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22화 (222/430)

# 222화

비활동기 모노크롬의 뷰이라이브는 특별한 계기 없이 사소한 주제들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았다.

가끔은 저녁 메뉴나 카페 메뉴를 골라 달라며, 혹은 골라주겠다며 뷰이라이브를 켜는 경우도 있었다.

먹는 것에 관한 얘기는 언제든 재밌는 법. 날씨나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이 달라지는 것처럼 입맛이 당기는 메뉴가 다르다며 소소한 일상 얘기를 섞어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요즘 날이 조금씩 풀려서 그런가. 나른해서 오늘은 카페인이 당긴다.”

“에스프레소 쓰리샷 추가해서 마셔.”

기지개를 켜며 말하던 한이는 준해의 말에 김빠지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너는 왜 그렇게 나한테 에스프레소를 못 먹여서 안달이냐.”

“준해는 자기가 그렇게 마셔서 그러는 거야.”

커피는 마셔도 진한 커피는 마시지 않는 우형이 혀를 내둘렀다.

준해가 새까만 커피를 마실 때면 속 버린다며 걱정했으나 대학생에겐 카페인이 필수라는 그의 말에는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준해는 괴롭힐 심산으로 에스프레소를 권했지만 컬러즈는 집단지성으로 알맞은 음료를 추천했다.

“아. 에스프레소는 생각보다 카페인이 안 많아요? 카페인 필요하면 드립 커피 마시라고?”

“커피 우유가 카페인 함량이 생각보다 높대.”

해랑이 채팅을 읽고, ‘커피 우유’라는 말에 재민이 잠시 숙소 냉장고 현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커피 우유 다 떨어졌더라.”

“내가 그저께 사다 놨는데 누가 자꾸 물 마시듯이 마시는 거야?”

한이가 투덜거렸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누구랄 것 없이 그냥 있으면 습관처럼 마셨기 때문이다.

회사나 방송국에선 그때그때 카페에서 음료를 사 마시지만, 숙소에 있으면 나가기도 귀찮으니 미리 사놓은 커피 우유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서 거의 상비품이었다.

멤버들이 먹고 마시는 것은 자주 따라 하는 컬러즈들이었기에 컬러즈가 즐겨 마시는 음료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화제가 나오자 한 컬러즈가 채팅을 올렸다.

[그거 곧 단종된대ㅠㅠ 기사에서 봤어]

최근 들어 커진 팬덤 크기에 비례하여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지만 동체 시력이 더 뛰어난 재민이 그 채팅을 바로 캐치해냈다.

“곧 단종된다고요? 왜?”

모노크롬과 컬러즈에겐 함께해온 추억이 있는 음료라 멤버들도, 채팅창도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왜냐고 물었으나 제조사의 사업적 판단일 터라 아무도 정확한 이유를 알 리는 없었다.

“내 시험 기간을 책임지던 커피 우유였는데…….”

잘 마시던 음료가 갑자기 없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멤버들은 진심으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특히 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시던 준해에게는 시험 기간의 추억이 담긴 제품이었다.

갑자기 추억을 떠올리는 분위기가 되자 우형도 감회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이가 거의 출시 때부터 사 마셨으니까 엄청 오래 마시지 않았어? 없어진다니까 뭔가 마음이 좀 그렇다.”

[나두 편의점 음료는 그거 하나만 마시는데ㅠㅠㅠㅠㅠ]

[최애음료 왜 뺏어가냐..]

무엇보다 손쉽게 멤버들과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컬러즈들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그럼 없어지기 전에 많이 마셔둬야지. 이따 카페 가지 말고 편의점 가자.”

한이의 말에 멤버들뿐만 아니라 컬러즈도 편의점에 들를 생각을 했다. 같은 음료를 즐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더 쓸쓸함이 흘렀다.

소소하게 시작한 뷰이라이브는 예상치 못하게 슬픈 분위기로 끝나버렸다.

***

내가 보고받을 만한 품절 소식은 모노크롬 앨범이나 굿즈뿐이었는데, 뜬금없이 어느 음료 회사의 커피 우유 품절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얼핏 업무와 관련 없어 보이는 이야기였지만 실은 관련이 아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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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에서 품절 대란인 커피우유.jpg

데이밀크 넛츠라떼 (편의점가 1500원)

단종 소식 알려지면서 갑자기 품절되는 중

└이거 옛날부터 팔았는데 왜 갑자기 뜬 거?

└모노크롬 최애 커피우유인데 팬들이 같이 사먹다가 소문 퍼짐ㅋㅋㅋㅋㅋㅋ

└아니 단종된다고? ㅁㅊ 파는 곳 점점 줄어든다 싶더니

└맛있음?

└고소한 맛이 강해서 느끼하다고 좀 호불호 갈리던데 나는 호

└편의점 두세군데 가봤는데 안 팔던데??? 벌써 단종됐나?

└ㄴㄴ누가 회사에 문의했는데 아직 단종 아니래 지금은 없으면 그냥 품절된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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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별별 일로 화제가 되긴 했는데 커피 우유까지……?’

며칠 전 멤버들이 뷰이라이브에서 커피 우유 이야기를 했던 것이 이 일의 발단이었다.

가끔 멤버들이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어떤 제품인지는 나도 알고 있다.

‘넛츠라떼’라는 제품명이었는데 이름대로 견과류 여러 개가 배합되어 있다나.

모노크롬이 뷰이라이브에서 해당 제품을 언급하자 모노크롬을 따라 하기 좋아하는 컬러즈들이 뷰이라이브 직후에 편의점에 다녀왔다며 구매 인증샷을 올렸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컬러즈가 많이 사 먹었다’로 끝났을 일인데.’

지금은 달랐다. 이번엔 웬일인지 모노크롬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팬덤 바깥으로까지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었다.

예전보다 컬러즈의 수가 많아졌고, 이들이 단종을 아쉬워하는 글을 우르르 올리자 SNS에 제품명이 트렌드 단어로 떠서 다른 사람들까지 알게 됐다나.

‘이거 되게…… 되게 인기 연예인 같잖아!’

아니, ‘같은’ 게 아니라 지금 정도면 인기 연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커뮤니티 기준으로 치자면 두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으면 다 망돌이지만 그건 그들의 기준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거고. 모노크롬은 현재 확실히 인기 반열에 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음원 성적도 좋아졌고 음악 방송 1위도 여러 번 거머쥐었으니 머리로는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다른 부분에서 실감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확실히 인기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 느껴져서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와 달리, 멤버들은 본인들의 말이 이렇게나 파급력이 클 줄 몰랐는지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저희 혹시 뭐 잘못 말한 건 아니겠죠?”

우형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굴리며 말했다. 하여간 걱정이 많다니까.

출시 초부터 맛있다며 추천해서 컬러즈에게 PPL 아니냐는 농담까지 들은 멤버들이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언급했을 뿐인데 갑자기 반응의 크기가 커졌으니 놀랄 법도 하지.

하지만 이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 절대 아니었다.

“잘못한 게 아니라 잘한 거지. 덕분에 그 회사는 공짜로 홍보 효과를 얻었잖아?”

“혹시라도 갑자기 품절된 것 때문에 일이 늘어났다거나, 공장을 갑자기 더 돌려야 한다거나…….”

“그건 그럴 수 있지만…… 그것도 결과적으로 회사 입장에선 좋은 일이지.”

결국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매출인걸. 나처럼 회사가 어찌 되든 말든 크게 상관없는 사람이 임원진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정 부담이 된다면 공장 가동을 안 한다는 선택지도 있을 테고, 회사 이익에 따라 알아서 하겠지.

멤버들도 그걸 모를 리는 없으나 아무래도 본인들이 생각한 것 이상의 영향이 생겼다는 점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너희가 그만큼 인기가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냥 상황을 즐겨보면 어떨까.”

“이, 이게 인기 때문일까요?”

“다들 ‘모노크롬 최애 음료’라고 부르던데?”

인터넷에선 모노크롬이 ‘커피 우유 좋아하는 아이돌’이 된 게 아니라, 커피 우유에 ‘모노크롬 최애 음료’란 별명이 붙었다.

이 정도면 할 말 다 했지. 지금은 다들 모노크롬의 이름을 인식하고 그렇게 부른다는 거니까.

앞으로도 성장해나갈 테고 이런 일은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으니 멤버들이 적응하는 게 빨랐다.

내가 긍정적인 측면을 계속 부각하자 멤버들도 납득하고 곧이곧대로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는지 표정이 한층 편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진짜 우리가 못 사 먹는 거 아냐?”

하나가 해결되자 준해가 이번엔 다른 걱정거리를 꺼냈다.

그렇다. 제품이 품절 대란이란 것은, 그 품절 대란을 일으킨 모노크롬조차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었다.

“다른 거 말고 그걸 꼭 사 먹을 이유가 있어?”

“그게, 일반 커피 우유랑은 좀 달라요. 막 이것저것 맛이 섞였다고 해야 하나. 이사님도 한번 드셔보…… 아니, 지금 구하기 힘들구나.”

처음 멤버들에게 전파했다던 한이가 맛을 설명하려 했으나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어려운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나도 조금 궁금해지잖아. 이런 마음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사러 가서 결국 품절까지 이어진 거겠지…….

“나중에 구하면 이사님도 하나 드릴게요.”

“구하기 힘든데 나까지 신경 써줄 필요는 없고……. 잠깐 유행한 거면 나중에 또 물량이 풀리겠지.”

종종 입소문을 타서 핫해진 제과나 음료 신제품도 품절 대란이 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경우 시간이 조금 지나면 유행이 끝나서 흔하게 구할 수 있게 된다.

‘멤버들이랑 컬러즈는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애초에 단종 예정이란 건 인기가 많지 않아서일 테니까.’

호불호가 갈릴 만한 맛이라면 다들 한 번쯤 마셔본 것으로 만족할 테니 유행이 금방 끝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이 품절 대란은 꽤나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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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신입 컬러즈인데 넛츠라떼 대체 뭔데 이렇게 핫해

나만 못 마셔봤어ㅜㅜㅜㅜ

└2222 없으니까 더 구하고 싶어..

└몬클이들이 유행 선도한 것 같아서 왠지 뿌듯하다구

└기왕 이렇게 된거 단종 안 하고 몬클 광고 모델로 써주셨으면

└윗댓 천재냐 완벽한 시나리오다

└야 이거다 컬러즈들아 단종 막고 광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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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란 사이에서 이 넛츠라떼를 구한 사람들로부터 ‘맛있다’는 간증글이 인터넷에 속속들이 올라왔다.

‘나는 멤버들 입맛이 특이한 줄 알았지…….’

우형의 미각이 조금 독특한 건 알고 있었고, 그런 우형의 요리를 일상에서 맛봐온 멤버들이라서 특이한 것도 맛있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컬러즈야 멤버들이 즐겨 마신다면 입맛에 안 맞아도 잘 마실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그들에게도 취향이 있다는 걸 간과하고 말았다. 나 혼자 오해한 점에 대해 나 혼자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호평인 것을 보면 맛 때문에 인기가 없었던 게 아니라 마케팅 쪽으로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

품절이 장기화하자 이제는 프리미엄가를 붙여서 파는 업자까지 등장했다.

‘나 참. 어디든 돈 벌려고 붙는 사람들은 있다니까.’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이라 사재기하기도 어려울 텐데 굳이 사들여서 돈벌이로 쓰고 있다는 게 참 황당한 일이다.

시판 음료 중에 대체할 만한 다른 제품이 없어서인지 음료 자체의 마니아층도 있었다.

이들도 좋아한다고 매번 제품명으로 검색해서 사는 건 아닐 테니 단종 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이번 품절 대란이 일면서 알게 된 듯했다.

[아니 ㅁㅊ 넛츠라떼 단종된다고? 아이돌 누가 얘기해서 갑자기 떴나봐 이거 진짜 맛있는데ㅠㅠㅠ 홍보된 김에 어케 잘 말해서 단종도 막아주시면 안 되나]

아이돌이라고 음료 회사의 단종 계획을 막을 힘이 있을 리 없건만.

그러나 컬러즈는 이미 그럴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혹시 또 모르지.’

그쪽 음료 회사 마케팅 부서에서도 이 화제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제품명은 모노크롬의 이름과 함께 퍼져나가는 중이다. 나는 만일 이 흐름이 뉴마로까지 전해져온다면 확실히 붙잡을 생각으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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