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03화 (203/430)

# 2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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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 걔 레몬어워드 라인업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하려나

└걔 빼고 다른 멤버들만 나오지 않을까

└하 개짜증나네 팀에 민폐끼치는거 흐린눈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ㅋㅋㅋ 자숙은 무슨 자숙새우가 더 겸손할듯

└그멤 포지션 뭔데? 당장 빼고 무대 가능해?

└메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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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어워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메이저한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레몬에서 주최하는 가요 시상식이었다.

시상식은 연말에 많이 모여 있었으나 연초에 개최하는 시상식도 있었다. 레몬 어워드가 바로 그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한국 음악 업계에서 영향력이 꽤 큰 플랫폼 회사 주최이다 보니 라인업 또한 빵빵했다.

그 라인업에 모노크롬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우린 어워드에 나가지도 않는데 이게 무슨 연락이야…….’

새해 이튿날부터 연예면과 사회면을 장식한 그 아이돌 멤버의 그룹은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사고 친 당사자는 그룹 무대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의 메인 댄서 포지션 멤버들과 콜라보 무대를 준비 중이었다는 모양.

특별 무대 라인업까지 공개된 건 아니라 주최 측은 그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워서 그대로 진행하려 했다.

그 때문에 재민에게 섭외가 들어왔다.

‘섭외 연락이야 항상 환영하지만 이렇게 불러주는 건 기분이 좀 그래…….’

예전에 재민에게 <최고의 팀메이트> 출연 요청이 왔던 것도 펑크 땜빵이었다고.

기왕 불러줄 거 여유 있게 불러주면 안 되나 싶지만, 이 사람들도 다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급하게 연락한 거겠지.

기사가 뜬 게 오늘 아침인데 바로 연락이 왔으니까.

“가능할 것 같아? 시간이 좀 촉박한데.”

레몬 어워드 개최일은 바로 다음 주 주말이었다. 약 10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

말로는 조금만 시간을 내줘도 된다고 하는데, 다르게 말하자면 재민이 연습할 시간도 얼마 없다는 소리였다.

더군다나 우리의 컴백 준비를 우선해야 하니 그쪽 사정에 무리해서 맞춰줄 필요가 없었다.

‘라인업에 포함된 다른 그룹에도 댄서 포지션 멤버는 있을 텐데.’

굳이 재민에게 연락했다는 건 메인 댄서로서의 능력을 인정해준 것 같단 말이지.

만일 나간다면 실력은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락하든 거절하든 각각 장점은 있어서 당사자인 재민에게 물어보니, 그는 뭐든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대 길이가 한 5분이라고 그랬죠? 한 번 하고 끝나는 거라 괜찮을 것 같은데요.”

“연습일이 많지 않다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춤에 있어선 기억력이 엄청난 재민이다. 나는 움직임을 전부 눈으로 따라갈 수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머리로 외우는 게 아니라 몸으로 새기듯이 습득한다고 민후가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합동 무대다 보니 재민이 잘 외우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이들과 ‘같이’ 무대를 잘할 수 있느냐도 중요했다.

재민 빼고는 다들 시상식에 참여하는 그룹의 멤버들이었다.

그룹 무대 준비도 해야 하는데 특별 무대 준비를 하자고 매일 소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합동 연습일은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팀 미로 때도 가끔 사정 있어서 공연 전에 인원 교체되는 경우 있었어요. 그리고 안무 수정이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거면 이미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서 그런 것 같은데, 제가 거기에 맞추는 건 별로 어렵진 않을 것 같거든요.”

재민은 팀 미로에서 몇 번 겪어본 상황이라 큰 부담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재민이 모노크롬으로 복귀하느라 대회 준비에서 빠졌을 때도 팀 미로의 다른 단원이 재민의 포지션을 대신하려고 했었다던가.

그땐 하필 가벼운 사람이 필요해서 결국 재민이 다시 합류했지만.

“알았어. 그러면 그쪽에 연락해서 자세한 일정 받아둘게. 우리도 급하게 들어가는 거니까 그걸 감안해서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그래도 기왕 할 거면 잘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요?”

“당연히 잘하면 좋지만…….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이야기야?”

“하면 하죠.”

부담스러운 요청일까 봐 조심스러웠는데 재민이 의욕 넘치는 얼굴로 웃었다.

나는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따지고 있었는데 그는 당연히 가능하다는 전제로 잘할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재민이 자신감을 보이는 일은 정말로 잘 해냈으니까 문제없겠지.

“그러면 진작 안 부른 걸 후회할 만큼 잘 해내기로 하자.”

약간 뒤끝이 남은 내 말에 재민도 “넵!” 하고 대답하더니 주먹을 꼭 쥐고 각오를 다지는 포즈를 취했다.

어워드 측은 빈자리를 대충이라도 때워주길 바랐겠지만, 아니. 우리 애는 더 잘할 거야.

들러리로 서는 것도 아니고 기왕 제대로 된 자리를 얻은 김에 댄스 레벨 10 메인 댄서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두에게 보여줄 것이다.

물론 보여주는 건 내가 아니고 재민이 되겠지만!

***

레몬 어워드 댄스 퍼포먼스 무대 연습일.

한 명이 빠진 상태로 먼저 집합한 이들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 대기 중이었다.

댄스 퍼포먼스 무대팀은 총 다섯 명의 댄서 멤버들과 보조해주는 댄스팀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메인이 되는 다섯 중 한 명이 빠지니 제법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아니, 웬 술을 새해부터…….”

좋지 않은 일이라 차마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던 와중, 한 명이 답답했는지 한숨을 쉬듯이 중얼거렸다.

정확히 콕 집어 말하지는 않았으나 다들 동감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함께 연습하느라 친분이 조금 생겼다지만 아직은 비즈니스 관계에 좀 더 가까웠다.

그래서 이 정도로만 말했지, 아니었으면 ‘그 자식’, 혹은 더 심한 소리부터 튀어나왔을지도 모른다.

바쁜 와중에 각자 시간 내서 모여 이제야 좀 퍼포먼스가 완성되어 가려는데 사고를 쳐 준 덕분에 지장이 생겼다. 무대가 가능할지도 불확실해졌다. 한마디로 민폐였다.

“어떻게 할지 얘기 들은 거 있어요? 대타 구하기도 힘들 텐데.”

“정확히 정해진 게 없나 봐요. 넷이서 할 수 있게 안무를 좀 바꾸거나…….”

“지금 와서 네 명에 맞춰서 바꾸면 대형은 거의 갈아엎어야겠죠? 특히 홀수 대형이랑 짝수 대형은 천지 차이인데.”

“와……. 진짜 답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대로 무대 준비를 이어가려면 안무를 쉽게 수정하는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무난한 퍼포먼스만 보여줄 거면 굳이 각 그룹의 메인 댄서인 이들이 모일 필요가 없었다.

‘춤 좀 춘다는 애들만 모아뒀다더니 무대는 실망’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어려운 수준을 유지하며 어떻게든 새로운 퍼포먼스를 완성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자신도 없었다.

“정 안 되면 댄서분이 커버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그러면 보는 분들도 다 ‘저기 한 명 빠졌나 보네.’ 하고 생각할 텐데. 사람들이 다른 데만 보는 거 싫을 것 같지 않아요?”

다섯 명을 채울 수야 있겠지만 그중 네 명에게만 카메라 비중이 돌아가고 의상도 다르면 균형이 안 맞아 보일 것이다. 오히려 메인이어야 하는 네 명이 아니라 다른 쪽에 관객들의 집중을 빼앗길 수도 있다.

보컬이나 래퍼와 달리 댄서는 오로지 눈으로 보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때문에 시선을 빼앗기는 건 치명적이었다.

“에휴. 오늘은 일단 네 명 연습인가요?”

“급하게 알아본다고는 하는 것 같던데 아무래도…….”

아직 네 명밖에 안 모였다는 건 결국 대타 구하기는 실패했다는 뜻인가.

다들 체념하고 뭐라도 하려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레몬 측 공연 스태프와 안무가가 함께 연습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한 명이 더 있었다.

“명재민!”

퍼포먼스팀 중 한 명이었던 SPID의 메인 댄서 윤규가 바로 그를 알아보고 반겼다.

원래 친분이 있기도 하지만, 이 상황을 구원해 줄 인물로는 더할 나위 없었기에 지금 그의 등장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대타를 구해본다는 연락에 재민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모노크롬이 어워드 라인업에 없어서 가능성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가 나타날 줄이야!

“으엉, 다행이다! 너라면 문제없지. 아, 아니. 퍼포먼스 무대 같이 하러 온 거 맞지?”

“맞아.”

“아! 그 쉰셋돌…… 아니, 팀 미로!”

윤규가 재민의 얼굴을 보자마자 튀어 나가는 바람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다른 멤버들도 곧이어 그를 알아보고 표정이 밝아졌다.

윤규 외의 다른 이들은 팀 미로나 재민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다만 다들 아이돌 데뷔 전부터 춤에 관심 있는 이들이었기에 팀 미로는 알았다.

게다가 최근 아이돌계를 넘어서서 방송계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쉰셋돌>을 통해 재민의 실력도 대충은 파악하고 있었다.

방송만 봤을 땐 같은 아이돌, 같은 댄스 멤버로서 밀리면 안 된다는 경쟁심도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이렇게 나타나 주니 그 실력 덕분에 오히려 안심됐다.

“원래 오늘은 전체적으로 맞춰볼 예정이었는데, 재민 씨는 오늘 처음 합류했으니까 일단 파트를 쪼개서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떠실까요……?”

퍼포먼스 무대 안무를 담당한 안무가가 재민에게 아주 공손하게 물었다.

“형, 왜 그렇게 저희 대할 때랑은 태도가 달라요?”

윤규가 재민을 대하는 안무가의 태도를 보고는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어려운 상황에 도와주러 왔으니 친절한 것은 당연했지만, 평소 ‘젊은 애들이 왜 그렇게 맥아리가 없냐!’라면서 혹독한 연습 방식을 고수하던 그답지 않은 태도였다.

“옛날에 팀 미로 단장님이랑 잠깐 같은 팀에 있었는데 말이야. 그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아? 잘 안 챙겨주면 뒤진다고 연락하셨다고……!”

“민후 형이 그렇게 말해요?”

“아뇨. 로아 누님이…….”

재민은 단장이라는 소리에 민후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가 로아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팀 미로를 한번 겪어본 사람은 그들의 방식을 존중하며 따랐지만 그 자비 없는 연습의 공포 또한 몸에 새겨져 있었다.

민후는 ‘죽을 때까지 하자’라는 소리를 안 하는데 로아는 했다.

사람들은 가끔 그런 거친 면을 보이는 로아를 더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튼, 그러니까 오늘은 최대한 진도를 맞추는 방향으로-.”

“아뇨.”

재민은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고 바로 연습을 위한 반소매 차림이 되었다.

“안무 연습 영상 보고 외워왔는데, 최대한 맞춰볼 테니까 사람 바뀐 거 의식하지 말고 평소대로 해보죠.”

곧바로 유연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재민을 보고 모두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연락받고 시간이 거의 없었을 텐데 이미 다 외워왔다고?

게다가 다들 재민의 안무 습득 속도에 맞출 생각부터 하고 있었는데 재민은 오히려 자신이 이들에게 알아서 맞출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머, 멋있다.’

여유롭게 그리 말하는 재민은 너무나도 프로의 모습이었다.

기존 멤버들은 오히려 자신이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까지 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무대가 결국 취소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한숨만 푹푹 쉬던 이들은 열정 넘치는 새 멤버의 등장에 덩달아 의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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