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19화 (119/250)

제30장. 전장을 누비는 아이돌 (2)

이철민 소장과의 통화를 마치고 나는 마이크를 다시 한번 손에 쥐어 봤다.

내가 평소에 쥐던 마이크보다 약간 무거운 정도.

이게 마법을 펼치는 ‘아이템’이라는 사실에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테스트해 볼 겸, 작동 한번 시켜 봐도 될까요?”

혹시 몰라서 이번 작전의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 알렉스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음대로 하라고 답했다.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평소에 헌터들이 아이템을 발동시키는 것처럼, 마력을 아이템에 불어 넣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아이템이 마나에 반응해서 알아서 능력을 활성화시키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다.

마나를 마이크에 살짝 흘려 보냈다.

그러자 마이크를 쥔 손에 살짝 열기가 올라왔다.

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고, 한창 열이 올라온 핫팩 느낌이었다.

처음에 아이템이 구동될 때만 열이 올라왔지,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는 차츰 내려가 처음 아이템을 쥐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되었다.

‘불이 들어오는 걸로 봐선, 작동은 되는 거 같은데.’

숨을 살짝 들이마신 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대고 늘 하던 것처럼 마이크 테스트 문구를 흘리자, 내 목소리가 증폭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저 멀리 있는 헌터들조차 ‘무슨 소리지?’ 하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대신에 가까이 있던 알렉스와 승훈이 형, 그리고 데이브와 다른 헌터들은 갑작스러운 내 큰 목소리로 인해 인상을 팍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성능 확실하네요.”

알렉스가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던 손을 떼면서 어색한 미소로 말했다.

“그, 그렇지? 이철민 소장이 직접 개발했다고 하니까…… 믿을 만하겠지.”

이철민 소장은 몬스터, 헌터뿐만 아니라 아이템에도 굉장히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

아이템 옵션 스킬을 변경하거나 강화시키거나, 아니면 아이템을 파기하거나 제조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마이스터라고 하는데, 이철민 소장은 원래 마이스터 출신이었다.

연구소 소장 자리에 앉기 전에 아이템에 미친 듯이 파고들었던 남자였는데, 오랜만에 실력 발휘라도 했는지 기가 막힌 아이템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마이크라니.

‘온라인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아이템이네.’

혹시 전투 기능도 있을까?

이것까지는 차마 테스트하기 힘들었다.

작전 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슬슬 시작하시죠.”

내가 알렉스에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답했다.

“헌터들 스탠바이하라고 해. 입구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전하고. 괜히 폭발에 휘말리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알렉스가 주먹을 꽉 쥔 오른손을 머리 위로 추켜올렸다.

그리고 이내 그것을 힘껏 내려쳤다.

목표는 빨간색 스위치.

스위치가 꽉 눌리자마자…….

콰과과과과과광-!

귀를 때리는 듯한 폭발음이 한곳에서 집중적으로 울려 퍼졌다.

뒤이어 매캐한 연기를 뚫고 나오는 꼬리 달린 거미 몬스터 다수.

스웹 토벌 작전이 화려한 폭발과 함께 시작되었다.

* * *

튀어나온 스웹들은 곧장 헌터들의 타깃이 되었다.

“저리 비켜라!”

데이브가 스파크가 튀는 창을 크게 휘두르면서 스웹들을 순식간에 없애 버렸다.

그러나 상상 이상으로 지하에 많은 스웹들이 숨어 있었던 모양인지, 점점 그 숫자들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알렉스가 짧게 혀를 찼다.

“망할 녀석들. 그사이에 열심히 번식이라도 했나.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배는 늘어난 거 같군……!”

알렉스의 말대로였다.

나도 승훈이 형과 함께 이곳에 오면서 대충 스웹들이 몇 마리 정도 숨어 있는지, 이런 정보들을 듣고 왔다.

그런데 내가 들은 것보다 더 많은 숫자들이 튀어나왔다.

아직 더 무서운 건.

‘저게 다가 아니라는 거지.’

나도 슬슬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오늘은 내가 직접 현장에서 라이브를 부를 생각이었기에, 헌터들 또한 귀에 부착한 음향 장비에서 내 노래가 흘러나오도록 하진 않았다.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테니까 말이다.

스웹 녀석들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 내 목소리 상태는 최고란 말이지!’

얼마 전에 합동 콘서트가 있어서 이전까지 목 관리에만 집중적으로 신경을 썼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남은 목소리의 기량을 여기에 온전히 쏟아붓기로 했다.

일단은 내가 발표했던 솔로곡은 다 부르기로 했다.

첫 번째 곡인 ‘나의 길’이 현장에 울려 퍼지자, 헌터들의 움직임이 아까에 비해 배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헌터들이 제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내게 고마움을 표출했다.

“버프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오 선배님!”

“라이브가 더 효과 좋은 거 같은데요?”

음원 파일로 듣는 것과 라이브로 듣는 것에 MML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검증이 되었다.

차이는 없다. 이철민 소장이 이에 대해선 확실하게 못을 박아 뒀다.

대신에 이건 있을 수 있다.

네크로맨서처럼 EMP 효과를 지닌 몬스터 앞에서는 무조건 라이브가 답이라고.

스웹들의 꼬리에서 발산되는 소리의 공명 역시 오디오 장비를 망가뜨리는 주요인이 된다.

그래서 예전에 스웹 녀석들을 상대할 때에는 서로 간의 통신이 원활하지가 않아서 의사소통이 잦은 문제를 겪곤 했었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내가 직접 이곳에 온 거였다.

놈들이 방울 꼬리를 흔들면서 공명을 일으키려고 했다.

이때, 나는 마이크의 증폭 효과를 더 크게 발동시켜 놈들의 소리가 내 목소리에 묻히도록 만들었다.

꿈속의 너에게 사로잡혔어!

사랑이란 이름의 속박 아래에

선명한 느낌.

아찔한 네 향기.

네 눈동자를 닮은 Blue!

원래는 댄스곡이라서 댄서들과 같이 춤을 추면서 불러야 하는데.

이렇게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르고 있으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심심하네.’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원래부터 온몸으로 즐기는 곡이니까 말이다.

헌터들 역시 내 노래에 따라 리드미컬한 동작으로 몬스터들을 한 마리씩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둥지 입구 쪽에서 거대한 모래 기둥이 생성되었다.

모래 기둥 속에서 걸어 나오는 한 마리의 몬스터.

데이브가 창을 거두면서 외쳤다.

“저 녀석이 보스인가 본데!”

스웹의 우두머리는 구분하기가 굉장히 쉽다.

다른 스웹들보다 최소 세 배 이상 큰 덩치를 지녔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꼬리의 색깔이 다르다.

일반 스웹의 경우에는 꼬리 끝이 보라색이지만, 우두머리는 적색이다.

그래서 데이브는 녀석을 보자마자 놈이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바로 간파해 낼 수 있었다.

우두머리의 등장에 스웹들은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우두머리가 꼬리를 흔들자, 아까보다 더 큰 공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덩치가 큰 만큼, 진동을 더 크게 낼 수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소리의 크기 또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두머리가 중심이 되어 내게 일방적으로 방해를 받던 소리 공명을 다시 일으키기 시작했다.

헌터들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갑자기 등장한 우두머리 한 마리에 의해 판도가 완전히 바뀌려고 했다.

열심히 노래를 부르면서 녀석의 소리 공격을 받아치려 했지만.

수백 마리의 스웹들이 일으키는 공명 효과를 나 혼자서 커버 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럴 때에도 나름 대응 방안이 존재한다.

“간다!”

우두머리 스웹이 있는 쪽으로 크게 도약했다.

후방에 위치해 있던 내가 순식간에 전장 한가운데로 뛰어오자, 스웹들은 당황한 나머지 독침을 날리기 위해 내 쪽으로 꼬리 끝을 겨누려고 했다.

그러나 녀석들은 쉽게 공격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우두머리 스웹의 머리 위에 서 있기 때문이었다.

나를 공격하면, 자칫 녀석들이 날린 독침이 우두머리 스웹의 목을 관통할 우려가 크다.

지능이 낮은 일반 스웹들이라 할지라도 우두머리를 지켜야 한다는 본능은 존재했다.

공격하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마이크에 마력을 더 강하게 불어 넣었다.

그러자 마이크 끝에서 푸른 마나 검기가 형성되었다.

후웅-!

마치 빔 형태의 검을 휘두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마이크(였던 것)를 크게 휘두르자, 우두머리 스웹의 왼쪽 다리들이 전부 잘려 나갔다.

‘성능 확실하네!’

이철민 소장의 성격상, 단순히 소리만 증폭시켜 주는 아이템을 만들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거 하나로 뭔가 다른 일들을 더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예를 들자면, 지금처럼 마나 소드를 소환해서 몬스터를 도륙 낸다든지.

‘역시 우리 소장님은 다르다니까!’

괜히 최고의 마이스터라 불린 인재가 아니었다.

한편, 내 한 번의 일격으로 한쪽 다리들을 완전히 잃어버린 스웹은 무게중심을 잃고서 그대로 모랫바닥에 처박혔다.

그러자 스웹들이 독침이 내게 쏟아졌다.

우두머리를 지키는 게 우선인데, 놈들이 가만히 있으면 우두머리가 더 큰 피해를 받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서 결국 나를 공격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듯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공중에서 몸을 틀면서 놈들이 날려 대는 독침들을 아주 가볍게 회피해 냈다.

레이드 시대 때 한창 몬스터들과 싸웠던 것을 떠올리면, 이 정도 공격들은 쉽게 피할 수 있었다.

독침들을 가볍게 흘려 버린 나는 마이크 끝을 그대로 우두머리 녀석의 정수리에 박아 버렸다.

그러자.

파바박!

단단했던 녀석의 머리 껍질이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것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안 좋은 직감이 들자마자 그 자리를 이탈했다.

내 예상대로.

퍼엉-!

놈의 머리가 터졌다.

사방에 고약한 몬스터의 피를 흩뿌리면서 사라진 우두머리의 머리.

몸은 그대로 생기를 잃고 힘없이 축 늘어졌다.

미친 듯이 흔들리던 적색의 방울 꼬리 역시 침묵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나는 신발 끝에 살짝 묻은 몬스터 피를 닦아 내면서 다시 제정신을 차린 헌터들을 향해 마이크를 들어 올리고서 외쳤다.

“자, 우두머리 없앴으니까, 다시 노래 불러 드리겠습니다.”

마이크로 괴물 후드려 패고 다니는 헌터 일은 이것으로 종료다.

이제 다시 본업에 충실히 임할 차례다.

* * *

내가 우두머리를 제거해 준 덕분에 헌터들은 아까보다 훨씬 수월하게 스웹들을 제압해 나갈 수 있었다.

우두머리를 쓰러뜨렸으니.

남은 잡몹들만 제거하면 되는 거여서 어려울 일이 없었다.

단지 그 숫자가 너무 많아서 나 혼자로는 도저히 힘들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 마이크를 마나 소드 손잡이가 아니라, 소리를 증폭시키는 마이크다운 용도로만 사용 중이었다.

‘나의 길’에 이어서 ‘결의’, 그리고 우리 HTB 노래와 드라마 OST곡까지. 내가 불렀던 노래란 노래는 싹 다 끌어모아서 불러 줬다.

마지막 소절이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서.

“남은 몬스터들, 모두 제거 확인했습니다.”

작전 종료를 알리는 보고가 들어왔다.

노래를 모두 끝낸 나는 아직도 내 손에 들려 있는 마이크 아이템을 내려다봤다.

“쓸 만한데?”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멋진 선물을 해 준 이철민 소장에게 보답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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