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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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재민이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시들시들…
└아직도 워낙 시끄러워서ㅠ
└뉴마는 탈퇴 이유 궁예질해대는 기사들 관리 안 하고 뭐 한대냐..
└짜증나 이럴 때만 관심 많아 관심 가질 거면 스밍이나 같이 돌려주지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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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곡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다음 앨범의 뮤비 촬영을 미리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노래를 부르거나 안무를 하는 게 아니라, 풍경과 함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것이 컨셉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노래나 안무 부분이 필요하게 되면 나중에 한국에서 추가 촬영을 해도 되고.’
오늘 촬영할 것은 영상 화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한국에도 풍경이 예쁜 곳은 많지만 내가 떠올린 컨셉에는 파란 하늘! 맑고 쨍한 하늘이 중요했다.
서울의 탁한 하늘을 올려다보던 나는 꼭 해외 로케를 해야겠다고 점찍어 두었던 것이다.
다행히 촬영 당일인 오늘은 적당히 구름이 떠다녀 하늘도 예쁘고 햇살도 좋았다.
캐주얼한 차림의 멤버들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길을 걷고 구경하고 장난치고 하면, 그 모습을 찍어두었다가 나중에 노래에 맞춰 편집하면 될 일이었다.
부담 없는 촬영에 멤버들은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햇살처럼 웃는 멤버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크. 청량하다. 청량해.’
그래. 이게 청량이지!
지금껏 뉴마는 잘못된 청량만을 고집해 왔다. 악동 컨셉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그걸 몇 년이나 지속하면 잘못이다.
이젠 컬러즈에게도 제대로 된 청량을 보여줄 때였다. 물론 나오기까지 조금은 더 기다려야겠지만.
“해랑 형. 저기 동상 옆에 똑같이 서 봐.”
“이렇게?”
“작품명. 어딜 보시는 거죠,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어차피 소리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서 멤버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걸었다.
“아~.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월X콘 먹고 싶다.”
“기껏 미국 와서 먹고 싶은 게 하필 그거냐.”
“뭘 좀 아는구나.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도 좋지.”
내 목소리가 들어가도 문제없었기에 이렇게 대화하며 재깍재깍 피드백도 가능했다.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얻은 멤버들이 환하게 웃으며 뒤돌아보았다.
응. 이 장면도 합격.
그렇게 촬영을 한차례 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하늘에서 물기가 떨어지는 듯 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이거 비 오는 거예요?”
안개비라고 하나. 내리고 있는 건지 잘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아주 가느다란 빗줄기였다.
똑같이 긴가민가하고 있었는지 촬영 스태프들도 내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적절히 내리쬐는 햇살이 그대로이기에 더 헷갈렸다.
잠시 중단된 촬영에 하늘을 올려다보던 준해가 대뜸 우형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 형 이름 따라서 여우비 내리는 거 맞다니까.”
“우리 집안이 여씨인 게 문제야?!”
우형은 뜬금없는 책임 전가에 황당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는 얘길 들어보니 같이 있을 때 몇 번 있었던 일인 듯했다.
옆에서 해랑 또한 거들었다.
“그 능력으로 하늘에 얘기해서 좀 그치게 해봐.”
“내가 신선도 아니고.”
“여기 미국이라 영어로 말해야 해.”
한이가 끼어들자, 동시에 우형과 해랑이 동시에 준해를 돌아보았다.
“내가 무슨 통역사야?”
물론 준해가 영어가 된다고 하늘에 대고 의사소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재민은 그걸 또 시도했다.
“헤이 갓! 플리즈 스탑!”
“야, 신한테 ‘헤이’가 뭐냐. 예의 바르게 부탁해야지.”
“영어로 예의 바르게 어떻게 하는데.”
“요를 붙여서 말해봐.”
“헤이 갓 Yo~.”
재민이 한이의 조언을 듣곤 힙합 제스처를 취하면서 하늘에 호소했다.
갑자기 이게 웬 콩트야.
‘에너지가 넘치네.’
신난 걸 보니 다들 비 맞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맞아서 젖을 정도는 아니어서 촬영을 중단하기엔 아까운 날씨.
“이 정도 빗줄기면 카메라 괜찮아요? 헤어 세팅은요?”
우선은 장비가 괜찮은지 확인해야 했다.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세팅한 헤어스타일이 습기에 망가지지 않을지.
나는 각 담당 스태프에게 이 정도면 괜찮다는 확인을 받고 그대로 촬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카메라에 잘 담길지는 모르겠지만 미세한 빗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듯이 내리는 것이 뭔가 몽환스러운 효과를 더해서 오히려 좋았다.
머리카락에 붙은 작은 빗방울은 햇빛을 받았다가 금세 날아가고.
카메라에 담긴 멤버들의 모습은 더욱 반짝거렸다.
***
멤버들이 숙소로 돌아왔을 땐 하늘에 노을이 예쁘게 깔려 있었다.
밤에는 야간 촬영이 있지만 그때까지는 자유시간이었다.
“인터넷 잘 터지려나?”
우형은 핸드폰을 들고 객실 안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호텔 와이파이의 신호가 안정적인지 확인했다.
그리곤 문제없다고 판단했는지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사정상 뷰이라이브는 잠시 쉬기로 했지만, 주인은 우형이 뷰이라이브용 핸드폰을 들고 온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라이브를 해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참이었다.
방송 제목은 <하늘이 예뻐서>.
라이브 시작 버튼을 누른 우형은 화면 한가득 하늘을 찍었다.
알림을 보고 들어온 팬들은 얼굴은 안 나오고 대뜸 하늘 영상만 나오자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화면의 미묘한 흔들림으로 멤버가 찍고 있는 영상이란 걸 금방 알아챘다.
[와와 몬클 오랜만!!]
[어디예요? 하늘 완전 이쁘다.]
[낮인데 왜 노을 같지]
[필터인가?]
LA는 노을이 졌지만 시차가 있으므로 한국은 지금 낮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분홍빛 하늘에 팬들은 더 어리둥절했다.
몇몇은 뷰이라이브 어플의 색상 필터가 깔린 것으로 알았다.
“우린 언제 나와?”
“다들 여기 붙어봐.”
화면 속에서 몇 분간 하늘과 구름만 지나가고, 슬슬 팬들도 멤버들은 언제 볼 수 있으려나 기다리던 와중.
작게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고 화면이 휙 돌아가더니 멤버들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찼다.
발코니에 나와 노을을 배경으로 하고 앉은 멤버들은 화면에 다섯 명이 다 같이 담기기 위해 바짝 붙었다.
그리고 리더의 구호에 맞춰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인사를 했다.
“블랙 앤 화이트! 모노크롬입니다!”
[몬클이들 안녕ㅠㅠㅠㅠ]
[다섯명이다 ㅠㅠㅠㅠㅠㅠㅠ]
[완전체 인사 ㅠㅠㅠㅠ]
다시 모인 다섯 명. 드디어 ‘블랙 앤’과 ‘화이트’를 원래대로 나눠 인사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복귀 공개 이후엔 라이브 클립과 비하인드만 풀렸으니, 재민은 정말로 오랜만에, 몇 년 만에 팬들과 실시간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재민이도 인사하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왜 갑자기 존댓말 해?”
“안녕~.”
소심하게 상체를 숙여 앞으로 나온 재민은 긴장한 듯 약간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재민이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자, 채팅창이 ‘안녕~’과 손 흔드는 이모티콘으로 가득 찼다.
팬들의 귀여운 인사에 재민도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오랜만이다, 컬러즈.”
재민의 한마디에 채팅창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글자에서 팬들의 감정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서 멤버들은 서로 더 기대앉았다.
그러다 준해가 대뜸 우형의 얼굴 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나 지금은 아무것도 안 했거든?”
“아니, 멍 때리는 것 같길래.”
귀신같기는.
사실 우형도 조금 코가 찡해지려던 참이었다.
준해가 그걸 귀신같이 알아채고 분위기를 환기한 것이었다.
“팬들 앞에 두고 아무것도 안 하면 어떡해.”
“그……건 그렇지.”
우형은 핸드폰을 움직여 다시 카메라로 하늘을 비추고 돌아왔다.
“하늘 이쁘죠.”
[여긴 완전 흐린데 거긴 어디에요]
[서울은 미세먼지 매우나쁨ㅠㅠㅠㅠㅠ]
[한국 아니에요?]
완전체로 모인 모노크롬을 보느라 잠시 정신이 팔려있던 팬들은 다시 나타난 핑크빛 하늘에 이상함을 느꼈다.
한국이라면 점심시간에 가까울 때라 파랗거나 희뿌연 하늘일 터. 그러나 화면에 비친 것은 누가 봐도 노을이었다.
멤버들 얼굴을 보면 따로 색상 필터를 씌운 것도 아니었다.
“사실 여기 미국이에요.”
[ㅖ?]
[????미국?]
[갑자기 미국..?]
[뮤비 찍으러 갔어요?]
와중에 뮤비 촬영인 걸 알아맞히는 팬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뮤비가 아니란 것까지는 아무도 모를 터였다.
“이 이상은 비밀.”
돌대회에 이어 스포일러 방지 요정을 맡은 한이가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주인이 허락한 정보는 딱 여기까지였다.
[그래. 우리만의 비밀]
[다들 입단속해! 비밀이다]
[컬러즈 비밀 지켜]
멤버가 비밀이라니까 팬들은 뭔지도 모르고 같이 지켜주겠다고 나섰다. 멤버들의 말은 정말 잘 듣는 컬러즈였다.
그 비밀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뭔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궁금증보다는 기대감이 더 커져 아무도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민 오빠 금발?]
그 와중에 순식간에 지나간 금발이냐는 채팅을 보고 재민은 후드를 슬쩍 더 눌러썼다.
머리 색깔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지만 따지자면 스포일러에 포함되었다.
그래도 원래 머리카락 색이 브라운 계열이었고 햇빛을 받으면 금발처럼 밝게 보이긴 했던지라 대충 무마될 것으로 보였다.
“야, 우리 그거 하자.”
우형이 핸드폰을 거치한 셀카봉을 해랑에게 맡기고 잠시 화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돌아온 그의 팔엔 기타가 들려 있었다.
[우와 기타!]
[헐헐!!]
잔잔하게 시작하는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고, 멤버들은 다들 무슨 곡인지 알아챘다.
미국에 온 분위기를 내보자며 어제 모였을 때 불러봤던 팝송이었다.
라이브 클립을 찍었던 것처럼 캠코더로 자체 촬영하며 완곡해봤기에 다들 가사도 이미 외운 상태.
갑자기 시작된 연주였지만 한이는 정확한 박자에 감미로운 목소리로 가사를 읊기 시작했다.
서로 미리 맞추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는데 멤버들 또한 다들 자연스럽게 화음을 넣어 함께 불렀다.
멜로디에 맞춘 나긋한 랩 파트도 있어 해랑이 담당하고, 우형도 기타를 치다 포인트마다 목소리를 얹었다.
[아 세상에]
[이 띵곡 커버를 듣다니ㅠㅠㅠㅠ]
[미친 너무 좋다]
노래가 시작할 땐 폭발하듯이 올라가던 채팅창도, 노래가 계속 이어지자 다들 감상하느라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대신 반비례하듯이 하트 수가 올라가는 속도는 빨라졌다.
배경이며, 분위기며, 무엇보다 멤버들의 목소리며.
마치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라이브가 진행되는 동안, 주인은 발코니에 나와서 난간에 몸을 기대고 그 노래를 들었다.
객실이 좀 떨어져 있어도 노래는 은은하게 산들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핸드폰으로 라이브 중인 화면을 볼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냥 귀로만 들으며 노을 깔린 하늘과 세피아 색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잘 어울린다.’
지금 이 장소에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게다가 멤버들이 스스로 좋아서 부르는 노래란 걸 알았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지금 이 순간의 기억은 영원히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그래, 추억.’
언젠가 돌아가더라도 계속 남을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