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사기단-93화 (92/147)

<-- <로그아웃>사랑 연결 공식 -->                               “……처음이었으니까요…….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게 된 건 그 사람이 처음이었으니까요.”

일레이나가 아니, 하연이가 고개를 떨군다.

“저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꽉 쥔 주먹이 가냘프게 떨린다.

“그 사람이 저한테 실망하게 될까 봐……. 그 사람 기대에 못 미치게 될까 봐……. 그게 두려워서……. 저는…….”

가엾게 몸을 움츠리다가 이내 눈물을 떨군다.

하연아, 그게 네 마음이었구나. 하아……. 진짜 이렇게 착해서 어떻게 살래 하연아……. 나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울지 마. 참자. 여기서 내가 울면 진짜 이상할 거야.

떨어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하연이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요. 조금은 자기만 생각해봐요. 당신한테 있는 위험. 그 사람이 막을 수 있어요. 그 사람 고백을 받아줘요. 어떤 위험이라도……. 둘이 함께 헤쳐나가면 되니까……. 고백……. 꼭 받아줘요.”

그녀는 알지 못하겠지만, 강기단으로서의 내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전한다.

하연이는 말없이 입술만 깨물며 눈물을 흘린다. 그녀가 우는 모습이 왜 이렇게 내 가슴을 아리게 하는 건지……. 차라리 비라도 실컷 내렸으면 좋겠다. 나도 마음 놓고 울 수 있게.

*

띵동- 출출해서 간식을 준비하는 와중에 초인종이 울린다.

이 시간에 누구지……?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니 아무도 없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드는데…….

혼자 살면서 이런 상황을 가끔 겪었는데, 그때마다 무서운 망상 때문에 잠을 설치곤 했다.

“누구세요……?”

“흠, 흠. 아랫집입니다.”

아랫집? 난데없이 아랫집에서 왜? 이런 시간에 아랫집이 올 일이라고는 보통 층간 소음 말고는 없지 않나……? 일단 남자 목소리는 아니니, 경계를 풀고 문을 살짝 연다.

그랬더니 보이는 얼굴은…….

“어? 하연아.”

“아……. 안녕… 오빠…….”

갑작스레 방문한 하연이의 얼굴을 보니 반가우면서도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그녀가 우리 집에 방문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런 밤늦은 시간이라니…….

“나, 들어가도 돼……?”

“어? 어! 그럼 들어와……!”

하연이를 안으로 초대하자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여기가 오빠 집이구나……. 생각보다 깔끔하다.”

“집에서 딱히 하는 게 없으니까 더럽힐 것도 없어서.”

그때, 방구석에 대놓고 놓여있는 가상현실 접속기가 내 눈을 스쳐 간다.

아, 저거 걸리면 안 되는데……!

하연이가 잠깐 다른 곳에 정신 팔린 사이 황급히 이불을 가지고 가상현실 접속기를 뒤덮는다.

“지금 밥 먹고 있었어? 오빠? 어……?”

“어! 하연아. 하아…….”

“음? 어디 갔다 왔어?”

“하아… 아니, 문이 제대로 안 닫힌 것 같아서.

순발력 좋았어…….

*

식탁에 앉아 하연이를 위한 커피와 나를 위한 까르보나라를 준비해놓고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

찾아온 이유에 관해서 묻고 싶었지만, 때가 되면 말해주겠거니 하고 먼저 묻지 않기로 했다.

“나 혼자 먹기가 좀 그렇네……. 정말 괜찮아?”

“나, 정말 괜찮아. 지금 먹으면 살쪄서 안 돼.”

그러면서도 하연이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멈추지 않고 난다.

“한 젓가락 정도는 괜찮지 않아?”

“음…… 그럼 딱 한 젓가락만…….”

고소한 크림소스 냄새를 못 참겠던지 결국 권유에 넘어간다.

젓가락으로 돌돌 만 파스타를 숟가락에 얹어 하연이에게 한 입 먹여준다. 직접 떠서 주니 당황하면서도 받아먹는다. 이런 반응보고 싶어서 일부러 한 거다.

“으음……! 맛있다. 오빠, 요리 진짜 잘한다.”

“아니야, 딱 이거랑 스파게티만 만들 줄 알아.”

“정말? 나 스파게티도 좋아하는데…….”

“다음에 놀러 오면, 해산물 넣어서 맛있게 해줄게.”

웃으며 꼭 오겠다고 하는 하연이와 손가락 걸고 약속한다. 그러기를 몇 초 지났을까? 그녀의 표정에 사뭇 긴장감이 감돈다.

“저 오빠……. 나 사실 오빠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

“응, 응. 말해.”

할 말이라면 분명히 고백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연이의 표정을 봐도 그렇고. 이 시간에 잠 못 이루고 찾아온 것도 그런 이유일 거라 생각한다.

“오빠, 그거 먼저 먹고. 아직 한 입도 못 먹었잖아.”

“나 괜찮아. 말해.”

째깍- 째깍- 평소에는 들리지도 않던 시계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한 침묵이 다시금 감돈다. 하연이가 결심한 듯 말문을 연다.

“그럼, 먹으면서 들어줘…….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그냥……. 반응하지 말고 먹기만 해줘. 알았지?”

“알았어. 그럴게.”

식탁 위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수저로 파스타 접시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오간다.

그러다 하연이가 드디어 입을 연다.

“오빠……. 나 그동안 오빠한테 제대로 고맙단 말을 하고 싶었어. 여태까지 내 증상을 처음 알았던 사람은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거든. 그런 병이 어디 있냐고 의심하는 애들도 있었고, 나를 걱정해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다른 말하는 애들도 있었어. …또 어떤 애는 내숭 떨지 말라면서 앞에서 대놓고 욕한 적도 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병도 병이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더더욱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해도, 속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혀 있겠지…….

하연이는 시선을 떨구고 손가락을 조몰락거린다.

“……그런데도 오빠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날 이해해주고 걱정해줬지……. 지금 생각해 보면 나를 걱정하는 눈빛에 진심이 느껴져서, 처음 만났을 때도 오빠 만큼은 다른 남자들과 달리 왠지 편했던 것 같아…….”

문득 그녀와 처음 만난 날이 떠오른다. 하연이는 참 예쁘고 조용했었지. 첫인상과 성격이 정반대라서 놀란 기억이 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정말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하연이가 나를 바라본다.

“그래서 나……. 오빠를 만나게 해준 채린이한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별거 아닌 행동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면 오히려 내가 더 부끄럽고 고마울 따름이다.

“오빠……. 있잖아. 저번에 나한테 고백해준 거……. 지금… 대답하려고…….”

이제 그 순간이 온 것 같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든 담담하게 행동하자, 승낙이든 거절이든……. 나는 그녀의 말을 기다리며 묵묵히 파스타 면을 입에 넣었다.

“나, 오빠 아이 갖고 싶어.”

“푸후우우우우-!!!”

예상을 깨고 튀어나온 발언에, 파스타 면이 폭발하듯 입 밖으로 뛰쳐나온다.

“콜록! 콜록!!”

“오빠……! 괜찮아……? 아아……! 내,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오빠! 물……! 물 마셔!”

원래 그녀가 하고 싶던 말이 뭐였든, 담담하게 듣겠다는 내 다짐을 단번에 깨부술 만큼 충격적인 고백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

“미, 미안해. 오빠. 그 말이 아니었는데, 머릿속에서 말 정리가 안 돼서……. 나도…… 당황했어.”

지금도 궁금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기에 아이 갖고 싶다는 말이 조합돼서 나온 건지…….

“아니야, 네가 사과할 게 뭐가 있어. 그나저나 나도 미안해서 어떻게 해? 너 옷 다 버렸다.”

“괜찮아. 옷은 빨면 되지.”

결국 까르보나라는 한 입도 제대로 못 먹고 퉁퉁 불어 버려야만 했다.

“그럼 하연아. 우리 이제 사귀는 건가……?”

부끄러운지 말로는 못 하고 끄덕임으로 대신한다.

“오빠, 나……. 연애는 처음이라 많이 부족할지 몰라……. 그래도…….”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세상에 완벽한 사람 없어. 나도 겉으론 깨끗한 척 바른 척 다하고 다녀도 속으론 엄청 음흉하고 나쁜 생각도 많이 하고 다닌다고.”

“오빠가?”

“그럼!”

왠지 미심쩍어하는 얼굴이다. 왜 이런 걸 의심하는지는 몰라도…….

“혹시, 나 보면서도… 그런 생각한 적 있어?”

“어? 아……. 음…….”

비밀로 해야 하나? 아니면 사실을 말해야 하나? 사실대로 말했다가 실망하면 어쩌지? 아니야, 하연이한테 실망하는 거 걱정하지 말래 놓고, 내가 걱정하고 있으면 어쩌니…….

연인 관계는 역시 신뢰가 가장 중요한 법.

“솔직히,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 이겠지……?”

“그럼……. 지금도 하고 있어……?”

날 떠볼 생각인 거야? 과감하게 나가볼까?

“응, 지금도 하고 있어.”

하연이의 얼굴이 조금 빨개진다. 아……. 이렇게 귀엽고 이쁜 아이가……. 내 연인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미소 지어진다.

빨갛게 물든 그녀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기습적으로 묻는다.

“하연아, 그럼 너는?”

“어……?”

“너는 나 보면서 그런 생각 한 적 있어?”

“아…. 그……. 그게…….”

머뭇거리던 그녀가 이내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말한다.

“응…….”

*

그녀의 마음이 나와 같다는 걸 확인한 뒤 우리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우음……. 쪽……. 하아…….”

영화관 이후 두 번째 키스지만, 달콤하고 격정적인 입놀림이 오간다. 키스하면서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가다가 하나만을 남겨놓고 입맞춤을 중단한다.

“마지막 단추야 하연아……. 이거 풀고 나면, 나 스스로 제어 못 할지도 몰라. 정말 지금 하는 거… 후회 안 하겠어?”

“응…….”

그녀의 확인과 함께 마지막 단추를 풀고 상의를 벗기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몸매가 드러난다.

“와……. 하연아……. 너 진짜…….”

“왜, 왜……?”

“너무 완벽해서……”

현실에서 이런 몸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할 말을 잃었을 뿐이다. 눈처럼 깨끗한 피부와 우아한 어깨선, 얇은 허리에 비해 풍만한 가슴과 널찍한 골반, 엉덩이 라인은 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생각될 만큼 완벽하다.

운동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하는지 수줍게 드러난 11자 복근이 내 맘을 더욱 설레게 한다.

“으……. 오빠한테 보여 주려니까…. 엄청 창피해.”

“마, 만져도 되니……?”

예술품처럼 아름다워서 그냥 만졌다가 흠이라도 날까 두렵다. 하연이는 윗가슴이 드러나는 하프 컵 브라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반만 가려져 유륜의 분홍빛이 옅게 비치는 그 모습이 더욱 미혹적으로 다가온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면 손가락이 그대로 파묻힐 것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으음…….”

브래지어를 벗기자 두 눈이 핑 돌 정도로 아름다운 가슴이 중력을 거스르며 출렁 떨어진다. 단순히 벗기기만 했을 뿐인데, 하연이의 호흡이 긴장으로 거칠어진다.

“오빠……. 나 지금 너무 떨려……. 어떻게 해……?”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단순히 떨리는 느낌이 아니라 발작 증상 비슷하게 오는 것 같다. 하연이가 극도의 긴장을 느낄 때 가끔 이런 증상이 있곤 했다.

지금도 긴장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나도 상의를 탈의한 채 그녀와 깊은 포옹을 나눈다. 그리고는 괜찮다며 그녀를 다독인다.

“최대한 느긋하게 할 테니까, 정 힘들면 말해줘.”

하연이의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마라톤을 쉼 없이 달린 사람처럼 가슴이 요동친다. 하연이를 끌어안은 채 체온을 나누자 나와 하연이의 심장이, 서서히 속도를 맞추며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다.

“조금 진정 됐어……?”

“응…….”

여전히 떨리는지 경직된 표정이지만, 아까처럼 심한 것 같지는 않다. 그녀와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침대에 눕힌다.

“가슴 정말 예뻐. 하연아. ”

“그런 말 부끄러워…….”

뒤로 눕자 부드럽게 퍼지는 그녀의 가슴을 손으로 감싼다. 분명 말랐는데도 가슴은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옷 입고 있을 땐 이 정도라고 생각 못 했는데 막상 벗겨보니 상상 이상으로 이쁜 모양에 큰 가슴이다.

슬며시 옆에 벗겨둔 속옷사이즈를 확인하니 하연이의 사이즈는 무려 70F……. F라는게 이 정도였구나.

하연이의 입술 색처럼 발그레한 분홍빛 유륜에 입을 맞추고 긴장으로 빳빳해진 유두를 혀로 굴린다.

“츕……. 후읍…….”

“하아…….”

호흡으로 들썩이는 가슴을 느끼며 오른 가슴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주무른다. 호빵처럼 부드럽게 눌렸다가 튀어오르는 가슴을 문지르면서 서서히 골반으로 손을 뻗는다.

“아으응…….”

귀를 간질이는 하연이의 가냘픈 신음을 만끽하며 손끝에 걸리는 팬티를 손가락에 걸고 슬슬 끌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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