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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4화 (33/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34화

제34화

플로라의 집을 떠난 나는 곧장 뮬란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첸을 위한 아이올리아를 가져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익숙한 숲길이 나타났고, 놀들이 나타날 때마다 가차없이 단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떼를 지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르르르.

20, 30… 아니 50명인가? 단체 소풍이라도 가는 모양이군.

어디 야유회라도 가는 줄 알았다.

온통 남자들만 모여서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아마 바람의 언덕에 놀러가는 것이겠거니.

그런데… 왜 안 비키는 거지?

"야. 야! 나와! 쫌! 새키들아. 덩치는 산만한 놈들이 왜 길을 쳐막고 있어. 이씨."…

왠지 익숙한 얼굴의 험상궂은 얼굴을 한 남자가 투덜거리며 그들의 뒤통수를 때리면서 나타났다.

왠지 익숙한 얼굴인데….

"크흠. 당신이 바로 내 동생들을 건드린 사람인가?"

"동생…?"

"그래. 네불이와 육불이라고 들어봤을 텐데."

…아, 그렇군.

순간 어깨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그 녀석들이 말했던 큰형님이 저놈인 모양이다.

이름이 최불룡이랬나? 젠장. 이젠 별 이상한 놈들이 다 꼬이네.

"에혀, 따라와라."

"뭐…? 푸하하하."

그들에게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예의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그래, 웃을 수 있을 때 웃어둬라.

곧 뼈와 살을 분리시켜줄 테니.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사이다를 기대합니다.]

내가 그들을 데려간 곳은 강가였다.

저번에 네불이와 육불이라는 놈들과 싸웠던 곳인데, 인적이 없어서 눈여겨보고 있던 곳이었다.

나는 이쯤이면 되겠다 싶어서 뒤를 돌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녀석은 익숙하다. 어디서 봤… 아!

"네놈 혹시 그 응급실 용대가리 아니냐?"

"응급실 용대가리…?"

최불룡의 눈이 찢어져라 커지는 것이 보였다.

그도 나를 알아보는 듯했다.

어떻게 만나도 여기서 만나는지…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구만.

"아! 그때 그 망할 영감!!"

망할 놈이 버르장머리는 여전하네.

"그때 그 용가리는 잘 붙었냐?"

"크윽…."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이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봅니다.]

녀석의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어쩌면 저 녀석도, 나도 다시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을지도 모른다.

최불룡이 말했다.

"유언은 그게 단가 영감? 그때는 어이없이 당했지만 이곳은 가상현실이라고? 하하하."

최불룡은 음흉하게 웃으며 한쪽 입 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저 특유의 표정도 여전했다.

더럽게 얄밉네.

한 대 쥐어박아야겠다.

"얘들아, 쳐라!!"

"예, 형님!"

쯧,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수하로 보이는 녀석들이 잔뜩 달려오고 있었다.

모두 하나씩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한 덩치 하는 걸 보니 힘깨나 쓰는 놈들인 듯했다.

"노인공경 하랬더니 노인공격을 하고 있구나."

나는 그들을 향해 땅을 박찼다.

날렵하게 발을 놀리면서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발끝에서 뜨거운 태양이 피어올랐고 그들은 어리둥절했다.

"…응?"

"뭐야 저게…?"

"신종 자살법인가?"

모두가 태양의 춤사위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춤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비천기상무(飛天氣象舞)"

"……?"

"해 오름(日)"

콰아아아아아앙!!!!!

[살인자 '칠불이' 님을 척살하였습니다.]

[명성이 100 상승하였습니다.]

"?????"

아마 머리에 특수문자를 달 수 있다면 모두가 물음표를 하고 있지 않을까.

'이게 지금 뭔 상황이야?' 라던가.

'이게 무슨 날벼락이지?' 라던가.

나는 그들의 엉덩이를 차며 정신을 깨우기 시작했다.

콰아앙-!

파라라락! 콰아앙!

"미친! 이게 뭐야!"

"이 영감탱이가! 아아아악!"l

"어서 잡아!"

[살인자 '삼불이' 님을 척살하였습니다.]

[살인자 '사불이' 님을 척살하였습니다.]

[명성이 200 상승하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3명의 살인자를 척살하였습니다.]

[명성이 추가적으로 100 상승하였습니다.]

[살인자 '오불이' 님을 척살하였습니다.]

[살인자 '팔불이' 님을 척살하였습니다.]

한명씩 차근차근.

사뿐히 지르밟았다.

그저 가볍게 산책하는 길에 돌을 차는 것처럼 그렇게 움직였다.

엄청난 메시지들이 쏟아졌지만 그것을 볼 겨를은 없었다.

왜냐하면 숫자를 세고 있었으니까.

"열한 놈!"

콰앙!

"열두 놈!"

콰아앙!

"열세 놈!"

콰아아앙!

덤비는 족족 엉덩이를 걷어차주며 한명씩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숫자를 셀 때마다 한명씩 죽자 그들의 얼굴엔 당혹스러운 표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 멍청한 놈들아! 스킬을 써!"

최불룡이 외치자, 수하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다.

역시 대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 상황에서도 녀석은 냉정하게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솔라!"

허공에 불꽃이 휘몰아치며 솔라가 나타났다.

요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전투를 위해서 소환된 솔라는 짙은 하얀색의 백염을 뿜어내고 있었다.

"주인 반가워!"

"인사는 나중에. 주변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태워버려라."

"불장난이야? 신난다!"

솔라의 몸이 점점 수박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잠깐이지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녀석, 원래 이 정도의 화염을 가지고 있었나…?

[태양의 정령 - '솔라'가 태양의 저주를 선포합니다.]

[솔라가 적으로 인식하는 대상에게 지속적인 태양 데미지를 입힙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 스킬은 정말 사기에 가까웠다.

나에겐 희망을, 적들에겐 절망을 상징하는 메시지였다.

아마 화염에 대한 내성이 없다면 죽을 때까지 쫓아다닐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분노의 돌ㅈ…."

틱.

[솔라가 대상에게 50의 태양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미, 미친! 스킬이 캔슬됐어!"

"악! 내 스킬!"

"저 불 덩어리는 뭐야 대체!"

"저거부터 처리해!"

하필이면 그들 모두가 근접 공격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덩치를 보니 멀리서 활이나 쏘는 것이 안어울리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겐 재앙이 되고 있었다.

어렵사리 접근한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받아라!"

화륵.

"무기에 물기가 없어서 데미지를 입힐 수 없다고?! 이건 사기잖아!"

파스스슷.

십불이의 마지막 말이었다.

[살인자 '십불이' 님을 척살하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득 떨어져 있는 장비들이 보였다.

그것을 보니 없던 물욕도 치솟는 것 같았다.

…오늘 로또를 하나 사야 되나.

진심으로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자비는 그때 두 녀석을 풀어 준 것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케르가 멋대로(?) 녀석들을 물어버리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처참하게 잿더미가 휘날렸다.

"이럴 수가!"

"이건 말도 안 돼!"

"저 영감 도대체 정체가 뭐야?"

어느 순간 발길질은 멈추어 있었다.

결국 남은 것은 최불룡 한 명뿐이었다. 그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는 듯했다.

잠깐 눈을 비비던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대검을 들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 미친!! 영감탱이가아아!!"

악다구니를 지르는 근성은 봐줄만 했다. 근데, 딱 거기까지였다.

무기가 크면 빈틈 또한 커지기 마련인데… 뭐, 저 녀석이 알 턱은 없겠지.

어쩌자고 저런 큰 무기를 골랐누. 쯧쯧.

콰아아앙!

"크윽!"

…이놈 봐라?

대장은 대장인 모양이다.

확실히 부하 놈들보다는 방어력이 좋았다.

한 방에 죽었어야 할 녀석의 생명력은 3분의 2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뭐… 도긴개긴이랄까.

한 방이나 세 방이나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민첩 좀 올리지 그랬냐."

"크윽. 닥쳐!"

최불룡은 다시 대검을 휘둘러왔다.

혜안을 쓸 필요도 없었다.

해 오름을 개방한 지금의 나에겐 녀석의 대검은 멈춰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맞아! 맞으라고! 씨바아알!!"

…쯧쯧, 폭발하기 직전이로군. 이미 이성을 잃었어.

콰아아앙-!

최불룡이 폭발의 반동으로 멀리 굴러가버렸다.

그는 분한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가 오늘 네 녀석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마."

"크으으! 닥쳐! 불타는 화염검!"

쿠구구구구-

근처에 있던 자갈들이 튀었다. 대검을 감싸는 분노의 화염이 보였다.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대검의 잔상이 검기를 그리며 날아들었다.

"…혜안을 써야하나."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그냥 맞받아쳐도 된다고 말합니다.]

"그래?"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발차기로 날려버리길 원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나는 녀석의 말대로 검기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다가오는 화염의 검기는 모든 것을 갈라버릴 것처럼 짓쳐오고 있었다.

어느새 검기와 오른발이 만나 커다란 파공음을 만들었다.

콰아아아앙-!

"예에에에쓰!!"

왠지 대검을 치켜들며 만세를 지르는 최불룡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아마 좋아 죽겠는 모양인데… 곧 다물게 될 거다.

왜냐하면 내가 좀 강하거든.

[화염 속성보다 훨씬 상위의 속성입니다.]

[태양이 불을 집어삼킵니다.]

[태양의 에너지가 1 충전되었습니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폭연을 뚫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최불룡은 믿을 수 없는지 계속해서 검기를 쏘아 보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폭연을 뚫고 들어가기만 했다.

콰앙! 콰아앙!

"시바아알!! 꺼져! 꺼지라고!!!"

화염을 먹고 자란 태양은 더욱 화려하게 타올랐다.

검기는 발에 맺혀있던 태양에게 훌륭한 먹이가 되고 있었다.

마치 터지기 직전의 폭주기관차처럼 그렇게 울부짖었다.

화륵! 화르륵!

"미, 미친…!"

최불룡은 어느새 아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꽤나 지친 걸 보니 아무래도 끝내야 할 시간인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잘 가라. 용대가리."

파라라라락!

허공에서 3바퀴를 돌아 뒤돌려차기를 내질렀고, 거대한 화마가 최불룡의 얼굴을 향해 쇄도했다.

그는 고성을 지르며 마지막 발악을 했다.

"이건! 말도 안 돼애에에에-!"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숲을 뒤흔들었다.

[살인자 '불룡이' 님을 척살하였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평범한'에서 '제법하는'으로 바뀌었습니다.]

[최초로 50명의 살인자를 짧은 시간에 죽였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50명의 살인자들을 짧은 시간 안에 척살하였습니다.]

[칭호 <정의의 연쇄 살인마>   를 획득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살인자에게 50% 추가데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나는 녀석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잠시 후. 나는 근처에 떨어진 장비들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를 추면서.

"두둠칫. 두둠칫."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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