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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2화 (22/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22화

제22화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

알렉서스의 일기장에 있는 숨겨져 있던 페이지를 발견했을 때였다.

"이, 이건…!!"

나는 그것을 훑으며 놀라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알렉서스가 남긴 자신만의 비각술이었기 때문.

비각술이란, 발기술이 탁월한 무예에만 전해지는 고유 기술 중 하나였다.

…어째서 비각술이 여기에?

살짝 놀랐다. 설마하니 어렸을 때 배웠던 비각술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곧장 제일 위에 보이는 커다란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비천기상무(飛天氣象舞)…?"

이게 뭐지?

나는 한자를 하나하나 읽으며 해석해 나갔다.

날 비(飛), 하늘 천(天), 기체 기(氣), 형상 상(象), 춤 무(舞).

"하늘을 비상하는 날씨의 춤…?"

순간,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뭔가 엄청난 게 나올 것만 같은 느낌.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아래에 적힌 글을 차분하게 읽기 시작했다.

- 나 요리왕 알렉서스는 항상 나의 요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나의 요리를 이용하거나 노리는 이가 많았고, 나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싸워야만했다.

요리사로서 청결을 위해 내 손을 더럽힐 수는 없는 일!

나는 발을 이용해 그들을 대적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비천기상무(飛天氣象舞).

후인이여…! 그대를 위해 이 태양의 비각술을 남긴다.

요리를 지켜라! 사랑하는 이를 지켜라!

힘들게 고통 받는 백성들을 지켜라!

악한 무리를 응징하고 평화를 지켜라!

나의 비각술을 모두 얻어 날아오르는 날. 그대의 앞에 하늘이 도래할 것이다!

* * *

띠링-!

[비천기공(飛天氣功)이 태양의 미트볼의 기운을 모두 흡수하였습니다.]

[태양의 비각술 - '해오름(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태양의 비각술 – 해오름(日)][액티브]

등급: 전설

소모 마력: 50

쿨타임: 1시간

요리왕 알렉서스가 만든 태양의 힘을 이용한 비각술.

춤의 동작을 따라 하다보면 자연스레 발끝에서부터 붉은 해가 뜨는 것처럼 태양의 힘이 뜨겁게 타오른다.

-태양의 에너지: 0 / 100

해오름이 유지되는 동안 발차기의 물리 공격력이 50% ->   100%가 됩니다.

모든 발차기에 마법 공격력 100%에 해당하는 태양 데미지가 추가되며 발차기에 맞은 적은 30초마다 마법 공격력 10%의 화상 데미지를 입습니다.

해오름 스킬을 사용한 시전자의 모든 능력치가 2배 상승합니다.

…이건?

나는 처음부터 태양의 비각술을 쓸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종이에 적힌 비천기공을 먼저 운기하여 자신이 먹었던 태양의 미트볼의 기운을 먼저 체내로 흡수 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천기공(飛天氣功)][패시브]

등급: 전설

날씨의 요리를 먹은 후 운기를 통해 날씨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요리를 먹을 때마다 2배의 효과를 받습니다.

비천기공은 비천기상무에 속해있는 패시브 스킬로써 날씨 요리의 기운을 몸으로 흡수시켜 숨겨진 힘을 개방시켜주는 스킬이었다.

태양의 힘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100분의 시간이 필요했고, 1분마다 1%씩 차올랐으니 내가 이곳에 도착한지 어느새 100분 정도 된다는 뜻.

그리고 그것은 위기에 처한 작금의 상황을 180도 다른 국면으로 전개시키기 시작했다.

"비천기상무(飛天氣象舞)"

팟. 팟팟. 팟.

나는 스킬을 시전하자, 눈앞에 뜨는 그림들의 동작을 하나씩 따라하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이 동작을 알고 있었다는 듯 유려한 움직임.

이윽고, 발끝에 태양의 기운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고, 움직였다.

샤샥!

부족장의 시야 아래로 누구보다 빠르게 놈의 턱주가리에 태양의 기운을 머금은 강렬한 뒤차기를 날렸다.

"해오름(日)"

콰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귓가를 울려왔다.

일순간 지진이 일며 땅이 흔들렸고, 지그마가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악!!!!"

지그마는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으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의 얼굴에는 계속해서 타오르는 엄청난 화마가 있었고, 그는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태양의 에너지: 99 / 100 ]

"와우…."

나는 뒤차기를 날린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짧지만 그 한 단어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있는 감탄사!

아무래도 태양의 에너지라는 건 한대 때릴 때마다 줄어드는 모양이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오랜만에 보는 태양의 비각술을 보며 전율합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떨려오고 있습니다.]

여유 부릴 시간 따윈 없었다.

화상자국이 남은 자신의 턱을 한손으로 가리며 나를 노려보는 지그마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놈!! 죽여버리겠다!!!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지그마의 눈에서 검은 빛이 더 진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거 아무래도 뚜껑이 열린 거 같은데.

나는 또 한 번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그마의 주변으로 흙이 튀어 오르며 옅은 잔상을 남겼다.

…날아갈 것 같군.

온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20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어디냐! 어디야!! 으아아!!!"

지그마는 계속해서 사라지는 나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뒤로 갑자기 나타났다.

"뒤다. 이놈아"

콰콰콰콰콰콰콰쾅-!

[대상에게 632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105의 태양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대상에게 687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106의 태양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대상에게 655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109의 태양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대상에게 1,024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203의 태양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 * *

한편, 감옥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있었다.

마치 정지 화면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

그들은 모두 입을 떡하니 벌리며 자신의 목젖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온 첫 마디의 주인은 김수정이었다.

"세상에…."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아버님의 레벨은 분명 8이었다.

이제 갓 전직을 했다고 쳐도 잘해봐야 레벨 12 정도.

그런데 위기 상황에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하더니 발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뒤로 이어지는 엄청난 속도와 공격력, 환상적인 발차기에 모두가 넋을 놓고 있었으니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김수정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단어를 조용히 중얼거렸다.

"유아독존(唯我獨尊)."

이것보다 지금 상황에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결국, 옆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 우와아아아-!!"

"꺄아아아아악! 멋있어요 할아버지!!"

"와아아아아아아!!!!!"

바로 옆에 있는 유저마저 함성을 지르기 시작하자, 그녀 또한 기분이 고양되는 기분이 들었다.

온 몸을 흐르는 전율을 있는 그대로 아버님께 전해드리고 싶었다.

"아버님! 날려버려요-!!"

* * *

"끄아아아아악!!!!!"

지그마가 등에서 피어오르는 화염에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 쳤다.

놈의 생명력은 어느새 절반으로 떨어져 있었고, 아무래도 네임드 몬스터이다 보니 일반적인 몬스터들보다는 확실히 생명력이 훨씬 많은 편에 속했다.

"썩을 놈이 드럽게 끈질기네. 바퀴벌레냐?"

나는 꽤나 호전적인 말투를 하고 있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발차기가 잘 되니 젊은 시절의 말투로 돌아간 것이다.

지그마가 핏기 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끄으. 죽여버리겠다! 이노오옴!"

지그마는 양손에 쥔 단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야 말로 엄청난 속도였다.

다른 유저들의 눈은 거의 쫒지 도 못할 정도.

하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모든 능력치가 두 배로 오르면서 민첩 또한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상체의 움직임만으로 가볍게 녀석의 공격을 피해버렸다.

스스스스슥.

"……?!"

지그마의 얼굴이 불신으로 물들었다.

아마 지금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라고.

"어떻게는 이놈아 내가 너보다 강한 거지."

지그마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칠흑으로 물든 검은 눈이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나는 혀를 끌끌차며 그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끝을 내자꾸나."

콰아아아앙-!!

[치명적인 일격! 지그마가 5초간 마비에 걸립니다.]

"끄허어억…!!"

다리를 180도 수직으로 찢으며 뒤꿈치를 녀석의 턱에 갖다 대었다.

나는 붕 떠버린 지그마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돌려차기와 뒤차기를 연속으로 날렸다.

잔상을 그리며 사라졌다가 나타나면 지그마의 몸에는 발자국이 아로새겨졌다.

스슥 쾅! 스슥 콰앙!

스슥 쾅! 콰앙!

비명을 지를 힘도 없는 지 지그마는 무기력했다.

그의 온몸은 나에게 얻어맞은 발자국과 화상자국으로 가득했다.

그가 무릎을 꿇자, 나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잊지 마라."

"쿨럭…!"

"네가 괴롭힌 대상이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도 부모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아아… 라그너스ㄴ…."

지그마는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 깊어지는 눈빛을 하며, 마지막 말을 이으려 했다.

하지만 자비는 없었다.

"잘 가라."

파라라라락!

나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그대로 공중에서 3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뒤돌려차기로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콰아아아아앙-!!

놈의 머리통은 그대로 날아가 감옥의 입구에 떨어졌다.

툭. 툭. 데구르르-

"……."

"ㅇ…."

"우…."

"우와아아아!!!!!!!"

"이겼다!!!! 만세!!!!!!!"

"꺄아아악!! 할아버지 짱!!!!!"

엄청난 함성이 감옥에서 터져나왔다.

귀를 찌르는 고성이었지만,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레벨업 메시지와 동시에 나의 전신은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지그마에게 당했던 생명력은 천천히 회복되어가고 있었고, 나는 과거를 회상했다.

…이곳이라면, 이곳이라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문득 파노라마가 스쳐지나갔다.

아내와의 결혼 후, 조직의 일을 모두 청산했던 그 시절. 나는 공허함과 허탈감을 많이 느끼곤 했었다.

물질적인 것이야 사람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것이지만.

늘 전쟁과 같은 삶을 살았던 나에게 평화로운 일상은 약이자 독이였다.

그래서 잊기 위해 더욱 열심히 운동을 다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곳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치열한 승부에서 이겼다는 쾌감이 내 온몸을 지배해왔다.

휘이잉-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어루만지기 시작했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푸르고 푸르렀다.

주륵.

"…여보."

나도 모르게 흐르는 그것은 햇살 같은 미소와 함께 하늘을 푸르게 적시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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