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49화 (49/430)

# 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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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컬러즈들아. 나 몬클 조금 스며들고 있는데 혹시 쇼케는 응모 끝난거야..?

└응 이미 응모 끝남 ㅠㅠ 앨범 예약 판매가 저번주까지였어서…

└대신 뷰이라이브에서 라이브 중계하니까 봐줘!

└ㅠㅠㅠㅠ고마워 다음엔 맞춰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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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팬미팅 공연장 앞.

각 음반사의 추첨에서 당첨되어 온 컬러즈들이 학교를 마치고, 회사를 마치고 모여들었다.

앨범 발매 시간이 오후 5시, 공연은 오후 7시.

이미 도착하기 전부터 신곡과 뮤직비디오를 확인한 컬러즈는 한껏 들떠있었다.

“악! 뮤비 보셨어요?!”

“봤죠, 봤죠! 미쳤어, 진짜!”

모여든 컬러즈들은 차례대로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며 처음 본 옆 사람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뮤직비디오 공개로부터 한두 시간이면 한창 앓을 시간. 게다가 주변에 온통 컬러즈뿐이니 입장 줄은 자연스레 감상 교류의 장이 되었다.

“쇼케 못 올까 봐 불안해서 응모처마다 다 샀거든요.”

“전 한 군데 몰빵이요!”

“오는 동안 계속 뮤비 돌려봤는데 봐도 봐도 안 질리는 거 있죠.”

“와. 탈뉴마하기 전에 이런 청량을 볼 날이 올 줄이야!”

다들 일과를 마치고 왔을 텐데도 얼굴에 피곤이라곤 전혀 비치지 않았다.

새 앨범도 떴는데 곧 멤버들까지 실물로 보게 된다니. 행복감이 한가득한 현장이었다.

“지금 진짜 심장 나갈 것 같아요.”

“첫 무대를 내 눈으로 보다니. 안 봐도 벌써 좋은 거 뭔지 아시죠.”

이런저런 여건상 뮤직비디오엔 안무 파트가 들어가지 않았다. 덕분에 안무팀은 앨범 제작 기간에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안무를 짤 수 있었다.

노래만 공개됐기 때문에 컬러즈는 첫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워나갔다.

***

두근거리는 것은 컬러즈뿐만이 아니었다.

오전부터 모여서 리허설에 온갖 체크에 만반의 준비를 하던 멤버들 또한 무대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니 점점 실감이 나는 듯했다.

“처음 음악 방송 나갈 때 생각나.”

“심호흡해, 심호흡.”

“오늘은 방수했어?”

“응.”

이번엔 우형의 메이크업도 정말 워터프루프였다. 눈물이 문제가 아니라 댄스 무대가 여러 곡이었기 때문에 땀 흘리는 것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저번에 이런 장면 본 것 같은데.’

자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 우형을 걱정하는 척 놀리는 재민과 준해. 저번 웹예능 촬영 때와 같은 패턴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해랑도 한이도 마찬가지로 긴장했는지 몸을 풀고 목을 풀고 있었다.

“청심환이라도 먹을래?”

나는 멤버들을 살피며 물어봤다. 필요할 것 같아서 여러 개 준비해 왔는데.

“음……. 아뇨. 긴장해야 정신 바짝 차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우형은 잠시 고민하더니 사양했다. 그 옆에서 준해가 손을 들려다 우형의 말을 듣고 슬그머니 다시 내렸다.

재민은 그래도 댄스팀에 있을 적 큰 무대에 몇 번 서봐서인지 걱정할 정도는 아닌 듯했고.

워낙 무대 체질인 해랑은 문제없음. 한이도 나름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듯 보였다.

‘그럼 하나는 내가 먹어야겠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과 멤버들을 보니 나도 점점 실감이 났다. 처음 기획한 공연이니만큼 더욱 잘 마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부담감이 컸다.

게다가 밖에 컬러즈들이 얼마나 모였는지 직접 보고 왔던지라 더 떨리기도 하였다.

“멤버들 준비해주세요!”

공연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멤버들은 대기실에서 나가 무대에 올라갈 준비에 나섰다.

그리고 곧바로 우형과 준해가 다시 돌아왔다.

“저 청심환 반만 먹으면 안 될까요?”

“저도…….”

***

나는 팬들이 있는 스탠딩 구역 뒤, 음향 등 온갖 조정 장치가 있는 콘솔 옆에 자리 잡았다.

컬러즈는 전부 무대를 향하고 있어서 뒷모습만 보였지만, 뒤에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또 들을 수 있었다.

“오. 시야 개좋아.”

“자리 추가하길래 스탠딩 한계치로 채워 넣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여유 있네요.”

“뒷번호라 망원경 가져왔는데 필요 없겠다.”

뒤 구역이라 무대와는 거리가 조금 멀 텐데도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제일 중요한 컬러즈의 인정을 받았으니 일단 대관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공연 스태프들은 공연 시작을 앞두고 바쁘게 마지막 체크를 진행하며 움직였다.

콘솔 옆에 설치된 한 모니터에는 실시간 송출 확인을 위해 뷰이라이브 화면이 떴다.

덕분에 현장에는 못 오지만 각자 PC로, 스마트폰으로 대기 중인 컬러즈의 반응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3분 남음 헉헉]

[2분 58초]

타이머를 자청하고 나선 채팅창의 컬러즈들 덕분에 채팅은 벌써 빠르게 올라갔다.

[10초!!!]

[9!]

정각이 되자마자 무대 뒤 모니터와 라이브 송출 화면엔 이번에 발매된 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되었다.

공개 후 두 시간 동안 내내 돌려봤을 텐데도 엄청난 환호로 환영하는 컬러즈.

완성된 타이틀곡에 맞춰 편집된 영상은 정말 그때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히 여우비가 내릴 때 촬영했던 장면이 의외로 반짝반짝하게 잘 잡혀서 더욱 만족스럽게 완성되었다.

그리고 컬러즈는 멤버들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반응들을 보고 있자니 슬쩍 웃음이 나왔다.

‘이건 또 재밌네.’

영화를 집에서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보는 것의 차이랄까.

팬들이 어느 포인트를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냥 멤버라면 다 좋은 것 같지만.

영화관에서도 이따금 응원 상영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주목하는 포인트를 옆 사람도 주목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게 전해지니 더 재밌고.

뮤직비디오 상영이 끝나고 아직도 여운이 남은 컬러즈의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와중에, 스피커를 통해 쇼케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곡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허헉!”

“모노필름이다!”

반주를 듣자마자 알아챈 컬러즈들이 크게 환호했다. 지금 나오는 곡은 얼마 전에 나온 시퀄이 아니라, 정말 모노크롬의 데뷔곡인 모노필름이었다.

조명이 켜지고 이미 대형을 갖추고 서 있는 멤버들이 나타나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모, 노, 크, 롬!”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데뷔곡이 흘러나왔는데도 마치 척수반사처럼 뼛속에 새겨진 응원법을 확실하게 해내는 컬러즈.

‘어쩌면 다시 못 했을지도 모르는 무대였는데.’

어쩌다 보니 데뷔 당시의 그 다섯 명이 모여서, 많은 우연이 겹쳐 기적처럼 다시 선보이게 된 노래.

세트리스트를 짜며 오프닝에 가장 먼저 넣은 곡이었다. 같이 회의하던 멤버들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오프닝이랑 엔딩은 정해놨어.]

[모노필름…….]

멤버들은 설마 데뷔곡이 들어갈 줄은 몰랐다는 듯이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 곡을 맨 처음으로 하자는 의견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다시 연습해야겠다.]

우형이 작게 웃으며 멤버들을 돌아보자 다들 같은 표정이 되어 감회에 젖어 들어갔다.

아마 신인이었을 적, 혹은 데뷔를 앞둔 연습생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모노필름이 끝나자마자 곧이어 무대는 시퀄로 바로 이어졌다. 이게 내가 의도한 모노필름의 완성본이었다.

“블랙 앤 화이트! 모노크롬입니다!”

두 번째 곡이 끝나자 멤버들은 무대 중앙에 일렬로 서서 인사했다.

댄스곡 두 곡을 연달아서 하면 아무리 그들이라도 숨이 차는지 멤버들의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졌다.

“오랜만에, 모노필름……. 허억. 야, 너네가 읽어라…….”

숨찬 우형이 진행을 포기하고 무대 앞에 준비된 수건을 집으며 말했다.

똑같이 숨차지만 비교적 젊은 피인 동생들이 모니터에 뜬 멘트를 읽으며 진행을 이어나갔다.

“뷰이라이브로 보고 계시는 컬러즈분들도 안녕~.”

[안녕!!!!]

[오졌다]

[모노필름 미쳤다고ㅠㅠㅠㅠ]

[몬클이들 앉게해줘요ㅜㅜ]

무대 위에서도 채팅과 소통할 수 있도록 조정석과 같은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송출의 한계로 딜레이는 조금 있었지만 멤버들이 인사하자 채팅창도 재빠르게 대답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중엔 간간이 앉아서 쉬게 해달라는 채팅도 섞여 있었다.

‘앉으면 뒤에선 안 보이겠지?’

팬들 뒤에 서 있으니 스탠딩의 시야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단차가 있지 않은 이상 무대 아랫부분이 앞사람에 가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멤버들이 그냥 무대 바닥에 앉으면 현장의 컬러즈들에게 안 보일 것 같아서 나는 스태프에게 귓속말했다.

“혹시 의자 미리 올릴 수 있어요?”

“물어볼게요.”

무전을 날리자 잠시 후에 스태프 몇몇이 높은 스툴을 들고 올라왔다.

덕분에 멤버들은 편하게 앉아서 토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뭔가…… 다마고치 하는 기분인데?’

버튼을 누르면 화면 속에 뿅 하고 아이템이 나타나고.

게임 속 세계이긴 하지만 이거야말로 정말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올라오는 채팅도 같이 보고 있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 방송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청심환을 먹은 탓인가, 이상한 부분에서 흥미롭기 시작했다.

“저희도 모노필름 오랜만에 준비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저기, 우는 거 아니죠?”

“땀인데요.”

메이크업이 신경 쓰였는지 계속 수건으로 살짝살짝 얼굴의 땀을 닦아내는 우형의 모습을 준해가 잡아냈다.

‘우형이 눈물 많은 건 준해가 제일 잘 놀린다니까.’

앞에서 몇몇 컬러즈가 “울지 마. 울지 마.” 콜을 날리자 주변으로 순식간에 전파되어 나갔다.

울지도 않았는데 현장 전체가 울지 말라고 응원하는 모습. 우형이 눈에 힘을 주고 스탠딩석을 쳐다보니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뒤에도 특별한 무대가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모두~ 채널 고정!”

현장에 있는 컬러즈들이 어디 갈 리도 없건만, 어딘가의 음악 방송 MC와도 같은 멘트를 날리며 멤버들이 퇴장했다.

준비를 위해 무대가 암전되고, 잠시 후 기타 소리가 흘러나왔다.

처음에 무슨 곡인지 몰라 잠시 웅성거리던 컬러즈들도 멜로디가 전개되자 점차 눈치채기 시작했다.

이번 앨범 수록곡인 . 준해가 작사로 처음 앨범 제작에 참가한 곡이었다.

[준해는 역시 이 곡이 의미 있고 좋지 않을까?]

[단체곡인데 저 혼자서요?]

개인 무대로 노래를 한다는 준해에게 가장 잘 어울릴 듯하여 추천했으나, 혼자 부르기엔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이건 다섯 명의 화음 위주로 짜여있는 곡이었으니까.

[발라드 단체곡으로는 <기다림의 끝>을 넣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쇼케이스 팬미팅이라 일반 콘서트나 팬미팅보다는 공연 시간이 짧았다. 그래서 평일 저녁에 시작할 수 있던 것이기도 하고.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니 모든 곡을 다 하지 못하고 약간 맛보기 느낌으로 끝내야 하는 건 아쉽기도 했다.

준해도 세트리스트 구성을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곡을 좀 바꿔야겠네요.]

멤버들의 목소리 조화에 집중한 노래여서 서로 주고받는 부분이 많았다. 혼자 부르기엔 숨 쉴 구간이 없을 정도로.

‘이거야말로 송 피디님이 나설 차례지.’

그렇게 모노크롬의 곡 중에서도 탄생한 것이다. 무려 어쿠스틱 버전이라는 게.

기존의 사운드가 아니라 컬러즈도 뒤늦게 알아채고 반응했다. 오늘 처음 들은 신곡이 2시간 만에 다른 버전까지 들고 왔으니 놀랄 법도 했다.

[뷰티풀ㅠㅠㅠㅠ]

[누나보다 준해가 훨배 이쁘다]

채팅창 또한 편곡 버전임을 알아채고 기대감에 들떠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막내를 대상으로 한 특유의 그 주접은 변함이 없었다.

무대 위, 스툴에 앉은 준해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입가에 가져다 대자 곧바로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부드러운 음색이 어우러졌다.

그가 솔로로 부르기에 어쿠스틱 버전은 정말이지 정답이었다.

현장 전체, 그리고 라이브로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모두 몽글몽글한 기분이 되어 노래를 감상했다.

(내 손을 잡아……)

고생해서 준비한 만큼 잘 진행되던 무대. 그러나 갑자기 준해의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다음 가사가 나오지 않았다.

‘뭐지?’

음향 문제인가? 깜짝 놀라 쳐다보니 준해는 앉은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채팅창을 보고 나서야 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준해야ㅠㅠㅠㅠㅠ]

[울지마요ㅜㅜㅜ]

감상에 집중하느라 잠시 안 보던 사이에 모니터 속 채팅창은 눈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맨 뒤에서 보고 있느라 몰랐는데 클로즈업으로 보고 있던 라이브 시청자들은 준해의 눈이 그렁그렁한 것을 본 모양이었다.

이번 앨범이 팬을 위한 앨범이었던지라, 수록곡인 도 표면적으로는 사랑 노래지만 어찌 보면 팬송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작사하며 곡을 가장 많이 듣고 생각했을 준해. 무대 위에 오르니 그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걸까.

반주만 흐르고 준해가 드문드문 부르다 멈추기를 반복하자.

(널 만나고 내 세상은 beautiful, so beautiful~)

팬석에 있던 수백 명의 컬러즈가 노래를 이어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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