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55화 (155/250)

제40장. 꼬리 (2)

우연의 일치일까.

던전 탐험대를 촬영할 때마다 늘 이런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이 프로그램 촬영만 하면 뭔가 사건 사고에 연루되는 것 같다고.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 마지막 3회째 촬영 때에는 네크로맨서가 심어 둔 함정에 휘말리질 않나.

이번에는 제이커의 운반책이 되었던 자들과 엮이게 되었다.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되려고 이렇게까지 액땜이 심한지 모르겠네.’

나야 던전 탐험대가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긴 하겠지만 말이다.

마침 오늘이 던전 탐험대 첫 정규 방송이 송출되는 날이다.

일찌감치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거실 TV를 차지했다.

토요일 저녁 6시.

나름 황금 시간대를 차지한 우리 프로그램이 마침내 시청자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 혼자 앉아 있던 거실 소파에 어느새 준서와 니암, 딜런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치 영화를 보듯 팝콘과 콜라까지 각각 한 손에 쥐고 있었다.

준서는 나하고 같이 본인이 나온 프로그램이니까 모니터링 차원에서 본다 치더라도.

“너희 둘은 왜?”

“형, 이 프로그램, 굉장히 핫하잖아요.”

“방송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핫한 프로그램 정도는 다 챙겨 봐야죠.”

아직 방송도 안 됐는데 던전 탐험대가 그렇게 핫한지 어떤지 모르지 않나?

뭐, 방영되기 전부터 관심이 굉장히 뜨겁다는 건 나도 알고 있긴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대감이 큰 모양인가 보다.

그래도 나와 준서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멤버들이 같이 보겠다는데, 굳이 말릴 생각은 없었다.

요즘은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 할지라도 자기가 출연한 프로그램 아니면 별로 관심을 안 보이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말이다.

비행기를 타는 모습부터 쭉 방송을 통해 송출되었다.

준서가 장면 하나하나를 일일이 지목하면서 사견을 붙였다.

“저기 공항에서 모이는 신 있잖아요. 저기서 저, 갑자기 배가 아파 가지고 죽는 줄 알았잖아요.”

“아, 그래서 얼굴이 저렇게 새파랗게 질려 있는 거구나. 나는 또. 새벽에 일찍 일어난 것 때문에 컨디션 안 좋아서 그런 줄 알았네.”

사실은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쩐지, 오프닝 녹화 끝내자마자 바로 화장실부터 달려가더라.

“오랜만에 예능 촬영이라서 긴장한 거냐?”

내 말에 준서가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봐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우리가 계속 방송 활동을 이어 온 것도 아니고.

두 번째 앨범 준비하는 동안 아예 그룹 활동을 쉬었으니까.

나야 물론 계속해서 방송에 출연하긴 했지만, 다른 멤버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조금씩 방송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어색함을 단번에 떨칠 수는 없을 것이다.

준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치고는 그래도 나름 카메라 비중을 많이 받고 있었다.

중간에 툭툭 던지는 멘트도 재미있고.

니암하고 딜런도 준서와 단기간이지만 같이 붙어 있던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TV에서 보는 준서의 모습에 여러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는 이런 일, 쉽지 않은데 말이다.

박민진 PD가 편집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는 티가 났다.

하기야, 예능국장도 이번 던전 탐험대 촬영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고 했으니까. 방송국 전체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TV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니암이 TV를 보던 도중에 내게 짧은 소감을 말했다.

“형, 진행 잘하시는데요?”

“그래? 단독 MC는 처음이라서 긴장 많이 했는데.”

“그런 티가 거의 안 나요. 오히려 굉장히 익숙하셔서 예전부터 MC 보던 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 정도예요.”

기분 좋은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멤버가 하는 이야기니까, 어느 정도 필터가 작용해서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다.

이건 뭐, 나중에 방송 끝나고 시청자들 의견을 한번 쭉 훑어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판별하고 싶다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된다.

대중은 굉장히 객관적이다.

방금 니암처럼 내가 평소에도 말솜씨가 괜찮은 편이라는 주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방송을 시청하면, MC도 당연히 잘 보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카메라 뒤에서의 내 모습이 어떤지를 전혀 모른다.

오직 방송에 비치는 모습만 볼 뿐.

그래서 대중은 객관적이라고 말한 거다.

팝콘 한 움큼을 집어 든 준서가 그것을 입안에 꿀꺽 털어 넣으면서 약간의 아쉬움이 담긴 말을 꺼냈다.

“데이브 형도 같이 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걔는 요즘 많이 바쁘니까.”

우리 HTB 멤버들 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멤버를 두 명 골라 보라고 한다면 나 그리고 데이브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솔로 앨범을 냈을 때부터 당연히 잘나갔었고.

데이브의 경우에는 외모가 워낙 출중한 편이어서 그런지 프로그램 섭외뿐만 아니라 가끔씩 아이리스를 따라 모델 일도 하고 그런다.

남매가 확실히 부모님의 유전을 잘 물려받아서 그런지 다들 선남선녀다.

물론 성격 측면에서는 별개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데이브 형 오늘도 새벽까지 화보 촬영 있다고 했었나?”

“맞아. 지금도 한창 촬영 중일걸.”

“나중에 데이브 형한테도 던전 탐험대 1화 보라고 해야겠네.”

글쎄, 과연 보라고 해서 정말로 볼 건지 아닌지, 이건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의 클로징 멘트를 끝으로, 던전 탐험대 1화가 무사히 첫 방송을 마쳤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나는 시청자 게시판과 커뮤니티 사이트, SNS 등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던전 탐험대 1화 시청 소감이 어땠는지 대중의 평가를 일일이 찾아봤다.

전체적으론 다들 나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프로그램이 의도치 않게 홍콩에서 벌어졌던 도주 사건과 겹치게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게 되었는데. 그래도 이 관심이 불호가 아니라 호로 끝나서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 탐험대 2화 촬영은 해외가 아니라 국내로 잡혀 있다.

1화만큼 촬영으로 많은 시간을 잡아먹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화는 박민진 PD가 첫 화니까 힘을 주고 싶다고 해서 홍콩까지 간 거고.’

2화부터는 다시 국내 던전들을 위주로 돌아볼 예정이다.

그러다가 가끔씩 시청률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싶을 때, 특집편으로 해외 몇 번 나가고.

대략 이렇게 진행될 거라고 전해 들었다.

이런 걸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 입장도 참 피곤해.’

출연자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이들 역시 상당한 고충이 있음을 알게 된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멤버들은 곧장 잘 준비에 돌입했다.

안 그래도 내일은 오랜만에 HTB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서 음악 방송 프로그램 출연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이브 형은 괜찮겠죠? 화보 촬영 끝나고 오자마자 잠도 못 자고 바로 음방 뛰어야 하는데.”

딜런이 걱정을 드러냈다.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긴 하다.

제대로 쉴 틈도 없이 바로 다음 스케줄을 뛰러 가야 하니까 말이다.

“괜찮아. 예전에 데이브하고 나하고 거의 5일 가까이 잠 한 숨도 안 자고 전투한 적도 있는데, 이 정도 일정이야 우습게 소화할 수 있지.”

“네? 언제요?”

“미국에서 게이트 규모 큰 거 하나 생겼다고 지원 요청 들어왔을 때. 그때 정말 난리도 아니었지.”

그때 상대한 몬스터들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그 많은 몬스터들을 일일이 상대하느라 밤낮을 꼬박 지새워야 했다.

만약에 우리에게 각성 능력이 없었더라면, 이틀째에 바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헌터라서 버틴 거다.

“그리고 데이브 녀석 체력도 좋아서 하루 잠 안 잔 것 정도는 괜찮다고 할 거야. 그리고 우리들 중에서 운동도 가장 열심히 하고 있잖아.”

“그렇긴 하죠.”

운동뿐만 아니라 헌터로 활동할 때 했던 훈련도 가끔 한다고 들었다.

아직 몬스터가 지구상에 남아 있고.

그리고 제이커 같은 골칫덩어리 특수 범죄자들도 활개를 치고 있으니까, 아직 우리가 강함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남아 있었다.

다른 헌터들도 레이드 시대가 끝나고 잠시 멈췄던 훈련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종종 듣곤 한다.

제이커가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류는 다시 한번 평화의 시대를 위협하려는 적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하고 있었다.

단지 그 상대가 ‘외부의 적’에서 ‘내부의 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협회장하고 이철민 소장한테도 뭔가 알아내는 거 있으면 나한테 바로 알려 달라고 했으니까.

조만간 소식이 있을 거다.

그동안 나는 내가 할 일을 계속 이어 나가면 된다.

내가 갑자기 방송 활동을 쉬고 헌터로 매진하겠다고 하면, 이제는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황이 많이 안 좋아져서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카메라 앞에 출연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여 줘야 사람들이 안심을 하는 것이다.

니암이 아직 거실에 남아 있는 내게 물었다.

“형도 슬슬 주무셔야죠.”

“나는 잠깐 우리 안무 좀 보고 자려고.”

원래는 멤버들하고 같이 음방 무대 준비를 빡세게 했었어야 했는데, 이래저래 일들이 많이 생긴 탓에 준비도 제대로 못 했다.

그래서 이렇게 부랴부랴 영상으로나마 안무를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해야 했다.

빨리 평화의 시대가 안착되어야 내가 방송에 올인하든가 할 텐데.

아직 그러려면 많이 멀었다.

* * *

음방 무대를 위해 새벽부터 방송국을 찾은 우리들.

내가 멤버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데이브는 피곤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멤버들보다도 더 활기찬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준서는 이런 데이브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형, 안 피곤해요?”

데이브가 헛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예전에 미국에서 거의 5일 가까이 잠 안 자고 몬스터 잡은 적도 있는데, 이 정도야 뭐.”

데이브의 말을 듣자마자 멤버들이 슬쩍 나와 데이브를 번갈아 바라봤다.

멤버들의 반응을 보고서 이번엔 데이브가 역으로 물었다.

“왜들 그러냐?”

“방금 그 말, 어제 태오 형한테 들은 거하고 똑같아서요.”

“두 분이 의외로 잘 통하시네요.”

데이브가 나를 찌릿 노려봤다.

미리 말해 두지만.

“내가 먼저 말한 거야. 나중에 말한 사람이 잘못한 거 알지?”

“…….”

데이브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선빵필승이라는 말이 왜 있겠나.

그래도 데이브가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기쁘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링 그리고 리허설까지 모두 마치고 난 뒤.

“방송 시작합니다!”

스태프의 외침과 함께 우리가 있는 대기실 모니터 화면에 음방 무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무대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 걸까?

홍콩에 있었을 때와는 다른 두근거림이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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