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1화 (21/250)

제6장. 홍보의 기회 (4)

인어를 조종할 수 있는 특별한 음파 코드는 내가 부를 노래의 MR에 몰래 심어져 있었다.

그러나 음향 기기들이 몬스터들에 의해 파괴된 탓에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내가 직접 육성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세이렌을 유인할 생각이다.

‘먹힐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의 목소리로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각성한 헌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한번 해 보자!’

내가 손해 볼 건 없으니까 말이다.

힘 있게 마이크를 움켜쥐고.

최용하 프로듀서가 내게 제공했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너와 헤어지고 난 후.

나의 하늘은 그날부터 무너져 내렸어.

돌아와 줘, 제발.

Please, forget me not.

몬스터와 한창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던 헌터들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피 튀기는 전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기행을 저지르는 헌터가 어디 있을까.

‘여기 있잖아, 여기.’

잠시 뒤, 몇몇 음향 장치들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서 MR이 흘러나왔다.

내 노래와 어우러지자.

갑자기 머들린들의 눈 색깔이 다른 색으로 변했다.

세이렌의 광폭화 기술이 놈들에게 제대로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증상이었다.

‘뭐야, 노래로 세이렌의 광폭화도 막을 수 있어?’

솔직히 내 노래가 이런 영향력이 있는 줄은 몰랐다.

물론 미리 준비한 MR의 도움이 커서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래도 노래로 세이렌의 기술을 훼방 놓는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애초에 이런 경우도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어이를 상실했던 헌터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모, 몬스터들이 왜 저래?”

“설마 강태오 노래 듣고 혼란스러워하는 거야?”

“미친. 이건 뭐, 새로 익힌 디버프 스킬이라도 되냐?”

“하하! 헌터 1위는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네!”

이 상황이 웃긴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이게 진짜 현실로 벌어지니까 모양새가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효과는 있어!’

머들린들이 세이렌과 내 노래 사이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틈을 타, 헌터들이 빠르게 놈들을 제거해 갔다.

푸욱!

데이브의 창이 허둥대는 머들린 두 마리의 미간을 꿰뚫었다.

뒤이어 퍼어엉!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창에서 발산된 화염 스킬로 인해 머들린들의 머리가 통째로 증발되었다.

창을 회수한 데이브가 무기 대신 마이크를 들고 있는 나를 찌릿 노려보면서 말했다.

“일단 이 망할 놈들부터 처리하고, 추궁은 그다음에 하마.”

“마음대로 하셔.”

나는 지금 내 노래가 몬스터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느라 바쁘다.

결국 참다못한 세이렌이 다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에엑!

귀를 찢는 듯한 외침에 헌터들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저 괴물 녀석, 우리 고막을 터뜨리기라도 할 생각이냐!”

“시끄러워 죽겠네!!”

목소리 크기로 내 노랫소리를 압도하겠다는 건가.

실제로 세이렌의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다.

내 노래의 유효 범위에서 벗어난 머들린 몇 마리가 광폭화 버프를 받고 다른 헌터들을 놔두고 나에게 집중적으로 공격을 가해 왔다.

내가 노래를 못 하게 방해라도 할 생각이겠지.

몬스터들이 생각하는 거라고 해 봤자 거기서 거기다.

허리에서 단검류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크게 휘두르자.

쩌적-!

녀석의 목과 몸통이 깔끔하게 분리되었다.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머들린 한 마리가 사체가 되어 바닥을 굴렀다.

놈의 뒤를 이어 달려든 녀석들도 똑같은 신세가 되었다.

순식간에 몬스터들의 사체가 작은 산을 이루었다.

그 위에 올라선 나는 세이렌과 머들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노래를 들으면서 죽든, 나한테 썰리든 결과는 어차피 똑같아.”

머들린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못 알아들을 것이다.

그러나 세이렌은 달랐다.

나를 매섭게 노려보던 녀석이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마치 개구리처럼 목 아랫부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입을 쫘악 벌리자, 다시 한번 괴성이 뿜어져 나왔다.

-#@($*@#)*$*!!!!!

인간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언어가 녀석의 입에서 구사되었다.

소리 공격은 소리 공격으로 맞받아친다.

이런 심산인가 보다.

이번에는 반대로 헌터들의 발이 묶였다.

“모, 몸이…….”

“안 움직이잖아!”

고작 한 마리의 세이렌이라 할지라도 헌터협회 내에서 주의를 요하는 몬스터로 규정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세이렌의 독특한 음파는 헌터들의 청각을 자극해 다양한 상태 이상을 부여한다.

내가 머들린들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데이브가 침음을 흘렸다.

“망할 몬스터 새끼가……!”

살기를 드러내는 모습과는 반대로, 온몸에 점점 힘이 빠지는 모양인지 들고 있던 창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점점 무기력해져 가는 헌터들.

머들린들은 이 틈을 타 우리들을 다시 한번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이렌은 커다란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

난 이미 레이드 시대 당시에 이런 상황을 경험했다.

나 혼자 멀쩡히 앞으로 걸어가서 데이브가 떨어뜨린 창을 집어 들었다.

데이브가 경악에 물든 얼굴로 나를 힘겹게 바라봤다.

“너, 너는 왜 멀쩡하냐!”

“내가 강해서 그런가 보지, 뭐. 아무튼 이거 빌린다?”

“잠깐……!”

데이브의 말은 나중에 듣기로 했다.

지금은 눈앞의 일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창을 거꾸로 든 나는 그것을 있는 힘껏 던졌다.

목표는.

세이렌의 아가리다.

푸우욱-!

기세 좋게 날아든 데이브의 창이 정확히 세이렌의 입안을 관통했다.

깔끔하게 녀석의 목에 커다란 구멍을 내어 버린 채 건너편 아스팔트 바닥에 꽂혀 버린 창.

음파 발산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기에 저 상태가 되면 세이렌은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가만히 있는 몬스터를 공격하는 일만큼 쉬운 것도 없다.

데이브의 창에는 최고 등급의 화속성 인챈트가 발려져 있다.

창이 관통한 자리에서 불길이 치솟더니, 이내 세이렌의 전신을 감쌌다.

아까보다도 더한 괴성이 들려왔다.

불과 함께 타 버린 세이렌.

겨우 자유의 몸을 되찾은 헌터들은 부랴부랴 도망치는 머들린들을 퇴치하기 위해 다시 무기를 들어 올렸다.

이후의 전투는 우리 헌터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이번 전투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내 노래 실력을 다듬으면, 세이렌의 기술을 무효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거 말이다.

‘노래로 세상을 구하는 가수…… 이거, 먹히겠는데?’

이 콘셉트, 마음에 든다.

* * *

차지후 협회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네 노래를 이용하면, 몬스터들을 보다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협회장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가한 대부분의 이들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번에는 특별히 세이렌이라는 몬스터가 엮여 있어서 그랬을 뿐이지, 다른 몬스터들한테 대체 어떤 식으로 효과가 있다는 거지?”

“듣자 하니 강태오 자네, 곧 가수로 데뷔할 거라고 하던데, 혹시 앨범 팔아먹으려고 일부러 우리를 이용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

“태오 씨는 예전부터 이런 잔머리를 잘 굴리는 편이었으니까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지도…….”

이 사람들이.

나를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구만.

그래도 여기서 사실을 인정해 버리면 내 입장이 더 난처해지기에 일단은 잘 회유해 보기로 했다.

“설마 제가 그러겠습니까. 이게 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어떻게 모두를 위한 일인지 설명할 수 있겠나?”

“물론이죠.”

헛기침을 한 차례 하자, 대기 중이던 승훈이 형이 USB 하나를 꺼내면서 컴퓨터 쪽으로 향했다.

그 전에 나한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로 해?”

“그럼, 해야지.”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형이 미리 준비해 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띄웠다.

수십, 수백 개의 칸으로 빽빽하게 차 있는 표 하나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차지후 협회장이 내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저게 뭐지?”

준비해 온 레이저 포인터로 화면을 가리키면서 답했다.

“최초의 게이트가 포착되고 난 이후부터 제가 레이드 시대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 등장했던 몬스터들의 종류를 표기하고 기록한 자료입니다. 총 543종. 이 중에서 ‘소리’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헌터들을 공격하거나 자기 무리에게 버프를 주는 식으로 사용했던 몬스터들은 121종입니다.”

“세이렌 같은 부류의 몬스터가 그렇게나 많았나?”

“세이렌뿐만 아니라 머들린처럼 소리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몬스터의 숫자까지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121종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말이 된다.

실제로 이 자료를 제공한 쪽은 다름이 아닌 헌터협회 측이다.

“물론 543종의 몬스터들 전부가 다 몰래 이 지구에 숨어서 우리들의 눈을 피해 습격의 때를 보고 있진 않을 겁니다. 저 중에 많아 봤자 4분의 1 정도 남아 있겠죠. 하지만 세이렌이나 머들린 같은 몬스터들은 좀 더 깊숙한 곳에 숨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이때, 회의에 참가한 데이브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말 그대로 ‘소리에 민감하니까’ 그러는 거겠지.”

“정답.”

지상은 인간의 영역이다. 특히 도시 같은 경우에는 소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소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몬스터들 입장에선 과연 인간이 지배하고 있는 지상에서 가까이 숨으려고 할까, 아니면 멀어지려고 할까?

답은 뻔하다.

“그렇기에 숨어 있는 몬스터들이 꽤 된다면, 깊숙한 곳에 숨기를 좋아하는 이런 부류의 녀석들이 다른 몬스터들보다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저희가 예상하는 바론, 60여 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60종이나…….”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런 유형의 몬스터는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거의 다 마무리 지었다 싶을 때, 갑자기 광폭화된 머들린처럼 미친 듯이 날뛰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최후의 발악인 셈이지만, 그 발악이 종종 헌터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 간다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

인류가 공식적으로 레이드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 지 채 1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것을 무효로 만들어 버리면 안 된다.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 산업 분야에 악영향을 미칠 건 뻔하고.

사람들의 불안감도 다시 싹틀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몬스터들을 제압할 방법이 필요하다.

“만약에 제 노래를 이용한다면, 놈들이 등장했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아무리 저라 해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하는 몬스터들을 다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놈들의 기술을 봉인하는 것만으로도 특효약이다.

그래서 내 목소리의 힘만이라도 빌려주겠다, 이런 의도다.

그러면 랭크가 약한 헌터들끼리도 충분히 몬스터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내 노래도 자연스럽게 홍보가 될 테고.’

헌터와 연예인.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잠시 정적이 이어질 무렵.

갑자기 데이브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왜, 반대하려고?”

“아니.”

못마땅해하는 표정과 달리.

“난 찬성이다.”

녀석이 의외로 내 편을 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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