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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21화 (21/240)

나 혼자 1원 상점 - 21화

“아, 무사하셨군요! 여깁니다, 빨리 타세요!”

복귀 차량 운전석에 앉아 있던 관리국 요원이 누군가를 보더니 반갑게 손짓하며 불렀다.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온 건 정도현이었다.

그가 복귀 차량에 탑승하자, 관리국 요원이 곧바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바로 출발하는 겁니까?”

“예, 정도현 씨가 마지막이거든요. 오래 사냥하셨네요.”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저 하나 때문에 번거롭게 왔다갔다 하셨겠네요.”

“에이, 아닙니다. 이게 제 일인데요. 아무튼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차에 탑승한 승객은 정도현뿐.

마지막 타임까지 남아서 진득하게 사냥한 건 그가 유일했다.

요원은 정도현을 흘끔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혼자 돌아다니셨죠?”

“예.”

“천만다행이네요. 실은 도시 안쪽에 못 보던 변종들이 나타났거든요.”

“못 보던 변종이요?”

“예, 그러니까···.”

요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처음 관측된 변종 몬스터들이 출몰했고 몇 팀이나 몰살당했다고.

놈들한테서 겨우 도망쳐온 생존자는 한 명뿐이었다.

“그 사람 말로는 리자드맨처럼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리자드맨?”

리자드맨은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도마뱀 몬스터였다.

덩치도 크고 지능도 꽤 높아 저들만의 언어가 있고, 창이나 활 같은 무기도 다룰 줄 안다.

“근데 리자드맨치곤 덩치가 좀 작고 날렵했답니다.”

“변종 리자드맨인 겁니까?”

“글쎄요. 생존자 말로는 지금까지 발견된 변종이랑은 많이 다르다던데···.”

이상했다. 게이트 붕괴로 도시에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랍토르와 리자드. 두 종족뿐이었다.

둘 다 파충류과이긴 하지만, 리자드맨이랑은 엄밀히 다른 종. 정도현은 혹시 싶어서 질문했다.

“혹시 랍토르랑 리자드 사이에 교배해서 나온 혼종 아닙니까?”

“그건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해요. 그게 가능했으면 이미 몇 년 전부터 번식했겠죠.”

요원은 고갤 내저으며 일축했지만, 정도현은 어째 미심쩍었다.

그럼 변종 리자드맨들이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손뼉도 서로 맞아야만 소리가 나듯, 분명 리자드맨이 발생한 원인이 따로 있을 터.

하지만 정도현은 이런 쪽에선 지식이 부족했다.

“그 생존자는 지금 어딨습니까?”

“한 삼십 분 전에 숙소로 복귀해서 쉬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다 죽어서 그런지···. 멘탈이 심하게 나갔더라고요.”

요원은 그 사람이 안쓰러운지 혀를 끌끌 찼다.

자세한 건 생존자한테 직접 물어봐야겠다.

***

정도현이 숙소 건물에 복귀하자,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여성 요원이 그를 흘겨봤다.

그녀는 플레이어들의 토벌 성과를 확인하고 장부에 기록하는 직책이었다.

“좀 많이 늦으셨네요.”

“죄송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몬스터랑 자꾸 마주쳐서요.”

여성 요원의 말투는 까칠했다.

정도현이 남들보다 한참 늦게 도착해서 쉬지도 못하니 짜증이 난 모양.

정도현의 궁색한 변명에 그녀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레벨도 낮으면서 무슨 깡이래?’

게다가 정도현은 동료 한 명 없었다.

끝까지 남아서 아득바득 사냥해봤자 혼자서 뭐 얼마나 많이 잡는다고.

그녀는 카운터 테이블을 톡톡 두들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사냥으로 모으신 재료 아이템, 이 위에다 전부 꺼내주세요.”

정도현은 군말 없이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랍토르의 발톱과 리자드의 꼬리가 테이블 위에 차곡차곡 쌓인다.

높이가 올라갈수록 여직원의 눈도 점점 커졌다.

“···?”

얼추 봐도 각각 백여 개가 넘는다. 여직원은 멍한 얼굴로 산더미처럼 쌓인 재료템을 쳐다봤다.

정도현은 물건 쌓기를 중단하곤 그녀에게 말했다.

“바닥에다 마저 쌓아도 될까요? 테이블은 꽉 차서 더 못 올릴 것 같은데.”

“예? 더, 더 있어요?”

“그럼요.”

후두둑-!

정도현은 보란 듯이 추가로 재료들을 꺼냈다.

바닥에 널브러진 재료들은 테이블에 쌓인 양이랑 거의 비슷했다.

“각각 217, 195개. 다 합쳐서 412마리 잡았습니다.”

“아, 아···.”

그의 보고에 그녀는 붕어처럼 입을 뻐끔대다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정도현이 물어봤다.

“안 세어봐도 됩니까? 제가 잘못 말했을 수도 있잖아요.”

“···네? 앗!”

그의 지적에 그녀가 황급히 키보드에서 손가락을 뗐다.

어수룩한 신입이나 저지를 법한 실수를 하다니. 그녀는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전 이제 가봐도 되죠? 좀 피곤해서···.”

“아, 예!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고생하세요.”

정도현은 그렇게 말하곤 위층으로 유유히 올라갔다.

여직원은 재료 아이템을 하나씩 세어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 대체 뭐야?’

400마리면 네다섯 명 기준 팀 할당량의 절반을 넘는다.

그걸 혼자서, 그것도 첫날 만에 모아오다니.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혹시 정도현이 숫자를 잘못 센 건 아닐까?

“정말 400마리가 넘잖아···.”

일일이 세어보니 재료는 412개. 정도현이 말한 것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꼭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레벨이라도 높으면 몰라.’

정도현의 레벨은 겨우 41레벨.

낮은 건 아니지만 여기 모인 이들의 평균 레벨은 45였다. 몬스터들 레벨은 그보다 더 높았고.

‘혹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고 뺏었나?’

그러고 보니 몇 팀이 복귀하지 못했다.

못 보던 변종 몬스터인지 뭔지에 역으로 사냥당했겠거니 생각했는데. 어쩌면 정도현의 손에 죽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기억하기로 몰살당한 파티의 구성원은 최소 셋, 많은 곳은 다섯 명까지도 있었다.

그가 죽였을 확률은 너무 희박했다.

‘몬스터든 플레이어든···. 하루 만에 수백 마리를 발견할 수 있어?’

랍토르는 리자드에 비해 아주 영리하다.

번식기에 플레이어들이 도시로 들어온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거처를 옮겨다니며, 자신들의 흔적을 최대한 지워 추격을 따돌린다.

고로 랍토르보다 다소 멍청한 리자드가 훨씬 많이 소탕된다.

그런데 정도현은 오히려 랍토르의 발톱을 더 많이 가져왔다.

‘대체 어떻게?’

이백 마리를 잡으려면 최소 며칠은 필요했다. 그것도 운이 따랐을 때의 이야기.

정도현 같은 초짜는 추적하다 흔적이 끊겨서 허탕만 치는 일이 빈번했다.

“하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을 모르겠다.

그녀는 포기하고 눈앞의 현실을 그냥 받아들였다.

***

똑똑-!

정도현은 위층으로 올라와 방문을 노크했다.

그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이 머물도록 배정된 방이었다.

잠시 뒤, 퀭한 눈의 젊은 남자가 문을 열어 얼굴만 내밀었다.

[권도빈][LV.46]

“···뭐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변종 리자드맨이랑 마주쳤다고 들었는데···.”

“···미안한데 지금 얘기할 기분이 아니라서. 돌아가.”

그렇겠지. 동료들은 다 죽었고 본인만 겨우 살아남았으니까.

권도빈은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양이다.

그가 문을 닫으려 하자, 정도현이 붙잡고 버텼다.

“···!”

권도빈의 레벨은 46.

5레벨이나 더 높았지만, 정도현은 레어 등급 아이템을 잔뜩 두른 상태.

아이템으로 올라가는 추가 능력치 덕에 힘에선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한참 그와 씨름하던 권도빈이 결국 포기하고 문을 열어줬다.

“하, 진짜···. 뭘 묻고 싶은데?”

“놈들의 레벨과 외형 그리고 특징을 상세히 알려주세요.”

“그거 알아서 뭐 어쩌게? 그놈들 50레벨이 넘어. 만나면 죽는다고.”

권도빈은 정도현에게 동료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저 레벨로 놈들과 마주치면 뼈도 못 추릴 거다.

권도빈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정도현은 화제를 슬쩍 돌렸다.

“놈들에게 복수하고 싶죠?”

“···.”

“다른 파티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전부 거절당했다고 들었어요.”

그러자 권도빈이 분한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없었던 변종 리자드맨 때문에 몇 팀이 몰살됐다.

그 탓에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가겠다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런 마당에 권도빈을 도와주겠단 사람이 나올 리 만무했다.

“이번에 참가한 팀 중엔 우리가 평균 레벨이 가장 높았어. 게다가 토벌 의뢰도 해마다 하러 와서 경험도 충분히 쌓였었어.”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베테랑 팀마저 전멸했다니.

확실히 보통 놈들이 아닌 듯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의뢰를 포기하겠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상심이 크시겠어요.”

정도현은 우선 그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하지만 권도빈이 바라는 건 말뿐인 위로가 아니었다.

그는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놈들 잡으러 갈 거야? 다른 팀은 다 포기한 것 같던데.”

정도현이 고갤 끄덕이자 권도빈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단 얼굴로 쳐다봤다.

“혹시 도와주겠다고 한 사람이 있어?”

“아뇨.”

“그럼 그 레벨, 위장한 거야?”

“아닌데요.”

이름과 레벨을 감추거나 속이는 위장용 아이템.

1원 상점에 검색해보면 나오긴 하겠지만, 그런 건 레드 플레이어가 남 뒤통수칠 때나 쓰는 물건이었다.

“그럼 그놈들은 왜 잡으려는 건데? 보수 때문이야?”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까?”

“어, 제발 말해줘.”

“경험치 많이 줄 것 같아서요.”

“···.”

어린애 같은 답변에 권도빈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정도현이 어떤 인물인지 조금 이해했다.

‘레벨업에 미친놈이었어.’

가끔 저런 사람이 있다. 레벨을 더 올리려고 과욕을 부리는 자들이.

지금까진 어찌 재능이랑 운이 따라줘서 용케 살아남은 모양이지만, 저렇게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면 언젠가 죽는다.

“···그래. 내가 아는 건 다 말해줄게.”

“감사합니다.”

옆에서 뜯어말려도 기어코 들어갈 녀석이다.

놈들에 대한 정보라도 좀 알고 있어야 살 확률이 조금은 생기겠지.

권도빈은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 겪었던 일을 찬찬히 설명했다.

“리자드맨처럼 생겼지만 뭔가 달랐어. 리자드맨은 보통 덩치가 크고 근육도 과하게 발달했거든?”

그런데 그가 만난 변종 리자드맨들은 훨씬 작았다. 체격이 사람이랑 비슷했다.

“근육도 과하지 않아서 상당히 날렵하고 지구력도 좋았어. 게다가 상당히 체계적으로 움직이더라.”

“지능도 발달한 겁니까?”

“그래. 괴물의 탈을 쓴 플레이어랑 싸우는 기분이었어.”

“그 밖에 다른 점은요?”

“몸집이 작길래 맷집은 약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 창칼이랑 화살이 잘 안 박혔어.”

날래고 체력도 좋은 데 몸까지 튼튼하다?

아무리 50레벨이 넘는 몬스터라도 이건 좀 심했다.

‘약점만 따로 보완한 것 같잖아.’

몬스터도 야생의 동물처럼 조금씩 진화해간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저리 진화할 수 있을까?

생물학에 문외한인 그가 생각해도 불가능해 보인다.

“혹시 랍토르랑 리자드 사이에 나온 자손 아닐까요?”

랍토르는 민첩하고 뛰어난 지능을 지녔고, 리자드는 단단한 비늘과 쉽게 지치지 않는 불굴의 체력과 재생력을 지녔다.

권도빈의 얘길 종합해보니, 변종 리자드맨은 그 둘의 강점만 뒤섞은 생명체 같았다.

권도빈이 고갤 저으며 부정했다.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는데, 유전학적으로 불가능하다더라고.”

“마법적인 요소가 개입했다면요?”

“···뭐?”

정도현은 이렇게 주장했다. 변종 리자드맨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생명체가 아닐까.

증거가 없어서 억측이었지만, 권도빈도 그 말에 눈을 부릅떴다.

“···키메라.”

“키메라?”

“그래. 흑마법 중에 인간이랑 몬스터를 섞어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학문이 있다 들었어.”

그렇게 만들어낸 생명체를 키메라라고 부른다.

하수도의 시체술사가 만들었던 실험체도 어떻게 보면 키메라의 범주에 속했다.

“그럼 그 녀석들이 나타난 게 흑마법사의 소행이다?”

“젠장.”

쿵!

권도빈이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변종 리자드맨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닌 흑마법사의 작품이라면.

그의 동료들은 놈에게 살해당한 셈이 된다.

“···용서 못 해.”

권도빈이 이를 갈며 중얼댔다.

그가 정도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 내일 도시에 들어갈 거지?”

“예.”

돌연변이 리자드맨이 흑마법사가 만든 키메라라면 경험치는 못 얻겠지만,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볼 가치는 있었다.

“그럼 나도 같이 데려가 주라. 길을 알려줄게. 놈들이랑 마주쳤던 곳을 샅샅이 뒤져보면 단서가 나오겠지.”

정도현이 고갤 끄덕이며 수락했다.

하운드 울프의 후각이 뛰어나긴 해도 도시 전체를 수색하려면 일주일만으론 어림없었다.

‘전투 현장에 변종들의 체취가 남아 있을 거야.’

그럼 수색 범위와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

유령 도시 깊숙한 곳 어딘가.

어떤 노인이 실험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번엔 반드시···.”

노인은 그렇게 중얼대며 비커에 든 약물을 주사기에 옮겨 담았다.

이번엔 느낌이 좋았다. 노인은 그렇게 중얼대며 실험 대상을 바라봤다.

“···흐읍! 읍!”

노인이 주사기를 들고 다가오자, 의자에 손발이 묶인 어린애가 오들오들 떨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어서 제대로 말도 못 했다.

노인은 아이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대며 말했다.

“얘야, 살고 싶니?”

“으읍! 읍!”

아이가 그렇다고 대답하듯 꿈틀댔다.

그 팔팔한 모습에 노인이 웃으며 속삭였다.

“그럼 이번 실험이 성공하길 빌어라. 다른 놈들처럼 픽 죽어버리지 말고.”

꾸욱-!

그렇게 말하며 노인이 약물을 주사했다.

약물이 혈관을 타고 흐르자 아이의 피부가 서서히 변했다. 마치 뱀의 비늘 같았다.

그 변화에 노인이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좋아, 됐어!”

촤악!

노인은 혼절한 아이의 팔뚝을 단검으로 쭉 그었다.

살갗이 찢어지면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상처는 금세 아물었다.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무한한 재생력을 지닌 존재. 그가 원했던 결과물이었다.

“조금만 더 손보면 완벽해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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