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13화 (113/250)

제29장. K-pop 합동 콘서트 (1)

요즘 특수 범죄자들의 범죄 비율이 부쩍 늘어서일까.

사람들이 많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껏 평화의 시대가 열렸는데.

말로만 평화의 시대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각국의 정부는 이런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서 헌터협회와 합심하여 치안을 강화하거나, 특수 범죄자들의 처벌을 가중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게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번 달에 비해선 많이 조용해진 거 같기도 하고.’

촬영 대기에 들어간 나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스마트폰으로 특수 범죄자 관련 뉴스들을 찾아봤다.

대전 행사장에서 벌어졌던 테러 사건 이후,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별다른 사건이 추가로 벌어지지 않았다.

‘아마 눈치를 보고 있는 거겠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덕분에 지금은 제이커를 포함해서 특수 범죄자들을 찾기 위한 감시망이 매우 촘촘하고 두꺼워져 있는 상태다.

이 상황에서 멋대로 움직였다간 바로 잡히는 수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들이 방심하는 틈을 노리는 게 좋다고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쪽이든 간에 나는 상관없다.

명확히 적이 정해져 있으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놈들을 제압하면 그만인 거 아닌가.

‘협회가 열심히 놈들을 쫓고 있다고 했으니까.’

지원 요청이 떨어지면, 그때 합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수현 씨하고 진연 씨가 내가 있는 곳으로 먼저 다가왔다.

“태오 씨, 저희, 슬슬 리딩 들어갈까 하는데, 괜찮죠?”

“예. 바로 시작하죠.”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대본을 다시 집어 들었다.

다른 배우들에게 있어서 오늘의 일정은 평소와 다름없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리딩에 들어가기에 앞서 진연 씨가 내게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태오 씨, 오늘 마지막 촬영이에요?”

“네.”

“어머,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저는 초중반에 거의 몰아서 찍었으니까요. 그래서 마지막 촬영 시기가 빨리 찾아온 거 같습니다.”

크랭크업까지는 두 달 정도 남아 있었지만, 나는 다른 배우들보다 한발 먼저 앞서서 자체 촬영 종료를 선언하게 되었다.

일찍 끝나니까 좋긴 한데.

뭐라고 해야 할까, 혼자만 덜렁 촬영을 끝내 버리니까 다른 배우들에게 약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다들 앞으로 더 고생해야 하는데, 나만 먼저 쏙 빠지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수현 씨나 진연 씨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태오 씨가 촬영 초반부터 고생을 엄청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남은 분량은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연기할 테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맞아요. 정 마음에 걸리면 가끔씩 현장에 놀러 오세요. 최 감독님도 그러시던데요, 태오 씨 심심할 때 놀러 오셔도 상관없다고.”

정말로 그럴까?

내가 한동안 심심할 거라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고.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수현 씨, 진연 씨와 함께 이런저런 잡담을 나눈 뒤에 빠르게 리딩을 진행했다.

그런 뒤, 최기호 감독이 우리들에게 곧 촬영 시작할 테니까 준비해 달라는 말을 전했다.

그동안의 촬영 스케줄 덕분일까.

이제는 카메라 앞에 서는 일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먼저 대사를 읊었다.

“놈들을 유인해 주세요. 그러면 제가 그사이에 저 게이트를 닫아 버리겠습니다.”

“저, 저희가요?”

“예. 지금은 여러분들 말고는 저에게 손을 빌려줄 사람이 없습니다.”

실제로 레이드 시대 당시, 나와 헌터들은 즉석에서 민간인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쩌다가 한두 번이 아니고, 여러 번 그랬었다.

주로 몬스터와 싸우는 건 우리들의 일이었지만,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전투에 자원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들의 도움과 희생 덕분에 우리는 내일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당황하는 반응을 보이는 진연 씨와 달리, 수현 씨가 결심을 굳힌 듯이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답했다.

“알겠습니다. 녀석들은 소리에 민감하다고 했죠? 제가 어떻게든 유인해 보겠습니다.”

“아저씨! 정말로 하실 거예요?”

“해야지! 안 하면 저 녀석들한테 얌전히 잡아먹힐래? 살아남기 위해선 발버둥이라도 쳐야 할 거 아니야!”

“…….”

수현 씨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계속해서 대사를 이어 나갔다.

“제가 하는 짓이 별거 아닌 발버둥에 불과하겠지만, 이것조차도 재오 씨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하겠습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시작된 최후의 작전.

최기호 감독이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오케이! 방금 장면, 정말 좋았습니다. 이것으로 오늘 촬영은 마칠게요.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스태프들이 내게 꽃다발을 가져왔다.

“고생 많이 하셨어요, 태오 씨!”

“이거,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꽃다발에 이어 내 이름이 적힌 케이크까지.

생각지도 못한 환송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거 대체 언제 준비한 겁니까?”

“태오 씨 촬영할 때 슬쩍 준비해 뒀죠. 마음에 드세요?”

“네. 게다가 마침 제가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네요.”

예전부터 나는 단것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초코 계열은 사족을 못 쓸 정도다.

단게 입안에 들어가야 어느 정도 머리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초에 붙은 불을 입으로 후! 불어서 단번에 껐다.

이후에 스태프들과 같이 사이좋게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그렇게 같이 고생한 제작진, 그리고 배우들과 함께 마지막 촬영의 순간을 축하하면서 오늘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다.

* * *

영화 촬영 일정이 끝남으로 인해서 내 스케줄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슬슬 2집 준비도 서둘러야 하는데, 데이브가 차후에 합류한 니암, 딜런과 함께 미국에 남아서 헌터들과 함께 제이커의 뒤를 쫓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당장 작업에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한국에는 나하고 준서만 남아 있었다.

우리 둘이서 특별히 뭔가를 할 수는 없고.

어차피 곡이 나오려면 한참 멀었으니까,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대신에 나에게 이런 제안이 들어왔다.

“미국에서 K-pop 합동 콘서트 열릴 거라고 하던데, 거기 나가 볼래?”

승훈이 형이 좋은 정보를 물어다 줬다.

“합동 콘서트?”

“우리나라 가수들이 미국으로 넘어가서 차례대로 무대에 오를 거라고 하더라. 요즘은 K-pop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폭증해서, 이런 식으로 합동 콘서트 같은 기획도 자주 나온대. HTG하고 해피모드 멤버들도 참가하고 싶다고 했어.”

“HTB는 참가 못 하잖아. 세 명이나 부재중인데.”

“너는 솔로로 나가면 되는 거 아니야? 이미 솔로 앨범도 몇 개 발표했고. 혼자서 부를 노래는 충분하잖아.”

하긴, 내 가수 생활의 시작은 솔로 데뷔였으니까.

혼자서 무대에 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안 그래도 나 역시 제이커 문제 때문에 미국에 한번 가 볼 생각이었으니까.

“알았어. 콘서트는 언제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안 정해졌어. 누가 참가할지도 조율 중이고. 아마 아티스트들 일정에 맞춰서 정해질 거 같은데. 아, 이거 물어보는 거 깜빡했네.”

승훈이 형이 수첩을 꺼내면서 물었다.

“너는 언제 한가한데?”

“나야 뭐, 영화 촬영도 끝났으니까. 늘 한가하지.”

몬스터나 특수 범죄자가 갑자기 나와서 활개를 치지 않는 이상은 당분간 일정에 여유가 넘치는 남자가 될 예정이다.

* * *

K-pop 합동 콘서트 소식이 기사를 통해 조금씩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참가자 명단이 한 팀씩 공개될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어제는 해피모드. 오늘은 HTG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덕분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다음에는 내 이름이 공개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아닌, 전혀 엉뚱한 가수 팀의 이름이 공개되었다.

어째서?

승훈이 형이 그 이유를 알려 줬다.

“너는 맨 마지막에 공개될 거래. 원래 하이라이트 무대는 가장 나중에 보여 주는 법이라나. 아무튼 그쪽에서 그렇게 말해 주더라.”

“아, 그래?”

주최 측이 사람을 아주 잘 본다.

“그럼 그때까지 나는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겠네.”

“어디 가서 미리 말하고 다니지 마. 자나 깨나 스포일러 조심. 오케이?”

“알았어.”

내가 헌터로 활동할 때 이미 몇 번 이런 비슷한 일을 저지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승훈이 형은 내게 입단속을 누차 강조했다.

다 내 업보니까, 이런 말을 들어도 내 입장에서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아, 그리고 준서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하던데.”

“준서가?”

“어, 무대에는 못 서도, 공연은 보고 싶다더라. 어떻게 할래?”

“내가 데려가고 싶다면 데려가게 해 주는 거야?”

“주최 측이 그 정도도 못 해 주진 않을 거 같은데.”

승훈이 형 말이 맞다.

게다가 준서는 HTB 멤버다.

비록 무대에 오르는 건 아니지만, 준서가 간다는 것만으로도 합동 콘서트에 많은 홍보가 될 것이다.

요즘은 유명 연예인이 보러 오는 것만으로도 마케팅 수단이 되는 시대니까.

“본인도 가고 싶다니까 뭐, 데려가지.”

“알았어. 준서한테 그렇게 말 전해 둘게.”

“대신에 가서 조용히 있으라는 약속부터 받아 내 줘.”

걔는 다 좋은데, 지나칠 정도로 활발해서 문제다.

그냥 데리고 가면, 꼭 무슨 문제를 터뜨릴 것처럼 불안하다.

승훈이 형도 내 말에 공감하는 모양인지 알겠다고 답했다.

“아, 합동 콘서트 열리기 전에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서 데이브하고 애들 볼래?”

“그것도 좋지.”

고생하고 있을 우리 팀원들을 위로해 주는 것도 이 리더님께서 해야 할 일이니까.

안 그래도 영화 촬영 끝나고 할 일이 없어서 집에서 빈둥거리게 생겼었는데.

갑자기 일이 늘어나니까 기뻤다.

* * *

k-pop 합동 콘서트에 출연할 모든 팀이 마침내 오늘로 전부 공개되었다.

마지막에 ‘태오’라는 이름이 뜨자, 여기저기서 합동 콘서트 이야기들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 지인들한테서도 연락이 왔다.

참가할 거면서 왜 비밀로 했냐고.

나도 입단속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있어야 했다는 말로 대충 얼버무렸다.

어디 보자.

‘콘서트가 바로 다음 달이라고 했지?’

오랜만에 내 솔로곡들 연습 좀 해 두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을 나와서 연습실로 향하려고 하던 순간.

“태오 오빠!”

아이리스와 딱 마주치게 되었다.

우리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아티스트들 중 유일하게 가수가 아닌 모델, 방송인으로만 활동 중인 아이리스.

종종걸음으로 내게 다가오더니, 합동 콘서트에 대한 걸 물었다.

“오빠도 K-pop 콘서트 나가는 거예요?”

“뭐, 그렇지.”

“그럼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콘서트 보고 싶어요!”

평소에도 아이리스가 K-pop에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이번 콘서트도 당연히 욕심을 낼 줄 알았다.

“알았어. 승훈이 형한테 한번 말해 보라고 할게.”

“고마워요, 오빠! 가서 뭐부터 하면 좋을지 목록 정리해 둬야겠네요. 아, 어떻게 하죠? 벌써부터 떨려서 진정이 안 되고 있어요!”

준서만 잘 관리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한 명이 더 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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