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마 가서 주차 뿔라.55회
파초선
“딸내미. 저런 잘생긴 친구가 있었으면 진작 애비한테 소개를 시켜줬어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박대식이 박아름을 쳐다봤다.
무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박아름.
“우리 딸내미 남자친구인가?”
나를 보며 말하는 박대식의 금니가 번들번들 거렸다.
“대답해라.”
내가 가만히 있자, 옆에 있던 도끼가 눈을 부라렸다.
아무래도 박대식이 이곳에 출몰한 이유는 나 때문인 것 같은데.
나는 주근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돼지랑 홀쭉이 옆으로 가 있어.”
“서진님은..”
“걱정 하지마.”
돼지랑 홀쭉이는 탈락을 한 탓에 관중석 구석에 멀뚱멀뚱 서 있었다.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돼지랑 홀쭉이가 있는 곳으로 가는 주근깨.
주근깨가 일행에 합류 하는 동안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어이 어이. 잘생긴 총각. 왜 대답이 없어?”
박대식이 난간에 상체를 기대며 말했다.
그의 표정에서 나는 탐욕과 욕심을 읽었다.
아무래도 나를 새장 안에 갇힌 새를 구해주러 온 백마 탄 왕자님 정도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왕이 물어 보시는데 버릇이 없군.”
도끼가 다리를 들어 올려 로우킥을 때리려고 했다.
억지로 무릎을 꿇리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메두사.”
정시아의 능력을 사용하자 순간 몸이 굳어버린 도끼.
나는 도끼의 얼굴을 잡고 그대로 옥타곤 바닥에 내리 찍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녀석의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10번 정도 반복을 하자 도끼의 몸이 축 쳐지며 기절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옆에서 알짱거리는 게 짜증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여기서는 이렇게 내가 가진 힘의 정도를 보여주는 게 좋았다.
그래야지 승냥이 같은 것들이 힘의 차이를 느끼고 알아서 고개를 숙였다.
“크하하하!!”
자신의 부하가 피 떡이 됐는데 뭐가 재밌는지 호탕하게 웃는 박대식.
그런 그에게 한 마디 했다.
“학교 친구입니다.”
“학교 친구라고? 크하하!!”
내 말에 한동안 박장대소를 하던 박대식.
눈가를 닦으며 웃음을 멈췄다.
“우리 딸내미가 워낙 학교 얘기를 안 해서 말이지. 내가 우리 딸내미의 학교 친구를 몰라 봤구만 그래!!”
“....”
“남자 친구라고 했으면 죽일 생각이었는데. 이것 참 다행이군. 안 그런가 친구! 크하하!!”
다시 웃음을 터트리려다가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박대식.
입가를 닦는 표정이 조금 진지하게 변해 있었다.
“그래. 파초선은 갖다가 어디다 쓰려고?”
나는 대머리 신사를 슬쩍 쳐다봤다.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
“말만 잘하면 그냥 줄 수도 있지. 크크.”
“말할 수 없습니다.”
“캬하!! 똑 부러지는 성격이구만!! 내가 말이지.”
박대식이 목을 두둑 소리를 내며 좌우로 꺾었다.
“똑 부러지는 성격을 똑 부러뜨리는 걸 참 좋아하지. 어린 친구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본데.”
관객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기는 박대식의 왕국이었고, 내 편은 박쥐와 바보 3인방이 전부였다.
숫자로 따지면 우리가 극 열세였다.
하지만 나는 별 다른 감흥 없이 박대식의 얼굴을 쳐다봤다.
“어허허!! 녀석 똑바로 쳐다보는 거 보세!! 어른을 볼 때는 항상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보라고 학교에서 안 배웠나보군!”
‘아 저 꼰대 새끼.’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를 확인했다.
-가는 중.
짤막하게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어른이 말하는데!!”
박대식이 호통을 치듯이 말했다.
표정은 호통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우리 딸내미 친구라서 좋게 봐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
“저기요.”
나는 손을 들었다.
“저기..요?”
“예. 진돗개 토너먼트는 파토난 것 같은데 제가 파초선이 꼭 필요해서요.”
“그래서?”
“그 쪽이랑 저랑 1:1해서 제가 이기면 파초선 넘겨주시죠.”
“....”
경기장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곳에서 박대식이 가지고 있는 입지를 생각 했을 때, 지금 내 말은 감히 상상도 못할 말이었다.
하지만 박대식의 말을 계속 들어주고 있기도 그렇고, 여기는 적진이었다.
숫자가 부족할 때는 일기토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그리고 상황과 박대식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일기토를 거절 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박대식은 A~B급 스텟에 A급 능력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였다.
지금의 내가 상대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상대였다.
그래도 ‘고통의 희열’의 변수와 내 고유 능력인 달빛 능력이 있기 때문에 질 것 같진 않았다.
관중들의 시선이 모두 박대식을 향했다.
박대식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잠깐 스턴에 빠진 상태였다.
나는 관중석을 둘러봤다.
‘박쥐 이 새끼 어디 짱 박혀 있나보네.’
역시 몸 사리는 데는 박쥐만한 캐릭터가 없었다.
“나에게 1:1을 신청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
박대식의 목소리가 전과는 달리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안다.
박대식이 현재는 영도의 패왕이었지만, 패왕으로 올라서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싸움을 했었다.
1:1로 싸울 경우 박대식은 가차 없이 상대를 죽였다.
한 명도 빠짐없이.
“쫄리면 안하셔도 돼요.”
내 말에 2층에 앉아 있던 포식자들이 단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새끼가!!”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딴 말을!!”
“왕이시여, 제가 가서 저 애송이를 당장 죽이기겠습니다!!”
박대식이 손을 들어서 그들을 제지했다.
“좋다. 네 말대로 네가 이긴다면 파초선을 넘겨주겠다. 내가 이긴다면 네 목숨을 가져가겠다. 그래도 할 테냐?”
“예.”
“크하하!! 어린 것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아, 잠시만요.”
“낙장불입이라는 말도 모르느냐!! 이제 와서 물러도 소용없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나는 박아름을 쳐다봤다.
진짜 표정의 변화가 하나도 없었다.
“파초선이랑 제 목숨을 동급 취급하기에는 조금 억울해서요. 그래서 말인데요.”
손가락을 들어 박아름을 가리켰다.
“제가 이기면 오늘 밤에 아름이랑 데이트 좀 할게요.”
“좋다!! 크하하하!!”
당사자는 아무 생각이 없어보였다.
박아름의 결정권자는 박대식이었고, 박아름은 그저 박대식의 인형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아예 머릿속을 비우고 사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게 너무 괴로우니까.
박대식이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던지고 옥타곤으로 내려왔다.
‘바로 앞에서 보니까 체격이 박태산 보다 훨씬 커 보이네.’
박태산도 체격하면 어디 가서 밀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박대식은 박태산 보다 딱 두 배 정도가 더 커보였다.
레볼루션의 간부 라이언이 딱 저 정도의 덩치였다.
“내가 성격이 급해서 말이지.”
박대식이 옥타곤 구석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장내 아나운서를 쳐다봤다.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대는 장내 아나운서.
“..자!! 오늘의 메인 이벤트!! 영도의 패왕!!”
을 시작으로 장내 아나운서가 박대식을 예찬하는 말을 쏟아 냈다.
한참을 쉬지 않고 예찬론을 쏟아내던 장내 아나운서.
내 소개는 한 단어로 끝냈다.
“애송이와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박대식을 쳐다봤다.
여유 만만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10대. 10대를 먼저 맞아주도록 하겠다. 딸내미의 친구인데 이 정도 배려는 해줘야지 않겠어? 크하하하!!”
“....”
나는 박대식 앞으로 걸어갔다.
“안 피하겠다는 말이죠?”
“그래. 크하..하?”
박대신의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봤다.
아무리 사람의 몸이 단단해도 급소는 급소였다.
나는 급소 중 남자에게 가장 취약한 급소를 무릎으로 가격했다.
‘거시기.’
“크흡..”
박대식이 다리를 오므리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아직 9대 남았는데요?”
나는 박대식의 고환을 터트릴 생각으로 다시 다가갔다.
“정정당당하지 못하구나.”
“지면 죽이신다면서요? 죽는 것 보다는 치사한 게 낫죠.”
무릎을 들었다.
그러자 손을 들어 거시기를 방어하는 박대식.
“방어를 안 한다는 소리는 안 했다. 크흠.”
“....”
자기도 말 해놓고 무안한지 헛기침을 했다.
나는 나머지 9대를 박대신의 양 다리를 집중공략해서 때렸다.
돌을 때리는 것처럼 딱딱했지만 9대를 전부 때렸을 때, 박대식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걸로 보아 데미지가 있긴 한 모양이었다.
‘박대식에게 잡히면 끝난다.’
박대식은 전형적인 근접 전투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그의 기동성을 조금이라도 떨어뜨려놓을 생각이었다.
나는 10대를 모두 때리고 뒤로 점프를 해서 거리를 벌렸다.
“물살은 아니구나. 크흐흐.”
박대식의 눈빛이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주도록 하마!!”
박대식이 내게 달려들었다.
지척에 이르렀을 때 나는 정시아의 능력을 사용 했다.
“메두사.”
박대식은 지혜 스텟이 낮은 캐릭터였고, 단번에 걸려들었다.
몸이 순간 굳어버린 박대식.
나는 곧장 그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바닥에 내리 찍었다.
쿠웅!
육중한 물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메두사가 풀릴 때까지 박대식의 머리를 바닥에 내리 찍었다.
아무리 근육 덩어리라 할지라도 얼굴 근육까지 키울 수는 없었다.
5번 정도 내리 찍었을 때, 박대식의 손이 뒤로 올라왔다.
나는 그의 머리에서 손을 때며 거리를 벌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박대식.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있었다.
“잔재주가 조금 있는 모양이다만.”
목을 돌리는 박대식.
옷 안에 있는 근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잔재주로는 날 이길 수 없다.”
박대식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데미지를 누적 시킬 수는 있었다.
그러다보면 그로기 상태가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잽도 계속 맞다보면 다운 되는 법이었다.
박대식이 성난 황소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메두사.”
능력을 사용하자마자 박대식의 전신 근육이 꿈틀거렸다.
0.5초 정도 움직임이 멈췄다가 곧바로 스턴이 풀렸다.
나는 옥타곤을 밟고 공중으로 뛰어 올라, 박대식의 뒤에 착지를 했다.
“미꾸라지 같구나!!”
박대식이 다시 달려들었다.
박대식은 현재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나에 대한 배려가 아닌 방심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충분히 데미지를 누적시킬 필요가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공포.”
정시아의 능력 중 메두사의 상위호환이라고 할 수 있는 능력.
박대식이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뭐..뭐냐!!”
‘뱀이 사방에서 덮치는 환상에 빠져 있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정시아의 능력을 ‘모방’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머지않아 환상이 풀릴 게 분명했다.
나는 곧장 박대식 앞으로 도약해,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환영 속에서 가드를 하려고 했지만 빈틈투성이였다.
박대식을 응원하던 소리가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일방적으로 박대식을 구타하고 있었다.
‘내 손이 더 아픈 것 같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성과는 있었다.
박대식의 얼굴이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신나게 박대식의 얼굴을 때리고 있을 때 박대식이 손을 불쑥 뻗어 내 멱살을 잡으려고 했다.
팔꿈치로 그의 팔을 내리치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후우..후우..”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된 박대식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곱게 죽여 줄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손으로 눈가에 피를 걷어대는 박대식.
나를 보는 눈빛이 상당히 진지해져 있었다.
“온 몸을 부러뜨려주마.”
입고 있던 옷의 상의를 양 손으로 찢었다.
성난 근육이 그대로 노출 됐다.
스테로이드를 다량 복용한 것처럼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컸다.
근육 밖으로 미세하게 보이던 혈관이 점점 울퉁불퉁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후우우..”
숨을 천천히 내 뱉는 박대식.
드디어 능력을 사용하려나 본데.
그에 반해 나는 남은 능력이라고는 금석의 능력과 정시아의 ‘맹독’ 정도였다.
금석의 능력은 대부분 패시브 능력이라 이미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끽해봐야 맹독이나, 두들겨 맞다가 고통의 희열을 사용하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이게 최선이라면 나는 이 자리에 꼼짝없이 죽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나는 낮게 읊조렸다.
“달빛 제 3초식.”
며칠 전 달빛력에 대해 알아보다가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달빛력은 스텟처럼 한 번 오르면 고정 되는 수치가 아니었다.
달빛 능력을 사용했을 때, 육체의 과부하나 마나의 부족을 대체 하는 대체 에너지 같은 개념이었다.
보조 마나통이라고나 할까.
현재 내 달빛력은 ‘110’이었다.
이 수치를 전부 소모하면 아무리 스텟이 C등급이라고 해도 낮은 초식 하나 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달빛 초식 중 이렇다 할 무기가 없어도 시전 가능한 초식을 사용했다.
“달의 축복”
달빛 초식 중 유일한 버프형 능력.
[1단계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1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