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4화 (24/250)

제7장. 계획 수정 (3)

세이렌의 광폭화 버프가 머들린 무리를 강화시켜 주기 전에 내 노래가 한발 먼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겪었던 경험 때문일까.

이번에는 음향 장치에 대해 제대로 신경을 쓴 모양인지 이전보다 훨씬 더 크고 짱짱한 사운드를 자랑했다.

그 때문인지 내가 직접 노래를 불렀을 때보다 훨씬 더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왔다.

세이렌과 내 노래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머들린 무리.

데이브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태오 녀석의 노래가 진짜로 효과가 있다니.

이전에는 믹싱조차 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후반 작업만 제외하고 거의 완성 단계였기에 더 효과적인 것 같았다.

이 소장이 아예 몸을 돌려 내 쪽으로 틀었다.

“노래의 완성도에 따라 차이가 좀 나는 모양인가 보군요.”

“이 소장도 그렇게 생각하죠?”

“예. 다만, 실험을 좀 더 해 봐야 알겠지만요.”

이 소장의 말대로 단 한 번의 사례만으로 모든 걸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걸 떠나서, 내 가설이 독일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매우 만족스럽다.

이 틈을 타서 헌터들이 빠르게 머들린 무리의 숫자를 줄여 가기 시작했다.

데이브도 한국에서 사용했던 화염창을 들고 한 마리씩 숨통을 끊어 갔다.

“아아, 데이브, 너는 잡졸 죽이지 말고, 대장부터 노려라. 세이렌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니까.”

-알고 있어. 그리고 나한테 명령하지 마라.

데이브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이 바로 남한테 훈수를 듣는 일이다.

그리고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나고.

싫어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니까 짜증이 무려 두 배!

데이브가 짜증을 내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도 할 말은 해 주는 게 좋다.

데이브도 좋고 싫고를 떠나서 내 말이 맞다는 걸 인정을 하는 모양인지 머들린 학살쇼를 그만두고 세이렌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세이렌 한 마리는 데이브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각성 등급이 B등급 이하인 헌터에게는 위협적인 몬스터겠지만, S등급 이상의 헌터에게는 그렇게까지 위험한 녀석은 아니다.

그리고 데이브는 헌터 랭킹 2위에 빛나는 녀석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가 없을 때에는, 저 녀석이 왕이라는 뜻이지.’

데이브의 창끝에서 강렬한 불길이 회오리쳤다.

전광석화처럼 접근해 오는 데이브의 속도를 따라잡을 머들린은 없었다.

세이렌 바로 앞까지 도약한 데이브.

내 노래에 한번 크게 당황하고, 데이브의 강함에 두 번 당황한 세이렌은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다.

푸욱-!

창이 세이렌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했다.

그것만으로도 녀석에게는 치명타다.

-괴물 새끼가!

철컹! 소리와 함께 데이브의 창끝이 넓게 펼쳐졌다.

확장된 틈새 사이로 아까보다 더 강렬한 화염이 형성되었다.

퍼엉!

가까이에서 폭발에 휘말린 세이렌의 몸이 거의 절반 가까이 타 버렸다.

그러나 방심해선 안 된다.

헌터 교육을 받으면서 교관들이 늘 강조했던 첫 번째.

몬스터의 숨통을 완전히 끊을 때까지 이겼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데이브도 그걸 머릿속에 각인해 둔 모양인지 다시 한번 화염 폭발 기술을 시전했다.

퍼버버벙!

2연타 콤보.

남은 세이렌의 잔해가 모조리 재가 되어 사라졌다.

세이렌이 없으면, 머들린 놈들은 약한 잡몹들에 불과하다.

헌터들의 일방적인 퇴치가 시작되었다.

창에 묻은 세이렌의 피를 털어 낸 데이브가 전장을 바라보면서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야, 강태오.

“또 왜.”

언제부터 나와 이렇게 친하게 지냈다고 자꾸 말을 거는지 모르겠구만.

데이브가 퉁명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이제 네 노래 안 틀어도 되지 않겠냐? 세이렌도 죽었는데.

“에이, 왜 그래. 섭섭하게. 오늘 처음으로 완성곡 공개한 자리인데, 좀 더 틀게 해 줘.”

-망할 녀석.

듣기 좋잖아. 안 그래?

* * *

독일에서 벌어진 작은 소란.

베를린에서 진행된 세이렌, 머들린 퇴치 작전은 무사히 종료되었고.

부상자만 세 명 있을 뿐, 그 이상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이동하던 나는 차 안에서 독일 현지에서 발행된 신문 기사의 타이틀을 유심히 살폈다.

[강태오의 K-POP이 베를린을 구하다!]

덕분에 아직 발매도 안 된 ‘나의 길’은 독일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승훈이 형이 신호 대기를 틈타 백미러로 신문을 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만약에 음원이 나왔다면, 그쪽에선 네 노래가 무조건 1위였을 거다.”

“그러게.”

타이밍이 약간 안 맞아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머들린 소동으로 인해 내 데뷔가 다시 한번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건 좋은 소식이다.

게다가 내 가설이 두 번이나 연달아 증명되었으니까.

이 소장의 연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어제 자 새벽 비행기를 타고 연구팀과 급하게 베를린으로 향한 이철민 소장.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들을 직접 확인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협회로 가져와 내 노래가 몬스터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어떻게 더 키울 수 있을지 연구해 보겠다고 연락을 해 왔다.

일이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어서 안심이긴 한데.

‘몬스터들이 대체 얼마나 더 숨어 있는 건지 모르겠네.’

감이 아예 안 잡힌다.

각 헌터협회 지부에서 몬스터 수색반을 따로 꾸려서 놈들의 습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이것도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레이드 시대를 통해 인류가 뼈저리게 깨달은 점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갖춰도 변수는 항상 발생한다. 이전 협회장이 그랬지.’

원래 헌터협회는 미국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대규모의 게이트가 이 협회 바로 위에 열리면서 크나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 협회장을 포함한 다수의 인재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동안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고. 그들의 희생은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살아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희생만으로 몬스터들을 없애야 한다.

‘아직까지는 센 녀석들이 안 보여서 다행이긴 한데.’

혹시 또 모른다.

드래곤 같은 녀석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그날을 대비해서 나도 최대한 준비를 해 둬야 한다.

어떻게?

노래로.

“거의 도착했다, 태오야.”

“형, 운전 솜씨 많이 늘었네? 나 연예계 활동 막 시작했을 때에는 무슨 레이서인 줄 알았는데.”

“예전에 네가 헌터로 일할 때의 습관이 남아 있어서 그랬던 거고.”

그땐 현장에 최대한 빨리 도착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승훈이 형의 운전은 거칠 수밖에 없었다.

방송국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에 승훈이 형과 같이 라디오 녹음을 진행할 스튜디오로 향했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스태프들이 우리를 열렬하게 환영했다.

라디오 진행자는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어서 와. 오느라 고생했어.”

“안녕, 누나.”

우리 친누나가 쭉 훑어보던 대본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반겼다.

앵커이자 동시에 라디오 진행자로도 맹활약 중인 우리 누나.

오늘은 누나가 진행하는 라디오의 게스트로 출연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베를린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올라온 상태다.

그래서일까.

“청취자들이 벌써부터 문자로 너 언제 나오냐고 묻더라.”

“아, 그래?”

“오늘 이것저것 많이 물어볼 테니까, 대답할 수 있는 것만 하고 가. 괜히 저번처럼 협회에서 말하지 말라고 했던 거 말했다가 그쪽 사람들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노력해 볼게.”

내가 분위기를 잘 타는 성격이다 보니 장담은 못 하겠다.

부스에 들어가고 나서도 스태프한테서 받은 대본을 손에 놓지 않았다.

내 분량을 빠르게 눈으로 훑은 뒤.

바로 녹음에 들어갔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시에 찾아오는 세상만사, 진행에 강아송입니다.”

누가 아나운서 아니랄까 봐.

진행하는 톤마저 앵커 느낌이 물씬 풍겼다.

우리 누나는 아나운서로서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수준급의 미모 덕분에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누나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동 시간대에서 경쟁 상대가 될 만한 곳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안 그래도 잘나가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에 최근 핫한 인물인 나까지 출연한다고 하니, 관심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그토록 기다리시던 분이시죠. 강태오 씨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헌터 겸 가수 데뷔 예정인 강태오입니다.”

“그러고 보니 데뷔를 앞두고 계셨죠. 제가 나름 많은 가수분들을 만나 뵈었는데, 데뷔를 앞둔 분들 중에서 이렇게 왕성하게 방송 활동을 하시는 분은 아마 태오 씨가 처음일 겁니다.”

“네,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신인 가수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바로 질문 코너로 들어가 볼까요.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몬스터 퇴치 작전에 이어서 독일까지, 강태오 씨가 부른 노래가 헌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 거 같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전에 저도 그렇고, 협회 측에서도 설명을 드렸다시피, 제 노래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몬스터를 교란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녔죠. 한마디로 ‘승리의 노래’라고 할까요.”

“‘승리의 노래’라. 어감이 좋네요.”

“한때는 이걸 타이틀곡 제목으로 붙일까 생각도 했었는데, 프로듀서님이 가사랑 너무 안 어울린다고 해서 그냥 평범하게 가기로 했습니다, 하하.”

“노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누나가 잠시 숨을 골랐다.

중요한 질문을 꺼내기 전에 늘 하는 일종의 습관 같은 행동이었다.

“데뷔일은 정확히 언제인지 정해졌나요?”

대중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 데뷔일이다.

여태껏 비밀로 하고 있었던 나지만.

우리 친누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네, 정해졌습니다.”

밖에서 스태프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말해 주기 전에 누나가 확인차 내게 물었다.

“일단 그거, 회사랑 협의가 된 거죠?”

“네, 물론이죠.”

내가 하도 공식 석상에서 돌발적인 발언을 많이 한 전적이 있다 보니 누나도 의심이 가는 모양인가 보다.

여기서 처음 공개하기 위해 일부러 기자들한테도 비밀로 해 왔건만.

우리 누나, 너무하네.

“다음 달 19일에 바로 데뷔할 예정입니다. 타 방송국의 프로그램이라서 직접 말씀은 못 드리고요. 19일 오후 5시. 이때 제 단독 쇼케이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원래는 가요 프로그램 무대 하나를 잡아서 출연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몬스터와 내 노래가 서로 맞물리면서 내 데뷔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탓에 방송국에서 아예 내 데뷔를 소재로 프로그램 하나를 통째로 편성해 줬다.

유명 가수들조차도 받기 힘들다는 공중파 단독 편성.

하물며 데뷔조차 하지 않은 신인 가수가 받는 대우치고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부담스럽진 않으신가요?”

나는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면서 이렇게 답했다.

“저는 관종이라서요. 오히려 이런 거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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