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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15화 (15/240)

나 혼자 1원 상점 - 15화

‘소환사 스킬도 갖고 있었나!’

설마 놈이 소환수를 부릴 줄이야.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상했다.

소환수는 정령과 달리 소환 상태를 유지하려면 술사의 마력이 필요했다.

‘저렇게 많이 소환하면 마력이 못 버틸 텐데?’

언뜻 봐도 정도현이 소환한 하운드 울프는 열 마리가 넘었다.

저렇게 막 소환하면 마력이 못 버텨야 정상이다.

하지만 흑마법사들이 한 가지 잘못 짚은 게 있었다.

정도현은 소환사 스킬을 쓴 게 아니다.

[하급 소환석] [소비 아이템]

- 하급 소환수 하나를 선택하고 불러냅니다.

- 소환석 발동에는 마정석 한 개가 소모됩니다.

- 마정석의 등급에 따라 소환수가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결정됩니다.

- 하급 소환수는 15마리 이상 소환할 수 없습니다.

일주일 전쯤 1원 상점에 입고된 아이템, ‘하급 소환석’.

이건 매직 스크롤처럼 소환사 스킬이 없는 이도 소환수를 불러내게 해주는 소비 아이템이었다.

단, 매직 스크롤이랑 달리 마정석이란 대가가 필요했다.

소환수의 현신에 필요한 마력을 마정석에 담긴 기운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정석은 마법 연구와 아티펙트 제작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아이템.

그 탓에 최하급 마정석도 가격이 제법 비쌌다.

그 비싼 걸 바쳐서 소환해도 고작 5분이 한계. 실전에서 쓰기엔 실용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소환석은 아무도 안 쓰지.’

하지만 정도현은 예외였다.

그에겐 최하급 마정석이 차고 넘치니까. 꾸준히 사서 모아두길 정말 잘했다.

“물어뜯어.”

그의 명령에 하운드 울프들이 흑마법사들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하급 소환수 중에서도 용맹하고 가장 충직한 성향을 띠고 있어 다루기 쉽다더니. 그 말대로였다.

“젠장!”

“이 망할 똥개 새끼들이!”

흑마법사들은 몰려드는 늑대 떼를 향해 주문을 날려 응수했다.

하운드 울프의 레벨은 고작해야 30.

40레벨을 넘긴 간부급에겐 주문 한 방이면 충분했고, 평균 35레벨대인 정예 길드원들한테도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력은 결코 무한하지 않았다.

“응, 죽여도 또 소환하면 그만이야.”

정도현이 약 올리듯 말하며 소환석으로 다시 병력을 보충했다.

모든 일의 발단, 하수도의 시체술사가 그에게 한 것 그대로 저들에게 갚아줬다.

“뭐, 뭐야?”

“또 소환했다고?”

“저 새끼, 방금 소환석 꺼냈어!”

“소환석?”

“그걸 쓰는 놈이 있단 말이야?”

드디어 소환수의 비밀을 깨달은 흑마법사들. 그들은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소환석을 써서 소환수를 꺼냈다는 건 그 숫자만큼 마정석을 투자했단 소리니까.

한두 마리도 아니고 지금까지 처리한 것까지 다 합치면 족히 수십 마리는 됐다.

‘하급 소환수에 수백만 원을 태워?’

‘저 미친 새끼!’

흑마법사들은 하운드 울프의 포위망을 뚫고 정도현부터 죽이려 했다.

소환수는 소환사를 죽이면 환계로 되돌아가니까.

하지만 정도현은 그런 거에 당해줄 멍청이가 아니었다.

그는 하운드 울프를 타고 뒤로 쭉 뺐다.

하운드 울프의 전력 질주는 경주마가 뛰는 속도와 비슷했다.

흑마법사 입장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뒤쫓을 수 없었다.

흑마법사들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소환수들이랑 싸워야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쓰러트린 숫자만큼 다시 몰려온다.

“제기랄, 시체 병사가 다 떨어졌어!”

“저, 저돕니다!”

기꺼이 제 목숨을 내던지며 덤벼드는 하운드 울프들.

거친 공세에 시체술사의 병사들이 하나둘 박살 났다.

소환수는 치명상을 입거나 죽으면 즉시 환계로 귀환하기에 시체가 남지 않는다.

즉, 시체술사에겐 가히 완벽한 카운터였다.

‘주변에 되살릴 시체가 없으면 시체술사는 그냥 병풍이지.’

푹-!

몰려드는 늑대들을 막느라 정신없는 와중, 정도현은 멀리서 성수를 바른 화살을 하나씩 쏴댔다.

쏘는 족족 명중이었다.

검이 주무기인 줄 알았는데 활 솜씨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 이럴 수가···.”

정예 길드원들은 불과 몇 분 만에 고슴도치가 됐다.

치이익-!

성수가 주입되자 흑마력이 격하게 반응했다.

그들에게 성수는 독이나 마찬가지.

상처가 곪으며 진물이 흐르고 살이 차츰 썩어들어갔다.

“자, 잠깐! 공격을 멈춰! 우릴 죽이면 네 할아버지도 죽어!”

간부급 흑마법사가 막 떠올랐단 얼굴로 다급히 외쳤다.

그 말에 정도현은 말없이 그를 노려봤다.

하운드 울프들도 주인의 의중을 읽었는지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간부는 살았단 생각에 겨우 한숨 돌렸다.

“네 녀석을 길러준 할아버지, 최진영이 어디 사는지 이미 파악해뒀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되나? 지금쯤이면 납치하고도 남았을 거다!”

원래는 정도현을 생포해, 할아버지 앞으로 끌고 갈 예정이었다.

정도현이 보는 앞에서 할아버지를 죽이려 했는데,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그래도 아직 협상의 여지는 있어.’

간부가 비릿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정도현이 할아버지를 아주 소중히 여긴다는 건 탐문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니 거래하자! 우릴 살려준다면 앞으로 너와 네 주변 사람들한테 얼씬도 하지 않으마. 피의 맹약서에 걸고 약속하지. 어떤가!”

길드 마스터가 알면 노발대발하겠지만, 일단 살고는 봐야 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여기 온 척살대는 블랙 스컬의 핵심 전력 중 절반이었다.

여기서 전부 죽으면 블랙 스컬 역시 경쟁 길드들에 밀려 서서히 몰락하리라.

“할아버지 쪽에 몇 명이나 보냈는데?”

“···뭐?”

“나 하나 잡는데 병력을 다 쏟아부었으니, 그쪽으로 돌릴 여력은 없을 거 아냐. 끽해야 말단 몇 명 보냈겠지.”

그의 여유로운 반응과 말투에 간부의 정신이 멍해졌다. 정도현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그들은 말단 길드원 둘만 보냈다. 노인 한 명 납치하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설마···.”

“당연히 경호원을 붙여뒀지. 말단 길드원 몇 명만 보낸 거면 희망을 버려.”

정도현은 척살대가 오는 걸 예상하고 역으로 함정까지 파뒀다.

그럼 할아버지가 노려지는 걸 예상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뿔싸!’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흑마법사들의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인질을 확보하지 못한 그들에게 남은 운명은 단 하나뿐.

“미, 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제발 살려···.”

피잉-!

정도현은 망설임 없이 활시위를 놨다.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던 간부의 미간을 단박에 꿰뚫었다.

40레벨을 넘긴 것치곤 너무나 허망한 최후였다.

“컹컹!”

“크르릉!”

정도현이 쏜 화살은 공격의 신호탄이 되었다.

하운드 울프들이 맹렬히 짖으며 남은 흑마법사들을 마구 물고 뜯었다.

산속에서 한동안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

[정도현] [LV.39]

“···.”

서아린은 정도현의 레벨을 보곤 말문이 막혔다. 그는 5레벨이나 올리고 돌아왔다.

‘어떻게 이긴 거야?’

도핑제만으론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는 위기였다.

경험치를 독식하겠다고 했으니 같이 싸워줄 사람도 따로 구하지 않았을 테고.

‘나처럼 개인 특성이 있는 건 확실해.’

서아린은 그게 뭘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물어본다고 대답해주겠는가.

서아린은 호기심을 접고 약속한 보수를 요구했다.

“약속대로 단검을 돌려주세요.”

서아린은 납치범들이 할아버지한테 접근하기도 전에 조용히 처리했다.

덕분에 정도현은 할아버지한테 상황을 따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정도현은 약속대로 그녀의 단검을 돌려줬다.

서아린이 안도하며 단검을 꼭 쥐었다.

그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질문했다.

“어머니가 만든 단검이라 했지. 플레이어셨나?”

“네. 장비 제작자셨어요.”

“소중한 물건인 건 알겠지만···. 그것보단 더 좋은 무기를 쓰는 게 낫지 않아?”

“저한텐 이게 최고의 무기인걸요?”

정도현은 그녀의 고집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좋은 무기나 방어구에 집착한다. 생존에 있어 좋은 장비를 입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니까.

저 단검의 능력치는 노말 등급 아이템이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녀의 실력이면 더 좋은 무기를 구할 수 있을 터.

정말 어머니의 선물이라서 저것만 쓰는 걸까?

‘나랑 싸우다 궁지에 몰렸을 때도 저 단검만 고집했지.’

만약 그가 서아린이었다면, 저것보다 더 좋은 무기를 꺼내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무기를 꺼낸다거나, 발악조차 해보지 않고 아까운 목숨 하나를 헌납했다.

‘부활 페널티가 약한 편도 아닌데 말이지.’

5레벨이나 감소했는데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인 것엔 뭔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돌고 돌아 결론은 하나로 귀결했다.

뭔가 감을 잡은 정도현이 말했다.

“그 단검, 평범한 무기 아니지?”

“네? 아이템 설명 안 봤어요?”

“확인했어. 그냥 노말 아이템이랑 똑같았지.”

“맞아요. 아무 능력도 없어요.”

서아린 말대로였다. 그저 디자인이 좀 특이할 뿐, 단검에 특별한 능력은 없었다.

“이상하잖아?”

“뭐가요?”

“죽을 때까지 그 단검만 쓴 거. 나였으면 더 좋은 무기를 예비로 챙겨뒀을 거야.”

“되게 집요하시네. 혹시 제 단검이 탐나서 그래요?”

그녀는 은근슬쩍 대답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이 도리어 그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그럼 질문을 좀 바꿔볼까. 어머니한테도 개인 특성이 있었나?”

“···.”

서아린의 눈빛이 샐쭉해졌다.

심술이 잔뜩 난 고양이 같았다.

그녀는 혀를 한 번 차더니 못 당하겠단 표정을 지으며 사실대로 말했다.

“···그래요. 제 단검엔 특수한 효과가 있어요. 오직 저한테만 설명이 보이고 그 효과를 쓸 수 있죠.”

“어떤 효과지?”

“무기 성장.”

무기 성장? 칼날이 뭐 고무처럼 늘어나기라도 한단 건가?

순간 그런 상상을 했지만 곧바로 고갤 저었다.

그런 특수 능력이 있었으면 그와 싸울 때 썼겠지.

기습적으로 칼날을 늘려 그의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처리했으면 그 싸움은 그녀의 승리였거나 최소 도망은 칠 수 있었을 거다.

“무기 성장이란 게 뭐지?”

“말 그대로예요. 제 레벨이 오르면 단검의 위력도 같이 올라가요.”

“···!”

“아, 그렇다고 욕심내진 마세요. 제가 쓸 때만 효과가 적용되니까. 엄마가 처음부터 그렇게 제작했어요.”

주인과 함께 성장하는 무기라니.

그녀가 왜 기를 쓰며 되찾으려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무기 강화는 왜 안 했지? 실패로 파괴될까 봐?”

“성장형 무기는 강화할 수 없어요. 그래도 어지간한 무기보다 훨씬 성능이 좋죠.”

무기와 보호구의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플레이어, 일명 ‘강화사’라 불리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보수를 받고 플레이어의 장비 아이템을 강화해준다.

각 단계마다 실패하면 일정 확률로 아이템이 파괴된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장비를 강화했다.

던전에서 믿을 건 오로지 자신의 실력과 빼어난 장비템뿐이니까.

“성장형 무기, 그건 어떻게 만들지?”

“그건 저희 엄마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단검을 되찾은 서아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엔 적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단 말을 남기고서.

그녀가 떠나고 정도현은 골똘히 생각했다.

‘나도 슬슬 장비를 맞춰야겠어.’

그는 지금까지 1원 상점에서 파는 노말 등급 무기만 써왔다.

하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몬스터의 전투력이 팍팍 치솟는다.

개인의 전투 경험과 기술만으로 버티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버티려면 더 좋은 장비 아이템이 필요했다.

‘적어도 무기는 바꿔야 해.’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와 플레이어와 싸울 때, 시스템 페널티가 항상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급소를 찔러도 잘 안 죽고 버티거나 반격도 가한다.

그때마다 그는 더 좋은 무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한 번 알아봐야겠어.”

우선 송정민에게 물어볼까.

그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

“···성장형 무기? 그건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런가요.”

아쉽게도 송정민 역시 성장형 무기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대신 좋은 장비가 필요한 거면 특수형 던전이 가장 가능성 있지.”

“특수형 던전이요?”

송정민은 자기 무릎 위에 이진성을 딱 앉혀 놓고 설명했다.

‘저 둘. 며칠 못 본 새 엄청 친해졌네.’

손에 장난감 큐브를 쥔 채 놀고 있는 이진성.

사무실 여기저기에 남자애들이 좋아할 법한 장난감이 잔뜩 널려 있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이진성을 보니 정도현은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쓰레기장에서 다 망가진 장난감을 주워다 놀았었지.’

“특수형 던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 첫째, 던전이 퀘스트를 내주고. 둘째, 그걸 클리어하기 전까진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어.”

“···퀘스트요?”

“퀘스트는 다양해. 일정 시간 안에 몬스터를 전부 소탕하라거나, 던전 어딘가에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거나, 수수께끼를 풀거나, 일정 시간 동안 버티면서 살아남거나.”

예시를 들어주니 이해가 쉬웠다.

던전이 내준 퀘스트를 깨면 특별한 보상을 획득한다고 한다.

“보상은 각양각색이지만, 주로 좋은 장비템을 얻지.”

“그렇군요.”

“너도 이제 레벨이 높아졌으니 특수형 던전을 노려봐도 괜찮겠어. 한 번 알아볼까?”

“경쟁이 치열할 것 같은데···. 될까요?”

정도현이 걱정하자 송정민이 픽 웃었다.

“너 이번에 관리국 고위층이랑 인맥도 생겼잖아. 이럴 때 써먹어야지.”

안태환 부지부장. 그는 유력한 차기 지부장이었다.

다른 구역은 몰라도 E구역에서 발생한 게이트들은 전부 그의 입김이 닿을 거다.

안태환의 가치관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지만,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손을 잡아야겠지.

“아저씨, 다 맞췄어요.”

“이야, 벌써? 대단한데!”

“헤헤···.”

대화하는 사이에 이진성은 장난감 큐브의 모든 면을 맞췄다.

송정민이 대견하다며 이진성의 머릴 쓰다듬어주며 칭찬했다.

“야, 야. 어른도 맞추기 힘들어하는 장난감들을 혼자서 척척 맞춘다니까? 혹시 진성이 천재 아닐까?”

확실히 이진성은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다. 천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송정민은 뒤늦게 생긴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팔불출 아빠의 표본이었다.

정도현과 사무소의 직원, 강용식은 잠깐 시선을 교환하더니 대충 맞장구 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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