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41화 (41/430)

# 41화

아이리스의 일본 투어를 한창 준비 중이던 뉴레인의 기획실.

투어 예매 성적으로 기사를 도배해도 모자랄 시기에, 대뜸 레드의 열애 논란 기사로 기획실은 비상이 걸렸다.

일본 투어 이후로 준비하던 한국 컴백의 티저 공개 일정도 잠시 올 스톱.

“하아. 우선 급한 대로 이렇게 기사 뿌리고 잠잠해지면…….”

“팀장님. 뉴마에서 입장문을 냈다는데요?”

“뉴마에서?”

“지금 막 기사가 떴어요.”

직원의 말대로, 아직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뉴마의 반박 입장문을 실은 기사가 하나둘씩 게재되고 있었다.

뉴레인과 뉴마는 팀장급 직원을 한 명씩 뺏고 빼앗긴 상황. 솔직히 말해 뉴레인 측에서는 이번 일로 엮인 것이 조금 껄끄러웠다.

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해결에 나서다니.

복잡한 표정으로 기사를 확인하기 시작한 진명희 기획팀장은 스크롤을 내리면서 더욱 복잡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이, 이게 뭐…….’

자신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던 방식의 직설적인 입장문.

그러나 그 생소한 스타일이 오히려 대중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일까.

흥미 섞인 반응과 함께 해명 기사가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것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정을 스톱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게 아닌가.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레드를 동정하는 여론이 생겨나기까지.

예상치 못하게 뉴마 측에서 선방한 덕분에 위기가 순조롭게 해결되어버렸다.

“이 정도면 기존 일정 그대로 가도 될 것 같죠……?”

며칠간 상황을 지켜보던 기획팀장은 이 정도면 안심이라고 결론지었다.

허용석 기획실장 또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잠시 업무가 주춤하는 사이에 다른 문제가 생겨버렸다. 다른 인기 걸그룹이 아이리스와 같은 날 컴백 예정이란 정보가 들어온 것.

회사 차원에서는 어찌 보면 열애설보다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었다.

허용석 기획실장은 고민하다 결단을 내렸다.

“……안전하게 가지.”

뉴마에 있던 때와 다르게 지금은 그룹이 하나밖에 없으니 이전보다 안전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좋게 말하자면 한 그룹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나쁘게 말하자면 수익을 커버할 보험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컴백일을 약 2주 정도 앞당기고자 예정된 일정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는데, 이번엔 또 다른 곳에서 소식이 들어왔다.

그것도 예상치도 못하게 모노크롬이 같은 시기에 컴백 준비 중이라는.

“거긴 활동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컴백 준비를 해?”

뉴마에 몇 년이나 몸을 담았던 이들이지만, 솔직히 말해 모노크롬의 컴백 시기란 것을 고려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이리스 데뷔 이후로 무조건 아이리스의 일정이 우선되었기에.

뉴마에 있을 때를 생각한다면 이런 패턴은 예상이 갔다.

뉴마가 짧은 주기로 모노크롬의 음원을 발매하는 것은 이전에도 있던 일이었으니까.

곡만 발매하고 음악 방송 활동 자체가 없었던 적도 많았다.

‘활동만 안 겹치면 우리와 상관은 없는데.’

그러나 모노크롬은 이번에 제대로 된 앨범을 들고 음악 방송 활동을 진행하지 않았던가.

그 새로 왔다는 이사가 좀 특이했다. 동시에 그 이사가 아이리스를 굉장히 좋아하던 것도 떠올랐다.

뉴레인에 방문해서는 아이리스의 앨범을 1집부터 최근 앨범까지 기쁘게 챙겨 가던 모습을 직접 봤으니까.

“……제가 한번 직접 뵈는 게 낫겠어요.”

“그래. 최대한 우리 사정을 호소해 보자고.”

기획실장과 팀장의 의견은 빠르게 통했다. 감사 인사를 드릴 겸 팀장이 직접 방문해서 슬쩍 운을 떼보는 것으로.

기획팀장이 직접 마주한 이사는 역시나 저번에 보았던 것처럼 표정에 감정이 제법 드러나는 사람이었다.

아이리스 컴백 얘기가 나오자 눈이 반짝하는 것이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고려해주시겠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컴백일 얘기를 꺼냈을 때 그녀의 표정은 잘 해석이 안 되었지만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모노크롬…… 티저 떴는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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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ors -

- 모노크롬 컴백 쇼케이스 팬미팅 -

- 20xx.xx.x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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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까지 박힌 이미지가 모노크롬 공식 계정에 떡하니 올라왔다.

시기를 조금 조정해주십사 했던 바로 그 기존 날짜로.

“이 사람…… 아니, 이 이사님,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조금 전에 당황한 것은 주인이었지만 이번에 당황한 것은 이쪽이었다.

***

‘급작스러운 사정으로 요청하신 것은 이해하지만…… 일정 변경에 어려움이 있어…… 충분히 상의 드릴 시간이 부족하여…….’

정각에 맞춰 티저 이미지를 올리자마자 나는 ‘아이고, 어떡해요. 말씀드릴 새도 없이 가버리셔서. 어쩔 수 없게 되었네요.’를 길게 늘인 메일을 작성했다.

“어때? 이렇게 보내도 되겠어?”

한차례 키보드를 두드린 나는 최 비서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저번 스캔들 건이야 선빵을 맞아서 우리도 막 나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직접 양해를 구하러 찾아온 상대와 무작정 척질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저번 입장문을 보고 동공이 흔들리던 최 비서의 표정이 눈에 어른거려 확인을 부탁한 것이다.

“그……, 음……. 아닙니다.”

어째서인지 최 비서는 입장문 건 이후로 나를 이해시키려 하기보다는 그냥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긴 티저를 이미 내버린 상황에서 구구절절 설명할 것까진 없긴 하지.’

그쪽에서도 모노크롬의 티저가 뜬 것은 이미 확인했을 테고.

우리가 요청을 거절한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터였다.

일은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는 주의인 나는 상쾌하게 메일 전송 버튼을 눌렀다.

사실 이건 예정된 거절이었다. 우리도 일정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대관이 잡혀있는데!’

대관이 잡혀있다는 것은 공연이 있다는 뜻. 이제야말로 모노크롬 컴백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바로, 야심차게 준비한 컴백 쇼케이스! 겸 팬미팅!

이번 앨범 발매일에 예정된 이 공연은 ‘이런 앨범이 나왔으니 들어주세요!’ 하고 선보이는 쇼케이스와, 직접 컬러즈와 얼굴을 보고 소통할 수 있는 팬미팅의 특성이 합쳐진 것이었다.

모노크롬은 그간 멤버들이 주체적으로 팬들과 온라인 소통을 해 오긴 했어도, 오프라인으로 대면할 기회는 좀처럼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 돌대회도 흔쾌히 나갔고.’

팬들과 만나려면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 음악 방송 활동에 팬들이 모이긴 했지만 선착순에다가 좀처럼 참여하기 힘든 시간대.

그래서 좀 더 많은 인원이 모일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컴백 프로젝트의 일정을 설명했을 때 멤버들이 보였던 반응이 떠올랐다.

[마지막 는 쇼케이스 공연. 그리고 음악 방송 활동. 그렇게 프로젝트 마무리.]

[공연…… 무대에 저희끼리 서는 거예요?]

[당연하지.]

뭘 그런 당연한 걸 물어, 라고 생각했는데 멤버들에겐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던 듯.

생각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에 나는 또 혼자 씁쓸해졌더란다.

오늘 올린 티저 이미지는 예고에 불과했기에, 멤버들이 있는 사진이 아니라 LA에서 찍은 풍경 사진이었다.

세피아 필터를 씌운 듯이 편집한 사진 위에 심플하게 앨범명과 컴백 쇼케이스 팬미팅이란 문구, 그리고 날짜만 적혀있었다.

이제부터 순서대로 차차 공개될 티저는 앨범 컨셉에 맞춰, 발매일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색이 입혀지는 느낌을 낼 예정이었다.

모노필름에서 컬러즈로. 흑백에서 색으로.

업로드하도록 지시한 나 외의 모든 사람에게 갑작스러웠던 티저 공개.

물론 우리의 컬러즈들도 갑자기 뜬 떡밥에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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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앨범명이 컬러즈인 거야???

우리 말하는거야? 벌써 감동해도 되는거야?

└벌써 눈물 한바가지 흘렸다 ㅠㅠㅠㅠ몬클 진짜 사랑해

└우린 몬클이들만 행복하면 되는데 우리까지 이렇게 챙겨주면..ㅠㅠㅠㅠ

└다음 활동까진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조금 울적했는데 이렇게 빨리 준비해서 와주다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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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팬미팅 뭐냐고 ㅠㅠㅠㅠ 실물로 볼 수 있는 거냐고ㅠㅠ

이번 사녹 애들 실물 쩔었던 거 알지? 꼭 가야된다

└나 회사 때문에 사녹은 못 갔는데 이건 진짜 간다ㅠㅠㅠㅠ

└쇼케면 시간 얼마나 하는 거야?

└아마 한시간에서 길어도 한시간반쯤 하지 않을까?

└단독 공연 실화냐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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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가는건데? 티켓팅?

└쇼케겸이면 추첨일 것 같기도 하고

└상세 공지 빨리 줘라 애탄다 ㅠㅠ

└뭐 준비해야 돼? 지갑부터 챙기면 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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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쇼케이스도 아니고 쇼케이스 겸 팬미팅.

모노크롬 데뷔 이후로 이런 식의 공연은 멤버들에게도, 컬러즈에게도, 직원들에게도 처음이었다.

‘그야 게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공연 종류라곤 콘서트와 팬미팅이 전부였으니까.’

물론 엔터 업계 무경력인 나도 공연 기획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 조금 부담되기도 했다.

아직 이번 티저로는 풀린 정보가 부족했기에 컬러즈의 들썩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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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진정함… 활동 끝나자마자 다음 티저는 진짜 예상 못 했다;;;

아니 좋긴 한데… 애들 너무 굴리는 거 아닌가 걱정돼..

└2222 애들 못 쉬는 거 아냐?ㅠㅠㅠㅠ

└활동 끝나고 바로 다음 앨범 준비 들어간거면… 쉬긴 하는건가?;

└언제는 소처럼 굴리다가 언제는 또 한참을 수납하다가 종잡을 수가 없는 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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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티저 원래 저렇게 빨리 내?;;

└몰라 우리도 처음 겪어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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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도 떡밥이란 게 있어서 좋다;;

지금껏 너무 굶었나봐.. 뭔진 몰라도 맛있네;;;

└음..야미..

└ㅠㅠㅠㅠ우리는 편식할 만큼 여유 있어본 적이 없다고요

└여기 왜이렇게 짠내나냐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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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뉴마에 대한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컬러즈. 그들의 반응에는 뒤로 갈수록 땀, 세미콜론이 늘어나고 있었다.

‘의욕 과다로 좀 성급했나.’

조금 서두른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티저가 지금 나왔을 뿐, 저번 앨범과 거의 같이 작업했으니 오래 준비했다고 할 수 있었다.

타이틀곡은 우형이 수월하게 만들어가는 중이고, 발매 주기가 짧았던 만큼 수록곡은 하나 정도만 들어갈 예정이라 급하지 않았다.

‘이미 미국 가서 찍어둔 게 많으니 이미지 티저도 뮤비 티저도 걱정 없음!’

그렇다고 시간이 아주 여유로운 것은 또 아니었다. 공연 준비가 추가되었으니까.

그래도 긴 공연은 아니라 큰 부담은 없었다.

현재 생각해 둔 것은 신곡 무대를 포함한 단체 무대가 네다섯 곡 정도. 각자 개인 무대를 하나씩.

그리고 중간중간 토크 타임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냥 쇼케이스가 아니라 쇼케이스 겸 팬미팅인 것이다.

공연 순서는 대략 정해졌지만 아직 멤버들의 개인 무대 상세는 미정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긴 하는데.’

공식 활동하는 무대도 아니고 이번 공연만을 위한 특별 무대.

좀 더 부담 없이 하고 싶은 무대를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제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개인 단독 무대는 처음 준비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모노크롬 멤버들은 하나같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부담된 건 아니겠지……?’

그래도 의욕적인 얼굴들을 보면 무를 수는 없었다.

멤버들의 의견이 중요한 사안이라 이것과 관련해서는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의 전부였다.

***

활동이 한번 끝나고 새로운 준비를 하는 모노크롬, 마음가짐에 차이가 생긴 나.

그리고 활동 종료의 영향을 받은 것은 우리뿐만은 아니었다.

모노크롬의 매니저가 피로를 호소하며 휴가계를 낸 것.

일반적인 회사와는 다른, 엔터사의 특징이었다.

담당하는 아티스트가 비활동기일 때 몰아서 쉬지 않으면 좀처럼 쉬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예정된 스케줄이 없어서 바로 휴가를 보내줄 수 있다니…….’

모노크롬이 바빴으면 그나마 쉬지도 못했을 텐데, 지금은 다음 앨범 준비 외에 일이 없었다.

회사 안에 있으면 굳이 매니저가 아니라도 나나 다른 직원들이 바로 커버할 수 있으니까.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매니저 입장에선 다행이었겠지만.’

어쩐지 속이 쓰려오는 기분을 느끼던 나는 순간 확인해 볼 것이 떠올라 최 비서에게 곧장 물어봤다.

“아이리스는 매니저가 몇 명이었지?”

매니저가 회사에 없으니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작년, 그러니까 뉴마에 있었을 땐 현장 매니저가 네 명이었습니다.”

“…….”

모노크롬 전담 현장 매니저는 한 명뿐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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