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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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레몬 어워드에서 뭔일 있었음?
나 관객석 3층에 있는데 무대 근처에서 비명소리 났던 것 같아서
무대 끝나고 막 환호성 날 때라 걍 잘못 들은 걸 수도 있고 ㅇㅇ
└아까 콜라보 무대 할때 퇴장하다가 댄서 다쳤나? 방금 지나가다가 그런 글 봤음
└댄서 아니고 스핃 멤버라고 웅성웅성하던데
└헐 다친거임?
└몰라 별 공지 없이 계속 하는거보면 별 큰일은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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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출연진이 많은 생방송이라서 일어난 일이었다.
무대 시간은 정해져 있었지만 전부 사람이 하는 일인 데다가 시상식이라 수상자의 소감 길이에 따라 큐시트와 시간이 조금씩 어긋나기도 했다.
사회자나 시상자의 멘트, 수상 소감을 조금 늘리거나 줄여달라고 하면서 전체적인 시간을 조정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댄스 퍼포먼스 콜라보 무대는 앞 순서로 인해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어졌다는 모양이다.
생방송이다 보니 공연 스태프들은 다음 무대 세트를 시간에 맞춰 준비하겠다고 무대 뒤편의 리프트를 먼저 내렸다.
퇴장하던 퍼포먼스 팀은 그것을 피해서 무대로 내려왔어야 했는데 조명이 꺼지기 전이라 계속 몸이 관객석 방향을 향한 채였다.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뒤로 걷던 윤규가 추락하려던 것을, 재민이 발견하고 몸으로 감쌌다.
그게 어워드 측 스태프에게 들은 사정 설명이었다.
“하아…….”
왜 재민에게만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다친 게 그의 탓은 아니지만 또다시 병원에 재민과 함께 오고 싶지는 않았다.
조명이 바로 꺼졌기에 무대 가까이에 있던 관객들만 두 사람의 몸이 아래로 훅 꺼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정확히 무슨 일이 있는지는 다들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어워드는 예정대로 남은 무대를 속행했기에 별일 아닌가 보다 하면서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윤규가 추락했다’ 혹은 ‘재민이 추락했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아서 SPID의 팬덤과 컬러즈만 불안해하는 중이다.
주말이었지만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우리 직원들과 유선으로 긴급회의에 나섰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 병실로 들어오니 재민도 누군가와 통화를 마치려던 참이었다.
“……괜찮아. 응.”
환자복 아래로 한쪽 어깨가 붕대로 칭칭 감겨 있는 것이 언뜻 보였다. 그는 들어온 날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입만 달싹였다.
일단 통화도 하고 말도 하려 하는 것은 전처럼 패닉에 빠지진 않았다는 뜻이었다.
다친 것 때문에 또 죄책감을 가질까 봐서 재민이 안심할 만한 화제를 꺼냈다.
“윤규는 괜찮대. 네가 감싸준 덕분에.”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다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하마터면 정말로 큰일이 날 뻔했다.
재민이 머리를 감싸지 않았으면 소품에 잘못 부딪혀서 눈을 심하게 다칠 뻔했다고. 눈썹 부근까지 이마가 찢어졌으나 그 이상 긁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신 재민이 어깨가 찢어졌지만.’
그리고 재민 덕분에 정말 심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레몬 어워드는 그대로 속행할 수 있었다.
재민의 부상으로 더 큰 사고를 막은 이 상황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그래서 그쪽 스태프분이 아까 고맙다고 대신 인사하고 가셨어.”
“네…….”
“넌 많이 아프진 않고?”
“괜찮, 윽.”
재민이 괜찮다는 것을 어필하려고 팔을 들어 올리다가 통증이 전해져왔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몸에 딱 붙이고 가만히 있으라고 그의 팔을 붙잡아 내렸다.
“남을 도와준 건 정말 잘했는데 말이야……. 솔직히 다치면 많이 속상해.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고.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마음이 복잡했다. 분명 사람을 구했다고 할 만한 일인데 이렇게 자기 몸까지 상한 상태로 앞에 있으니까 속상한 마음이 더 컸다.
지금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지만, 더 가까이에 있던 다른 댄서들이 나섰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둘 다 덜 다치고 끝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몸이 빠른 재민이라서 순간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거겠지.’
내가 사람을 구한 것을 칭찬하는 건지 아쉬움을 표현하는 건지 모를 말을 횡설수설하고 있으니 재민이 입을 열었다.
“알고 떨어지는 거랑 모르고 떨어지는 건 천지 차이라서. 그건 제가 잘 알아서 몸이 저절로 움직였어요.”
“…….”
예전에 아이돌 대운동회에서 재민이 다쳤던 것도 이것과 비슷하게 발판이 없어서 헛디디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라고 했던가.
이런 이야기까지 듣고 보니 정말로 재민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이 정도로 피해를 줄이진 못했을 듯했다.
이게 최선의 상황이니까 나도 괜히 아쉬운 마음 티 내지 말고 잘한 것만 생각하자.
“그래, 잘했어. 너 없었으면 지금 완전 난리 났을걸. 의사 선생님이 너도 더 깊게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하시더라. 완전히 회복되면 이상은 더 없을 거라고. 그러니까 다른 거 신경 쓰지 않고 회복에만 전념하는 거로 하자.”
“네. 컴백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나아서 연습 따라잡을게요.”
“으음……. 내 생각엔 좀 더 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재민은 내 말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나와 마주친 눈이 슬퍼 보였다.
“저 이번 컴백…….”
“아, 아니. 이번 활동에서 널 빼놓겠다는 게 아니라. 회복은 빨리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컴백은 미룰 수 있는걸.”
내가 쉬라고 한 것을 4인조 활동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뜻으로 생각한 듯해 서둘러 부정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상처를 입으면 일시적으로 제외하고 활동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지만, 모노크롬은 그것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해법은 최대한 배제하고 싶었다.
평생 후유증이 남을 정도로 심하게 다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부상도 아니라 꿰맨 부위가 아물 때까지는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게 좋기도 하고.
그래도 재민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지 고개가 조금 아래로 향했다.
“……저 안 괜찮아요?”
“아니, 괜찮지.”
“그럼 활동도 괜찮잖아요. 의사쌤이 상처 아물면 평소처럼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요.”
“그거야 일상생활을 말하는 거고…….”
재민에게는 춤을 추는 게 일상이긴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닐 텐데.
정확히 말하자면 일상생활은 문제없이 가능해도 격한 운동은 삼가라고 했겠지. 춤은 격한 운동에 가깝고.
게다가 활동만 문제가 아니라 컴백 전까지는 몇 시간이나 계속 움직이며 연습을 해야 한다.
“이번 컴백에 맞춰서 다들 엄청 열심히 준비했는데.”
“좀 더 잘할 수 있을 때로 미루는 것뿐이지. 1월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미루는 게 오히려 더 시기가 좋을 수도 있잖아.”
“음악대상…….”
“…….”
재민은 이번엔 내 마음에 걸리던 것을 콕 집어냈다.
내가 음악대상을 고려해서 컴백 시기를 1월로 잡았다는 것을 알아챈 걸까. 대기실에서도 상 얘기를 하더니 그게 마음에 계속 남은 듯했다.
“최대한 해볼 테니까 그대로 컴백하면 안 돼요?”
“무리하면 오히려 안 좋아.”
“저 할 수 있어요.”
왜 이리 고집을 부릴까…….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초조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올해는 음악대상만 보고 달릴 생각이었는데 새해를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이런 일이 생겨서.
아직도 컴백을 미루는 게 맞는 건지, 네 명으로라도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게 아닌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고민할 일이지, 멤버들이 고민할 것은 아니었다.
절박하긴 해도 내 목표 때문에 멤버들이 굳이 힘든 길을 고르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았다.
‘재민이는 그것뿐만 아니라 멤버들 생각 때문에 더 이러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엔 하필이면 안무와 동선이 매우 복잡했다. 긴 연습을 거쳐 이제야 탄력을 받아 확실하게 완성되어가려는 참이었다.
이 상황에 연습을 쉬게 되면 관성이 끊길 테고, 나중에 다시 그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안무팀 한 명을 대타 삼아 재민이 복귀할 때까지 계속 같은 연습을 이어나가는 것도 조금 무리가 있었다.
‘지금 멈추기엔 이번 컴백에 이미 많이 공을 들인 상태고, 나도 너무 의미부여를 했어.’
그냥 다른 걱정 없이 쉬기만 하라고, 아무 문제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컴백을 미루겠다고 한 내가 흔들리는 걸 아는지 재민은 계속 나를 설득하려 했다.
“의사쌤이랑 좀 더 잘 얘기해 봐서요. 괜찮다고 하면 이쪽 팔은 많이 안 움직이는 쪽으로…….”
“재민아. 나는 네가 다른 상황들을 생각하기보다는 네 몸을 좀 더 아꼈으면 좋겠어.”
“제가 하고 싶어서 그래요. 이번에 정말 될 것 같은데. 이번에 물러나면…… 나중에도 쉽게 포기하게 될 것 같아서.”
“…….”
전보다는 괜찮지만 재민은 지금도 다친 상황에 큰 불안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니 무리해서라도 잘 해내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유는 다르지만 절박한 건 재민이나 나나 같았다.
나는 잠시 입술을 잘근거리며 고민하다가, 지금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을 떠올렸다.
“의사 선생님이랑도 더 얘기해 보고. 그리고 민후 씨랑도 가능할지 얘기해 보자. 만일 다들 힘들다고 하면 강행하는 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라 생각하고 그냥 미루기로 해. 알았지?”
“네.”
내가 한발 물러서자 재민도 그제야 순순히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 재민이나 마음이 흔들리고 있어서 마음을 확실히 다잡게 해 줄 만한 건 전문가의 의견뿐이었다.
재민도 이 정도로 정리해두니 마음이 그나마 편해졌는지 자세가 점점 앞으로 수그러들던 것을 그만두고 등 뒤의 베개에 몸을 기댔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활동이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지, 불가능해서 쉬게 하는 게 낫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지.
복잡한 마음은 숨기면서 그를 안심시킬 만한 말들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낯익은 얼굴의 중년 둘이 서 있었다. 재민의 부모님이었다.
눈이 잠깐 마주쳤으나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그저 재민을 걱정하는 얼굴일 텐데도 왠지 날 책망하는 시선처럼 느껴져서.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쉬고 있어. 푹 쉬어야 빨리 나으니까.”
“네.”
부모님이 오셨으니 내가 더 있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재민의 부모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병실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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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컴백 미뤄?? 왜?????
└레몬어워드에서 멤버 부상ㅠ (공지 링크)
└허헐 그래도 많이 다치진 않았나보네 다행이다
└안정 필요하다는 거 보니까 좀 충격받았나 봄
└누가 직캠 올렸다가 지웠는데 리프트쪽 바닥 열려있어서 완전 머리로 떨어질뻔한 것 같더라 몬클 멤버가 받아줘서 많이 안 다쳤다는 것 같음
└몬클도 부상관련 공지 떴던데 거긴 컴백 어케 되려나 몰겠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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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 컴백이라 이미 티저가 나오고 있던 SPID는 윤규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의사 소견상 안정이 필요하여 컴백을 미루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이번 일에 우리도 엮여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윤규는 다친 것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더 컸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윤규를 제외하고 컴백을 할지 완전체로 컴백을 할지 정한다고 한다.
‘우리는 재민이는 의욕이 있는데 부상이 문제라…….’
우리도 재민의 부상과 관련하여 공지를 냈다. 저번 발목 부상은 숨겼으나 이번엔 활동에 영향이 갈 정도로 다쳤기에 애초에 숨긴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SPID보다 컴백일이 더 빠른 우리도 이제는 확실하게 결단을 내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