너지는 계속 소모되고 있었지만 라그너스가 그 사실을 알리는 만무했다.

폭음이 들려온 건 그때였다.

퍼어어엉-!!

엄청난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화마가 퀸 스파이더의 몸을 태우고 있었다.

그것을 본 라그너스는 분노했다.

"저, 저놈이!! 키이이익!!"

퀸 스파이더를 구하고 싶었다.

자신의 계획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장 아끼는 애완거미가 아니던가.

저렇게 허망하게 죽게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라그너스는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틱.

[태양의 정령에게 미움받습니다.]

[주문이 취소되었습니다.]

"이 망할 불덩어리 같으니라고!!"

잠깐 사이에 퀸 스파이더는 잿더미가 되고 있었다.

그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본 라그너스는 피눈물을 흘렸다.

그는 어느새 몇 십 년이나 늙은 것처럼 처연해 보였다.

"인간…! 인간!!!!!"

순간, 그의 분노에 구슬 조각이 반응했다.

퍼어어엉-!

그의 주변으로 보라색의 기파가 퍼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불덩어리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라그너스는 지팡이를 땅에 꽂으며 칠흑 같은 눈빛이 되었다.

"네놈을…! 네놈을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악마가 되어서라도!"

* * *

퀸 스파이더를 죽인 나는 재빨리 전리품을 수거했다.

혹시나 했지만 내단은 없었다.

얻은 것은 각종 식재료와 거미 독, 그리고 껍질뿐이었다.

그렇게 라그너스를 향해 움직이는데 메시지가 떴다.

[태양의 정령 '솔라'가 가지고 있던 태양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였습니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솔라의 소환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솔라가 사라진 모양이네.

하루 동안 소환하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뼈아팠지만, 그래도 뽕을 뽑았으니 그걸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라그너스가 고유 스킬 '광란의 어둠'을 사용하였습니다.]

[일정시간 동안 지팡이가 하급 어둠 마법을 쿨타임 없이 사용합니다.]

[시전자를 제외한 주변에 있는 모든 대상을 적으로 간주해 공격합니다.]

[고블린 제사장 라그너스가 어둠의 서약을 외우고 있습니다.]

[3분 안에 주문을 막지 못하면 악마화가 되어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악마화…?"

저 멀리 라그너스가 주문을 외우는 것이 보였다.

녀석이 땅에 꽂은 해골 지팡이에서는 무수히 많은 어둠의 화살들이 생성되고 있었다.

이거 불길한데….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어서 녀석을 막아야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재빨리 라그너스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무수히 많은 어둠의 화살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퓨퓨퓨퓨퓨퓨윳!

생각보다 너무 많은데….

짧은 시간 사이에 저렇게 많이 생성 됐을 줄은 몰랐다.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화살을 피했지만 하나는 팔에 스치고 말았다.

"크윽."

라그너스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어느새 나타난 어둠의 화살들이 시야를 가려버렸다.

아까보다 2배나 늘어난 숫자였다.

"염병하네. 진짜."

생명력은 이제 500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두 피하면 좋겠지만, 저걸 다 피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었다.

5대만 스쳐도 사망이었기에, 이것은 위험한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차하면 혜안을 쓰는 수밖에.

그렇게 다가오는 화살들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폭풍창 제1식."

창과 함께 회전하며 이곳으로 다가 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창끝에 모여드는 바람의 기운이 보였고 쇄도해오는 어둠의 화살을 향해 그가 일창을 내질렀다.

"돌풍!"

퍼퍼퍼퍼퍼펑!

창끝에 있던 바람의 기운이 부채꼴로 넓게 퍼져나가며 어둠의 화살들을 모조리 터트려버렸다.

갑작스런 케레노스의 난입에 나는 뚱한 표정이 되었다.

"뭐하다가 이제 나타나?"

"하하. 영주님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느라 늦었습니다."

"다른 기사 놈들은?"

"영주님을 지키고 있습니다."

"썩을… 이럴 시간 없다. 저 녀석을 빨리 막지 않으면 악마가 되고 말 거다."

"악마요?"

제길.

하나하나 설명해줄 시간이….

[고블린 제사장 라그너스의 악마화까지 2분 남았습니다.]

없다.

"먼저 간다. 따라와라."

나는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또 늘어나 있는 어둠의 화살들을 보며 나는 이를 갈았다.

"아, 진짜 짜증 나네."

진심이었다.

점점 늘어나는 어둠의 화살들이 난이도를 더욱 높이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돌풍!"

퍼퍼퍼퍼퍼퍼펑!

"저 화살들은 제가 처리할 테니 영감님은 저 자식 면상을 걷어 차버리는 걸로 하죠."

"건방진 놈."

나는 씩 웃으며 더욱 속력을 높였다.

어느새 라그너스의 지척에 도달한 나는 빠르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콰아아앙-!

[어둠의 장막에 1,702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어둠의 장막의 내구도가 9% 떨어졌습니다.]

…뭐라고?

피피윳!

[89의 어둠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01의 어둠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크윽…!

어느새 생성된 어둠의 화살들이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공중에서 생성되자마자 덤벼드는 수많은 화살들을 보니 마치 불나방을 보는 것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혜안!"

[사도 스킬: 혜안을 사용합니다.]

[1분간 공격의 경로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적색의 눈빛을 휘날리며 어둠의 화살들을 피했다.

하지만 경로를 미리 안다고 모두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아직 내 레벨은 너무 낮았고 능력치 또한 낮았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젠장, 어떻게 뚫어야 하지?

챙! 챙!

케레노스도 날아드는 어둠의 화살들과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

"휘몰아치는 바람!"

채채채채채챙!

열심히 쳐내고 있었지만 아까보다 더욱 늘어난 어둠의 화살들을 모두 쳐내는 것은 무리였다.

케레노스의 생명력도 점차 깎여나갔다.

[90의 어둠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크윽."

남은 생명력은 이제 240가량.

앞으로 3대면 자신은 쓰러지고 말 것이다.

나는 화살들을 피해내며 라그너스를 보았다.

녀석의 이마에는 어느새 악마를 상징하는 뿔이 조금씩 돋아나고 있었다.

[고블린 제사장 라그너스의 악마화까지 1분 남았습니다.]

"환장하겠네."

차마 욕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당장 욕을 한다고 지금의 상황이 해결된다면 아주 찰진 욕을 녀석에게 퍼부었을 테니깐.

"젠장할. 어떡하지?"

귀신같은 몸놀림으로 움직였다.

고개를 돌려 피하기도하고,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멋지게 피하기도 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움직임으로, 나비처럼 벌처럼 움직였다.

그렇게 나는 노익장을 한껏 과시했다.

…생각하자, 생각을. 내가 쓸 수 있는 스킬이 뭐가 있지?

없다. 해 오름 하나뿐이다. 썬 로드도 현재는 쓸 수가 없었다.

요리사 기본 공격스킬도 깍둑썰기나 채썰기 이런 것밖에는 없었다.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스킬!

솔라도 24시간 동안 나올 수 없었고, 통찰은 쿨타임이었다.

사자후는 약간의 경직만 줄 뿐 크게 영향을 줄 순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 요리사로 전직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어떻게 된 게 쓸 만한 공격스킬이 하나도 없누.

속으로 요리사를 만든 개발자들을 욕했다.

이 싸움이 끝나면 반드시 개발자 놈들에게 요리사 공격 스킬 좀 만들라고 건의사항을 올리리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써서 강하게 어필하리라!

[고블린 제사장 라그너스의 악마화까지 30초 남았습니다.]

"으아아아악!!!"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자, 소리라도 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무기력한 자신은 처음이었기에 치가 떨렸다.

할 수만 있다면 저 개 같은 고블린 놈의 머리통에 단검을 꽂아버리… 잠깐만.

"아!"

나는 무언가를 깨우친 사람처럼 청명한 소리를 냈다.

"아! 같은 소리하지 말고 어떻게 해봐요. 영감님! 저 고블린 놈 심상치 않아!"

어느새 다가온 케레노스가 어둠의 화살들을 쳐내며 말했다. 하지만 대꾸 해줄 시간은 없었다.

이미 시간은.

[고블린 제사장 라그너스의 악마화까지 15초 남았습니다.]

나는 재빨리 인벤토리를 열어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또 2번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고, 이제 생명력은 40도 채 남지 않았다.

…이 한 번에 모든 것을 건다.

아마 이게 실패한다면 100%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운명일까?

"운명은 개뿔."

그런 운명이라면 옆집에 있는 개에게 던져버릴 것이다.

어둠의 화살들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성난 파도와 같이 몰려왔다.

슈슈슈슈슈슈슉!

[고블린 제사장 라그너스의 악마화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찾았다!"

하지만 이미 어둠의 물결은 온몸을 관통하기 위해 다가와 있었다.

* * *

푹! 푸푸푹! 푸푹! 푹푹! 푹!

"영감님!"

케레노스는 경악했다.

고슴도치가 되어가는 영감님을 보며 이제 끝이구나 싶었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속으로 한탄했다.

'불효자, 어머니를 따라갈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를 뵈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죄송하다는 말부터?

아니, 우선 어머니를 안아드릴 것이다. 키워주셔서 감사했다고.

그렇게 눈을 감고 체념을 했다.

하지만 기적이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

"크아아아아악!!"

"……?"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케레노스가 눈을 떴다.

주변에 있던 어둠의 화살들은 모두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뒤통수에 단검이 꽂혀있는 라그너스였다.

"십년감수했다. 이 개 같은 고블린놈아."

"영감님???"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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