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60화 (60/430)

#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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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칼퇴크롬ㅋㅋㅋㅋㅋ

근데 오늘은 진짜 퇴근이네 ㅠㅠ 벌써 활동끝이라니ㅠㅠㅠ

└몬클이들 칼퇴하는 와중에도 후배들 인사 꼬박꼬박 받아줌ㅠㅠㅋㅋㅋ

└크으 선배미

└안경크롬 이렇게 보낼 수 없다

└2주활동 너무 짧은거 아니냐고ㅠㅠ그래도 행복했어

└오늘 막방 뷰이라이브 하겠지? 대기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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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악 방송은 전 출연진이 무대 위로 올라와 다 함께 인사하며 끝이 난다.

그 주의 1위 가수만 남기고 나머지 출연진들은 바로 퇴장을 하는데, 이때 주로 병목현상이 일어나곤 했다.

출연진 대부분이 다인원 아이돌 그룹이라 안 그래도 인원이 많은데 퇴장로는 한 군데뿐이었으니까.

그리고 6년 차라 선배가 되어버린 모노크롬은 그 병목현상의 한가운데서 주변의 모든 후배들에게 인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음악 방송을 안 나간 지 오래라 그런지, 모니터로 보는 내가 다 어색했지…….’

아직 선배인 것도 잘 실감이 안 나는데 음악 방송에는 후배들이 대량으로 포진해 있다 보니, 멤버들은 그 상황이 매우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듯했다.

그리고 짧은 기간에 두 번의 활동을 거치면서 요령이 생겼는지, 이제는 가장 빨리 나갈 수 있는 곳에 자리 잡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리고 모노크롬이 항상 제일 먼저 퇴장하는 장면을 보고 컬러즈는 ‘칼퇴크롬’이라는 별명을 만들어냈다.

대기실에 달린 모니터로 방송 엔딩 장면을 지켜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칼퇴크롬답게 멤버들은 금방 대기실로 돌아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밝은 얼굴로 들어오는 멤버들. 스태프들도 밝은 표정으로 그들을 반겨주었다.

그리고 오늘도 대기실에는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엔 좀 맛있어 보이지?”

“저번에 차우차우 케이크도 맛있었어요.”

왜 차우차우 케이크라고 부르는데.

케이크답지 않게 새까맣게 완성되었던 저번 케이크와 달리, 이번 케이크는 알록달록한 색상이었다. 이번 음반은 앨범명처럼 여러 색상이 알록달록하게 섞인 이미지였으니까.

“나 그것도 얼마 못 먹었는데! 활동 끝났으니까 먹어도 돼요?”

관리를 위해 빵 금지라던 한이는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리미터가 풀려버렸다.

내가 당연히 괜찮다고 대답하려는데, 그 전에 우형이 먼저 대답했다.

“뷰이라이브 하고 나서. 컬러즈한테도 보여줘야지.”

저번에 잠시 대기실을 나가 있던 사이에 다른 멤버들이 뷰이라이브를 먼저 시작하는 바람에 당황했던 우형이었으나, 이번에는 리더답게 먼저 막방 뷰이라이브를 챙겼다.

<막방을 마치고>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뷰이라이브.

멤버들이 곧바로 뷰이라이브를 켤 것을 예상했는지, 컬러즈들은 알림이 뜨자마자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수고했어!!]

[막방 아쉽다ㅠㅠㅠㅠㅠㅠ]

[오늘 라이브 쩔었자나ㅠㅠㅠㅠ]

“안녕~. 안녕, 안녕. 모노크롬 사랑해. 수고했어. 활동 한 주만 더 하자. 네. 반가워요.”

멤버들은 컬러즈들이 마저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며 채팅을 읽었다. 그 와중에 우형은 [시험공부 하다가 잠깐 쉬면서 음방 봤어요]라는 채팅을 발견하였다.

“시험공부 중이에요? 준해도 요새 시험공부 하느라 방에서 잘 안 나오던데.”

[활동하면서 공부까지ㅠㅠㅠ]

[준해 에이쁠 주세요 교수님]

“이것도 좀 있으면 끝이에요, 여러분. 학생 컬러즈 파이팅!”

[웅ㅇ 준해도 파이팅!!]

[와 갑자기 아이큐 200된 기분이다]

[준해 버프는 킹정이지]

[아 나도 학생할걸]

준해가 ‘학생 컬러즈’라고 콕 집어 얘기하자 이미 학교를 졸업한 컬러즈들은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는 대학원에 들어가서 다시 학생이 되겠다는 소리까지.

“흐흐. 학생 아닌 컬러즈도 파이팅!”

학생을 부러워하는 다른 컬러즈들의 반응을 보고 웃음이 터진 준해는 평등하게 파이팅을 날렸다.

[나백수도 파이팅!]

[야근일 것 같지만 파이팅ㅠ!!]

[컬러즈는 지치는 게 뭔지 몰라]

[근데 공부는 준해가 하는데 화이트조가 모범생 비주얼이네욬ㅋ]

[안경 도수 있는거에요?]

서로 파이팅을 주고받으며 훈훈해진 채팅방. 중간중간 올라오는 안경 언급에 재민이 손가락으로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안경이요? 이거 안경알은 없는 거예요. 저 되게 똑똑해 보이지 않아요?”

[아 천재만재지]

[일단 재미니도 에이쁠드립니다]

“오늘 저희가 안경을 왜 쓰고 나왔을까요?”

“앗. 그건!”

해랑이 뭔가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내뱉자 한이가 옆에서 놀라는 척을 했다.

[이쁘라고?]

[뭐가 또 있어???]

[허헐 뭔데뭔데]

[몬클이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서 나도 요새 안경쓰고 다니잖아]

“얼굴이 너무 눈부셔서? 아~. 좋은 말이지만 땡! 다래끼 나서? 땡!”

많은 오답이 나왔지만 멤버들은 결국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대충 웃으며 넘겼다.

활동 종료인데도 또 다른 떡밥 예고! 컬러즈들은 이것으로 또 행복회로를 돌리며 새로운 무언가를 기다릴 터였다.

“그리고 이것도. 짜잔. 회사에서 또 CD랑 똑같이 생긴 케이크를 준비해 주셨어요.”

“다들 앨범 CD 봤어요? 전부 컬러즈 색깔이에요. 시안, 마젠타, 옐로.”

아이리스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이라면, 컬러즈는 시안, 마젠타, 옐로의 삼원색이었다.

거기에 바탕이 되는 화이트, 세 가지 색이 전부 섞인 블랙. 이렇게 모노크롬과 컬러즈가 합쳐지면 대부분의 색상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너무나도 리얼하게 재현한 바람에 새까맸던 모노필름 케이크와 달리, 이번 케이크는 실물보단 조금 연한 파스텔톤 색상의 크림으로 덮여 있었다. 좀 더 맛있게 보이기 위한 노력이 들어있었다고 할까.

[무슨맛이야?]

[색깔마다 맛 달라요?]

[딸기맛일 것 같아 맛있겠다ㅠㅠ]

“맛이 다른가? 딸기, 민트, 바나나맛?”

“체리맛? 바닐라맛?”

“저희도 아직 안 먹어봐서 모르는데. 나중에 먹어보고 SNS로 알려드릴게요.”

음. 거기까진 생각 못 했는데.

아마 크림에 들어간 색소만 다르지, 전부 같은 생크림 케이크 맛일 터였다.

‘나중엔 맛까지 신경 써 봐야겠어.’

경험을 통해 점점 업그레이드를 거치는 케이크였다.

우형은 들고 있던 케이크를 화면에 다시 잘 보이도록 비췄다.

“이쁘죠, 컬러즈?”

[우리가? 케이크가?]

[앗 난 또 우리 말하는줄알고ㅎㅎ머쓲]

[설렜짜너~~]

자신들을 지칭하는 건지 컬러즈 앨범 케이크를 지칭하는 건지 모호한 말에 채팅창에서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우형은 그런 반응을 유도하며 노린 듯했다.

이번엔 준해가 씩 웃으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번 컬러즈 앨범의 수록곡이 와 인 이유가 있어요.”

[헐]

[이어지는거였어??ㅠㅠㅠㅠㅠ]

[세상마상에나]

“컬러즈 만나고 내 세상은 아름다워졌다~.”

“많이 아름다워졌다~.”

멤버들은 의 후렴구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랩이냐고옄ㅋㅋㅋㅋ]

[몬클대학에 다니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감동인데 왜 웃기지 ㅠㅋㅋㅋㅋㅋㅋㅋㅋ]

좋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야말로 재미와 감동이 함께하는 현장.

한 명 한 명 다른 사람들의 집합이지만, 컬러즈라고 불릴 때면 행복한 컬러즈들이었다.

멤버들도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작은 얘기까지 미주알고주알 풀어내며 뷰이라이브는 제법 길게 이어졌다.

“이번 앨범도 응원해줘서 너무 감사하고. 그럼 또 봐요!”

“고마워 컬러즈~.”

“안녕!”

그리고 또 보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번 활동이 정말로 종료되었다.

***

선공개곡으로 시작하여 앨범 두 개에 쇼케이스 팬미팅까지. 잘못 쌓여 있던 것을 바로잡느라 쉴 틈 없었던 모노크롬 컴백 프로젝트.

일정 하나가 끝나면 다음 일정이 바로 기다리던 바쁜 시기도 이제 정말 마무리되었다.

이제부터 다음 활동을 또 준비해야겠지만, 일단은 큰 일정이 마무리되었으니 오랜만에 나는 주말다운 주말을 즐겼다.

휴식보다는 방전된 몸을 충전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와……. 이거 진짜 체력 비축 안 하면 큰일 나겠다.’

그래도 후반부엔 새벽에 진행되는 사전 녹화 일정이 없어서 밤낮은 바뀌지 않았지만,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외근이 있다고 보면 되었다.

거기에 중간중간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도 처리해야 했고, 집에 와서도 내 손은 저절로 또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지고 있었고.

주말 동안 어떻게든 체력을 급속 충전한 뒤 다시 평일을 맞이했다.

‘하아. 이제는 또 새하얀 도화지네.’

바쁘긴 했지만, 컴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그래도 정해진 일정대로 나아가면 되었다.

이제는 또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차례.

‘바로 또 새 앨범 준비하는 건 좀 오버겠지?’

이 정도 주기로 가면 1년 6컴백도 가능하겠지만, 6컴백은 최대한 자주 앨범을 내며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 아이돌도 안 하는 일정이었다.

일단, 앨범 활동은 최대 1년 4번을 최대치라고 보면 되었다.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정말 말 그대로 멤버들과 직원들이 쉬지도 못하고 소처럼 굴러야 할 테니까. 아니면 음반 발매 외에 다른 활동을 아예 포기하든지.

음악 하나로 승부하는 아티스트라면 몰라도, 모노크롬은 아이돌이니 그럴 수는 없었다.

‘공백기에도 멤버들이 대중들한테 얼굴을 비칠 방법…….’

다음엔 뭘 할지 고민은 계속 해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안 그래도 바쁜데 나 혼자 의욕이 앞서서 다음 일정까지 미리 짜두자고 하면 정말 직원들이 탈주할지도 모르니까.

이제부터 기획과 회의를 거쳐서 차근차근 정할 예정이었다.

일단 우리끼리 할 수 있는 건 자체 컨텐츠가 있을 테고, TV에도 나올 수 있게 영업도 해야 할 테고, 또……. 으음…….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흐트러진 내 정신은 금세 다른 곳으로 튀었다.

‘그나저나 날씨가 참 좋네…….’

이제 봄이라 그런가.

이사실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따스하니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른한 느낌…….’

이제 슬슬 개화 시기던가. 꽃놀이 화보라도 찍으러 가야 하는 걸까.

아,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였지. 준해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이 와중에도 또 일 생각부터 들었지만 몸이 거부하는 건지 머리가 완전히 돌아가지를 않았다.

어쩐지 몰려오는 졸음에 나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의자 등받이에 몸의 중심을 실었다.

‘상체만 잠깐 눕혀도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기지개를 켜던 내 눈에 들어온 건 이사실에 놓인 접객용 소파.

“……잠깐만 쉴까.”

나는 사무용 책상에서 비척비척 일어나 소파에 풀썩 엎어졌다.

***

활동기가 끝났으니 모노크롬 스케줄에 동원되었던 직원들은 지금이 또 한 차례 휴가 타임을 가질 기회였다.

승인을 위해 이사실에 올라온 연차 휴가 사용 신청서는 최 비서가 먼저 모아 주인에게 확인을 받았다.

“이사님.”

최 비서는 보기 좋게 정리한 서류를 들고 이사실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잠시 기다려도 안쪽에선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자신의 상사는 바쁘지 않으면 ‘들어와도 된다’, 통화 등으로 바쁘면 ‘잠시 후에 와 달라’고 매번 즉각 대답하는 사람이었는데.

혹시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듣지 못했나 하여 그는 노크와 함께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주인을 불렀다.

“이사님?”

그러나 여전히 응답 없음.

자신의 자리는 이사실 앞이었고, 분명 주인이 이사실로 들어간 것은 보았으나 나온 것은 보지 못했다.

그러니 안에 있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들어가겠습니다.”

여전히 대답이 없었기에 최 비서는 조심스레 이사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소파에 엎어져서 끙끙대고 있는 주인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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