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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32화 (432/726)

#432화

처용에게서 튀어나온 태초의 조각.

-우우웅! 우웅!

금빛으로 번쩍이는 태초의 조각이 무색의 기운을 퍼트리며 주변에 파동을 흩뿌렸다.

그 무색의 기운은 다름 아닌 에테르.

마녀가 태초의 그릇을 보일 때 처용에게 흘러갔었던, 우주의 원시적인 힘이었다.

에테르의 파동이 주변에 퍼지자.

-파아! 파아아!

백색의 신법재판소가 흔들렸다.

그 순간.

-화악! 화아악!

카란디아에게서 잿빛의 안개가 흘러나오더니.

“……카란디아!”

“괜찮은 것이냐!?”

네이션과 호단 등, 카란디아가 포용한 이들이 나타나며 그녀를 보호하듯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억눌려 있었던 것인가?’

어째서 네이션을 비릇한 이들이 이제야 나타났는지 알아챘다.

지금 이 장소는 아스터가 자신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신법재판소 내부.

즉, 그의 신력이 넓게 펼쳐진 주신의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스터는 카란디아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신력으로 그녀의 힘을 짓눌러 온 듯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태룡전의 열쇠, 이어서 나타난 태초의 조각이 에테르를 흩뿌렸다.

그 결과.

-쿠구! 쿠구구!

아스터가 ‘모방’으로 만들어 낸 신법재판소의 권능이 흔들렸다.

그러자 억눌려 있던 카란디아의 능력이 해방된 듯 보였다.

처용 역시 영향을 받았는지, 조금 전보다 몸이 가볍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때.

-우우웅!

처용에게서 빠져나온 태초의 조각이 에테르를 내뿜으며 진동했다.

그에 공명하듯.

-우웅! 우우웅!

아스터가 소유하고 있던 태초의 조각이 파동을 내뿜었다.

옅은 파동과 파동이 충돌했고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서로 엉키며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짧은 찰나의 힘겨루기가 이어진 결과.

-화아아!

에테르의 기운을 내뿜던 태초의 조각이 아스터가 소유하고 있던 태초의 조각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파아아-!

마치, 삼켰던 음식물을 토해 내듯, 아스터의 태초의 조각이 옅은 안개와 비슷한 것들을 뱉어 냈다.

그리고.

-슈르르륵!

“으, 으윽!?”

쏟아져 나온 안개가 모두 카란디아에게 흡수되었다.

[영혼이-!]

그 모습을 본 아스터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태초의 조각에서 흘러나온 새하얀 안개.

그것들은 모두 앞으로 있을 계획에 쓸 귀중한 생명력이었으니까.

바로 룬테라 왕국의 인간들을 학살해 얻은 영혼들이었다.

그 생명력과 영혼들을 빼앗긴 상황.

-스르륵. 탁.

가둬 두었던 영혼들이 빠져나가자, 아스터가 소유한 태초의 조각이 힘을 잃은 듯, 바닥에 떨어졌다.

동시에.

-우웅…… 샥!

처용이 소유한 태초의 조각이 파동을 내뿜는 것을 멈추고 어디론가 휙 날아갔다.

그곳은 다름 아닌.

-우웅. 스르륵.

카란디아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던, 아스터가 모은 생명력이 가득한 물건들 중 하나.

빼앗긴 드래곤의 알에 깃들었다.

[당장! 저 잡것들을 죽이고 성운의 물건들을 되찾아라!]

아스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침과 동시에.

[돌아와라!]

-우웅!

바닥에 떨어진 태초의 조각을 향해 손을 뻗으며 명령하듯 말했다.

-우우웅! 샤샥!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 태초의 조각에 새하얀 빛이 일렁이더니, 아스터에게로 날아갔다.

태초의 조각이 다시 아스터의 손에 쥐어진 순간.

-샥! 샤샥!

천사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날개를 피고는 중앙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때.

“항마의 화신 - 결전기!”

-샤악!

처용이 두 손을 합장한 채, 카란디아의 옆에 나타났다.

신력을 최대치까지 끌어모은 처용은.

“백수(百手) - 태극천체장(太極天體掌)!”

항마의 화신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능을 사용했다.

-화아아!

항마의 화신 뒤로 새하얀 손들이 마치 꽃처럼 피어나며 생성되었고.

-후우욱! 후욱!

생성된 손들이 주먹을 쥐고 손바닥을 펴며 다가오는 천사들을 밀어내었다.

[이 하계종이!]

[신력? 어떻게 이런 권능을!?]

처용의 공격에 뒤로 밀려난 열 명의 천사가 경악을 표했다.

두 손을 합장하고 있는 항마의 화신.

그 뒤로 꽃처럼 피어난 백여 개의 손들.

하나하나의 손들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신력까지.

[정녕 인간이 맞는 것인가!?]

[……혈선이 만든 병기라는 말이 있다.]

도저히 인간이 발휘할 수 없는 무력에 천사와 신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이건 하계종에게 허락할 수 없는 힘이다!]

아스터 역시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자리를 박차 일어서며 소리쳤다.

인간은 감히 신에게 반기를 들어서면 아니 된다.

인간은 영원히 신을 위해 소모되어야 하는 하찮은 존재였다.

그런 하찮은 존재가, 신에게 맞서는 힘을 가진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크크크, 쫄았냐? 이 병신들아?”

처용이 다수의 신들을 노려보며 여유가 담긴 비장한 미소를 지었다.

“덤벼 이 날파리 같은 새끼들아, 한꺼번에 상대해 주마.”

무모한 자신감을 보이는 처용의 말이 울리자.

-우웅!

-쿠우우!

천사들과 신들이 분노가 일렁이는 신력을 내뿜으며 무언의 분노를 표했다.

천사들이 창과 검을 처용에게 던질 듯, 치켜들었고.

-우웅!

-위이잉!

신들이 신력을 모아 처용에게 쏘아낼 준비를 했다.

주변에 일렁이는 모든 공격이 처용을 향하기 직전.

“백수 - 태극천체장.”

-스르르륵.

처용이 꽃처럼 피어난 손들을 카란디아와 자신 쪽으로 모으고는.

“반탄신장 - 구십구장!”

-타다다닷! 쩌저적!

수많은 손바닥이 외부를 향한 채 처용과 카란디아를 감싸는 돔을 형성하도록 만들었다.

마치, 손바닥들이 서로 겹치고 모여 만들어진 방어막 같은 모습.

처용이 항마의 화신을 이용해 방어 권능을 펼친 순간.

-쿠구! 쿠콰콰!

그 위로 신과 천사들의 맹렬한 공격이 쏟아졌다.

처용이 만든 방어벽은 무려 손바닥 하나하나가 ‘반탄신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웬만한 공격엔 절대로 뚫리지 않는 강력한 방어 권능.

그러나 지금 수준의 처용이 선보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 권능이라 해도.

-쿠구! 쿠구구!

신들의 공격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쩌적! 쩌저적!

외부에 벽처럼 자리한 반탄신장 중 일부는 이미 파괴되어 사그라지고 있었다.

이대로 버티기만 해서는 결코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용님…….”

카란디아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읊조렸다.

아무리 처용이 괴물같이 강하다 해도, 외부에는 신과 천사들이 수십이었다.

게다가 거대 성운의 주신과 대신들도 자리해 있었다.

지금만 해도.

[잿더미가 되어라!!]

-화르르륵! 화륵!

강렬한 분노를 가득 눌러 담아 쏘아내는 하메라의 화염에.

-파사사……!

처용과 카란디아를 보호하는 반탄신장이 하나둘 흩어지고 있었다.

그런 하메라와 같은 대신급 성좌, 회개의 여신 로메라 역시 마찬가지.

[회개하라. 무릎 꿇어라.]

-파지직! 파직!

로메라의 손아귀에서 내뿜어지는 녹색의 번개에 반탄신장이 조금씩 무너졌다.

게다가, 에스라 성운의 주신인 아스터 역시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허락할 수 없다! 네놈 같은 존재는 용납할 수 없다!]

아스터가 손을 뻗으며 소리치자

-촤르륵! 촤륵!

신법재판소 외벽에서 백색의 사슬들이 튀어나오더니.

처용과 카란디아를 보호하는 반탄신장의 벽을 강타했다.

지금 이 장소는 아스터가 불완전한 창조, ‘모방’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신법재판소.

그 모방된 신법재판소의 힘을 다루는 듯 보였다.

신과 천사들의 쉴 틈 없는 맹공격에.

-쩌적! 파사삭! 파삭……!

처용과 카란디아를 보호하는 보호 권능이 점점 깎여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곧 처용과 카란디아를 보호하는 손들이 다 사라질 수도 있었다.

“제길…….”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네이션과 호단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아스터의 압박에 풀려나긴 했지만, 작금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주변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일렁일 때.

“걱정하지 마라.”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처용은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탁. 우우웅.

처용이 합장하던 두 손을 떼고 바로 옆에서 부유하고 있는 태룡전의 열쇠를 오른손에 쥔 순간.

-준비는 끝났다. 열거라.

처용에게서 여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래의 목소리가 울리자.

-우웅. 화아아!

처용이 열쇠를 쥔 손을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자, 황금빛의 게이트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저벅.

황금색의 게이트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고고한 학처럼 백색의 분위기를 흘리는 신선과도 같은 모습.

처용이 연 게이트 속에서 나타난 이는 바로.

[고생 많았다. 제자야.]

처용의 스승이자, 신법의 대신인 여래였다.

[신법재판소를…… 모방한 것인가?]

여래가 창공처럼 푸른 눈동자를 치켜뜨며 읊조리고는.

[신법 재판을 시작한다.]

-쿠구구!

신력을 내뿜으며 ‘신법의 대신’만이 가진 권능.

진짜 신법재판소를 불러내었다.

-화아! 화아아!

여래에게서 뻗어 나간 금빛의 기운이 백색의 기운을 밀어내기 시작하자.

-스르르륵.

백색의 신법재판소가 점점 금빛의 신법재판소로 바뀌어 가며 서로의 색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마치, 백색과 금색의 얼룩이 뒤엉킨 듯한 모습.

점점 침범해오는 금색의 기운에 백색의 기운이 저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백색으로 이루어진 신법재판소는 모방된 가짜.

즉, 진짜 신법재판소의 기운인 금빛의 기운을 이겨낼 수 없었다.

이윽고.

-파아아!

반반씩 섞여 있던 두 기운 중 금색의 기운이 백색의 기운을 점점 더 거칠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진짜 신법재판소의 주인이 나타나, 신법재판소를 사용하자.

[혈선!]

아스터가 여래를 알아보며 소리쳤다.

[신법의 신명을 짊어진 내 앞에서 가짜 신법재판소를 사용하다니, 어리석군.]

여래가 차가운 눈길로 아스터를 노려보며 말하자.

[신법재판소를 강탈한 도둑놈이 감히 신법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냐!]

아스터가 여래의 과거를 언급하며 분노를 토로했다.

여래는 정당한 방법으로 신법의 이름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전대 신법의 대신인 천존을 살해하고 역천을 이용에 그 권한을 강탈한 것이었다.

이후, 태초신에게 신법의 이름을 정식으로 수여 받긴 했지만.

[간악한 약탈자 따위가!]

선천적 신격들, 특히 순혈자들의 입장에서 여래는 이단자이자 약탈자에 불과했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정당하다 여기는 이들이었으니까.

과거와 변함이 없는 선천적 신격이자 순혈자, 아스터의 태도를 본 여래는.

[신법의 이름을 악용하고 그 권한을 박탈당한 건 네놈들이었다.]

아스터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촤르르륵! 촤르륵!

여래의 발밑에서 금빛의 사슬들이 튀어나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이-!]

[물러나라!]

처용을 포위해오며 맹공격을 가하던 천사와 신들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금빛 사슬을 보며 뒤로 물러났다.

[감히! 약탈자 따위가 신법재판소를 다루다니!]

그 모습을 본 아스터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분노를 내지르고는.

-촤르르륵!

모방한 신법재판소의 권능을 이용해 새하얀 사슬들을 소환했다.

-촤라락! 까강! 차캉!

금색의 사슬들과 백색의 사슬들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막 충돌했을 때는 서로 팽팽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촤르륵! 우드드-!

곧 진짜 신법재판소의 권능인 금빛 사슬이 우위를 점하듯, 백색의 사슬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계속 공격해라! 저 약탈자의 신법재판소는 내가 막겠다.]

-탁. 우우웅!

아스터가 왼손에 쥐고 있던 태초의 조각에 신력을 부여하며 소리쳤다.

-스르르륵!

태초의 조각으로부터 힘을 받은 탓인지, 백색의 사슬이 조금 두꺼워졌고.

-촤라락! 우드득!

진짜 신법재판소의 권능, 금빛의 사슬에도 힘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아스터가 태초의 조각이 가진 힘을 이용해 여래의 권능을 막아낸 찰나.

-촤라라. 촤락.

백색의 사슬 중 일부가 먹잇감을 노리는 독사처럼 은밀하게 바닥을 기었다.

마치, 그 누구도 모르게 무언가를 노리는 듯, 조심스러운 움직임.

사슬이 목표에 점점 가까이 접근한 순간.

-촤라라라!

아스터가 기회를 노리고 백색의 사슬을 빠르게 조종했다.

그가 노린 것은 다름 아닌.

[이것 역시 나의 것이다!]

신법재판소 중앙 제단의 외곽 쪽을 굴러다니던 재료 중 하나.

바로 드래곤의 알이었다.

아스터가 드래곤의 알을 은밀하게 노린 이유는 다름 아닌

[하찮은 하계종이 감히 태초의 조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처용이 지녔던 태초의 조각이 스며드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촤라락! 촤락!

아스터가 조종하는 백색의 사슬이 드래곤의 알을 휘감으려는 듯, 빠르게 쇄도했다.

그 순간.

-우웅. 슈르륵!

드래곤의 알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가 넓어지더니.

-푸화아아! 슈르릅!

그림자가 검은 물결처럼 위로 솟구치며 알을 감싸고는 검은 늪에 가라앉듯,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촤아아!

한발 늦게 도달한 백색의 사슬이 드래곤의 알이 있던 장소를 휩쓸었다.

[감히!]

드래곤의 알, 태초의 조각을 놓친 아스터가 인상을 거세게 찌푸리며 소리치자.

-슈르륵.

바닥에 드리워졌던 검은 그림자가 붉은 핏빛으로 변하더니.

-스륵.

피의 웅덩이에서 루나가 머리를 스윽 내밀며 나타났다.

그리고.

“닭 쫓던 개가 됐네?”

지구에서 배웠던 속담을 읊으며 비웃음을 담아 아스터를 도발하고는.

-슈륵.

다시 피의 웅덩이 아래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이, 이! 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해와 이어지는 루나의 도발에 아스터가 분노한 듯, 목소리를 떨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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