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328 >
강하게 머리로 밀어준 리차즈의 패스는 케이힐이 급하게 뻗은 다리 위를 통과해 아게로에게 연결되었다.
패스가 급하게 끊기면서 당황한 루이즈와 보싱와는 아게로의 침투를 허용했고, 아게로는 리차즈의 패스를 잡지 않고 곧바로 발리 슈팅으로 연결, 간절히 기다리던 선취 골을 기록했다.
“맨체스터 시티, 드디어 득점을 뽑아냅니다! 이렇게 되면 첼시도 골을 노려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열 명의 필드 플레이어 모두를 자신들 진영으로 내리고 수비에만 집중했는데, 이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취 골이 갖는 의미는 한 골 리드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첼시가 반코트 게임으로 수비에만 집중하던 지금까지의 전술을 더 이상 고수할 수 없게 만든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동점이라도 만들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야 했고, 공격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맨체스터 시티가 파고들 공간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자, 경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에요. 과연 첼시가 한 수 위의 전력을 보유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동점 골을 넣을 수 있을지, 맨체스터 시티는 첼시를 상대로 추가 골을 넣을 수 있을지, 주목해보시면 재미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으실 거예요.”
45분 동안 무난하게 흘러가던 경기에 아게로의 선취 골이 돌을 던졌다.
처절하게 달려드는 첼시의 처절한 플레이와 이를 뚫어내려는 맨체스터 시티의 화려한 공격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역시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경기는 화끈한 공격 축구였다.
물론, 첼시의 오늘 경기 컨셉 상 모든 걸 다 불태우는 수준의 경기는 나오지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보다는 화끈할 것이었다.
[IN - 15. 플로랑 말루다 / OUT - 34. 라이언 버트란드]
“역시, 이제는 첼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수비 강화를 위해 투입했던 버트란드를 빼고 공격수, 말루다를 투입합니다.”
전반전부터 말도 안 되는 활동량으로 전력 차를 커버하던 첼시 선수들은 후반 20분을 기점으로 조금씩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 보일 정도로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언더독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버트란드가 경기 초반부터 워낙 많이 뛰어주기도 했고, 지금은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니 좋은 선택으로 보이네요. 버트란드는 풀백이 원래 포지션인 선수라 공격력은 떨어지거든요?”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애초 컨셉이 수비 집중형이었기 때문에 수비를 목적으로 투입한 선수들을 공격형 선수들로 바꿔줄 필요가 있었다.
경기 전 컨셉과 다르게 경기가 흘러가면서 첼시의 선수 교체는 맨체스터 시티 벤치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벤치의 머리싸움도 맨체스터 시티가 유리하게 흘러갔다.
[IN - 5. 파블로 사발레타 / OUT - 2. 마이카 리차즈]
“맨체스터 시티는 리차즈를 빼고 사발레타를 투입합니다. 수비수를 교체해주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만치니 감독은 첫 번째 교체 카드를 라이트백 포지션에 써줍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체력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훨씬 많이 뛰면서 체력 소모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는 소모가 적은 상황이었다.
“첼시의 교체카드에 맞춰준 것 같네요. 교체 투입된 말루다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보이죠?”
체력이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었고, 첼시에 비해 체력적인 우위를 점한 맨시티는 교체 카드를 첼시에게 맞춰서 사용할 수 있었다.
만치니 감독은 첼시의 교체 카드를 확인하고 나서 리차즈를 빼고 사발레타를 투입했다.
어마어마한 피지컬 덕분에 에너지 소모가 크고, 덕분에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체력이 강하지는 않은 리차즈를 빼고 체력 괴물 사발레타를 투입하며 쌩쌩한 말루다를 견제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이렇게 나오면 첼시 입장에서는 더욱 골치가 아파지죠.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대놓고 여지를 안 주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언더독이 노릴 약점은 없어지거든요?”
이변이 일어날 여지를 최대한 줄이기만 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만치니의 자신감이었다.
만치니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디 마테오 감독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졌다.
디 마테오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신인 감독이었고, 경험이 많은 감독이어도 별 대책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 뭔가 해내기에는 역량이 아직 부족했다.
“칼루가 볼을 잡습니다만, 이번에도 마땅히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첼시도 만회 골을 넣기 위해 조금은 공격적으로 나서는 중이었다.
비록 전력 차이가 심해 수비를 도외시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전반과 비교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운영이었다.
“오늘 경기 내내 주에게 완벽히 막혀있거든요? 전반전에는 수비에서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지금은 공격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지금처럼 주에게 틀어막혀있으면 첼시에게 미래가 없어요.”
칼루는 성배에게 완전히 막혀 있었다.
덕분에 성배도 오늘 경기에서는 딱히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성배가 눈에 띄려면 칼루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칼루를 막아내면서 존재감을 어필해야 하는데, 칼루가 성배를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 보니 성배도 그냥 무난하게 수비하는 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었다.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투입한 왼쪽의 말루다는 마찬가지로 교체 투입된 사발레타에게 완벽히 막혀있고, 오른쪽의 칼루마저 주에게 꽁꽁 막혀있습니다. 첼시, 상황이 점점 좋지 않게 돌아갑니다.”
이래서 첼시가 수비에만 집중하면서 어떻게든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
선취 골을 내주면서 리드를 빼앗기자, 만회 골을 넣기가 너무 힘들었다.
“칼루, 다시 뒤쪽으로 돌려주고, 램파드의 크로스! 드록바! 하지만 콤파니가 한발 먼저 걷어냅니다. 드록바, 중심을 잃고 쓰러집니다.”
선취 골을 내준 이후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 첼시에서 그나마 분전해주고 있는 선수들은 역시 첼시의 상징인 디디에 드록바와 프랭크 램파드, 골키퍼인 페트르 체흐였다.
이들과 함께 팀을 이끌어온 존 테리가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온 힘을 다해 분전, 팀이 무너지지 않게 버텨주는 중이었다.
“드록바가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켜보려 분전하고 있지만, 혼자서는 안 되죠. 맨체스터 시티의 센터백들은 드록바 혼자서 뭔가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선수들이 아니거든요? 이건 램파드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들의 분전은 상황이 더욱 나빠지지 않게 해주는 정도에 그쳤다.
드록바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도 콤파니와 보아텡을 상대로 혼자서 뭔가 해줄 수는 없었고, 램파드 역시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미드필더진을 상대로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다.
“상황이 점점 첼시에게 절망적으로 돌아갑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스코어는 여전히 1-0입니다!”
드록바와 램파드, 노장들의 분투는 분명 감동적이었지만, 감동으로는 경기를 이길 수 없었다.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결국 골이었고, 지금 골을 넣은 클럽은 맨체스터 시티였다.
“미켈, 램파드에게! 램파드, 오른쪽의 토레스를 보지만, 배리의 태클! 휘슬 울렸습니다. 첼시의 프리킥!”
첼시는 칼루를 빼주고 토레스를 투입하면서 만회 골을 노렸다.
그리고 맨시티는 성배를 뺄 이유는 없으니 투레를 빼고 배리를 투입했다.
투레의 공격적인 능력보다는 배리의 수비적인 능력이 더 중요한 상황이었고, 공격하러 올라오는 첼시의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서는 라키티치의 롱패스가 필요했다.
“시간이 이제 없습니다! 첼시, 마지막 기회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꼭 만회 골을 넣어야 합니다.”
경기 종료까지는 10분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무리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이 무서워도 이젠 어쩔 수 없었다.
만회 골을 위해 올인한 첼시는 수비수들을 모두 하프라인까지 올리며 득점을 노렸다.
“이거 하나만 막아! 이제 거의 다 끝났어! 이제 손아귀만 움켜쥐면 빅 이어는 우리 거라고!”
비록 상황은 굉장히 좋았지만, 고작 한 골의 리드였다.
아무리 분위기가 좋아도 눈먼 골 하나에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분위기에 취하지 않고 이를 인지한 성배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동료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축구의 승패는 골로 결정되는 거죠. 아무리 83분 동안 맨체스터 시티가 경기를 지배했어도, 결과적으로 스코어가 1-1이면 무승부예요.”
프리킥의 위치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하지만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크로스를 투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위치였다.
케이힐과 루이즈도 올라와 제공권 다툼에 참여했고, 세계 최고의 정통파 스트라이커인 드록바 역시 위력적이었다.
“램파드, 프리킥! 돌아들어 가는 말루다, 보아텡의 클리어! 박스 바깥에서 배리가 머리로! 미켈이 다시 투입!”
첼시는 맨체스터 시티와 제공권 경합을 펼칠 생각이 없었다.
케이힐, 드록바, 루이즈에게 시선이 집중된 사이, 말루다가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들었고, 램파드의 프리킥이 이어졌다.
하지만 보아텡이 한 발 먼저 걷어냈고, 난전이 일어났다.
“라키티치, 날았습니다! 아게로에게! 멀리 차놓고 달립니다! 맨체스터 시티, 역습!!”
난전을 끝낸 것은 라키티치였다.
미켈이 머리로 다시 드록바에게 밀어준 볼을 몸을 날려 끊어냈고, 그러면서도 아게로에게 정확히 연결해주었다.
아게로는 먼저 볼을 멀리 차낸 뒤, 그 뒤를 따라 달리며 최후방에 남아있던 보싱와를 간단히 따돌리고 역습을 전개했다.
“앞쪽으로 연결이... 됐습니다!! 아, 빠릅니다! 빨라요! 빠릅니다! 아! 빠릅니다!”
“빨라요, 아게로! 빨라요! 다 뚫렸어요!”
중계진은 빠르다는 말만 반복했다.
불과 3초 전까지 첼시가 공격하는 상황이었고, 득점을 위해 올라갔던 첼시 선수들은 아직 복귀하지 못했다.
아게로가 보싱와를 뚫어낸 순간, 첼시의 골대를 지키는 선수는 체흐가 유일했다.
“아게로, 전력질주! 보싱와, 콜도 전력질주! 제코도 따라붙습니다!”
네 명의 선수가 첼시 골문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어느새 페널티박스 안 깊숙이 도달한 아게로를 막기 위해 체흐가 전진했고, 보싱와는 제코를 향해 달라붙었다.
콜은 제코에게 달려드는 중이었지만, 아직 거리가 있었다.
“아게로, 제코에게! 제코! 골! 골! 골! 골입니다! 추가 골이 터졌습니다!”
첼시에게 비수가 꽂혔다.
아게로는 체흐까지 끌어내면서 완벽한 기회를 만든 뒤, 제코에게 기회를 넘겨주었다.
텅 빈 골대에 볼을 밀어 넣는 건 이번 시즌 30골을 기록한 제코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맨체스터 시티, 빅 이어의 바로 앞까지 도착했어요! 이건 그런 골이죠! 결정적인 골이 터졌어요!”
체흐와 보싱와, 콜, 그리고 나머지 첼시 선수들까지 모두 그대로 그라운드 위에 주저앉았다.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을 포함해도 고작 5분여.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두 골을 넣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아, 첼시도 잘 버텼지만,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기세를 막기에는 텐백으로도 역부족이었습니다!”
사실상 경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맨체스터 시티의 무패 트레블, 완성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5분에 불과했다.
< 낭만필드 - 32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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