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91화 (91/250)

제24장. 유대 (8)

일단은 헌터보이즈 멤버들부터 먼저 만나기로 했다.

휴게실에서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내가 최 프로듀서와 같이 오는 걸 보고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형! 아니, 이사님!”

준서가 중간에 아차 싶었는지, 빠르게 호칭을 바꿨다.

당황하는 까불이 준서를 보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

“왜, 평소에는 그냥 형이라고 마음껏 부르더니만, 이제 와서 이사님이라고 부르냐?”

“아니, 그냥…… 다른 형들도 이사님이라고 부르는데, 저만 형, 형, 이렇게 부르기가 좀 그래서요.”

“괜찮아. 그냥 형이라고 해도 돼. 같이 그룹으로 활동할 건데, 나한테 너무 깍듯이 안 대해 줘도 돼. 이건 니암하고 딜런도 마찬가지고.”

두 사람도 나에게 선배님, 아니면 이사님, 이런 호칭을 사용하곤 한다.

물론 듣기 싫은 건 아니다. 애초에 여기 헌터 매니지먼트 스태프들은 나에게 이사님이라고 부르고, 나빈이의 경우에는 아직 선배님이라고 하니까.

한번은 내가 그냥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그건 나빈이가 부끄러워서 못 부르겠다고 하면서 내 제안을 거절했다.

본인이 편한 대로 부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알아서 하라고 했다.

헌터보이즈 멤버들은 어떨까?

딜런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그럼 저는 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도요.”

니암까지 형 칭호 장착이 완료되었다.

남은 건 준서뿐이다.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은 준서의 의사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너는?”

“저도 당연히 형이 편하죠!”

“그래, 그럼. 형이라고 불러.”

나도 멤버들과 터놓고 지내는 게 더 좋다.

“데이브하고 같은 그룹 하고 싶다면서?”

데이브 이야기를 꺼내자 멤버들의 반응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저번에는 꺼내면 안 되는 사람의 이름을 꺼낸 듯한 반응이었다면.

이번에는 세 사람 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강하게 긍정을 했다.

딜런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예. 네크로맨서 사건이 끝나고 저희끼리 따로 모여서 이야기를 해 봤는데…… 솔직히 데이브 선배님, 저희 노래 후렴구 부르시는 거 굉장히 잘 어울렸습니다.”

헌터보이즈 1집의 타이틀곡인 ‘지지 않는 태양’.

나도 멤버들과 노래를 같이 들었지만, 뭐랄까…… 데이브가 불렀을 때의 느낌이 너무 찰떡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데이브가 ‘지지 않는 태양’을 육성으로 부르는 건 나도 네크로맨서 사건 때 처음 들어 봤다.

의외로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었지만, 데이브한테 미처 말은 못 했다.

최 프로듀서에게도 데이브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직접 영상으로 보여 줬다.

“역시 다섯 명이 한 그룹으로 활동할 때가 더 잘 어울립니다.”

최 프로듀서도 다시 합치는 것에 동의했다.

모두가 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당사자의 의견이다.

“일단 데이브를 만나서 다 같이 이야기해 보자.”

“네!”

멤버들과 함께 미팅룸으로 향했다.

데이브한테도 5분 뒤에 이곳으로 오라고 했으니까.

약속 시간은 잘 지키는 녀석이라서 안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들지 않았다.

내 예상대로 정확히 5분 뒤, 데이브가 우리가 미리 와서 대기 중이던 미팅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를 보자마자 데이브의 표정이 변했다.

“뭐냐. 너하고 둘이서만 만나자는 뜻인 줄 알았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 한 적 없어.”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데이브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때.

갑자기 준서와 니암, 딜런. 셋이 벌떡 일어섰다.

그러더니 데이브한테 머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달라진 멤버들의 모습에 데이브도 살짝 놀랐다.

그러나 이내 다시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너희가 잘못한 건 없다. 왜냐하면…… 나도 잘한 거 없으니까.”

정말 보기 힘든 데이브의 솔직한 면모.

시대가 달라지면서 데이브도 많이 온화해졌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처음에는 데이브가 혼자 행동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일부러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줄 알았던 헌터보이즈 멤버들.

하지만 내가 들려준 네크로맨서와의 악연 이야기로 인해서 멤버들의 이런 오해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서 멤버들이 먼저 데이브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 그룹을 짜 보자고 말을 하는 거였다.

“역시 선배님이 안 계시면 안 됩니다.”

“저희하고 같이 데뷔하시죠.”

니암과 딜런이 한마디씩을 하고, 준서는 입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두 형들의 뜻이 곧 나의 뜻임을 밝히려는 것처럼 고개만 연달아 끄덕였다.

준서는 입이 방정이니까,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는 저렇게 입 다물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브가 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

“네가 애들한테 먼저 말했냐?”

“뭐를?”

순간 데이브의 과거를 털어놓은 게 들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뜨끔했다.

그러나 데이브가 추측했던 건 전혀 다른 건수였다.

“그룹 말이야. 나하고 그룹 한번 짜 보자고 먼저 말해 보라는 식으로 닦달했냐고.”

내가 대답해 주기 전에 멤버들이 먼저 반응했다.

“아니요! 선배님, 저희가 먼저 하자고 했어요.”

“딜런 말이 맞습니다.”

멤버들의 뜻이라는 걸 알게 되자, 데이브의 표정이 아까보다 조금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강압적으로 시킨 것보다, 이렇게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게 데이브한테는 더 기분 좋을 일이니까.

나도 멤버들을 거들기로 했다.

“한번 해 보자, 데이브.”

“가만. 그러고 보니까 애들 말고 너하고도 같이 데뷔하는 거 아니냐?”

“그렇지. 5인 그룹이니까.”

“그게 제일 걸리는데.”

멤버들이 데이브의 말에 큭큭 웃었다.

이 자식이.

이제 와서 나 때문이라고 하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하나.

난 아무 잘못 없다고.

물론 찔리는 행동을 한 건 몇 개 있지만, 본인한테 안 들키면 그만 아닌가.

오랜만에 데이브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그래, 하자.”

드디어 헌터보이즈가 완전체로 돌아오게 되었다.

* * *

멤버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고.

데뷔곡까지 나오니까 이다음 준비는 일사천리였다.

마진수 트레이너의 주도하에 5인이 처음으로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들려준 마 트레이너의 첫 소감은 감탄으로 시작되었다.

“너무 잘 맞는데요? 중간중간에 실수가 몇 개 있긴 했지만, 모여서 처음으로 끝까지 안무를 맞춰 본 솜씨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헌터걸스 연습 무대를 봤을 때보다도 더 좋았습니다.”

헌터걸스도 습득력이 상당히 빠른 축에 속했다.

그런데 우리가 헌터걸스보다도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건, 그만큼 멤버 간의 합이 잘 맞았다는 것과 같았다.

데이브도 마진수 트레이너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을 전혀 못 했는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어쨌든 결과가 좋으면 그만 아니겠나.

“잘됐네요. 안 그래도 데뷔 일자 최대한 빨리 잡으려고 했는데. 이 정도면 바로 다음 달로 잡아도 문제없겠네요.”

“다음 달이면 너무 빠르지 않냐?”

데이브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데뷔에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으니까.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우리 헌터보이즈의 데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가능하다면 최대한 빨리 데뷔해야지. 그래야 이 관심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으니까.”

물론 무대 퀄리티가 1순위로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방금 마진수 트레이너가 말했듯이, 우리들의 안무는 첫 시도부터 거의 완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미 곡 작업도 끝나 가고 있고.

여기서 굳이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추가로 하나 더.

“네크로맨서 같은 놈들이 또 나올 수 있으니까, 최대한 많은 곡들을 발표해야지.”

우리가 다른 그룹에 비해서 특수한 입장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이런 결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 프로듀서도, 그리고 양 팀장도 준비 상태를 보고 데뷔를 결정하면 된다고 했으니까.

멤버들도 한창 자신감이 차올라 있는 상태다.

막내 멤버인 준서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형들! 저희는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까짓것 한번 해 봐요!”

우리 준서는 패기만큼은 SSS랭크다.

준서를 시작으로 니암, 딜런도 내 말에 동의했다.

남은 건 데이브뿐이다.

“같이할 거지?”

데이브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 하자, 해.”

역시, 우리는 한 그룹이다.

* * *

본의 아니게 HT 엔터테인먼트에는 이상한 법칙 같은 게 하나 생겼다.

HT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를 하면, 단독 쇼케이스로 아예 프로그램 하나를 편성해서 내보내 준다고.

이번에도 이 법칙은 여지없이 통했다.

내가 솔로로 데뷔할 때보다…… 아니, 헌터걸스가 데뷔할 때보다도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헌터보이즈.

우리 데뷔 쇼케이스 무대에 붙은 기업 로고들만 하더라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 이미 헌터보이즈 단독 프로그램 편성이 확정되었고. 광고며 뭐며 다방면의 분야에서 우리들을 기용하기 위한 러브 콜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회사 직원들을 나름 많이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인원들만으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늘 우리 회사 소속 가수들이 데뷔할 때마다 특별 MC를 맡았던 이빈이가 오늘도 먼저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를 쥐었다.

“국내, 아니 세계 최초 헌터 보이 그룹의 데뷔 쇼케이스에 찾아와 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진행을 맡은 MC 유이빈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콘서트 느낌으로 쇼케이스 무대를 준비했기에 객석에 수많은 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나와 데이브의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른 멤버들은 이제 막 데뷔하는 단계니까.

그래도 간혹 준서나 니암, 딜런을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도 보이긴 했다.

“오래 끌 것 없이 바로 헌터보이즈를 만나 보도록 할까요? 나와 주세요!”

우리들의 등장에 환호성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

블랙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 의상을 입고 등장한 우리들.

아이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단체 인사를 하기 위해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둘, 셋.”

“안녕하세요! 헌터보이즈입니다!”

유이빈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리더가 어느 분이세요?”

“접니다.”

당연하게도 리더는 내가 맡게 되었다.

“단체 인사가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많이 평범해 보여서요.”

“원래는 재미있는 거 많이 준비했는데, 어디 사는 모 멤버가 그런 거 못 하겠다고 해서요. 그래서 그냥 평범하게 가기로 했습니다.”

그 어디 사는 모 멤버가 누구인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알 것이다.

괜히 찔리는지, 데이브가 연달아 헛기침을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대화를 나눠 보기 전에…… 노래부터 먼저 들어 보실까요! 헌터보이즈의 데뷔곡, ‘지지 않는 태양’ 무대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우리들이 각자의 위치에 섰다.

우여곡절 끝에 첫선을 보이게 된 우리의 데뷔 무대.

그간의 고충을 우리는 노래와 춤으로 모두 털어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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