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9화 (19/430)

#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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엌 내돌 보러 돌대회 방청 왔는데 옆 구역에 존잘남 앉아있음

@아이돌?

@@ㅇㅇ. ㅁㄴㅋㄹ인가 지금 바로 옆임

@사랑한다고해봐

@@미쳣냐고ㅋㅋㅋㅋ 근데 ㄹㅇ로 잘생김 옆구역으로 몰래 가서 구경해볼까

@ㅋㅋㅋㅋㅋㅋ자리 옮긴 순간 역적되고 ㅈㄴ처맞을듯

@@후..최애 눈감아ㅜ 얼굴에 잠깐 홀리긴 했는데 내새끼보고 정신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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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날이 왔다.

아이돌 대운동회. 줄여서 ‘돌대회’. 아이돌 팬들이 말하기로는 ‘돌아버린 대운동회’의 촬영 날.

방송 특성상 실제로 진행되는 경기 위주에 세트 교체도 있어서 전부 리허설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많은 그룹을 통제하다 보니 출연진들은 아침 일찍부터 모인 상태였다.

모노크롬 멤버들도 처음 도착했을 땐 피곤한 표정이다가 몸을 움직이니 금세 또렷한 눈으로 돌아왔다.

겨울이지만 실내였기에 의상은 가벼운 반팔티에 후드 집업이었다. 물론 참가하지 않는 재민은 여전히 사복 차림이었고.

준비를 마친 멤버들을 녹화 시작 전에 모았다.

“열심히 안 해도 돼. 다치지만 말자.”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안 해도 된다는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돌대회에서 다쳐서 은퇴까지 해야 했던 재민의 복귀를 앞두고 멤버가 또 다치는 일은 있어선 안 되니까.

“우형이는 울지 말고.”

“보, 보셨어요?”

“아, 그러니까 거기서 왜 우냐고!”

이건 이전에 뷰이라이브를 봐서 하는 얘기였다. 무슨 심정인지는 알겠으나 또 울컥하기라도 하면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당황하는 우형 옆에서 준해가 팔을 찰싹 때리며 잔소리했다.

“응. 준해가 옆에 붙어있어.”

우형이 울먹이자마자 화면 밖으로 끌어낸 그의 순발력이라면 믿을 만했다.

준해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가 믿음직해서 다행이야.

멤버들은 촬영 시작을 위해 지정 장소에서 대기하고, 나는 우리의 컬러즈들이 앉아 있는 좌석 아래층으로 와서 섰다.

관계자 통로로 마련된 곳이라 팬들에겐 잘 보이지 않아서 존재감 없이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컬러즈들이 있는 곳은 팬석 중에서도 끝 구역.

‘이런 곳까지 차별을 둬야 하나…….’

아이돌 생태계란 철저하게 인기도로 순위를 매겨 돌아가는 구조였다.

팬들끼리 같은 슬로건이나 응원봉을 든 것을 보면 어느 팬덤이 얼마나 앉아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비교해 보니 컬러즈 구역은 확실히 좌석 수가 적었다.

“옆에도 팬들이야? 조용해서 관계자인 줄.”

“쟤네 거기잖아. 얼마 전에 멤버 탈퇴한 데.”

“아…….”

바로 아래에 있으면 컬러즈들이 보이지 않아 조금 옆에 서 있었더니, 옆 구역에 앉은 다른 팬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

왜 우리 팬들은 동정표를 몰고 다니는 거지.

확실히…… 다른 구역에 비해 약간 초상집 분위기였다.

‘하긴 좋은 기억이 없는 프로그램인 데다가 상황까지 이러니 표정이 좋은 게 오히려 이상한가.’

멤버 탈퇴 후 첫 공식 스케줄. 게다가 이전 멤버의 탈퇴 계기가 되었던 프로그램.

멤버들의 얼굴만이라도 보고자 많은 걸 참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잠입하는 것 같네요.”

내 옆으로 재민이 섰다.

관계자 통로라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지만 그래도 주변에 눈이 많다 보니 모자와 안경, 마스크까지 낀 상태였다.

“잠입한 거 맞지. 아무도 네가 있는 거 모를 테니까.”

“들키면 어떡해요?”

“음…… 도망가자.”

“푸핫.”

유일하게 장외에 있는 아이돌인 그는 같이 구경을 시작했다.

촬영이 시작되고 많은 아이돌 그룹이 가나다 순서대로 짧은 소개와 함께 입장하기 시작했다.

한 그룹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팬들이 있는 구역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모노크롬이 입장하자 컬러즈 구역에서 나온 소리는 “꺄악!”이 아니라 “허업!”이 먼저였다.

그리고 곧바로 터져 나오는 환호성.

‘뭐야. 소수정예로 꾸려진 건가?!’

인원이 적은데도 다른 팬덤 못지않게 소리가 컸다. 방청 신청을 받을 때 발성까지 체크한 것도 아닐 텐데.

아마 ‘내 새끼들 꿀리게 하진 않겠다.’는 심정으로 목청껏 외친 게 아닐까.

모노크롬의 입장 순서가 끝나고 이어서 전광판에 다른 그룹이 나타나자 팬석은 바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헉. 오늘 애들 미모 무슨 일이에요?!”

“미쳤다. 덮해랑 실물…….”

“연차 안 썼으면 평생 후회할 뻔.”

“전 학교 빼고 왔는데. 와…… 입장부터 벌써 레전드. 이걸 다른 분들이 봤어야 했는데.”

“저 아는 분은 돌대회 불매한다고 신청도 안 했다는데 지금 땅 치고 후회하고 있대요.”

“아이고. 근데 이번에 신청 좀 빡셌어요. 좌석 수도 적어서. 뉴마가 하는 일이 뭐…….”

“방청 공지 떴을 때 뉴마 미친 줄 알았잖아요.”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뉴마 욕.

뉴마를 중소에서 X소로 만들어 버린 당사자인 나는 약간 마음이 뜨끔했지만, 이것도 차차 익숙해져야 할 일이었다.

팬들은 자기들끼리 얘기하면서도 시선은 각자 손에 든 핸드폰에 가 있었다.

스태프들이 사진 촬영은 막고 있어서 열심히 텍스트로 중계하는 모양이었다.

[다음, 아이리스!]

‘아이리스?!’

차례대로 입장 그룹을 호명하는 장내 방송이 아이리스를 부르자 순간 내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그렇지. 아이리스도 아이돌이었지!

다른 일로 바빠서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볼 수 있는 건 의외의 횡재였다.

몇몇은 반팔티, 몇몇은 후드티. 웃으며 들어오는 아이리스 멤버들은 안무 영상 찍을 때처럼 캐주얼한 스타일이었다.

아이리스가 입장하는 동시에 함성이 나오는 구역이 있었다.

아이리스의 팬덤, ‘무지개’였다. 아이리스는 무지개의 여신이란 뜻이니까.

‘아이리스가 잘나가긴 하는구나.’

무지개의 좌석은 중앙에 가깝고 좌석 수도 제법 많았다.

뿌듯한 마음이 반, 씁쓸한 마음이 반.

아이리스를 보면 똑같이 내 플레이 아래에 있던 모노크롬이 자꾸 비교만 되었다.

‘하……. 자꾸 비교하지 말고 앞으로의 일이나 생각하자.’

인원이 많다 보니 입장 이후엔 대기 시간이 더 길었다.

게다가 모노크롬의 참가 종목은 달리기 정도.

다른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마냥 넋 놓고 앉아있는 게 일이었지만 진행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선 이동이 가능했다.

그리고 모노크롬이 컬러즈가 있는 팬석으로 찾아왔다.

***

“블랙 앤 화이트! 모노크롬입니다!”

모노크롬 멤버들은 오랜만에 인사법을 하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모노크롬. 흑백이란 뜻의 그룹명대로 ‘블랙’을 맡은 멤버와 ‘화이트’를 맡은 멤버로 나뉘면서 만들어진 인사법이었다.

원래라면 ‘블랙 앤’과 ‘화이트’를 나눠서 순서대로 말해야 하지만, 지금 ‘화이트’를 맡은 사람이 해랑밖에 없어서 준해가 함께 했다.

공식적으로 4인조가 되고 처음 하는 인사였다.

멤버들이 가까이 다가온 덕분에 좋아하던 팬들도 그 점을 상기하고는 기운이 없어졌다. 몇몇은 안타까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팬들의 얼굴을 보던 우형 또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미세한 표정의 변화였지만 우형을 오랫동안 봐 온 준해는 그가 또 감정에 빠지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서 우형에게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형. 정신 똑바로 차려.”

촬영 시작 전 당부받은 말을 충실히 이행하는 준해였다.

거의 감시역으로 붙어있는 준해를 보곤 우형이 웃어 보였다. 확실히 지금은 옆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였다.

팬들도 마냥 침울해하진 않았다. 멤버들이 자신들을 보고 있었으니까.

네 명뿐인 인사로 잠시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대화를 나누며 금세 밝아졌다.

“안 피곤해요?”

“네~.”

“몬클이 피로회복제인데 뭐가 피곤해!”

팬석 한구석에서 큰 소리로 속사포 같은 멘트가 터져 나왔다.

그 목청에 옆 구역 다른 팬덤에서도 이쪽을 흘끔 쳐다봤다.

멤버들은 갑자기 날아온 주접에 눈이 동그래졌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덕분에 분위기가 풀어져 웃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여러분, 해랑이 이 머리 실제로 처음 보죠. 잘생겼죠?”

“잘생겼어요!”

우형이 해랑의 스타일을 언급하자 방금까지 축 처졌던 분위기도 잊고 팬들의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열렬한 반응이 있었던 프로필 사진과 같은 스타일. 실물로는 오늘 처음 본 것이었다.

사방에서 ‘잘생겼다’를 표현하는 온갖 어휘가 쏟아져 나왔다.

해랑은 멤버들에 이어 팬들의 칭찬에 둘러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쓱하게 섰다.

“누가 더 잘생겼어요?”

한이가 해랑의 어깨에 팔을 얹고 서서 팬들에게 물었다.

진심으로 물어본 것도 아니었지만 어차피 이런 질문에 팬들의 대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었다.

“다 잘생겼어!”

“하아. 내가 비주얼 멤버라고 생각했는데.”

컬러즈는 이러한 현장만의 소통을 즐기면서도 열심히 개인 SNS에 중계했다.

[한이 “내가 원조 비주얼” 발언. 준해 “원래도 해랑이 형이었어”라고 대답해 충격.]

[해랑이 덮머리 했다고 한이가 자긴 다음에 깐머리한대ㅜㅋㅋㅋㅋㅋ ㄱㅇㅇ]

[애들이 무슨 색 염색할까 물어보니까 옆 분이 조용히 ‘새빨간 색은 하지마요’ 이럼ㅋㅋㅋㅋㅋㅋㅋ 뭐든 다 잘 어울리겠지만 당분간은ㅠ]

화기애애하던 와중, 컬러즈 한 명이 질문을 건넸다.

“오늘 준해 사진 떠요?”

신곡 발매 예고 후, 모노크롬의 공식 SNS 계정에 매일 한 명씩 사진이 업로드되었다.

이번 곡 발매 준비와 함께 새로 촬영한 것이었다. 이른바 컴백 프로젝트 이미지 티저.

어제까지 나이 순서대로 우형, 해랑, 한이의 사진이 공개된 상태였다.

그리고 오늘, 다들 준해의 사진이 뜰 것으로 예상하겠지만.

오늘 업로드될 사진은 준해가 아닌 재민이었다. 사실 오늘은 재민의 복귀가 공개되는 날이었다.

“어…….”

“그건 비밀~.”

팬들 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닌 질문에 곧이곧대로 말해줄 수가 없어서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멤버들.

다행히 한이가 제일 먼저 모호한 대답을 남겨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한이의 재치로 현장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지만, 핸드폰을 들고 있는 팬들의 손가락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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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애들 입막음하나보다 ㅆX

@뭔일 있어요?

@@티저 뜨는거 물어보니까 대답하려다가 눈치보고 못하더라구요. 대신 한이가 팬들 달래줌 ㅠㅠ

@아 미친ㅠ 아직도 애들 그렇게 휘두르는 건가..

@@다들 웃고는 있는데 가슴 찢어져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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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멤버들이 팬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봤다.

옆에 서 있는 재민 또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빤히 그 모습을 쳐다봤다.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이 반은 가려져 있어서 재민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멤버들과 팬이 있는 곳을 올려다보는 그 옆모습에선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너도 앞으론 저 옆에 같이 서서 팬들 만나야지.”

어쩐지 그 모습에서 쓸쓸함이 느껴져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고 싶어졌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그도 당당하게 저 옆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재민은 내 목소리를 듣고서야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제가 환영받을지는 모르는 일이잖아요.”

“…….”

복귀를 목전에 둔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속으로 끊임없이 걱정하면서도 겉으로 내색 안 하는 점이 모노크롬 멤버답다고 해야 하나. 지금껏 멤버들한테서 봐왔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이런 점까지 닮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어떤 반응이 있을지는 나도 예상이 안 가기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 걱정을 재민까지 짊어지지는 않았으면 했다.

그는 이미 멤버고, 걱정보다는 멤버로서 할 일을 더욱 생각해 줬으면 했으니까.

“넌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돼.”

멤버들이 앞만 보고 달려 나가면 나머지는 내가 할 일이었다.

내가 본 그들의 모습은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도 와 닿지 않을까.

재민은 내 눈을 빤히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멤버들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또 한참을 보던 재민은 갑자기 흠칫하더니.

“저 아는 사람이랑 눈 마주친 것 같아요.”

느닷없이 내 등 뒤로 숨으며 말했다.

‘내 뒤에 숨는 게 더 수상해 보이지 않나?’

나보다 10cm는 더 큰 재민이 몸을 숙이고 숨어있는 게 더 눈에 띌 것 같았다.

그 ‘아는 사람’이 내 앞쪽에 있으니 재민이 내 뒤에 숨었을 터.

내 앞은 아이돌들이 모여 있는 안쪽이었다.

“누구?”

“저기 앞에서 인사하는 파란 후드요.”

재민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자신의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돌이 있었다.

지금은 팬들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아마도 아까 팬들 있는 곳으로 가까이 왔다가 모노크롬을 빤히 쳐다보는 재민을 본 듯했다.

그를 알아봤는진 모르겠지만.

“도망가자.”

아까 도망간단 말은 그냥 한 소리였는데, 우리는 정말 대기실로 도망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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