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37화 (237/430)

# 237화

드라마가 제작에 들어갈 때쯤, 캐스팅 기사로 각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맡는지 간략하게 먼저 공개된다.

한이가 맡은 최진우라는 캐릭터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역시 컬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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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 재벌가 도련님 역할??? 미쳐따 이건 된다

안 봤는데도 벌써 서사 하나 뚝딱이다

└캐릭터 진짜 한이랑 찰떡이야ㅠㅠㅠ

└수트 입을 때마다 컬러즈들이 도련님도련님했던 게 이렇게 보답받는구나

└도련님 집안 차이나는 결혼은 생각 없으신지 궁금하다 나라는 오점을 남기고 싶어

└우리 진우 무슨 죄인데

└드립 점수 백점만점에 오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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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많은 컬러즈는 아직 누군지도 모르는 최진우라는 캐릭터를 벌써 우리 진우라고 부르며 아들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제작되는 드라마 <기로>에는 제법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한이가 이런 배우분들 사이에서 연기한다!’라는 뿌듯함을 즐기기 위해 열심히 캐스팅 기사를 찾아다니던 한 컬러즈는 뭔가 특이한 점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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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이 캐릭터는 왜 과거 배경에만 나오는 것처럼 소개돼있지?

형 캐릭터는 현재/과거 각각 캐스팅 떴는데

└그러게 진우는 청년역 한이란 것만 떴고 중년역은 캐스팅이 뜬 게 없네?

└주요 캐스팅 거의 뜬 것 같은데 없는 거 보면.. 진우 설마 현재엔 죽..ㅇ..

└아아니 설마ㅠㅠㅠ 주요 스포일러라서 캐스팅을 미리 안 밝혔다거나?

└진짜 뭐지?? 우리 진우 어케 되는 건데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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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즈가 말한 것처럼, 이 최진우라는 캐릭터는 주인공이 과거로 타임슬립 했을 때만 등장하고 작중 현재 시점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최진우의 쌍둥이 형인 최진수는 과거와 현재 시점에 둘 다 등장하며, 특히 현재 시점에선 주인공과 비중 투톱을 이룬다.

그리고 쌍둥이 형 최진수의 청년 역을 맡은 것이 바로, 배우 김형운이었다.

온라인에서 닮은꼴로 화제가 된 두 사람이 일란성 쌍둥이 형제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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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운이랑 모노크롬 유한이 쌍둥이????

일란성 쌍둥이면 1인2역 하지 않나ㅋㅋㅋㅋㅋ 캐스팅 신박하네

└아 깜짝이야 제목 보고 난 또 둘이 진짜 쌍둥이 친형제라는줄.. 둘중에 누가 예명이지; 이러고 있었네

└1인2역하면 합성하기 힘들어서 그런 건가?

└같이 나오는 장면 많으면 CG팀 죽어나지

└시청자 입장에선 구분하기 쉽긴 하겠다ㅋㅋㅋㅋㅋ 걍 설정으로만 닮았다고 하면 되니까

└그럼 유한이는 김형운이랑 닮아서 캐스팅된 거? 원래 연기해?

└ㅇㅇ 웹드는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스릴러는 어떨지 모르겠다

└닮은꼴도 인터넷에서나 재미로 보고 끝내는 얘기지. 닮았다고 캐스팅하는 건 좀 뇌절했다고 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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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우가 1인 2역을 하면 촬영과 편집에 품이 들고, 아예 다른 배우가 맡으면 ‘얼굴이 같은 일란성 쌍둥이’라는 설정과 괴리감이 생긴다.

그래서 이미지가 비슷한 배우를 찾다가 한이가 캐스팅되었다고, 쌍둥이 설정은 드라마적 허용으로 적당히 넘어가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제작에 참여하는 일부 스태프 중 일부도 그렇게 생각했다. 촬영 현장에서 이 둘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형운 씨 잠시…… 어머! 죄송해요!”

“괜찮아요. 저 그렇게 닮았나요?”

“안경 쓰니까 얼핏 보면 누군지 못 알아보겠어요. 한 20m 밖에서 보면 똑같아!”

김형운을 찾던 한 스태프는 한이의 어깨를 두드렸다가 자신이 사람을 착각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깜짝 놀랐다.

한이와 김형운은 닮은꼴이지만 얼핏 보거나 몇몇 특정 구도일 때 비슷해 보일 뿐이지, 얼굴이 쏙 빼닮은 건 아니다. 그러나 작정하고 닮게 만든다면 상황은 달랐다.

“잠깐 확인할 겸 형운 선배님 안경 쓰고 있었거든요. 안경 보고 찾아오셨다면 정확히 보셨습니다.”

“아, 어쩐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을 어떻게 일란성 쌍둥이처럼 보이게 할 것인가.

고민하던 드라마 분장팀은 사람의 인상에 크게 영향을 주는 안경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했다.

쌍둥이 형제 캐릭터에게 비슷한 안경을 씌우자 촬영 현장에선 둘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키도 머리 기장도 비슷해서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보면 구별이 어렵고, 앞에 와서 얼굴을 보거나 안경을 확인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 구별법이 스태프 사이에서 돌 정도였다. 세로 폭이 좁은 사각 안경을 쓴 게 김형운, 좀 더 곡선형인 안경을 쓴 게 한이.

“역시 분장팀분들. 다 베테랑이시라니까요. 없던 쌍둥이 형까지 만들어주시고.”

“한이 씨 얼굴이 다 했지. 어디서 이렇게 배우를 찰떡같이 구해왔는지 몰라~.”

최근 이렇게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분장팀의 보람이었다.

거기에 한이까지 적극적으로 분장팀의 공을 추켜세우며 가세하니 더욱 신날 수밖에.

“아이돌이라 그런가. 피부도 좋고, 머릿결도 좋고. 메이크업하는 보람이 있다니까.”

“화장 예쁘게 받고 싶어서 마스크팩 하고 잤거든요.”

좋은 마음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겐 얼마든지 열려 있는 한이는 가감 없이 인싸력을 발휘했다.

덕분에 하하 호호 화기애애해진 현장을, 조금 멀리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성격, 좋네.”

“한이 씨 성격 좋지.”

<기로>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남상현이 말하자, 옆에 있던 김형운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대학 동기에 비슷한 시기에 배우 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상현은 한이를 보며 성격이 좋다고 칭찬했으나, 표정은 칭찬하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

“너 한이 씨랑 같이 연기했었댔지.”

“같이 연기했다기보다는 잠깐 마주치는 신이 끝이었지만.”

“연기 잘해?”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웹드라마 찍은 걸 우리 스타일리스트가 봤는데 잘한다면서 칭찬하더라고. 나도 짧게만 봤는데 잘하던데.”

“로맨스?”

“응.”

로맨스물의 남자주인공 역을 자주 맡은 김형운이 그렇게 말한다면 확실히 나쁘진 않은 듯했다.

같이 촬영하는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면 좋은 일인데, 남상현은 뭔가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특히 오랜 기간 친구로 지내왔던 김형운의 눈에는 그게 더 잘 보였다.

“왜 그렇게 신경 써? 아이돌이라서? 아이돌도 다 착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야.”

김형운은 재민과 예능에서 만났던 것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배우가 아이돌과 만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같은 연예인이라도 배우나 아이돌이나 서로가 신기한 건 마찬가지였다.

김형운도 이전까지는 아이돌을 ‘어리고 재능 있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민이 험난한 사건을 겪었고, 불편한 사이일 윤환과 함께 촬영하게 되었는데도 카메라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숨기고 웃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고 제법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만일 한이가 아이돌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거라면 생각을 바꿔줄 셈이었다.

그러나 남상현이 한이에게 신경 쓰는 것은 아이돌에 대한 편견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한문호 선배님 팬인 거 알지.”

“아~. 그랬지. 대학에서도 선배님 작품 나오면 봐야 한다고 홍보하고 다녀서 유명했지.”

김형운이 맡은 쌍둥이 형 캐릭터 ‘최진수’의 작중 현재 시점, 중년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이 ‘한문호’였다.

현재와 과거 장면이 같은 배경에서 교차하는 장면이 많았기에, 과거와 현재 시점 배우가 같이 모여 있는 경우가 있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고, 한문호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힐끔거리던 남상현은 ‘그 장면’을 목격했다.

“나보다…… 나보다 먼저 사인 받아갔다고!”

바로, 한이가 한문호에게 사인을 받아가는 장면을 말이다.

심지어 함께 사진도 찍은 것 같았다. 남상현은 한문호의 팬이었기에 잘 알았다. 그의 촬영장 사진은 매우 희귀하다는 것을.

“난 크랭크업 할 때쯤 슬쩍 사인 부탁할 수 있을까 했는데, 나보다 먼저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까지 찍어?! 내가 훨씬 더 오래 팬이었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너도 한이 씨가 사인 받을 때 틈타서 같이 부탁하지 그랬어…….”

열을 내던 남상현은 직접 가서 요청하라는 김형운의 말에 바로 기세가 누그러졌다.

“서, 선배님 불편하실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그러냐…….”

혹시라도 불편할까, 자신이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하며 전전긍긍하는 게, 함께 연기하게 된 배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완전히 팬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김형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일어섰다.

“……난 아까 스태프분이 찾던 것 같아서 가봐야겠다.”

자신을 찾으러 오던 스태프가 한이를 잘못 불렀다가 인싸력에 휘말려서 자신을 잊은 것 같았다.

남상현이 지금은 말이 안 통하는 상태라는 것을 알아챈 김형운은 슬쩍 그 변명으로 자리를 피했다.

김형운이 떠난 자리에서 남상현은 계속 한이를 지켜봤다.

지금 이곳엔 한문호도 있다. 어쩌면 자신이 연기하는 장면을 볼지도 모른다.

‘내가 더 눈에 띌 거야.’

남상현은 질투심이 담긴 눈을 이글이글 불태웠다.

***

일란성 쌍둥이 형제는 1인 2역이 아닌 2인 2역이었지만, 이 드라마에도 1인 2역을 맡은 배우가 있었다.

바로, 주인공 ‘서주완’ 역을 맡은 남상현이었다.

주인공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형사를 꿈꿨다.

어려운 형편에 학업을 포기할 뻔했지만, 평화 그룹이 운영하는 평화 장학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정되며 큰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이 평화 그룹의 회장, 최진수는 주인공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어느 날 주인공은 장학 재단 행사에서 평화 그룹 회장 최진수와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전 아버지처럼 형사가 될 거예요.]

[훌륭한 꿈이구나.]

그 말에 주인공은 더욱 용기를 얻고 꿈을 계속 키워나간다.

결국 형사가 된 주인공은 어느 날, 아버지의 옛 동료에게서 아버지가 형사 시절 사용하던 수첩을 전달받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우연히 수첩에 적힌 과거 날짜로 이동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윤태! 정신을 어디에 팔고 있어!]

[어? ……응? 예?!]

[어?는 무슨. 내가 네 친구냐?!]

그것도 젊은 시절 아버지의 몸으로.

바로 거울을 확인한 주인공은 ‘커갈수록 아버지와 쏙 빼닮았다’는 어머니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이렇게 배우 남상현은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서주완과 아버지 서윤태 역을 동시에 맡는다.

이런 설정 덕분에 남상현은 과거 시점에만 등장하는 김형운, 한이와도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수첩에 적혀 있던 비둘기 얘기. 그건 아버지가 비둘기 마니아였던 게 아니라, 평화 그룹을 비유하는 거였어!]

주인공은 아버지가 남몰래 평화 그룹의 비리를 조사하던 것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이 이와 연관되어 있으리라 생각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형사가 재벌가를 건드린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아버지는 평화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익명의 제보자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뒤를 캔다는 사실을 알아챈 평화 그룹의 임원은 건달을 시켜 주인공의 아버지를 쫓는데.

여기서 한이가 맡은 최진우가 제대로 등장한다.

“잡아!”

“……젠장!”

아버지의 몸에 들어가 도망치던 주인공은 누군가의 손에 잡혀 골목길로 끌려들어 간다.

자신을 쫓던 일당인 줄 알고 벗어나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을 보고 동작을 멈춘다.

자신을 붙잡은 이는 바로 평화 그룹 오너 일가의 둘째 아들인 최진우였으니까.

현실에선 이미 그는 고인이었기에, 주인공에게는 정보가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수첩을 일부 해석 완료한 주인공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익명의 제보자가 바로 그였다는 것을.

“……괜찮으세요?”

‘누구냐’, ‘뭐 하는 사람이냐’ 하는 질문 하나 없이, 자신을 숨겨주고 똑바로 시선을 보내오는 최진우.

그 시선을 마주한 주인공, 아니, 주인공을 연기하는 남상현은 긴장이 탁 풀려버렸다.

‘……뭐, 뭐지?’

분명 한이는 대본대로 연기했다. 서늘한 인상의 형과 달리 유약하고 선한 눈빛의 최진우, 그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뭐지? 분명 방금까지 건달에게 쫓기던 상황이었는데, 순식간에 안정되는 이 느낌은?

연기에 몰입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한이의 멜로 눈빛을 정통으로 마주하게 된 남상현은 순간 혼란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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