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34화 (34/250)

제10장. 인기 스타로 향하는 길 (2)

오늘도 안무 연습을 위해 회사로 출근해 연습실로 향했다.

새벽부터 가볍게 땀을 흘린 나는 곧 10시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미리 샤워까지 마쳤다.

옷을 갈아입고 승훈이 형이 기다리고 있을 픽업 장소로 향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승훈이 형이 내게 커피 음료 하나를 건넸다.

“자, 이거.”

카페에서 막 사 온 음료도 아니고, 편의점에서 사 온 것처럼 보이는 기성 제품이었다.

심지어 내가 평소에 잘 안 마시는 거기도 했다.

“이건 언제 사 온 거야?”

“어제부터. 잊었어? 너, 그 커피 광고 찍기로 한 거. 어제 영업팀이 우리 회사 들른 김에 HT 엔터테인먼트 전 직원에게 커피 한 상자씩 쫙 돌리고 갔어.”

“아, 그랬어?”

그동안 나는 이철민 소장을 만나러 잠깐 자리를 비웠던 터라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조금 있다가 기자들하고 네 팬들이 출근길 사진하고 영상 찍으려고 방송국에서 엄청 대기하고 있을 거잖아. 그때 이 커피 들고 마시면서 가면 돼.”

“벌써부터 PPL 들어가는 거야?”

“뭐, 그렇지. 대신에 너무 노골적으로 광고라는 거 티 내지 말고. 정말 우연히 커피 사서 마시는 척해. 요즘은 ‘자연스러움’이 콘셉트라고 하니까. 그리고 의류 업체 쪽에서도 협찬 제의 들어왔거든. 안 바쁘면 거기도 같이 미팅 한번 해 보자.”

밀려드는 광고 제의.

업체들은 나를 원할 수밖에 없다.

세계를 구할 노래를 부르는 가수, 태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내게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이 기회를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영업, 홍보팀이 있을까 싶다.

웬만한 대기업들은 벌써부터 앞다투어 경쟁에 들어갔다.

덕분에 승훈이 형이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에 네 첫 가요 프로그램 출근길 영상 뜬 거, 기억하지?”

“기억 못 할 수가 없지.”

다른 연예인들은 복장이며 메이크업이며 헤어며 기합 단단히 주고 왔는데, 나 혼자서 동네 편의점 가듯 허름한 차림으로 와서 굉장히 민망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날 업로드되었던 출근길 영상 중에서 나를 촬영했던 영상이 가장 조회 수가 높았다.

화제성 또한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날 네가 입었던 옷, 품절 대란 떴더라. 기업들이 그거 보고 눈이 뒤집혀서 너하고 광고 계약 맺으려고 난리가 난 거야.”

“이놈의 인기는 사그라들지가 않네.”

“사그라드는 건 몰라도, 어느 정도 잠잠해지려면 적어도 몬스터들이 씨가 말라야 할 거다. 아, 그렇지. 이 소장한테 갔던 건은 어떻게, 잘 해결됐어?”

“딱히 문제가 있어서 간 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새로운 거 또 알아낸 거 있나 싶어서 가 본 거였다.

아직까지는 딱히 없다고 한다.

대신에 신경이 쓰일 만한 게 하나 있었다.

“기자들이 연구소에서 정보 좀 얻어 내려고 계속 시도하고 있대.”

“왜?”

“내 노래에 대해서 뭔가 특종거리가 없나 기웃거리는 거지, 뭐. 그래서 이 소장도 연구원들한테 기자들과 일절 접촉하지 말라고 매번 당부하고 있다는데…… 솔직히 외부에 정보가 새어 나가는 걸 막을 수는 없을 거 같아.”

“영원한 비밀은 없는 거니까. 너하고 치고받고 싸웠던 그 드래곤 녀석도 원래는 일반인들에게는 철저하게 비공개였잖아? 그런데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 드래곤이 게이트를 연 원흉이라는 정보가 일반 사람들한테 다 퍼졌었지.”

어차피 내 노래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나중에 밝혀져도 큰 타격이 없는 정보이긴 하다.

대신, 시기를 잘 조율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혹시 모르니까 태오, 너도 사람들한테 막 떠들고 다니진 말고. 그러고 보니 데이브, 그 녀석도 안다고 했었지?”

“어.”

“이게 문제네. 그 녀석이 네 말에 얌전히 협조해 주진 않을 거잖아.”

“아니, 그래도 데이브는 입이 무거운 편이야. 그리고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는 녀석이니까, 멋대로 소문 퍼뜨리고 다니진 않을 거야.”

그리고 데이브가 만약에 정말 그런 타입이었다면, 나는 진작 녀석을 버렸을 것이다.

겉보기와 다르게 나는 데이브를 높게 평가한다.

우리 귀여운 후배, 나빈이만큼 말이다.

“슬슬 방송국 보이네.”

“그러게. 여기서부터 내려서 걸어가야 할 거 같은데. 괜찮지?”

“어. 오늘은 옷 제대로 입고 왔으니까.”

내겐 나름의 설욕전이나 다름없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무수한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번쩍번쩍. 시야를 가리는 빛에 제대로 눈을 뜨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대기 중이던 스태프가 내게 세모 표시로 바닥에 붙어 있는 테이프 위를 가리켰다.

“저기 서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자리에 서자, 기자들이 내게 다양한 포즈를 요구했다.

“태오 씨! 여기 손 한 번만 흔들어 주세요!”

“양팔로 하트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손가락 하트도 부탁드립니다!”

요즘 유행하는 포즈들은 다 취해 달라고 했다.

못 들어줄 것도 없었기에 기자들이 원하는 대로 해 줬다.

짧은 포토 타임을 마치고 들어가려는 순간.

내 뒤로 또 한 대의 차량이 도착했다.

나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누굴까?

덩달아 나도 궁금해졌다.

공교롭게도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이빈 씨! 마스크 좀 벗어 주세요!”

“자 자, 여기 보시고!”

“이쪽도 한번 봐 주세요!”

내 데뷔 쇼케이스에서 MC를 맡아 줬던 여성 가수 겸 배우.

이빈 씨가 빠르게 포토 타임을 마치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태오 씨.”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선배님.”

“어휴,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고 했잖아요. 그새 잊으신 거예요?”

데뷔 쇼케이스가 끝나고 짧게 가졌던 회식 자리에서 나와 이빈 씨는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저하고 태오 씨하고 동갑이니까 서로 편하게 지내기로 했었는데, 그것도 기억 안 나세요?”

“기억이야 하는데, 이빈 씨가 그래도 저보다 선배님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거 일일이 안 따지니까 너무 신경 안 쓰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태오 씨랑 친해지는 일인데, 제가 더 영광이죠. 그러니까 저희,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요. 오늘 녹화도 같이 힘내고요.”

쇼케이스의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하기야, 이빈 씨 덕분에 내 데뷔 쇼케이스가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본인도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여기서 선을 긋기도 좀 그랬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이빈 씨.”

“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과 미리 친분을 다져 놓으면 나쁠 건 없으니까.

오늘은 왠지 녹화가 잘 풀릴 거 같은 느낌이 든다.

* * *

데뷔를 했으니 앨범 홍보를 위해 방송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아무리 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헌터 강태오’로 유명한 거지, ‘가수 태오’로 유명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헌터로 생각하고 있다.

가수 활동도 병행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택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방송 출연이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들을 위주로 일정을 정리했다.

덕분에 오늘 이렇게 이빈 씨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빈 씨에 이어서 또 한 명, 재회의 기쁨……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방송에서 다시 보게 된 인물이 더 있었다.

바로 데이브였다.

“넌 또 왜 왔냐?”

아주 당당하게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데이브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어투가 새어 나왔다.

물론 데이브도 마찬가지였다.

“네 녀석 감시하려고 나왔다, 왜?”

“무슨 감시를 하려고?”

“여러 가지.”

하여간 이 츤데레 녀석.

사실은 나와 같이 방송 활동을 하는 걸 즐기는 게 아닐까?

본인한테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라고 반응할 게 뻔했기 때문에 일부러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아는 얼굴이 많으면 나야 편하긴 한데.

하지만 데이브는 예외다.

얘는 오히려 내 방송 활동을 방해할 거 같은 느낌이다.

그래 봤자 승자는 내가 되겠지만 말이다.

우리 말고도 두 명의 게스트가 더 있다.

다른 쪽은 아예 연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이렇게 데이브처럼 옥신각신하면서 대화를 나누기에는 좀 그렇다.

‘나중에 인사나 한번 하러 가면 되겠지.’

가요 프로그램 녹화 이후에 가수 선배들한테 인사를 다니기가 상당히 애매해졌다.

커스티 때처럼 인사하러 갔다가 극진하게 대접받고 올까 봐.

이게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참…… 그렇다고 인사를 안 갈 수도 없고.’

입장이 난처하다.

그러나 천만다행하게도 이 고민은 PD가 직접 출연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한 명씩 소개를 시켜 주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가수로 데뷔하게 된 태오입니다.”

나에 대해 모르는 이들은 없는 모양인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 열렬히 날 환영했다.

이어서 이빈 씨와 데이브, 그리고 우리들과 같이 출연하게 될 게스트 두 명이 자기소개를 마쳤다.

나와 데이브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세 명은 왜 우리와 같이 섭외되었는지가 궁금했다.

대본을 봤을 때에는 어느 한 공통점으로 엮여 있어서 이렇게 다섯 명을 섭외했다고 하던데.

‘공통점이 안 보이는데?’

이빈 씨는 나와의 접점이라고 해 봤자 데뷔 쇼케이스 MC 맡아 준 게 다고. 다른 두 출연자들은 심지어 직업이 배우로, 나와 활동하는 분야가 완전히 달랐다.

PD한테 슬쩍 물어보려고 했지만.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사소한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넘기기로 했다.

녹화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게스트들은 무대 뒤에서 미리 대기했다.

처음에는 스튜디오 촬영으로 오프닝을 끊고.

게스트를 소개한 다음에 약간의 토크 타임을 가진 뒤, 무대를 야외로 옮길 예정이다.

신호와 함께 슛.

메인 MC와 고정 패널들이 활기차게 함성을 지르면서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다.

“한 주간의 마무리를 저희와 함께 즐기시기 바랍니다. 금요일 밤의 탁월한 선택! 파티~ 서클!”

MC의 선창에 따라 출연진이 다 같이 입을 모아 ‘서클’ 부분을 따라 외쳤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무대를 비추기 시작했다.

능수능란하게 멘트를 이어 가는 진행자와 패널들.

가수들의 무대 같은 경우에는 준비한 것들을 일방적으로 팬들에게 보여 준다는 느낌이 강한데.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서로의 티키타카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오늘의 게스트들을 모셔 볼까요? 큰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우리 다섯이 입장함과 동시에 신나는 브금이 깔렸다.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

자기소개라면 이제 이골이 날 정도였지만, 그래도 나는 미소를 유지하면서 짧게 소개를 마쳤다.

다섯 명 다 방송에 익숙한 사람들이었기에 중간에 말실수를 한다든지 그런 건 없었다.

진행자가 우리 다섯 명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실은 이분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십니까?”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잘됐다.

“‘헌터’라는 분야와 밀접한 공통점이 있다는 건데요. 태오 씨나 데이브 씨는 말할 필요도 없고. 같이 나오신 용태 씨하고 황연 씨는 본인들이 헌터는 아니지만, 친척분들 중에 헌터로 활동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잠깐만.

그렇다면 설마, 이빈 씨도?

“그리고 유이빈 씨의 경우에는, 동생분이 헌터로 활동하고 계시죠?”

“네.”

이빈 씨가 나조차도 몰랐던 깜짝 비밀을 공개했다.

“홍나빈이라고, 제 여동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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