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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64화 (64/240)

64화

정도현은 보스의 본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탑주를 보좌하던 네 명의 장로들은 각각 80~82 레벨.

그걸 전부 잡았으면 경험치가 얼만데, 저 망할 보스 놈이 홀라당 다 처먹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 넌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보스는 달려드는 정도현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댔다.

콰과곽-!

아스팔트 바닥을 깨부수고 굵직한 나무줄기들이 솟아났다. 마치 크라켄의 촉수처럼 꿈틀댄다.

본체가 커지면서 줄기도 함께 성장해 거의 가로수 크기만 했다.

후웅-!

사방에서 바람을 가르며 채찍처럼 날아든다. 정도현은 그것들을 피하거나 자르며 조금씩 접근했다.

[아무리 베어 봤자 소용없다.]

검기에 썩둑 잘린 줄기들은 신화 속 히드라처럼 두 갈래로 갈라지며 새로 자라났다.

성가신 재생 능력에 정도현은 혀를 찼다.

“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드네.”

정도현이 중급 매직 스크롤을 꺼냈다.

그의 손에서 강렬한 불꽃이 타오르자 다가오던 나무줄기들이 한순간 주춤했다.

아무리 레벨이 높아지고 강력한 재생력이 있다 하더라도 녀석은 식물.

천적인 불꽃을 마주하니 본능적으로 움츠러든 것이다.

화르륵-!

정도현은 화염 주문을 검기의 원료로 삼은 뒤 칼을 휘둘렀다.

나무줄기에 불이 옮겨 붙자 보스는 도마뱀이 꼬릴 잘라 내듯 떼어 냈다.

언뜻 보면 수십 가닥의 줄기가 모조리 잿더미로 변해 소멸한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베어 봤자 헛수고다.]

“땅속의 마력이 보스 쪽으로……!?”

지하에서 거대한 마력이 움직여 보스 쪽으로 모여든다. 그걸 느낀 황도형은 경악했다.

보스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챈 것이다.

보스는 대지의 마력을 탐욕스럽게 빨아먹고 있었다.

관리국과 마탑이 시간을 너무 줘 버린 탓에 보스의 뿌리가 깊이 자리 잡고 말았다.

이 일대의 지맥이 곧 보스의 마력이나 다름없었다.

가뭄이 온 땅처럼 아스팔트 도로가 쩍쩍 갈라졌다.

“아…….”

황도형은 절망했다. 재생력의 원천은 마력.

즉, 이곳의 지맥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보스는 끊임없이 회복할 것이다.

곧 도착할 토벌대가 한꺼번에 덤비더라도 보스는 절대 죽일 수 없다.

촤악-!

보스는 불타 없어진 숫자만큼 새로운 나무줄기를 생성했다.

[네놈의 마력도 내놔라.]

나무줄기들이 일제히 덮쳐 왔다.

정도현은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움직여 피하거나 줄기를 쳐 냈다.

황도형도 그를 돕고 싶었으나 강민겸 지부장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찬 실정이었다.

쿵! 쿠웅-!

나무줄기들이 바위 골렘들을 마구 두들겨 댔다.

황도형은 골렘들을 벽처럼 세우고 꿋꿋이 버텼다.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왜 그러지? 아까부터 도망만 다니는데. 아예 포기한 거냐?]

“생각 좀 했지.”

[뭘 말이냐?]

“널 고통스럽게 죽일 방법이 뭘지.”

정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매직 스크롤을 꺼냈다. 이번엔 중급이 아니라 하급 스크롤이었다.

콰앙! 쾅! 콰아앙-!

주먹 크기의 화염구가 총알처럼 쏘아졌다.

보스는 깜짝 놀라며 나무줄기를 몇 겹씩 겹쳐서 제 몸을 지켰다.

[…아까보다 화력이 형편없구나.]

화염 세례를 가뿐히 견뎌 낸 보스가 의기양양하게 굴었다.

상극의 마력이라 뜨겁긴 해도 정도현이 휘두른 화염검에 비하면 약과였다.

시커멓게 탄 줄기들은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고, 새로운 줄기가 땅속에서 돋아났다.

정도현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매직 스크롤을 사용했다.

콰앙! 쾅!

방화광처럼 여기저기 불을 질렀다.

보스는 그런 그를 비웃었다.

[발악해도 소용없다.]

이딴 하급 주문으론 보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없다. 그마저도 대지의 마력을 흡수해 금방 재생한다.

정도현의 행동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황도형이 고전하는 정도현을 안절부절못하며 쳐다봤다.

그때, 옆에 누워 있던 강민겸이 말했다.

“저 녀석. 화염 주문을 쏠 때 뭔가 던지는데?”

“뭘 던진다니?”

“잘 보십쇼, 황 장로님. 약병 같은 걸 던지잖습니까.”

그 말에 황도형도 눈을 크게 뜨고 유심히 살펴봤다. 정말이었다.

정도현은 화염 주문을 쏜 직후 조그만 약병을 불길 속으로 던져 넣었다.

콰앙-!

화염구와 나무줄기가 부딪혀 폭발할 때 조그만 약병도 휩쓸려 함께 터졌다.

그 안에 든 주홍색 액체가 사방으로 튀며 나무줄기 곳곳에 흩뿌려졌다.

‘저게 뭐지?’

정도현은 저 약물을 퍼트리는 게 목적 같았다. 저게 대체 뭐길래?

둘이 그런 의문을 품을 때, 보스의 눈동자들이 파르르 떨렸다.

[…크윽! 뭐, 뭐냐 이건!]

보스는 뜨거운 냄비를 옮기려다 손을 덴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나무줄기들이 생기를 잃으며 바짝 말라붙었다.

그 영문 모를 일에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정도현만 히죽 웃었다.

“이제 약발이 좀 도나 보네?”

[…네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보스가 역정을 냈다. 사람으로 치면 손가락이 우수수 부러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으니까.

정도현은 아까부터 던져 댔던 약병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고엽의 비약] [소모 아이템]

- 식물형 몬스터에 한해서 방어력을 무시하고 고정 피해를 입힙니다.

- 불꽃과 접촉할 시 폭발하며 고정 피해 수치가 증가합니다.

- 해당 아이템으로 데미지를 입으면 피해량의 절반만큼 체력이 영구적으로 감소하여 재생이 불가능해집니다.

“고엽제라고 들어봤냐?”

[고, 고엽제?]

“너 같은 식물한테는 맹독이나 마찬가지지.”

[감히 독을…….]

쩌적-!

고엽의 비약이 나무줄기에 튀자 수분이 뽑힌 것처럼 바싹 메말랐다.

일반인이 움켜쥐어도 힘없이 바스러질 것 같았다.

보스는 씩씩대며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듯 대지의 마력을 흡수해 재생했다.

아니, 재생하려고 했다.

[……!]

그런데 줄기들이 제대로 재생되질 않았다. 비약의 부가 효과 때문이다.

고정 피해량의 절반만큼 체력이 영구적으로 감소한다.

그렇게 줄어든 체력은 무슨 짓을 해도 회복할 수 없었다.

‘식물형 몬스터라길래 첫날부터 계속 사 뒀지.’

지금까진 화염의 검기만으로도 충분해서 굳이 쓰지는 않았다.

싸울 때마다 일일이 꺼내 던지거나 무기에 바르는 건 번거로우니까.

그래도 보스를 잡을 때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 지금껏 매일 구매해 놨다.

그래서 그의 수중에 있는 비약은 무려 천여 개.

‘이거면 놈을 말려 죽이고도 남겠지.’

유비무환이라더니. 딱 이런 상황에서 쓰는 말이겠지.

“너 같이 재생력만 믿고 뻗대는 놈들 자주 봤는데. 내가 다 골로 보냈어.”

[이, 이노오오옴!]

정도현의 조롱에 보스가 분한지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그를 죽여보려 나무줄기를 모조리 꺼내 공격했지만, 정도현은 오히려 웃었다.

줄기가 많아지면 그만큼 때릴 곳이 늘어나는 셈이니까. 덩치만 크지, 생각하는 게 너무 단순했다.

쾅! 퍼엉-!

폭발과 함께 고엽의 비약이 마구 흩뿌려진다.

몇 방울만 닿아도 나무줄기에 시커먼 얼룩이 곰팡이처럼 피어났다.

서걱! 화르륵!

장작처럼 말라붙은 나무줄기들은 주변의 잔불로 화염검을 만들어 불태웠다.

[마, 말도 안 돼! 이럴 순 없다!]

고엽제로 체액이 증발하는 고통이 암세포처럼 온몸으로 번졌다.

그에게 팔다리나 다름없던 나무줄기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재생도 안 된다.

수세에 몰린 보스는 어쩌면 좋을지 몰라 그저 본능에 몸을 맡기고 싸웠다.

정도현은 매직 스크롤과 비약을 끝도 없이 꺼내며 보스를 차근차근 말려 죽였다.

“이제 더 꺼낼 것도 없지?”

[자, 잠깐! 내 열매를 먹어라! 그럼 넌 나와 마력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어!]

“응, 너나 처먹어.”

보스는 자신의 개인 특성, 「숭배」를 어필하며 목숨을 구걸했지만, 정도현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콰득-!

정도현의 검이 보스의 본체를 찔렀다.

칼날에는 고엽의 비약이 듬뿍 발려 있었다.

* * *

토벌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보스는 이미 말라붙어 죽었고, 정도현은 이전보다 3레벨이나 올라 있었다.

곽윤수 팀장은 멍하니 현장을 쳐다보다 누군가를 발견하고 허둥지둥 뛰어갔다.

“지, 지부장님! 괜찮으십니까?”

“아, 곽 팀장인가. 그래, 버틸 만해.”

강민겸은 황도형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다.

곽윤수는 천만다행이라며 자신의 어깨를 빌려줬다.

강민겸은 그제야 살 것 같단 얼굴이 되었다.

“그나저나 정도현 저 친구, 진짜 물건이더군.”

“예?”

“설마설마했는데 혼자 보스를 잡을 줄이야.”

“호, 혼자서 말입니까?”

당연히 황도형과 힘을 합쳐 쓰러트린 줄 알았다.

황 장로에게 뭔가 기막힌 비책이라도 있었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왔는지, 원.”

강민겸은 허탈하게 웃으며 그리 중얼댔다.

정도현은 보스와의 전투에서 고엽의 비약과 매직 스크롤을 백여 개 넘게 사용했다.

저걸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최소 억은 나오겠지.’

액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저만한 물량은 중견급 길드도 단시간에 구하긴 어려울 거다.

저 많은 아이템을 어디서 구했는지 몰라도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안태환, 그 깐깐한 녀석이 자신 있게 추천하더니, 그럴 만도 해.’

63레벨. 아니, 지금은 66레벨이지만.

아무튼, 정도현은 자신의 레벨에 맞지 않는 힘을 지녔다.

그의 권유를 단칼에 거부한 이유가 있었다.

‘저런 녀석이 요원으로 만족할 리 없지.’

못해도 중견급 길드. 잘하면 C구역의 대형 길드에 들어가거나 스스로 길드 하나를 세울 놈이었다.

F구역 출신이라길래 색안경을 끼고 봤었는데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 * *

강민겸 지부장은 정도현과 한 약속을 지켰다.

구두로 맺은 계약이라 나중에 말을 바꾸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강민겸은 그런 사내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도현의 실력을 쿨하게 인정하고 약속을 이행했다.

아예 가족과 지인들이 머물 곳도 직접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성격이 불같고 꽉 막히긴 했어도, 자기 마음에 든 사람한텐 퍼 주는 타입 같았다.

“정말 고생 많았네. 강 지부장님이 자네 칭찬을 그렇게 하시더군. 덕분에 나도 면이 좀 섰어.”

“저도 지부장님 덕에 이주 문제가 깔끔히 해결됐습니다.”

“그럼 조만간 여길 뜨겠군.”

“예, 이주 허가가 나오는 대로 저 먼저 올라갈 예정입니다.”

“그래, 모여 있는 플레이어들 수준에 맞춰 던전 난이도도 결정되니, E구역에선 더 성장하기 힘들겠지.”

안태환 지부장은 정도현을 불러내 공로를 치하했다. 이번 사건을 잘 수습해 줘서 고맙다면서.

“자네야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몸조심하게. 세상은 넓어. 절대 방심하지 말게.”

“예,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습니다.”

“뭘, 오히려 내가 자네 덕을 훨씬 봤지.”

정도현은 안태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걸으면서 현 상황을 정리했다.

66레벨이 되었고 장비 템도 +15강까지 끝마쳐 뒀다.

할아버지와 송 씨 부자의 이주도 이번 주 내로 끝난다.

그들이 내야 할 추가 세금도 면제됐으니 세금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내야 할 세금은 던전 공략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만으로 충분할 거다.

파티원들은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둘 다 2주 내로 60레벨을 달성하겠지.

실타래처럼 엉킨 일들이 술술 풀렸다.

‘하나 신경 쓰이는 건…….’

그가 해방단에 심어 둔 스파이, 한규리.

그녀에게서 한 가지 기밀을 입수했다.

‘해방단이 곧 특수 수용소를 급습한다 했지.’

범죄자 플레이어들만 따로 가둬 둔 감옥, 특수 수용소.

수용소는 C구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저번 마약 건으로 끌려간 장현민 의원도 그중 어딘가에 갇혀 있을 것이다.

‘설마 해방단의 리더가 제 발로 잡혀 들어갔었다니.’

해방단의 리더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긴 채 의도적으로 잡혀 들어갔다.

관리국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심지어 한규리나 다른 해방단 간부들도 리더의 실체를 모른다.

해방단의 리더는 항상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간부들 앞에 본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고 한다.

나이, 레벨, 성별 심지어 능력마저도 베일에 둘러싸인 인물이었다.

‘C구역 수용소면 내가 손쓸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해방단 간부들은 조만간 C구역의 수용소 중 한 군데를 습격한다.

정도현은 그것밖에 모른다.

그가 해방단의 계획을 C구역 윗선에 알려 준들 움직일 리 없다.

반면에 해방단은 조직에 내통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일단 지켜본다. 놈의 목적이 뭔지 알아야 해.’

* * *

그로부터 며칠 뒤, C구역 어딘가에 있는 특수 수용소.

자정이 가까워진 시각.

독방에 갇힌 남자가 허공에 손가락을 휘적댔다.

[‘1회용 만능열쇠’를 500만 원에 구매하셨습니다.]

딸깍-!

그는 만능열쇠로 팔목의 마력 억제구를 풀고 독방을 빠져나왔다.

잠시 뒤, 수용소 안에 있던 죄수들도 모조리 풀려났다.

게다가 수용소 밖에선 해방단 간부들이 테러를 벌였다.

그곳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맨 처음 탈옥했던 남자는 소란을 틈타 수용소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를 지키던 요원들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쾅-!

그는 굳게 닫힌 지하실 문을 깨부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어린 소녀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네가 ‘예언자’냐?”

“…당신이죠? 죄수들을 풀어 주고 소동을 일으킨 사람.”

“예언자가 맞나 보군.”

그녀는 상당히 깊은 지하실에 갇혀 있었는데도 지상의 상황을 훤히 꿰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자는 확신했다. 이 소녀가 C구역 지부장들이 합심해서 숨겨 둔 예언자임을.

“여기서 꺼내 주마. 날 따라와라.”

“…싫어요.”

“나가기 싫다고? 이유가 뭐지?”

“어차피 여기서 나가 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사람들은 다 똑같아요. 절 가둬 두고 필요할 때만 이용해요.”

그렇게 말한 소녀는 꼭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녀의 동공은 잿빛이었다. 마치 백내장이 찾아온 노인과 유사했다.

‘앞을 못 보는 건가.’

남자는 이해했단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날 따라오면 엘릭서를 주마.”

“엘릭서가 뭔데요? 혹시 맛있는 과자 같은 거예요?”

“만병통치약이다. 네 눈도 고칠 수 있어.”

“…정말요?”

평생 갇혀 사느라 엘릭서가 뭔지도 몰랐던 소녀는 입을 살짝 벌렸다.

그 순진무구한 반응에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엘릭서를 주는 미래는 보지 못했나?”

“…제 예지는 만능이 아니거든요. 꿈이 매개체라 흐릿하고 모호해요. 원하는 내용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확실히 좀 불편하겠군. 그래서 어쩔 거냐?”

“제 눈, 지금 고쳐 줄 수 있어요? 그럼 그쪽을 따라갈래요.”

남자는 아까처럼 허공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러자 그의 손에 황금빛 물약이 생겨났다.

[‘엘릭서’를 1억 원에 구매하셨습니다.]

퍼펫이 죽어서 해방단은 현재 자금줄이 뚝 끊겼다.

1억.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선 더더욱.

물론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성능을 생각하면 1억도 엄청나게 싼 거였다.

그리고 저 소녀에겐 이만한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플레이어는 아주아주 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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