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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하물며 현실의 시간보다 배는 빠른 게임 속에서의 시간이 길 리가 없었다.
"오늘도 허탕인가……."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 유천이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틀 전은 채린이 문을 열어주지 않은 통에 제대로 된 대화도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게임 속에서 인터뷰랍시고 나눈 대화가 전부였다.
어제는 아침 일찍부터 찾아갔으나 채린은 스케쥴이 있어 그 전에 집을 나선 뒤였다. 거의 두시간 간격으로 채린의 집 문을 두드렸으나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펠프스 놈만 후딱 조지고 다시 오는거다."
주머니 속에서 진동을 울리는 휴대 전화의 액정에서 곧 이벤트 시작이라며 주인공이 늦으면 안된다는 문자가 제 친구는 물론 유니온 측에서도 보내오는 통에 유천은 진저리가 난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여, 오빠 오늘부터 수고."
"네 연락도 안 받아?"
집 안으로 들어와 제 어깨를 두드리는 유정에게 유천이 질문했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실망한 채로 혼자 중얼거리던 유천이 캡슐에 들어가며 말했다.
"부탁해."
그 말을 끝으로 게임을 시작한 제 오빠를 바라보며 유정이 투덜거렸다.
"그러게 평소에 처신을 잘 했으면 좀 좋아?"
발 끝으로 캡슐을 툭툭 건드린 유정이 채린에게 유천이 내려왔다 문자를 보냈다. 알았다는 답장을 받은 유정이 캡슐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게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야. 한번만 더 언니 울렸다간 오빠고 뭐고 가만히 안둘거야."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유정이 소파에 몸을 묻었다. 솔직히 말해 자신도 게임을 하고 싶지만 자고로 싸움은 하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더 즐겁다는 유천의 지론에 따라보기로 했다.
"지기만 해봐, 아주 끝장을 내버릴 거야."
* * *
"여. 왔냐?"
이제 오냐는 듯 초조히 제 손톱을 씹던 현성이 주먹을 들어보이자 유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주먹을 들어 현성의 주먹과 맞부딪혔다.
"적탑의 헬리오스 탑주를 비롯해 총 3개의 마탑이 우리 군에 합류했다. 계획은?"
"전군을 모두 외성의 앞으로 집합시켜."
이어서 제 방의 거울 속에서 고개를 빼꼼하고 내밀며 물어오는 현수에게 명령을 전달한 유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곧장 본진에 쳐들어간다."
유천이 제 명령에 모인 병사들의 앞에서 말했다. 제 고향을 버려둔 채 원정을 떠난다는 유천의 말에 몇몇 병사들이 반발을 시작했다.
"거, 미친거 아뇨? 여기서 성만 지키고 있어도 우리가 피해볼 일 하나 없는데, 뭐하러 벌집을 찌르고 난리요!"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턱을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쳐들고 외치는 사내를 향해 혀를 찬 유천이 손가락을 튕기며 대답했다.
"그 말이 틀리진 않아. 하지만 신성제국 놈들은 벌써 이곳으로 진격을 시작했는데. 여기서 너희 터전을 불태워 가며 싸울건가? 난 딱히 상관 없는데."
유천이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사내의 턱을 자랑스럽게 해주던 덥수룩한 수염이 한순간에 불타 사라졌다. 이어 유천의 말에 병사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 놈들이 여기까지 쳐들어오는데 오히려 그걸 막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놈들이 쳐들어오는 와중에 우리 본진을 비우자니! 당신 고향이 아니라고 너무 태연한 거 아닙니까!"
"미친 놈이! 그럼 우리 고향에서 피흘려가며 싸우자는 거야? 까딱 잘못하면 우리 성까지 죄다 휘말린다고!"
병사들이 저마다 시끄럽게 외쳐대다 못해 서로를 향해 주먹다짐까지 시작한 그 때. 유천의 뒤쪽 공간이 크게 벌어졌다. 장정 열이 팔을 쭉 벌려도 그 끝에 닿지 못할 만큼 벌어진 틈 사이로 피처럼 붉은 로브에 금색 자수를 곁들인 마법사들이 한명 씩 나오기 시작했다. 난데 없는 마법사의 등장에 병사들은 서로를 향해 휘두르던 주먹을 거둔 채 무기를 뽑아 경계를 시작했다.
"그대가 그 유명한 흑마법사 크리스인가?"
"그런데?"
가장 마지막으로 나온 마법사가 로브 밖으로 삐져나온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유천에게 말을 걸었다. 인상 좋아보이는 노인의 물음에 유천이 고개를 최대한 건방지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대답했다. 선두의 젊은 마법사들이 혈기를 주체하지 못한 채 건방지다며 고함을 지르려던 때 유천이 입을 열었다.
"시끄러운 건 저 뒤의 오합지졸로 충분한데."
멀찍이 성벽 위에 서있는 벨리튼 공작마저 움찔할 정도의 열기가 성문 앞의 공터를 휘감았다. 공간의 틈새에서 빠져나온 마법사들마저 흠칫거리며 뒤로 물러날 만큼 강한 열기에 병사들은 저마다 성문을 향해 들러붙기 시작했다.
"이만하면 내 소개는 끝난건가?"
손뼉을 치며 태평히 말을 건네는 유천의 모습에 질렸다는 눈초리로 현성과 현수가 쏘아봤으나 노인은 고개를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온 마법사들을 살폈다. 현수가 현성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입을 열었다.
"저 새끼, 왜 갑자기 되지도 않는 폼을 잡고 난리냐?"
"저만한 대 인원을 끌고 전쟁터에 가야 되는데, 얕보이면 퍽이나 쓸만하겠다."
"오오, 저 놈이 그런 생각을 할만큼 똑똑했었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현성은 재빨리 현수를 발로 차고 반대 방향으로 펄쩍 뛰었다. 방금 전까지 현수와 현성이 서 있던 자리로 큼지막한 얼음 덩어리가 떨어졌다. 땅에 박히자마자 주위로 살얼음을 끼게 만들만큼 서늘한 얼음 덩어리를 보며 현수가 현성을 향해 고개를 까딱했다. 미친 놈을 바라보듯 현성이 현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입 조심해. 출발하기 전에 저 놈 손에 목 따이기 싫으면."
정작 본인조차도 그런 말을 할 때는 손가락을 떨어가며 유천을 가리킨 현성이 한숨을 쉬자마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유천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때 신경을 잘못 건드리는 놈이 나타났다가는 결코 좋은 꼴은 보지 못하리라.
"이제 영감의 소개를 들어볼까."
함께 온 일행을 충분히 살폈다 느낀 것인지 유천이 현수와 현성을 노려보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아직까지 유천의 무례한 언사에 발끈하는 마법사가 적지 않았으나 그들을 제지한 노인이 후드를 뒤로 넘기며 제 얼굴을 드러냈다.
"영원히 타오르는 화염의 고향. 적탑의 탑주, 헬리오스 필 로드라고 하네."
함께 온 이들은 적탑의 소속 마법사지. 간단히 제 일행을 소개한 헬리오스의 뒤로 또다시 공간이 벌어졌다. 마찬가지로 녹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마법사 무리가 튀어나오더니 그 중 하나가 유천을 향해 달려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저 마법을 실현시킨 거지?"
"본인 소개가 먼저 아닌가?"
당장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물어오는 중년의 사내의 얼굴을 밀어내며 유천이 중얼거렸다. 큼큼 거리며 제 옷깃을 바로잡은 사내가 고개를 까딱이며 입을 열었다.
"녹탑의 대리 탑주. 그란이라고 하네."
"내가 부른건 대리가 아닐텐데."
자랑스레 가슴을 내밀며 제 소개를 하는 사내를 보며 눈살을 찌푸린 유천이 되물었으나 사내는 뻔뻔스레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서 유천을 향해 대답했다.
"탑주께서는 몸이 편치 않으신 관계로 본인이 왔네."
유천이 짜증섞인 언사에 만만찮은 뻔뻔함으로 응수하는 그란을 보며 현수와 현성이 혀를 찼다. 저 양반이 아마 내일 해를 보기는 글렀다 생각하며 그를 위해 기도를 시작했다. 부디 천국에 가시기를.
"뭐, 상관없어."
"그런거네."
"내 소개를 다시하지. 너희가 잘 알다시피 난 흑마법사 크리스다. 너희를 부른 이유는 간단하지. 꼴보기 싫은 신성제국 놈들을 쓸어버리기 위해서다."
짧게 중얼거린 유천이 표정을 풀고서 두 마법사 무리를 향해 당당히 선고했다. 그란과 헬리오스는 이미 아는 내용이라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갔지만 다른 마법사들은 달랐다. 그 사이 섞인 유저들은 곧 시작될 전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그 흥분은 NPC 마법사들에게도 조금씩 싹텄다. 끊임없이 맞붙기로 유명한 신성제국의 황제와 흑마법사. 그 싸움을 곧 저희의 눈으로 직접 볼 생각에 두근거리는 가슴이 터질세라 쿵쾅거렸다.
"물론 너희를 무료로 부려먹을 생각은 아니다. 너희들의 탑주에게는 내가 직접 9서클의 마법을 하나 전수해주지."
그 말에 유저고 NPC고 구별 없이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드래곤을 제외하고 대륙 유일의 9서클의 마법사라 알려진 유천이 직접 마법을 전수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먼저 도착한 적탑의 마법사들은 유천이 먼저 선보인 끔찍하리만치 뜨거웠던 열기와 섬뜩한 한기를 떠올렸다. 녹탑의 마법사들은 저희들이 이용한 마법이 유천이 전해준 스크롤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유천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잘만 하면 저에게도 떨어지는 콩고물이 있으리라.
"자, 전쟁을 시작하자."
팔을 활짝 벌린 유천의 등 뒤로, 푸른색의 거대한 문이 생겨났다. 두 마법사 집단이 나타날때 보인 틈새와는 비교가 안되는 크기였다. 성벽 위의 벨리튼 공작의 눈이 휘둥그래 커졌다. 저가 머무는 성의 반은 되보이는 크기의 문이 갑자기 생겨난 탓이었다. 그런 공작의 어깨를 두드리며 성벽에서 힐튼이 뛰어내려 병사들의 틈에 섞였다. 두 마탑의 참전과 대륙 유일의 그랜드 마스터의 참전이 병사들의 사기를 크게 올렸다. 환호 하며 열린 문 안쪽으로 달려가는 병사들을 보며 유천은 입꼬리를 올렸고 벨리튼은 기도했다.
"자애로운 여신이시어, 저들을 굽어살피소서."
성내의 아이들이 제 아비와 형제를 찾는 소리와 아낙네들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들으며 벨리튼이 처참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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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좀 늦었슴다 셤기간이라 ㅂㄷㅂㄷ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오게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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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타나//그정돈 아님니다
덱스트린//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TetsuRyu//넹 심해에서 부활해씀다
은or//넹 오랜만이에여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searchers//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