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66화 (66/250)

제20장. 쉽지 않은 준비 (1)

데이브를 필두로 최준서, 니암, 딜런, 그리고 여성 멤버들인 이사벨라, 사오리, 나빈이까지.

총 일곱 명과 계약하는 데에 성공한 나는 오랜만에 QWE 미디어를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미리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던 최재현 보도국장과 남지덕 부장이 세상 밝은 미소로 우리들을 환영했다.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 자,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 남 부장, 난 태오 씨 데리고 사무실로 미리 가 있을 테니까 마실 거라도 가져와 줘.”

“예, 국장님.”

내가 QWE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인류가 한창 게이트와 몬스터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였다.

그때는 몬스터, 헌터, 아이템을 전문으로 다루던 작은 언론 매체에 불과했었는데.

지금은 빌딩 하나를 통째로 자기들 사무실로 사용할 정도로 규모가 굉장히 커졌다.

“회사가 많이 성장했네요.”

“이게 다 태오 씨 덕분이죠. 태오 씨가 저희한테 슬쩍 특종거리를 하나씩 던져 주고 가셔서, 그 덕분에 이곳저곳에서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관심이라 쓰고 투자라고 읽으면 될 거 같다.

QWE 미디어만 특별히 생각을 해서 일부러 도와준 건 아니었다.

그냥 유독 입이 근질근질할 때, 이상하게 QWE 미디어 소속 기자들만 그 현장에 있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QWE 미디어와 연을 계속 이어 갈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최재현 보도국장도 내가 가끔 기분이 좋아지면 입꼬리에 위치한 자크가 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진작 눈치를 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어쩌다 한 번씩 QWE 미디어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해 주기도 했고.

그게 회사의 성장에 꽤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니까 괜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저도 QWE에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죠. 원하신다면, 실제로 양도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냥 농담으로 해 본 말이에요.”

웃자고 했던 말이 자칫 실행으로 옮겨질 뻔했다.

최 국장이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뭐, 내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연예계에 진출했을 때에도 이래저래 나에 관한 좋은 기사들을 많이 내보내 주기도 했고 말이다.

필요할 때 서로 돕고 도우면서 살아가는 거지, 뭐.

세상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

나와 승훈이 형, 그리고 양석정 팀장이 나란히 기다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맞은편에는 최 국장과 남 부장이 앉았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한 쪽은 QWE 미디어가 아닌 우리였다.

최 국장이 설렘이 가득한 눈빛으로 우리들을 바라봤다.

“혹시 저희의 도움이 필요하신 겁니까?”

“예. 특집 기사를 내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QWE 미디어만 한 곳이 없을 거 같아서요. 그래서 국장님한테 제가 직접 연락을 드렸던 겁니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했었던 최 국장.

그래서 이런 자리를 요청한 거였다.

최 국장은 흔쾌히 알겠다고 답했다.

“혹시 최근에 계약하신 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까?”

우리 회사가 데이브를 제외하고 홍나빈 외 다섯 명과 새롭게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는 건 외부에 비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국장은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정보가 새어 나갔다기보다는.

“조사를 해 보셨나 보네요.”

“예. 태오 씨도 아시겠지만, 제가 궁금한 게 있으면 어떻게든 알아내려고 하는 습관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대신에 저하고 남 부장만 알고 있고, 나머지 직원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최재현 국장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니까 믿어 주기로 했다.

우리가 알고 지내 온 기간이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애초에 최 국장이 마음만 먹었더라면 언제든 이 계약 건에 대해서 기사로 내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국장은 그러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최 국장이 방금 한 말을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알고 있다고 해도 딱히 상관은 없다.

최 국장이 말한 대로, 오늘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거니까 말이다.

“최근에 헌터들 사이에서 제 노래에 버프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거, 아시죠?”

QWE 미디어라면, 이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애초에 헌터 관련 소식으로 기사를 내보내며 먹고살았던 게 이곳이니까 말이다.

최 국장과 남 부장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인정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조만간 협회 측에서 정식으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거론할 겁니다. 그리고 저처럼 노래로 헌터들에게 버프를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같이 발표할 겁니다.”

“그 사람들이 설마…….”

“이번에 저희가 계약한 헌터들입니다.”

다른 업체들이 노래 버프 능력을 가진 헌터들을 빼 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독식해 버렸다.

그래서 일부러 이 발표를 늦춘 거였다.

최 국장이 나를 보면서 작게 웃었다.

“태오 씨, 못 본 사이에 사업가가 다 되셨군요.”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되더라고요. QWE 미디어 측에서는 저희가 이 헌터들과 계약 맺었다는 걸 대대적으로 보도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분들도 태오 씨처럼 데뷔하는 겁니까?”

“예. 아직 한참 멀었지만요. 저도 포함해서 그룹 활동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일단은 저희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헌터들의 보컬, 댄스 그리고 각종 분야들을 세분화해서 측정을 해 보고 판단할 겁니다. 그다음에 좀 더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이거 참…… 여태껏 많은 연예 기획사들을 봐 왔지만, 대표님이 이끄는 HT 엔터테인먼트처럼 특이한 연예 기획사는 없었습니다. 헌터 겸 가수라.”

레이드 시대가 낳은 특이한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뭐, 그래도 이 덕분에 예전에 내가 목표로 삼았던 가수라는 꿈을 이루게 되었고.

이래저래 난 좋다.

* * *

QWE 미디어에 미리 말을 했듯이, 계약 건에 대한 기사가 바로 인터넷에 업로드되었다.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데이브와 나빈이를 제외한, 나머지 헌터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신상 정보를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럴 때에는 내부에서 적당한 신비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서였다.

가수로서 멤버들의 능력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 프로듀서, 신유화 트레이너, 그리고 마진수 트레이너를 대동하고 연습실을 찾았다.

멤버들이 모두 모여 있는 연습실을 보면서 나는 눈을 의심했다.

“뭐야. 데이브, 너도 와 있었냐?”

“니가 오라고 했다며.”

데이브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채 몸을 풀면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라고는 했지만, 솔직히 정말로 올 줄은 몰랐다.

내 말에 따르는 걸 지독히도 싫어하는 녀석이라서 불참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몸풀기에 집중하는 데이브를 대신해서 나빈이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대신 설명해 줬다.

“계약으로 명시된 관계니까 거기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데이브가 참 마음가짐은 좋다.

본인이 한 말에 책임은 지는 편이니까 말이다.

요즘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데이브 정도면 선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입만 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데이브의 노래 실력은 미리 들어 봤기에 어떤지 잘 안다.

하지만.

“아직 데이브가 춤추는 건 본 적 없는데.”

데이브의 이마에 작은 ‘혈관 마크’가 새겨졌다.

“내가 네놈 앞에서 춤출 일이 언제 있겠냐.”

“지금.”

“…….”

오늘은 헌터가 아닌 가수로서의 역량을 알아보는 자리다.

그래서 일부러 안무트레이너까지 대동해서 온 거다.

물론 데이브도 잘 알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내가 어떠어떠한 일들로 멤버들을 소집했다는 것을 통보했으니까 말이다.

“춤은 나중에 보고, 일단은 보컬부터 먼저 확인해 볼까요?”

데이브가 부담스러워하는 거 같아서 내가 일부러 차례를 옮겨 줬다.

데이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 연달아 움직였다.

하여간 웃긴 녀석이라니까.

다른 멤버들도 갑자기 몸을 움직이는 것보단 일단 노래로 먼저 분위기에 적응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 준서부터 한번 보자.”

“네!”

이번 오디션은 굉장히 특이하다.

원래부터 가수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오디션을 보는 게 아니라 헌터였다가 가수가 되어야만 하는 사명을 띤 사람들을 데리고 오디션을 보는 거였기 때문에 사실 기대치와 기준치, 모두가 낮다.

최 프로듀서도. 그리고 보컬, 안무트레이너들과 관계자들도.

모두가 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준서가 마이크를 들었다.

시작하기 전에 내가 먼저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서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노래는 잘 불러?”

“예! 친구들 사이에서 잘 부른다고 칭찬 많이 받았습니다.”

“그럼 한번 들어 볼까?”

이미 멤버들로부터 선곡은 받아 둔 상태였다.

신유화 트레이너가 직접 키보드로 반주를 넣어 줬다.

준서가 택한 노래는 ‘사랑이 어쩌면 그러니’라는 곡으로, 남자들이 노래방에 가면 꼭 한 번쯤은 부르는 정석 같은 노래라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고음 파트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마이크를 들고 천천히 첫 소절을 시작하는 준서.

첫 느낌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게~ 도오올아와아아~!!!”

고음 파트로 들어가니 역시나.

목소리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최 프로듀서가 억지 미소를 띠며 펜으로 끄적끄적 뭔가를 적었다.

내용은 안 보였지만, 왠지 뭐라고 썼는지는 알 것 같다.

이건 틀려먹었구만.

노래가 끝나자, 준서가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에 준서한테 꼬리가 달려 있었다면, 아주 격하게 움직이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제 점수는요.”

내가 먼저 입을 열기로 했다.

“10점.”

“10점 만점이에요?”

기대감이 폭발하는 준서의 목소리.

녀석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100점 만점에서.”

“……그것밖에 안 줘요?”

“너는 가수로 정식 데뷔를 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엄격하게 평가해야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최 프로듀서와 신유화 트레이너, 마진수 트레이너, 그리고 기타 다른 관계자들 역시 점수를 매겼다.

5점. 6점. 7점. 4점.

내 10점이 가장 높은 점수였다.

실망이 꽤 컸던 모양인지, 준서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시무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유화 트레이너가 웃으면서 우리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래도 비주얼이나 리액션 같은 건 합격이네요. 귀여워요.”

“저게요?”

“어머, 귀엽지 않나요?”

“글쎄요.”

남자와 여자가 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신유화 트레이너가 저렇게 말을 할 정도면, 여성 팬들은 확실히 많이 끌어들일 수 있을 거 같다.

‘문제는 보컬 실력인가.’

내가 먼저 멤버들과 계약하자고 꼬드기긴 했지만.

쉽지 않은 준비 과정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도 매우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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