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51화 (251/430)

# 251화

뉴레인과 에이펙트 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한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첫 촬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모노크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멘토’.

첫 촬영은 데뷔 서바이벌 참가자들의 소개 위주이기에 우리는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신경 쓰이잖아? 박연찬, 그가 어떻게 나오고 무슨 말을 할지가.

‘솔직히 해랑이랑 관련된 얘기를 아예 안 할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우리가 아예 발을 뺐다면 궁금해도 물어볼 명분이 없었을 텐데, 모노크롬도 출연하게 되어서 관여할 수 있는 위치를 얻은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그래서 모노크롬의 출연 일정 관련으로 뉴레인에 대화하러 간 김에 허용석 실장에게 바로 물어보기로 했다.

“아시죠. 연찬 군이랑 저희 멤버 해랑이랑 형제인 거요. 방송이 되면 어떻게든 말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정 형태가 조금 평범하지 않은 건 전혀 문제 될 일이 없다.

다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정사를 추측하며 왈가왈부하는 건 당사자에겐 스트레스가 될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우리가 뉴레인에게 협조하는 척을 하는 중이니까, 속마음을 숨기기보다는 아예 솔직한 태도로 말하는 게 오히려 의심을 피하기 좋을 듯했다.

“게다가 전에 연찬 군을 밀어주려고 하셨던 것도 걱정되고요. 연찬 군한테 더 집중했다가 괜히 해랑이한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몇 연습생들에게 조금 더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려고 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저희가 원하는 아티스트상이 있어서 그쪽으로 잘 개발해 보려다가 그런 거였고. 전에 말이 나와서 그건 이미 무산됐고 모두에게 기회를 줘 볼 생각입니다. 그러려고 있는 프로그램이니까요.”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것을 보니 내가 언젠가 물어볼 것을 예상하고 미리 변명을 준비해 뒀던 모양이다.

허 실장은 내가 바뀐 데뷔조 구성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전엔 바로 불편한 티를 냈는데 그 이후로는 그에 관해 말한 적이 없으니까.

“제가 이 회사에 있는 동안 신경 쓸 일이 생기는 건 싫어서……. 사실 언급이 최대한 안 나왔으면 하거든요.”

허 실장은 내가 언젠가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이야기를 좋아했으니 그 이야기를 살짝 섞어서 솔직한 진심을 내비쳤다.

애초에 날 마이웨이 이사로 보는 것 같으니……. 아니,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막무가내로 나간 전적이 있으니 이 정도로 대놓고 말한다고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자 허 실장은 잠시 코끝을 문지르더니 대답했다.

“그런데 사실, 형제라는 사실을 얘기 안 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방송 제작진들은 방송에 내보낼 얘기를 좋아하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 이미 얘기했나 보군.

그런데 뭐, 남남인 척하다가 나중에 ‘사실은 형제였습니다~’ 하고 밝히는 게 이상하다는 점엔 나도 동의한다. 남들 눈엔 그게 더 수상해 보일 수도 있고.

단지 형제라는 사실을 어떤 뉘앙스로 얘기했는지가 중요하지.

“……어떤 식으로 얘기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까요?”

“촬영본이 저희에게 있는 게 아니라서……. 같이 있었던 직원이 연습생 열 명 인터뷰를 다 지켜봤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외울 수는 없고요. 문제 될 만한 발언이 있었으면 저희도 바로 파악했을 텐데 그런 게 없는 걸 보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허허.”

모른다고는 하지만 아마 어떻게 말하라고 미리 정해줬을 것 같은데 말이지.

탐탁지 않았지만 이렇게 나오면 더 자세히 캐낼 수도 없으니 적당히 물러섰다.

“뭐, 사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한테 나쁘게 비칠 만한 이야기가 나오면 연찬 군한테도 좋을 게 없을 테니까요. 참가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신경 써 주셨으면 좋겠어요.”

“흐음. 네. 주의해 두겠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둘 모두가 피해를 볼 터였다.

연찬이 해랑을 비난하는 듯한 말을 하면 연찬은 컬러즈의 적이 될 테고, 해랑은 아이돌 건드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테니까.

‘다만 그렇게 되면 해랑이가 입을 피해가 더 크다는 게 문제지.’

연찬은 아직 데뷔도 안 한 일반인 신분. 사람들의 관심은 인지도가 있는 해랑에게 더 향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정적인 쪽으로라도 화제성이 올라가면, 제작진은 아마 그 화제성을 그냥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궁금해서라도 방송을 보게 될 테니까.

데뷔를 위해 방송에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비쳐야 하는 연찬 입장에선 완전히 손해는 아니라는 뜻이다.

아예 방송에서 퇴출당할 정도의 논란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면야,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인 이미지는 옅어질 테니 큰 문제는 안 될 것이고.

‘뉴레인이 이런 생각을 똑같이 했는지, 아니면 아예 다른 생각을 했는지 알 수도 없고.’

나는 마이 엔터로 계약 여부만 확인할 수 있고 그들의 자세한 계획까지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미리 걱정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연찬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방송이 되어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고.

우선은 해랑의 앞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판단해야겠어.

‘……우리 목적이 해랑이 동생을 막는 건 아닌데.’

누군가의 앞길을 막는 듯한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싫다니까.

지금은 그저 이 상황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잘 해결되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

***

뉴레인과 에이펙트 엔터테인먼트. 두 기획사가 신인 데뷔 기획에 시동을 걸었다는 사실은 기사로 먼저 알려졌다.

출연자 등 자세한 내용까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하며 심사위원 등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를 섭외할 예정이라는 것 정도만 알려졌다.

멤버들도 나도 처음 그 기획을 듣고 ‘굳이 같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

아니 데뷔 서바를 왜 같이 함?ㅋㅋㅋㅋㅋ특이하네

에이펙트는 단독으로 하는 게 낫지 않음? 굳이 다른 회사 껴서 할 이유가?

└에이펙트 예전에 연습생 데리고 뭐 프로젝트 방송 했었는데 개노잼이라 망했잖아ㅋㅋㅋ 그거 때문일지도

└아 그거ㅋㅋㅋㅋㅋ 외국처럼 연습생 자체로 브랜드화핟댔나.. 근데 데뷔 리스크 안 지고 수익 내려는 것 같아서 별로였음

└그때 망한 것 때문에 신인 기획 미뤘다는 소문도 있었는데ㅋㅋㅋ 그래서 이제야 다시 데뷔조 뽑는 건가?

━━━━━━━━━━━━

‘……그런 뒷사정이.’

대형 기획사의 신인에게 관심이 더 가는 게 당연하니, 뉴레인은 얹혀 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에이펙트 엔터는 이미 연습생을 출연시킨 방송으로 한 번 망한 경험이 있어서 타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래도 지금은 두 회사가 같이 기획한다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으니 에이펙트 엔터가 노린 바는 어느 정도 달성한 듯했다.

두 기획사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특이한 방송 기획에 주목했지만, 방송보다는 신인이 나온다는 점에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두 기획사의 소속 그룹 팬들이었다.

━━━━━━━━━━━━

뉴레인 신인 만든대

신인 애들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회사가 회사라 좋게 안 보인다ㅎ

└우리 애들 컴백은요??

└회사 정신이 다른 데 가있는 것 같더니 ㅅX

└지금도 이따위로 굴러가는데 신인이라고 잘 챙기겠냐

━━━━━━━━━━━━

대개 ‘있는 그룹이나 잘 챙겨라’라는 요지였다.

그래도 에이펙트 엔터는 이미 그룹을 정기적으로 여럿 배출하던 곳이었기에 ‘슬슬 신인 나올 때 됐지’라며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 아이리스의 팬덤 무지개는 후배가 생기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초기 컬러즈 보는 것 같아…….’

보이그룹과 걸그룹은 시장이 조금 다르다 보니 나도 보이그룹 팬덤들의 반응만 주로 봐 왔다.

그러나 회사 때문에 한탄하는 모습은 걸그룹 팬덤이나 보이그룹 팬덤이나 다를 게 없었다.

다른 회사였으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마음 편히 봤을 텐데.

우리도 뉴레인 때문에 고생한지라, 나는 특히 아이리스 멤버들과 만난지라 지금은 무지개의 마음에 절절히 공감했다.

‘신인 애들이 걱정인 것도 맞지.’

지금 상황에선 뉴레인이 별로 좋은 회사 같지가 않으니까.

모노크롬이 출연한다는 소식까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뉴레인과 관련된 화제가 나오자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컬러즈도 있었다.

[레이블 분리할 때 자기네들만 프리미엄이란 식으로 언플해서 개띠꺼웠는데 지들도 급하니까 결국 남그룹 만드네; 칵퉤]

내가 뉴마에 오기 직전엔 그런 일이 있었구나.

초반부터 뉴레인은 뭔가 하나씩 찝찝하더니. 거의 바닥까지 보고 온 내게는 새삼스레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어쨌든 화제성은 제대로 잡긴 했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기존 그룹 팬들에게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겠지만 그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 그룹만 서포트하는 회사가 아닌 이상, 아이돌 기획사가 유지되려면 신인 유치는 필수.

후배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고 신인이 자리 잡으면 기존 그룹 팬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제작하고 기획하는 입장에선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의 비율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주목받느냐가 중요하지.

이렇게 뉴레인, 제작진과 우리는 바라는 바가 서로 다른 상황이라 다소의 고난이 예상되었다.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

뉴레인에서 열 명, 에이펙트에서 열 명.

총 스무 명의 참가자들은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동안 미리 마련된 합숙소에서 합숙 생활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으면 자연스레 파벌이 생기고는 한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동료이자 경쟁자. 하지만 누가 동료인지 확실히 알고 있는 몇몇에게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이미 내정된 뉴레인의 연습생들은 서로와 친분을 다지면서도, 너무 티를 내면 안 된다는 지시를 지키기 위해 다른 연습생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냈다.

탈락이 예정된 나머지에게 우월감 혹은 죄책감을 느꼈기에 더욱 잘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상황 속에, 또 다른 촬영일이 다가왔다.

“박연찬. 오늘 형님 오신다며?”

“오. 모노크롬 선배님들? 형은 혹시 선배님들 덕 좀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글쎄.”

그들의 말대로 오늘은 멘토로 나오는 두 그룹이 합숙소로 찾아오는 날이었다.

연찬은 형에 관한 질문에 애매한 대답만을 남겼다.

비밀을 공유한 그들이지만 이것까진 공유 범위가 아니었다.

“SPID 선배님들은 방금 도착하셨더라.”

“와. 연예인은 진짜 연예인이더라고.”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넓은 강당 한구석이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모노크롬이 도착해 스태프들과 촬영 진행을 위한 대화를 나누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일 먼저 달려가 인사를 하는 이가 있었다.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모노크롬을 보고 지원했다던 연습생, 한보현이었다.

“선배님들 팬이라더니 진짠가 보네.”

“쟤는 좀 저런 면에서 튄다니까.”

보현이 탈락 예정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특이한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보현의 그런 모습을 바라봤다.

연찬도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는 연습생이 모노크롬 앞에서 저렇게 굽신거리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통 성별 같은 그룹을 저렇게 좋아하나? 방송이라고 컨셉 잡는 거 아냐?”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는 와중에, 모노크롬에게 달려가는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재민재민!”

먼저 도착했던 SPID의 윤규가 재민을 보고 달려가 업히듯이 매달렸다.

“어, 어어. 난 좋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 그럼. 나도 남자 선배님들 영상 엄청 보고 그랬는걸.”

이제야 아이돌이 될 기회를 얻은 이들인데, 아이돌 그룹 중 톱 반열에 올라선 SPID에게 누가 뭐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연찬의 옆에 있던 연습생들은 그 장면을 보고 연찬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