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12화 (112/250)

제28장. 테러리스트 (7)

귀를 찢을 듯한 폭발음이 잦아들고, 자욱한 먼지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갑자기 벌어진 폭발로 인해 밖에서 대기 중이던 헌터들이 다급하게 안을 살피려 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설마…… 그 테러리스트가 함정이라도 심어 놓은 건가?”

“데이브 선배님이 그 녀석한테…….”

저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상당히 위력적인 폭발이었다.

데이브와 선발대 팀이 설마 제이커가 몰래 설치해 둔 마나 폭탄에 의해 당하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는 사이.

무너진 건물 잔해 일부가 위아래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푸스슥!

온갖 먼지 가루를 뒤집어쓴 데이브가 다른 헌터들과 함께 무사히 생존한 모습을 보여 줬다.

“선배님!”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난 없어. 다른 애들부터 먼저 봐줘라. 내가 급하게 마력으로 보호막을 만들긴 했는데. 그런데도 부상이 심한 녀석들도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데이브가 만약 마나 폭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늦게 확인했다면.

그리고 반응이 아주 잠깐이라도 늦었더라면.

데이브는 둘째 치고 선발대로 함께 이곳에 진입했던 헌터들은 모두 전멸했을 것이다.

데이브도 아마 치명타를 피하지 못했을 터.

‘망할 녀석……!’

데이브는 주먹을 꽉 쥔 채 반파된 문을 내려쳤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차고 문이 반으로 쪼개졌다.

다른 헌터한테서 거울을 건네받자마자 데이브는 자신의 몰골을 살폈다.

가수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해서일까.

일단 얼굴부터 먼저 살폈다.

‘가벼운 찰과상 정도군.’

이 정도면 병원에 갈 것도 없이 힐 스킬 몇 번 받으면 순식간에 아물 것이다.

부상의 여부는 둘째 치고.

제이커한테 한 방 제대로 먹었다는 것 자체가 데이브의 짜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었다.

화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타이밍이 안 좋게도 강태오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왜, 뭐냐?”

-제이커라는 녀석, 잡았어?

데이브는 처음부터 녀석은 여기에 없었다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물로 마나 폭탄을 남겨 두고 잠적한 거 같다는 말까지 전했다.

-그거 폭발하고 어떻게 됐는데?

데이브는 설명하기 귀찮아진 모양인지 아예 화상통화로 전환해서 강태오에게 직접 현장을 보여 줬다.

“자, 이제 그 망할 호기심이 좀 풀렸냐?”

화면을 돌려 묻는 순간, 강태오의 입에서 ‘풉!’ 하는 짧은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강태오의 이런 반응을 보고서 데이브의 짜증은 더욱 솟구쳤다.

“사람을 보고 왜 웃냐, 기분 나쁘게.”

-지금 네 몰골을 보면,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을 텐데.

“…….”

그제야 데이브는 지금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뒤늦게 알아차렸다.

황급히 화상통화를 종료한 데이브는 아직도 먼지가 덕지덕지 달라붙은 짧은 금발을 마구 털어 내면서 말했다.

“제이커, 그 빌어먹을 녀석은 내가 반드시 잡는다……!”

지금 데이브의 머릿속에는 오늘의 수모를 제이커에게 그대로 되갚아 줄 생각뿐이었다.

* * *

예상은 했었다.

제이커가 아직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 집에 머물고 있진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마 협회도, 그리고 현장으로 출동한 데이브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러 이런 작전을 펼쳤던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 하니까.’

심증만 있을 뿐,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제이커의 자택으로 향했던 것이다.

덕분에 좀처럼 보기 힘든 망가진 데이브의 모습도 봤고.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통화가 끊어지자마자 승훈이 형과 이철민 소장에게 데이브한테 들었던 내용을 짧게 알려 줬다.

“녀석, 다른 곳으로 이미 도망쳤나 봐요.”

두 사람도 ‘그렇겠지.’라고 말하면서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마침 이철민 소장의 개인 연구실에 아는 얼굴이 찾아왔다.

협회장이 나와 승훈이 형을 보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어투를 들려줬다.

“너희가 협회를 찾아왔다고 해서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여기 있었군.”

“제이커에 대한 소식 들으셨습니까?”

“어, 검거하는 거 실패했다며.”

“녀석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잠적했다는 것만 확인하게 되었네요.”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 테러리스트,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각성 능력을 가진 특수 범죄자들의 행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몬스터와 싸울 일도 거의 줄어들었고.

슬슬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왔다.

협회장이 방금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우리들에게 미리 알려 줬다.

“제이커의 경우에는 오늘부로 특별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리기로 했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 전부 제이커를 수배자로 올리기로 했으니까, 조만간 녀석에 대한 소식이 계속 들어올 거야.”

“정말 그렇게 된다면 좋겠네요.”

효과가 있을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협회장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그것도 맞는 말이죠.”

세계의 적이 된 남자, 제이커.

이렇게까지 하면서 녀석이 바라는 게 대체 뭘까?

지금의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 *

오전에 영화 촬영을 마친 나는 오후에 바로 승훈이 형이 끌고 온 차를 타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얼마 전에 2집으로 컴백한 헌터걸스, HTG 멤버들과 함께 보이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HTG한테만 출연 제의가 들어왔었지만, 최근에 발생했던 특수 범죄자 사건으로 인해 나도 같이 나와 줬으면 하는 추가 요청이 들어왔다.

출연하는 대신에, 일련의 사건처럼 벌어진 최근 일들에 대해서는 너무 자세히 묻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나는 그저 주기적으로 나라는 존재를 방송으로 노출시켜서 대중에게 잊히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은 것뿐이니까 말이다.

제작진 측에서도 이런 내 제안에 찬성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라디오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출신 구종오와 미리 와 있던 HTG 멤버들이 나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안녕. 그동안 다들 잘 지냈지?”

“네, 물론이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우리들을 보면서 구종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태오 씨하고 멤버분들, 같은 소속사 아니신가요? 회사에서도 자주 만나시는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까 엄청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처럼 인사를 나누시네요.”

“제대로 보셨네요. 실제로 그렇거든요.”

서로 활동이 겹치는 일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HTB와 HTG가 앨범 활동을 하는 시기가 나뉘어 있다 보니까 자주 마주칠 일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그나마 나 같은 경우에는 HTB가 앨범 작업 준비로 쉬고 있을 때에도 솔로 활동을 계속 이어 가는 편이니까.

그래서 우리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아티스트들과도 가끔씩 오늘처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다시 한번 대본을 빠르게 체크했다.

라디오 쪽은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이렇게 부스 안에 들어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낯선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게다가 투명 유리벽 밖에는 우리를 보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플래카드와 각종 도구를 들고서 오늘 라디오 방송 힘내라는 응원을 보내오는 팬들.

그들을 향해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자 팬들이 크게 환호했다.

영화 촬영도 좋긴 하지만, 역시 관종기가 넘치는 나로서는 이렇게 사람들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무대에 서는 게 가장 즐겁다.

팬들과 좀 더 소통을 이어 가고 싶었지만, 오늘의 목적은 팬 미팅이 아니라 라디오 방송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카운트가 끝나자마자 구종오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이 흘러나왔다.

“한 주간에 핫한 소식들을 모아, 모아 여러분들의 귀에 쏙쏙 박히도록 재미있게 전해 주는 ‘3시의 헤드라인’. 오늘도 어김없이 3시 정각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은 구종오입니다. 반갑습니다!”

구종오의 소개가 끝나자, 사람들이 창밖에서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박수를 보냈다.

방음 처리가 되어 있긴 하지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환호를 지르면 소리가 마이크로 새어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걸 잘 알기에 오늘 라디오 녹음 현장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 촬영 현장에는 스태프들이 아무리 통제를 하고 조용히 해 달라고 애걸복걸해도 소용이 없던데.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우리를 보러 온 목적이 더 크기도 했지만, 평소에도 구종오가 진행하는 ‘3시의 헤드라인’의 열렬한 청취자들이기도 해서 매너가 꽤 좋은 편이었다.

“오늘 많은 게스트분들이 오셨습니다. 게스트분들하고 같이 이곳 현장을 찾아 주신 청취자 여러분들도 굉장히 많이 보이네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구종오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사람들이 아까와 달리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

지금은 소리를 질러도 되는 구간이니까.

진행자와 청취자들의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목소리만 듣고 계시는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게스트분들, 자기소개 한 번씩 부탁드려도 될까요?”

내가 HTG에게 먼저 하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나빈이가 이전처럼 먼저 입을 열었다.

“둘, 셋.”

“안녕하세요, HTG입니다!”

구종오가 뒤이어 나에게 턴을 넘겼다.

“다른 게스트분도 자기소개해 주세요.”

“태오입니다. 오늘은 그룹이 아니라 솔로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혹시나 HTB의 완전체를 기대하는 팬들을 위해 일부러 ‘솔로 참석’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HTG 여러분들은 이번에 음방 2주 연속 1위 차지하셨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 팬 여러분들 덕분이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할 테니까 지켜봐 주세요!”

멤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번 2집도 연신 대중의 호평을 받으면서 고공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중이다.

헌터들 사이에서도 데뷔 앨범보다 2집에 수록되어 있는 곡들이 더 마음에 들고 HTG의 색깔과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았다.

여러모로 더 큰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구종오가 이번에는 내 쪽으로 화두를 돌렸다.

“태오 씨도 요즘 영화 촬영 때문에 많이 바쁘시죠?”

“예, 촬영도 촬영인데, 중간에 바쁜 일이 더 생겨 버려서 골치 아픕니다.”

어차피 제이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테니까.

그래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구종오가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며 물었다.

“오늘 협회를 통해서 제이커라는 남자가 공식 수배자 명단에 올랐는데요. 이자가 지난번 대전 행사 테러의 배후가 되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태오 씨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 자리를 통해서 이거 하나만큼은 여러분들에게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강한 어조로 말했다.

“상대가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괴물이든, 미치광이 각성자든 저와 헌터들이 여러분들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 별칭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걸 나는 다시금 증명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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