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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외전-28화 (428/430)

외전 28화

설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가 대뜸 안 된다고 하자 재민은 깜짝 놀랐다.

“왜요? 이거 지뢰 찾기보다 잔인해요?”

재민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만도 했다.

폭탄이 터지는 지뢰 찾기는 마음대로 하라고 해놓고 귀여운 아이돌 게임은 안 된다고 하니.

‘하지만 아이돌 육성 게임이라니 너무…… 위험하잖아!’

물론 옛날에도 마이 엔터는 유일한 아이돌 육성 게임이 아니었다. 단지 그때 유행을 탄 게 마이 엔터였을 뿐이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많은 아이돌 육성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종료했을 터.

재민이 하겠다는 게임도 그 수많은 게임 중 하나겠지만…… 모노크롬은 저들도 모르는 사이에 게임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할 자유를 침해할 수도 없어서,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냐. 말이 헛나갔어. 게임 이름이 뭔데……?”

“‘THE 아이돌! 최고의 아이돌이 되어보자!’예요.”

재민이 게임 타이틀을 부제까지 읊었다.

자유를 침해할 순 없지만 게임 이름이 ‘마이 엔터2’면 적극적으로 말리려고 했는데 다행이었다.

“요즘 컬러즈가 많이 한대?”

“네. 게임에서 모노크롬을 만들어서 키우고 있대요.”

무수한 가상의 모노크롬이 만들어지고 있다니.

‘컬러즈라면 가상의 모노크롬도 아껴주면서 키우겠지…….’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1가정 1모노크롬의 꿈을 이렇게 달성하고 있는데 내가 초를 칠 수야 없는 노릇.

최근 트렌드는 알아두면 좋을 듯해서 나는 본격적으로 게임에 관해 질문했다.

“아이돌을 어떻게 키우는 게임인데?”

“미니 게임으로 춤이랑 노래 레벨을 올리는데요.”

재민이 화면을 보여주며 플레이 방식을 설명했다.

타이틀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이건 엔터사를 운영하는 게임이 아니라 아이돌이 되어서 직접 성장하는 게임이었다.

‘그럼 회사가 아니라 아이돌에 이입할 테니까 착취 걱정은 덜하겠다.’

안심하고 재민의 설명을 들어보니 마이 엔터와는 상당히 다른 게임이었다.

아이돌이라는 요소에 집중하기보다는 캐주얼 게임이란 특성에 충실하여, 미니 게임을 차근차근 수행해나가며 원하는 능력치나 재화를 얻는 시스템이었다.

“춤 레벨은 리듬 게임으로 올리고, 노래 레벨은 음정 게임으로 올릴 수 있어요.”

옆에서 듣던 한이가 ‘음정 게임’이란 단어에 관심이 갔는지 대화에 참여했다.

“고음 내서 점수 얻는 거야?”

“응. 여기에 보이스 모드라고 있는데…….”

보이스 모드 버튼을 누르자 재민이 내는 목소리 음에 따라 화면의 게이지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노래방의 음정 정밀 채점 기능처럼, 화면에 뜨는 음정 노트 바에 따라 노래하듯이 음을 맞추면 점수를 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재민이 잠깐 시범을 보이고 한이가 이어서 게임을 진행해 봤는데.

“잘한다.”

구경하는 입장에선 조금 웃기긴 하지만.

역시 메인 보컬은 메인 보컬이었다. 목소리로 하는 리듬 게임을 이렇게 잘하다니.

“옆에서 보면 열성적으로 클래식 흥얼거리는 사람 같아.”

준해도 드라마보다 이게 더 재밌는 구경거리라고 생각했는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멤버들의 게임 플레이에 집중했다.

미션 곡이 가요가 아니고 동요와 클래식 사이의 가사가 없는 노래라 마치 캐주얼 버전 성악가 같아졌다.

‘그럼 컬러즈는 가상의 아이돌을 키우기 위해 이런 음정 훈련까지 하는 거야……?’

이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최고의 아이돌은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라 컬러즈가 되겠는걸.

“저음밖에 못 내는 해랑 형은 못 하겠다. 그렇죠?”

한이가 동의를 구하며 나를 바라봤다.

메인 보컬 부심을 부리나 했는데.

“그러니까 해랑 형한테 시켜보죠.”

“그거…… 참 재밌겠다.”

역시 내가 키운, 아니, 컨텐츠를 많이 경험시켰더니 알아서 소재를 가져오는구나.

“제작사에 허락받을 수 있으면 뷰이라이브에서 하자. 일주일간 자기 이름을 딴 캐릭터를 키워서 누가 제일 레벨이 높은지 보는 거야.”

게임 속에서도 메인 보컬과 메인 댄서가 유지될지가 재미 포인트인 거지.

의식적으로 게임을 멀리하고 있었는데 컨텐츠 제작 욕구가 게임 공포를 이겨냈다.

‘그래. 게임은 전문가들이 재미있을 만한 요소를 꽉꽉 압축해 담은 건데, 멀리할 게 아니었어.’

나는 한 단계 성장한 정신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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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엔터 업계 뒤숭숭한듯

규모 있는 곳들은 괜찮은데 규모 작은 기획사는 유령회사 된 곳 많다나봐

└헐 그럼 거기 소속된 연예인들은 우짬?

└소속사 옮기거나. 팀이면 해체하거나 하겠지.

└아이돌 회사도 있어???

└커뮤에서도 잘 모를 정도면 듣보일 텐데 그런데는 뭐 툭하면 망해서 ㅇㅅㅇ;

└요즘 특히 그런 거면 어디서 조직적으로 투자받고 튄 거 아님?

└몰라 뭐 외국에서 물타기하고 빠져나갔다는 소문도 있더라

└유어보이스 나오는 분도 사장이 외국으로 튀었다 하지 않았나

└이번에 이라솔네 회사 들어간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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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보던 아이돌 후배들이 늘어났다고 느낀 건 실제로 이 직종에서 일하는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요즘 커뮤니티에도 이런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회사 사장이 잠수 탔다더라. 직원들이 월급을 못 받아서 다 나갔다더라. 요즘 나오는 무명 아이돌이 그런 회사에 있었다더라.

특히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이 ‘망해버린 ㅈ소 회사의 아이돌’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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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파티도 갑자기 폐업해서 매니저가 멤버들 데리고 새로 회사 세운거래

└쁘띠빠띠가 누구? 아이돌임?

└별별 아이돌 이름을 다 봤는데 쁘띠빠띠는 또 첨 보네;

└쁘띠빠띠가 아니고 petit party임

└발음은 그게 그거자너.. 어차피 회사 나왔으면 그룹명은 바꿔도 됐을텐데

└팬들을 위해서 그룹명은 지키고 싶었대ㅜㅜ

└얘네 비주얼은 괜찮은데 노래가 임팩트가 없더라

└사장이 감이 없네 이름을 빅파티로 해야 대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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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말하는 쁘띠파티는…… 이전에 벽 뒤에 숨어 아이리스를 보던 그 4인조 걸그룹 후배였다.

안 그래도 누구인지 궁금해서 정보를 검색해봤는데, 얼마 전에 회사가 망하고 멤버 전원이 그대로 소속을 옮겨 최근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활동에 시동을 건 아이돌 그룹이 몇 팀이 더 있는 듯했다.

‘물론 무명 상태로 컴백하는 팀은 예전부터 계속 있었겠지만.’

그냥 컴백만 하는 게 아니라, 언급량이 소소하게 늘어나고 있는 그룹이 최근에만 몇 팀이나 있었다.

신인 버프도 없이 사람들의 이목을 다시 끌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를 생각하면 시선이 안 갈 수 없었다.

이 관심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을지, 혹은 예전처럼 가라앉는 그룹으로 그칠지. 그들 모두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었다.

‘미미한 성적으로 활동하던 그룹이 다시 나오는 게 모노크롬의 영향일까, 아니면…….’

우형의 대기실을 찾아왔던 트웬티스퀘어도 그런 팀 중 하나였다.

트웬티스퀘어가 처음 데뷔할 땐 멤버가 무려 스무 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작은 기획사에서 스물이나 되는 멤버를 케어하기에는 감당이 안 됐는지 활동은 바로 줄어들었고, 결국은 1년만 활동하고 회사 영업 중단.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나 뜻이 있는 여섯 명이 다시 모여 같은 이름으로 재데뷔를 했다고 한다.

더클랜이 롤모델이며 그들의 노래를 커버하겠다고 한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같은 6인조라 특히 참고가 많이 되어서.

‘그런데 분명히 처음 보는 그룹이었는데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단 말이야…….’

이를테면…… 마이 엔터 공식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그들이 활동했다던 시기는 내가 모노크롬을 맡기 전이었으니, 그룹명은 들어본 적 없는 게 확실했다.

그러나 ‘멤버 20명 그룹’이라는 요소가 내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광고 글이 쌓이며 황폐해졌던 마이 엔터 공식 커뮤니티는 호스팅 만료로 이제 아예 접속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찝찝한 마음만 묻어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는 다른 사이트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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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생각 다 거기서 거기다.ㅋㅋㅋ

예전에 무슨 아이돌 게임 잠깐 할 때 20살 연습생 20명 모아서 팀 만들었거든.

현실에 똑같은 그룹 있는 거 보고 놀람.ㅋㅋㅋ

근데 그룹명은 다르네. 나는 2020? 그런 거였는데.

└너구나?

└20살 1년 시한부 그룹 말하는 거임? 아까도 걔네 인터뷰 보고 와 회사 만행 쩐다 하고 개욕하고 있었는데ㅋㅋㅋㅋ

└설마 글쓴이도 멤버 예명 원투쓰리포 이렇게 지음?

└몰라. 헷갈려서 숫자 달아놨던 것 같긴 한데 옛날이라 잘 기억 안 남.ㅋㅋㅋ

└ㅋㅋㅋㅋㅋㅋ그 회사 대표랑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세상에 더 있다는 게 놀랍다

└사실 너 잡으러 게임 속에서 나온거임

└??:대표님 곧 찾아뵙겠습니다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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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를 얻자 조각나 있던 기억의 퍼즐이 맞춰졌다.

나는 이 사람이 마이 엔터 공식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을 분명 본 적이 있다.

‘맞아. 20x20이었어!’

이 사람은 그룹명이 다르다고 하지만, 20x20을 다르게 하면 20의 제곱. 영어로 하면 트웬티스퀘어.

게임에선 숫자나 기호로 적혀 있던 게 현실에서 실제 발음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그럴싸했다.

‘물론 20이란 숫자에 맞추자는 기획은 여러 사람 머리에서 나올 수 있지만…….’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멤버 예명이 숫자인 것까지 너무 절묘하게 들어맞잖아.

결정적인 건 이전에 우형에게 인사하러 찾아왔던 그 식스라는 멤버의 연습생 기간이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내 기억 속의 마이 엔터 게시글과 정보가 같았다. 연습생 10년, 데뷔 후 활동 1년.

충분히 아이돌 활동에 한을 품을 만한 경력이었다.

의외로 아이돌 친화적이던 마이 엔터의 시스템과 그 한이 맞물렸다면.

‘그러면 도준결 그분도…….’

정말 40년 동안 트레이닝 받은 보컬 레벨 18의 아이돌이 현실로 나온 걸까? 40년 동안 누적되어 온 가수의 꿈 때문에?

이런 가수들은 하나같이 ‘대표는 연락이 끊겼다’라고 했기에, 사람들은 사기꾼들이 케이팝의 인기를 노리고 들어와 투자로 한탕 해 먹고 튄 게 아니냐며 추측했지만.

‘유저들은 모르는 거야. 자기가 그 아이돌을 만든 대표인지.’

설마 자신이 게임으로 키우던 아이돌이 현실로 나오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

게다가 이 20x20을 만든 대표처럼, 현실로 나온 아이돌을 보고도 ‘혹시 내가 만든 아이돌인가?’라고 짐작하지 못할 이유가 더 있었다.

‘게임 속 시간 흐름이 현실이랑 달랐어.’

20x20의 대표가 아이돌을 만들었다며 게시글을 올린 날짜보다 트웬티스퀘어의 첫 데뷔일이 빨랐다. 시간의 괴리가 생기고 만 것이다.

시간 흐름이 같았으면 미친 보컬 장인도 마이 엔터를 40년 동안 플레이해야 했겠지. 하지만 그가 보컬 레벨 18을 찍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몇 주.

OS의 시스템 시간을 조작하여 시간을 빠르게 건너뛰며 트레이닝 스케줄을 채웠다고 들었다.

가상 아이돌 트레이닝에 그런 편법과 노력까지 들여야 하나 싶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도준결이 ‘예전부터 사장과 연락이 잘되지 않았다’라고 했던 이유도 이해가 간다.

‘대체 지금 연예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모노크롬의 태풍의 눈 특성이 또 발동한 걸까?

게임 공포를 벗어나자마자 게임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해 내다니.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말이야. 나 같은 이상한 엔터사 대표가 세상에 더 있을지도 몰라. 본인은 모를 가능성이 크지만…….”

최 비서, 아니, 최 팀장뿐이었다.

퇴근 후 따로 만난 그는 내가 횡설수설하는 이야기를 듣더니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럼, 저 같은 사람도 더 있을까요?”

“……그러게?”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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