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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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활동 끝나자마자 찬물 퍼붓는 거 뭐냐
기사 내용도 개어이없어 인사한 게 뭐 어쨌다고 선후배니까 인사하죠 시X
└마플 안 달리려고 했는데 개열받아!!!! 아ㅏㅏㅏㅏㅏㅏ!!!
└기사 보고 무슨 돌대회 자기만 본줄ㅋㅋㅋㅋ 현장에 관객이 몇 명이었는데 대체 혼자만 뭘 본거냐고
└기레기는 회사 상사 동료랑도 인사 안 한답니다 ㅅX 예의 없어서 좋겠다
└아 빡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까지 진짜 행복했는데
└우리만 아니고 저쪽 팬덤도 진짜 어이없어하던데 항의 메일 보내도 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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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아이리스의 리더, 레드란 예명으로 활동하는 수연의 핸드폰에 갑자기 괜찮냐면서 걱정 반 호기심 반 섞인 연락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탓에 수연은 기사가 뜬 것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함께 숙소에 있던 아이리스 멤버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한 발짝 늦게 사태를 알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인터넷 기사란 건 며칠 몇 시에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 방심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수연은 아침으로 먹으려던 샐러드를 두고 입맛이 떨어져서 개인 방으로 들어왔다.
시간을 보면 근무시간일 텐데 그녀의 소속사에서 먼저 연락이 없는 건, 그쪽에서도 지금 한창 정신이 없어서일 터.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먼저 기획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수연아.]
“팀장님. 저 기사 진짜 아니에요.”
[휴우……. 너 최근에 뉴마에도 갔었니?]
“……네.”
그 부분은 할 말이 없었다. 기자를 피하기 위함이었지만, 일단 소속이 바뀌었는데 이전 회사에 들르는 것도 이상한 건 사실이었다.
기자가 붙은 걸 회사에서 알면 또 제 책임으로 오해부터 받을까 봐 미리 얘기하지 않았던 게 수연의 실책이라면 실책.
매니저 언니에게 알아서 잘 넘어갔다며 대충 얼버무린 것도 후회되었다.
한 그룹의 리더로 활동하면서 그녀에게 생긴 회피성 버릇이었다. 자신의 행동은 그룹의 리더가 한 행동이 되었고 그건 회사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넌 리더니까 조금만 더 신경 쓰자.]
그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가.
걸그룹 멤버로서, 리더로서, 또다시 책잡히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최대한 무마해 보겠다고 한 것이 또 다른 악수가 되어 돌아왔다.
그 정도로 상황을 원만하게 통제하기엔 자신은 아직도 너무 서툴렀다. 차라리 솔직히 말하고 회사에 도움을 구하는 게 나았을지도 몰랐다.
“회사 앞에 기자가 있어서…….”
[하아……. 그래. 이건 회사에서 수습할 테니까 이따 회사에서 얘기하자.]
스피커 너머로 기획실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 말하는 팀장과 계속 통화해봤자 의미가 없어 보였다. 당사자인 자신은 이 상황에서 방해만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
통화가 끊긴 스마트폰을 베개 옆에 던져두고 수연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회사에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랬듯이 일단 부인 기사를 낼 거고, 그렇게 흐지부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할 테고, 아마 상대방 측에서도…….
‘그러고 보니 뉴마잖아.’
뉴레인의 기획팀장은 수연의 얘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어 보였다.
수연은 뉴마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높은 사람을 떠올렸다.
대표님은 해외에 계시고. 사장님? 아니. 아마 모노크롬을 담당하는 건 새로 오셨다는 이사님.
‘이사님은 혹시 얘기를 들어주실까?’
수연은 처음 인사했을 때 마주친 주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주인의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 또한 떠올랐다.
‘……왠지 무섭단 말이야.’
어째서인지 그 이사님은 자기, 혹은 자기들을 아주 잘 아는 것 같아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대표님을 마주친 적은 별로 없어서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시선만은 기억에 남아 있었다. 마치 그 시선과 비슷했다.
그래도 포기하기엔 또 이런 상황에 빠져버린 것이 너무 싫었고, 무엇보다 옐로가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났다.
[우리 안무 영상 찍을 때 인사했던 이사님 있잖아. 상냥하신 것 같아.]
수연은 누워 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 아이리스의 연습 시간은 오후로 잡혀있었다. 점심 이후에 다 같이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그녀는 먼저 나갈 채비를 했다.
“언니 어디 가?”
“……나 잠깐 회사에 먼저 가 있을게.”
“혼자 가려고?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하지.”
“택시 타고 가면 돼.”
멤버들이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란 것을 알지만, 매니저에게 연락할 순 없었다.
“이따 연습실에서 봐.”
그녀가 향할 곳은 뉴레인이 아니었으니까.
***
오늘 터진 기사 탓인지 수연이 지나가자 직원들의 힐끔대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또 한껏 주눅이 들어 마치 죄인 같은 기분으로 이사실 앞에 도착하였다.
“저……. 잠깐 이사님과 대화 나눌 수 있을까요?”
예전에 봤던 그 잘생긴 비서. 그는 고개를 들어 수연을 확인하고는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면담 중이신……. 음. 아니, 여쭤보겠습니다.”
그가 이사실 문을 두드리고 수연이 왔음을 알리자, 안에서는 들어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사실 안으로 들어선 수연은 왜 비서가 안 된다고 하려다 들여보내 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사실에 먼저 와 있는 인물. 바로 스캔들 기사에 함께 언급된.
“해랑 선배님.”
수연은 주인에 이어 선배인 해랑에게도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도 방금 들어왔는지 책상 앞에 마련된 소파에 앉으려던 참이었다.
“마침 얘기 좀 하려고 했는데. 너도 같이 앉아서 얘기하자.”
수연이 그 맞은편에 앉고, 주인 또한 사선에 앉았다.
주인은 수연의 주눅 든 얼굴을 보니 어쩐지 마음이 약해졌다.
‘기사 처음 봤을 땐 ‘아이고, 얘가 또…….’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당사자인 그녀가 그간 제일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았을까.
현재 소속사인 뉴레인을 두고 왜 바로 자신을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연은 기사를 먼저 봤으니 찾아왔을 테고, 해랑은 혼자 작업실에 있던 걸 불러온지라 지금 상황을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해랑이 넌 봤어? 레드…….”
주인은 예명으로 말하려다 멈칫했다.
‘아이리스의 레드라고 하면 익숙한데.’
예명이 너무나 일반명사라서 단독으로 칭하려니 어쩐지 어색한 기분이었다.
‘팬들은 서치하기 진짜 힘들겠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자신이 정한 예명, 정말 괜찮은 것인가. 지금 와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 상황에 고민할 사항은 아니었다.
주인은 잡념은 털어버리고 다시 본명으로 고쳐 말했다.
“홍수연 양이랑 기사 난 거 말이야.”
“그게 누구…….”
“……선배님 제 이름 모르세요?”
수연은 어쩐지 충격받은 표정이고, 해랑은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해랑은 기사가 뜬 것은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주변인들에게서 연락부터 받은 수연과 달리 해랑은 가까운 사람 외엔 잘 연락하지 않았고, 그 범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일로 연락부터 할 사람들은 아니었다. 모노크롬 멤버들을 포함해서.
그의 얼굴을 본 주인은 설명부터 했다.
“오늘 너희 둘 이름으로 열애설 기사가 떴는데…….”
해랑은 역시나 그런 소리 처음 듣는다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주인은 그 반응을 보니 생각보다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란 예상이 들었다.
그래도 회사 차원에서 적절히 대응하려면 사실 확인은 확실히 해야 했다.
“최근에 둘이 만난 적 있니?”
그 질문에 해랑은 기억을 더듬듯이 눈을 굴리다가 말했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 선배님한테 물어본 것뿐이에요.”
그래. 그 회사에서 만났다는 부분.
돌대회 촬영 현장이야 이해하겠는데 회사에서 만났단 소리는 주인에겐 금시초문이었다.
기사에는 마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밀회라도 한 듯이 적혀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대로 믿겠다 싶을 정도였다.
해랑의 반응을 보고 ‘역시 아닌가 보네.’ 했는데, 최근에 만난 적 있냐는 질문에 예상외로 긍정의 대답이 돌아와 당황한 쪽은 주인이었다.
“만난 적이 있어……?”
“만나려고 한 건 아니고요! 복도에서 마주쳐서…….”
“수연이가 뉴마에 왔던 건 사실이란 거지?”
번쩍거리는 뉴레인 건물이 바로 옆인데 뉴마에는 왜?
아마 기자는 이 부분에 집중한 것 같았다. 무슨 이유로 혼자서 이전 소속사를 들렀는가.
그리고 그 ‘내부 관계자’라고 언급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결국은 열애라는 결론을 낸 듯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주인의 얼굴을 보고 수연은 또 주눅이 들었다.
“기자가 뉴레인 앞에 있어서 잠깐 피하느라고…….”
기자를 피하려고 들어왔다가 또 기자한테 잡히다니.
“으음. 기사 내용을 보면 여러 번 왔던 것 같던데.”
“그…… 기자도 그렇고, 뉴마에 온 김에 준오 피디님도 뵈러……. 선배님이랑 마주쳐서 준오 피디님 어디 계신지 물어본 거예요.”
이전에 마주쳤다고 했던 게 그것이었는지 해랑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주인은 그 이야기만으로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긴 어려웠다.
모노크롬은 바로 어제까지 활동 기간이었고, 멤버들이 방송 스케줄이 있어서 부재중일 때 수연이 뉴마에 와 봤자 기자에겐 떡밥이 되지 않을 테니까.
‘멤버들이 회사에 있을 땐 나도 주로 회사에 있었고.’
게다가 프로듀스팀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주 일과였다.
그동안 송준오 피디를 만나러 왔다는 수연을 마주친 적이 없었고, 송준오 피디에게 뭔가 얘기를 들은 적도 없었다.
‘뭔가 감추는 것 같은데.’
무엇보다 이전에 있었던 세 번의 뒷소문 스캔들을 (게임으로) 똑똑히 마주했던 주인이 아니던가.
솔직히 주인은 기사를 보고, 이전처럼 수연의 일방적인 호감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내심 생각했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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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명불허전 참각막 인정합니다. 그 와중에 검은후드선배를 잡았네ㅋㅋ
└빡치게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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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가 해서 주인은 이전에 게임 알림창으로만 봤던 수연의 스캔들 기사를 전부 찾아 확인했다.
그리고 기사의 사진으로 그녀가 호감을 보였다던 상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각막이란 게 이런 소리였어?!’
하나같이 ‘확신의 비주얼멤’이라고 불리는 보이그룹 멤버들.
그다음 타자가 해랑이라면 어쩐지 납득이 갔던 것이다.
‘얘 사실은 진짜 해랑이 보러 왔던 거 아냐……?’
그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전적이 있다 보니 주인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수연은 그 시선을 마주하고 흠칫했다.
처음 만났을 때 자기를 꿰뚫어 보는 듯한 그 시선. 그때와 같은 눈이었으니까.
자신이 여러모로 허술했단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얘기를 들어주실까 해서 찾아왔는데 정작 자신은 뭔가를 감추고 빙빙 둘러 말하기만 했으니.
이번에도 이러다가 결국 회사가 먼저 대처할 시간도 없이 기사부터 터진 것이었다.
남들은 자신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고 상황을 봐주지도 않는다.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또 버릇처럼 혼자만 담아두려고 했다간 오해가 계속 늘어갈 것 같았다.
수연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해랑 선배님이 아니라 하니…….”
“뭐? 벌써 하니라고 애칭으로 불러?!”
“그게 아니라……!”
주인은 어딘가 수상한 그녀의 모습에 이미 반쯤 확신을 가진 듯했다.
수연은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본심을 토로했다.
“한이 선배님이요. 제가 조금 관심 있었던 거……!”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