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33화 (33/250)

제10장. 인기 스타로 향하는 길 (1)

포부가 너무 당찼던 걸까?

헌터들을 전부 내 팬으로 만들면 된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특히 데이브의 반응이 가장 격했다.

“X랄하네. 네 팬 따위가 될 바에야 차라리 그 자리에서 혀 깨물고 죽는다, X끼야.”

이철민 소장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벌써부터 안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뭐, 한 명 정도는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헌터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데.

데이브 한 명은 예외로 쳐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데이브는 굳이 내 노래를 통해서 버프를 받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니까.

물론 나보다는 약하겠지만 말이다.

실험을 마무리 짓고 투덜거리는 데이브와 같이 테스트실에서 나온 나빈이가 우리에게 이런 말을 들려줬다.

“그런데 굳이 선배님이 헌터들을 팬으로 만들겠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헌터들에게 이런 사실을 전부 오픈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사람들이 싫어도 억지로 선배님의 노래를 즐겨 들으려고 노력할 거 아니에요.”

이철민 소장이 홍나빈의 의견에 곧바로 반론을 제기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억지 팬심으론 버프 효과를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그……래요?”

“예. 실제로 태오 씨의 노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과, 좀 더 극단적으로 가서 아예 싫어하는 사람들을 따로따로 섭외해서 나빈 씨가 말한 것대로 하고 실험을 해 봤습니다만…… 둘 다 버프 효과는 없었습니다.”

이 소장의 말을 다시 해석해서 풀이하자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팬심이 아니라면, 버프 효과를 받기 어렵다는 뜻인가요?”

“예, 맞습니다.”

나빈이야 헌터 생활 때부터 나를 잘 따르고 좋아하던 후배였으니까 버프 효과를 받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브 같은 케이스는 죽었다 깨어나도 내 버프 효과를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데이브는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노래 버프 따윈 없어도 충분히 싸울 수 있어.”

“그건 네 생각일 뿐이고.”

A랭크 이하의 헌터들에게는 내 버프가 정말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S랭크인 나빈이조차도 내 버프를 등에 업고 데이브와 호각으로 겨룰 정도까지 강해졌으니까.

만약에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훨씬 적은 피해로 몬스터들의 침공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모르지 않는가.

“게이트가 다시 열릴 수도 있으니까요.”

뼈를 때리는 이철민 소장의 묵직한 한마디에 데이브는 금세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찾아온 평화의 시대인데.

그걸 다시 괴물 녀석들에게 얌전히 헌납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쉬운 길이 있긴 하지만, 그 길이 막다른 곳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한다면.

어려운 길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역시, 아까 제가 말했던 대로 헌터들을 전부 제 팬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겠네요.”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물론 헌터들만 가려서 팬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내 팬이 되게끔 영업을 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내가 매력적인 톱스타가 되면 그만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는 비밀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헌터들한테는요.”

“네?”

나빈이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헌터들한테 공유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요?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으니까, 가급적이면 선배님의 노래를 잘 좀 들어 달라고 호소할 수 있잖아요.”

“아니, 나는 다르게 생각해.”

만약에 이 정보를 공개한다면.

그러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헌터들에게는 ‘어거지’로, 자신들을 팬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편견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나, 강태오에게 스며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데이브, 너도 비밀 지켜 줘야 한다.”

“알고 있어, 짜식아. 나, 그렇게까지 생각 없는 놈 아니야.”

이건 나 개인적인 득을 위한 일이 아니다.

넓게 보면 나라를…… 아니, 세계를 구하는 일이다.

그러니 데이브도 협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녀석이 머리를 거칠게 긁적이면서 불평불만을 흘렸다.

“차라리 여기 오지 말 걸 그랬네.”

이왕 들어 버린 거 어찌하랴.

나와 한배를 탔다고 생각해야지 뭐.

* * *

헌터들한테는 비밀로 해 달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협회장이나 우리 BOO 연 대표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협회장한테는 이철민 소장이 직접, 그리고 우리 연 대표에게는 내가 따로 말을 해 주기로 했다.

설명만 들어서는 당연히 안 믿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장이 우리들에게 보여 줬듯이 영상 자료까지 같이 첨부해서 연 대표에게도 보여 주기로 했다.

아침에 회사로 출근한 나는 혼자서 연 대표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오전 9시 반.

최상층에서 대기 중이던 연 대표의 비서실장이 나를 보자마자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강태오 님.”

“대표님 계시지?”

“예. 근데 무슨 일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오셨습니까?”

“중요한 말이 있어서.”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연 대표 사무실에 먼저 들어갔다가 나온 비서실장이 나를 바라보며 문을 열어 줬다.

“들어오시랍니다.”

“땡큐. 그리고 대표님하고 둘만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잠깐만 자리 좀 비켜 줘. 혹시 모르니까 오는 사람들 있으면 밖에서 대기해 달라고 하고.”

“예, 알겠습니다.”

내 이런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연 대표는 헛웃음을 흘렸다.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길래 그렇게까지 해?”

“세계의 운명이 달려 있는 빅 뉴스거든요.”

미리 떡밥을 깔아 놓은 나는 어제 이철민 소장한테 받은 자료들을 모두 보여 줬다.

실험 영상까지 싸그리 다.

자료를 모두 확인한 연 대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침묵, 그리고 또 침묵.

난생처음 겪어 보는 일에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때는 나빈이도, 데이브도, 그리고 승훈이 형도 지금의 연 대표와 똑같은 반응이었으니까.

아마 협회장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연 대표가 머리를 여러 차례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네 노래가 헌터들에게 버프를 줄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이 버프를 받으려면, 네 팬이 되어야 한다는 거고.”

“예, 그렇습니다.”

“나 참,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그렇게 말하면서 연 대표는 실제로 자신의 볼과 허벅지를 번갈아 가면서 꼬집었다.

돌아오는 것은 ‘아야야!’ 하는 소리와 통증뿐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입니다.”

“대체 왜? 어째서 네 노래에 이런 능력이 깃들게 된 건데?”

“글쎄요. 아마 노래 실력 키운답시고 받았던 특훈 때문이지 않을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각성할 때 저에게 그런 능력이 숨겨져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아무리 분석하고 연구해도 원인은 알 수 없다.

애초에 몬스터나 게이트, 아이템 같은 것도 아직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투성이다.

내 노래에 감춰진 힘이 이제 와서 밝혀졌다고 한들, 이것들에 비하면 이상할 건 전혀 없다.

왜냐하면 다 비과학적이고 이상한 것들뿐이니까.

부정하고 싶어도 어쨌든 결과는 나왔고.

그러면 우리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활용해야죠. 제 노래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노래라는 게 밝혀졌으니까요.”

“근데 이거, 헌터들한테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며.”

“네.”

“오히려 알리는 게 좋지 않아? 아무리 네게 반감을 드러내는 헌터가 생길지 모른다 할지라도, 애초에 그런 반감을 드러내는 헌터는 처음부터 너를 싫어했을 가능성이 큰데. 그러면 네 팬이 될 확률도 매우 낮고. 차라리 처음부터 다 오픈하고, 너한테 호감도가 높은 헌터들만 따로 부대를 편성하는 게 더 좋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율적일 거 같은데.”

역시 연 대표.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나도 이미 이것까지 다 생각해 뒀다.

“어차피 제 노래가 헌터들에게 버프를 줄 수 있다는 건 조만간 자연스럽게 밝혀질 거예요.”

이것저것 온갖 명분을 다 붙여서 몬스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내 노래를 틀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헌터들 중에서 윤혜미 헌터처럼 내 팬임을 자처하는 헌터도 있겠지.

그러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내 노래를 들으면, 전투력이 상승한다는 것을.

“사실을 알아차린 헌터들을 중심으로 점점 소문이 퍼져 나갈 겁니다. 그러면 협회 측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밝히게 되겠죠.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내 손으로 나 자신을 가리켰다.

“제 입으로 이런 사실을 ‘먼저 퍼뜨리지 않을 것’. 마치 저조차도 몰랐던 것처럼, 우연히 알게 되는 시나리오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반감을 좀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청개구리 심보를 가지고 있거든요. 하라고 하면 안 하고 싶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고. 그런 거 말이에요.”

“하긴. 처음부터 ‘일단 내 노래, 버프 줄 수 있으니까 그냥 팬이 되세요.’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저들이 알아서 눈치채게끔 만드는 게 자연스럽긴 하지.”

“그렇죠. 그리고 그 약간의 시간 동안 윤혜미 헌터의 경우처럼 실제로 제 팬이 되어 줄 헌터들도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최대한 작위적이지 않게 헌터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강요하고 강압적이면 안 된다.

한 명이라도 더 내 노래가 지닌 버프 효과를 받을 수 있는 헌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물론 헌터들뿐만이 아니다.

“일반 대중에게도 많이 어필을 해야죠. 그래야 제가 계속 방송 활동을 하고, 음반을 내고, 그럴 테니까요.”

“짜식, 머리 많이 굴렸구만.”

몬스터를 다 퇴치하고 나면, 다시 연예계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그 훗날을 위해서라도 나는 이번 기회에 가수로서 내 인지도를 쭉 상승시켜 둘 생각이다.

어차피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내 성공이 BOO에게도 득이 될 테고.

내게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오케이, 알았다. 그러면…… 아, 그 전에 이것부터. 협회장님도 알고 있는 거지?”

“예, 이미 정부 인사들하고 미팅 잡으셨을 겁니다.”

회의 내용은 아마 이럴 것이다.

강태오를 세계 최고의 톱스타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걸 국가 단위로 밀어붙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뜨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지구가 몬스터들한테 멸망할지도 모르니까.

연 대표는 다시 생각해도 이 상황이 기가 막힌 모양인지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면 국내, 국외 팬들이 보는 프로그램들 위주로 계속 너를 내보내야겠네.”

“그래야겠죠?”

“뭐…… 일정 잡긴 편하겠다. 대통령이나 장관급이 나서서 너 출연시키라고 할 텐데, 그거 면전에서 대놓고 거절할 간 큰 방송국은 없을 테니까.”

나는 그저 열심히 방송 활동만 하면 된다.

물론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가끔씩 때려잡으러 가면 되는 거고.

“이철민 소장이 제 노래에 대해서 계속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추가로 밝혀지는 거 있으면 우리한테 바로 연락이 올 겁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집에 가서 쉬게?”

“아니요.”

쉴 틈이 어디 있나.

“가서 무대 연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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